유본존행화사적도(柳本尊行化事跡圖)
이렇게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다 보니 이제 이곳 보정산 석각의 끝까지 왔습니다.
제일 마지막의 석각군은 유본존행화사적도(柳本尊行化事跡圖)라고 되어있습니다.
석감의 높이가 12.57m이며 넓이는 25.34m나 되는 큰 곳입니다.
안으로 파고 들어간 깊이는 7.5m나 되며 이 안에 새긴 조각상이 67존이나 됩니다.
크기는 커도 그리 느낌은 없는 곳입니다.
왜?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곳이니까요.
절벽 위의 정중앙에 당나라 말의 가주(嘉州 : 지금의 樂山)의 거사(居士)였던
유본존(柳本尊)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조각상의 위아래, 그리고 좌우로 유본존이 구도를 했던 열 가지 모습을(十炼)
묘사한 조각이 있습니다.
이 모습은 중국의 불교 밀종 역사에 중요한 사료가 되는 것이라 합니다.
불교적인 색채보다는 도교적인 모습이 강해 보입니다.
어느 이야기로는 유본존은 조지봉의 스승이었다고도 합니다.
청출어람...
만약, 그렇다면 제자 하나는 잘 키웠습니다.
제자가 만든 그의 모습은 일 겁(劫)이 지날 때까지 그대로 여기에 남아있을 것 아니겠어요?
이렇게 스승을 대접할 줄 아는 제자가 아니겠어요?
이런 제자 흔치 않습니다.
이 이야기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지금 보고 있는 조각상은 불교의 내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주위에 있는 조각상을 구경하렵니다.
마치 차크라를 든 모습으로 보입니다.
노군상인가 봅니다.
부릅뜬 눈이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의 눈을 닮았습니다.
이렇게 보정산 석각은 불교만의 색채를 벗어나 도교적인 조각상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석각을 만든 조지봉 대사는 불교만이 아니라 도교의 교리도 능통했다고 합니다.
그게 그 당시의 시대상인가는 몰라도 서로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의미인가요?
서로를 경계 짓는 佳人이 웃기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종교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같다는 깨달음인가요?
사실, 종교가 추구하는 일은 민초의 행복과 마음의 평화가 아니겠어요?
이런 일을 생각하면 여기에 새겨진 조각상이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어디 종교적인 것만 있나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도 가끔 보입니다.
소 등을 타고 피리 부는 모습도 돌에 새겨 놓았습니다.
물론, 목우도도 불교의 이야기라 하겠지만...
들어올 때 입구에서 보았던 관세음보살의 입술입니다.
입술 모습이 정말 살아있는 듯하여 클로즈업하여 찍어보았습니다.
금방이라도 입이 열리며 가르침을 주실 것 같습니다.
이 입술이 열리는 날...
세상은 천지개벽할 것입니다.
진리가 콸콸콸 쏟아져나올 것입니다.
지붕의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이곳에 새긴 돌조각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가 있고 전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하겠지만,
어설픈 佳人의 눈으로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떠납니다.
이제 보정산 석각을 모두 보고 성수선원이라는 곳으로 가는 길에 아까 보았던
보정산 석각의 대표선수인 열반상인 석가열반성적도(釋迦涅槃聖迹圖)를 위에서 내려다봅니다.
길이가 31m이고 높이가 7m나 되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돌아누운 대형 열반상입니다.
아~ 니르바나여...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깨달음은 무엇이고 가르침은 또 무엇입니까?
받아들일 수 없는 佳人에는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 아닌가요?
언제 세상의 진리를 조금이나마 터득할까요?
이루어지게 하소서~
제발 조금이라도...
니르바나...
일체의 번뇌를 해탈한 최고의 높은 경지라 합니다.
불교에서는 니르바나에 이르는 게 궁극적인 실천 목표라 했나요?
그게 어떤 경지인지 佳人 같은 우매한 민초는 알려준 들 이해할 수 있겠어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 여기 보정산 석각을 구경한 후 우리는 충칭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그곳 충칭에서 오늘 밤을 자고 내일 하루 시내구경을 한 후 내일 밤에 장강을 따라
배를 타고 동쪽으로 내려가 이창으로 가렵니다.
우리는 유람 삼아 가는 길이지만, 유비는 이 길이 바로 목숨과 바꾼 길이었으며
그의 평생 꿈이었던 한실 부흥과 천하 통일도 함께 장강에 흘려보내고 말았지요.
왜?
이릉전투에서 애송이라고 깔보았던 육손에게 무참하리만큼 패하고
화공을 받아 불고기가 될 뻔했잖아요.
그곳에 가서 유비의 마지막 전투장이었던 효장고전장도 구경하렵니다.
장강삼협...
대단한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삼협댐 건설로 수위가 높아져
예전의 삼협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