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일랑(諾日朗) 장족마을.
오채지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다른 곳은 호수라도 바다 海라고 이름 지었지만, 오채지는 연못 池를 사용했네요.
그러나 다른 곳과 비교해 작은 연못이었지만, 다른 큰 곳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예쁘게 단장한 여인을 보는 듯 아름다웠고 한동안 서서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습니다.
물도 그렇게 사람의 넋을 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네요.
아름다운 오채지를 떠나 다음 일정인 낙일랑(諾日朗)으로 갑니다.
이곳은 오채지로부터 무척 먼 길입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위의 버스 정류장에 적어놓은 것을 보니 오채지에서 낙일랑까지 14km가
넘는데 물론 시간이 많으면 걸어 내려가도 되겠지만, 버스로 오르내리며 보니
오래전에 만든 산책로는 대부분 망가지고 폐쇄되어 다닐 수 없게 되었더군요.
이렇게 버스를 타는 정류장에는 다음 정류장까지의 거리를 적어놓았기에 걸어서
이동할 것인가 버스를 탈 것인가 미리 알 수 있네요.
휴게소에 적어놓은 팡비엔 미엔(方便面 : 방편면)은 라면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가격이 무려 15원이나 합니다.
중국 라면이 얼만데...
그러면 물값만 10원이 넘는다는 말이 아닌가요?
역시 구채구에는 물을 구경하러 오지만, 먹는 물도 비싸군요.
역시 구채구는 물의 지존이 틀림없나 봅니다.
하루 종일 구경해야 하는 구채구는 미리 점심을 개인별로 준비해야 합니다.
아니면 이런 곳에서 조금은 비싸지만, 점심을 사서 먹어야 하나 봅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내려가며 주변을 바라봅니다.
무척 많은 호수가 보이지만, 이 또한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하나 봅니다.
버스가 서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잖아요.
구채구 안에서는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이렇게 가끔은 사람의 시선조차 받지 못하는 호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호수의 물은 하늘을 담아 아주 파란 물입니다.
그러니 구채구의 호수라도 다 같은 호수로 대접받지 못하나 봅니다.
어찌 하늘은 주유를 세상에 보내시고 또 공명을 보냈습니까?
14km를 달려 도착한 곳은 낙일랑(諾日朗)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지금도 원주민인 장족이 살아가는 마을입니다.
잠시 마을 풍경을 구경합니다.
여기가 구채구 안에 있다는 아홉 마을 중 한 곳이 아닐까요?
롱다와 타르초.
우리와는 다른 문화.
그러나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방법의 다름이지
원천은 모두 같은 게 아닐까요?
그들의 몸속에 흐르는 피의 색깔과 온도는 우리와 같은 색깔이고 같은 온도이니까요.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사랑하듯 그들 마음속에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조국과 자유를 사랑하듯 그들도 조국과 자유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마음은 피부색이 다르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마니차
라마교를 믿는 티베탄에는 필수품인 마니차는 휴대하며 돌리는 원통형
경전으로 그러니 수시로 돌리고 있으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여
누구나 가지고 다니며 돌린다 하더군요.
어찌 보면 게으른 사람의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생각해낸 현명한 방법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라리 많이 돌려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고속 전기모터를
장착한 마니차를 만들어 팔면 어떨까요?
모든 사람이 금방 득도를 하는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고속으로 돌아가는 모터를 장착한 마니차를 든 손은 틀림없이 마이더스의 손이 될 것입니다.
엉뚱한 생각의 달인인 佳人이 생각하는 머리의 한계입니다.
옴 마니 반메 흠....
“온 우주(옴)에 충만하여 있는 지혜(마니)와 자비(반메)가 지상의 모든 존재(훔)에게
그대로 실현되리라”라는 뜻이 있는 말이라고 했던가요?
佳人도 속으로 외워봅니다.
득도의 길이 이리 쉽고 빠르다니...
그들은 이렇게 곳곳에 타르초를 걸어놓고 기원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염원을 그리도 하는 걸까요?
이곳에 오는 길에서도 무수히 보아왔던 타르초...
경문을 적어놓아 바람에 휘날리며 온 세상으로 날아가
모든 중생이 해탈하라는 의미의 타르초....
바람이 많이 불어 더 멀리까지 갈 수 있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온 세상에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나 혼자만의 해탈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그런 해탈 말입니다.
집안의 모습 또한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 못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처럼 사는 사람은 이런 집에서는 하루도 살기 어렵겠네요.
이런 곳에서 잠을 잔다는 일은 마치 성황당 안에서 잠을 청하는 듯하지 않겠어요?
야크의 머리인가요?
왜 이런 것을 기둥에 걸어놓았을까요?
용맹함의 상징인가요?
아니면 죽은 야크의 영혼을 위로함일까요.
이층을 마니차 모양으로 장식했네요.
정말 종교는 장족에게는 삶인가 봅니다.
무엇을 저리도 기원했을까요?
돈을 돌로 괴어놓았습니다.
부자 되게 해달라고 그랬을까요?
정식용 경통인 마니차인가 봅니다.
스투파
그래... 바람아 불어라~
가슴에 뭉쳐 있는 응어리를 모두 날려버려라.
그래... 바람아 불어라~
세상 끝까지 불어 온 세상으로 날려버려라.
롱다( 風馬 )와 타르쵸(經文旗)
다섯 가지 색의 의미 또한 다르다고 하죠.
룽다의 의미는 타르초와 같지만, 모양이 줄에 매달아 두지 않고 장대에 달린 게
조금 다르고 룽다란 풍마(風馬)라는 말로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말 갈퀴와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것이라 하네요.
마치 달리는 말 갈퀴처럼 나무에 매달려 바람에 휘날리면 영락없는 그 모습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티베탄의 집은 창문이 참 예쁩니다.
문양이며 채식한 모습이 눈길을 끄네요.
우리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 듯합니다.
눈이 참 맑고 깨끗해 보입니다.
워낙 맑은 곳에 살다가 죽었기에 죽은 눈마저 맑아 보입니다.
그런데 누가 이런 것도 장식용으로 사 가는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약속하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은 오고 세월은 흘러갑니다.
우리가 약속하고 기다린다고 그대로 이루어질까요?
세상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취를 남기지 않고 왔다가 사라집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을진대......
佳人같은 여행자도 왔다가 자취를 남기지 않습니다.
티베탄의 땅 구채구
잊혀 가는 것과 사라져 가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우리는 티베탄이 사는 정원을 이렇게 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佳人은 단지 바람처럼 물처럼 그렇게 흔적도 없이 구채구를 지나쳤나 봅니다.
그러니...
그때가 2012년 11월 15일 늦은 가을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