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문(朝天門) 광장의 밤
2012년 11월 21일 여행 34일째
오늘의 일정은 제일 먼저 오늘 밤에 타고 갈 이창행 배표를 사는 일입니다.
이창이라고 하면 바로 삼국지에는 이릉이라고 부르는 곳이지요.
유비가 관우의 원수를 갚겠다고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로 가는 도중 이릉에서 육손의 화공을 당해
겨우 목숨만 건지고 백제성으로 도망했던 곳입니다.
그리고 낮에는 이 부근을 그냥 거닐며 기웃거리고 다닐 생각입니다.
어제저녁 조천문(朝天門) 광장 부근에 숙소를 정하고 밤에 잠시 거닐었습니다.
먼저 어젯밤에 보았던 야경부터 먼저 보고 갑니다.
이곳이 조천문이 된 이유가 예전에 천자의 지시사항이 서천지방으로 전해질 때 이곳 광장에서
천자의 글을 받들었다고 해 조천문이라 했다고 합니다.
조천문 광장에서 내려다 본 강은 바로 가릉강이랍니다.
쓰촨을 돌고 돌아내려 온 가릉강은 바로 여기서 오른쪽의 장강으로 합류하여 동쪽을 향해 달려간답니다.
가릉강은 우리가 광위엔에서 처음 만난 강이며 장비가 죽었던 랑중으로도 흘러갔던 강이었지요.
왜 장비가 랑중에 머물며 그곳을 관리했을까요?
랑중은 이렇게 서천과 중원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평화롭게 흘러가지만, 삼국지가 종반으로 치달으며 여기도 전운이 감돌았던 곳이지요.
유장의 장수 엄안이 여기를 지켰고 장비가 서천으로 들어가기 위한 중요한 교두보인 이곳을 빼앗기 위해
머리를 써 결국, 엄안은 유비에 귀순하게 된 곳이 여기로 옛 이름이 강주라는 곳이라네요.
장비가 머리를 썼다 하면 헤딩을 했다고 생각하시지만...
물론, 그 후 관우가 죽자 유비가 촉한의 온 국력을 동원해 대군을 이끌고 동오를 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하며
촉한의 수군이 바로 이 강을 따라 옛 이름 이릉인 이창까지 이 강을 따라갔을 겁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의 애환이 서린 곳입니까?
유비에게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일 겁니다.
관우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이 나라와 그의 꿈마저 이 강에 흘려보내고 만 것이지요.
좀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왜 없었겠어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거기까지가 유비의 운명이었나 봅니다.
백제성에서 후주 유선을 공명에 부탁하며 가쁜 숨을 헐떡일 때 말입니다.
복수라는 생각과 과욕은 유비의 모든 것을 삼켜버렸습니다.
흐르는 가릉강을 내려다보니 그때 유비의 얼굴이 강물에 어른거립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장강삼협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출발하는 멋진 장소로만 기억되고 있지요.
물론, 우리도 오늘 밤에 여기서 배를 타고 출발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장강 투어는 삼국지 기행의 일환입니다.
충칭에 살려면 다리 힘이 다른 도시 사람보다 좋아야 할 겁니다.
도시가 온통 이렇게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도시네요.
오늘은 먼저 배표를 사기 위해 어젯밤에 들렸던 그곳으로 갑니다.
이 부근에는 배 표를 파는 곳이 무척 많습니다.
물론, 가격 또한 가게마다 크게 다르지는 않고 모두 조금씩 다릅니다.
그다음 걸어서 어젯밤에 조천문 광장에서 보았던 야경이 멋진 홍애동이라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그곳에서 다시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다음은 시간을 봐서 해방비라는 곳을 찾아 걸어보렵니다.
오늘은 버스조차 탈 일이 없네요.
어젯밤에 들렸던 곳에 가니 어제는 가격절충이 가능한 듯하다가 오늘은 안 된다고 합니다.
돌아 나오려는데 아까부터 우리를 따라오며 추근대던 아줌마가 덥석 우리를 물어버립니다.
어쩌겠어요?
객지에서 아줌마가 물면 물려야지요.
자기가 저렴한 곳을 안다며 같이 가자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그런 의미가 확실하죠.
아주 집요합니다.
따라갑니다.
충칭의 전통적인 가파른 언덕길로 내려갑니다.
충칭이라는 도시는 우리 처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한 달간 함께 여행하던 친구는 이번 장강 투어를 마지막으로 먼저 귀국하기로 했습니다.
그랬기에 2박 3일과 3박 4일 두 종류의 배가 있는데 3박 4일은 유람선이고 2박 3일은
그냥 여객선으로 무척 저렴합니다.
여객선도 투어를 옵션으로 할 수 있지만, 다만 투어를 할 수 있는 선택이 많지 않은 게 단점이죠.
그래도 연운항에서 인천으로 갈 배를 타려면 2박 3일이 유리하기에 유람선 크루즈를 포기하고
여객선을 이창으로 갑니다.
우리도 친구와 함께 2박 3일로 정합니다.
위의 여행사가 우리가 계약한 곳입니다.
아줌마가 우리를 물어다 준 곳이죠.
친구는 이창에 도착하면 바로 우한까지 가는 버스도 연결해 보내주는 조건입니다.
물론 버스 요금은 별도로 냈습니다.
우리 부부는 우리가 원했던 백제성이나 장비묘, 그리고 소삼협이 없고 우리가 원하지도 않는 풍도 귀성이니
뭐니 하며 잡다한 것만 있기에 투어는 모두 안 하기로 합니다.
가격은 저렴하게 460원을 주고 3등 칸 아래 침대를 2등 칸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조건으로
2박 3일의 이동만 하기로 합니다.
물론 섭섭한 일이지만, 원하지도 않은 곳을 쓸데없이 가는 것도 시간 낭비라 생각했고 그동안 미루었던
여행내용도 정리도 할 겸 우리 부부는 배 안에서 쉬기로 합니다.
친구는 풍도귀성과 석보채라는 곳 두 곳을 다녀오겠다 하고 미리 예약했습니다.
나중에 배 안에서는 영어를 하는 가이드가 나타나 백공사와 석보채를 더 저렴한 가격인 100원에 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그러니 미리 비싸게 두 배의 요금으로 충칭 여행사에서 예약할 필요도 없다는 그런 말인가 봅니다.
배를 타고 가다가 배 안에서 가이드가 투어를 하자고 추근거릴 겁니다.
물은 배 안에서 뜨거운 온수가 24시간 제공되나 식사는 우리 돈으로 사서 먹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배에 오르는 모든 승객이 이동 내내 먹을 컵라면이나 빵 등을 사서 한 보따리씩 들고 오르나 봅니다.
2등 칸은 4인실로 이층 침대로 된 방입니다.
그러나 그게 말로만 2등 칸인지 3등 칸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러나 같은 방을 사용하는 중국인은 우리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타기는 했더군요.
중국사람도 바가지를 쓰는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 저녁 출발할 배 예약을 했으니 이제 어젯밤에 조천문 광장에서 본 야경이 아름다운
홍애동이라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멀지 않습니다.
잠시 걸으면 바로 갈 수 있지요.
이렇게 여행지에서 제일 먼저 숙소를 정하고 다음 이동할 곳을 결정하면 숙제를 모두 끝낸 그런 기분입니다.
그리고 배낭은 미리 챙겨 아침에 체크아웃 할때 숙소 카운터에 무료로 맡겨놓고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