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작폐(作弊)라는 일

佳人 2013. 7. 10. 08:00

위의 사진은 화광루라는 누각에 올라 열린 문 사이로 금병산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혹시 랑중을 가시는 분이 계시면 꼭 저 산에 올라 반대쪽인 이곳 랑중 고성을 바라보세요.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합니다.

둥글게 만든 월문을 통해 바라보니 금병산은 둥글게 보입니다.

만약 삼각형으로 만들어진 문으로 바라보았더라면, 틀림없이 삼각형으로 보였을 겁니다.

 

이렇게 세상은 내 마음으로 만든 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나 보나 봅니다.

세상의 모든 다툼은 바로 이런 개인의 시야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게 편견이든 아니든...

위의 사진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니 원뿔형이네요.

 

편견이 바로 개인의 발목을 잡지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는 바로 이런 개인적인 시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내가 본 세상만이 바른 세상이라 우기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른 세상을 틀린 세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佳人의 여행기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어느 분은 무척 지루해하시고 어느 분은 함께하시며 동감해 주시고...

어느 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고 또 어느 분은 왜 글을 쓰느냐고 하십니다.

물론 재미없어 읽지도 않는 분이 훨씬 많지만 말입니다.

 

많은 분이 블로그나 카페를 방문해 佳人의 여행기를 보시고 가시지만, 공감하셔서

댓글 남겨주시는 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 원인이 재미없는 이야기를 쓰니 그럴 겁니다.

전문 작가라면 좀 더 알찬 여행기로 재미있게 쓰겠지만, 아마추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여행기를 쓰기 시작해 이미 반이 지났습니다.

가끔은 지치기도 하고 의미를 느끼지도 못해 중단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마지막까지 완주하고 싶습니다.

비록, 혼자만의 시각으로 엉뚱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위의 사진에 보이는 까만 판에 그림 같은 글자는 청나라 때 섬서성과 감숙성 총사령관인 랑중 출신

마덕소라는 사람이 쓴 집자괴성점두도(集字魁星点斗圖)라고 하는 작품이라 합니다.

마덕소가 바로 이 동네 출신이었던 모양입니다.

 

이 글은 사람 모습으로 형상화한 글로 과거시험 급제자들의 학문하는 자세를 형상화한 것이라 하네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발은 큰 거북(鰲)을 밟고 다른 한 발로는 하늘의 북두칠성(斗)을 떠받들고

왼손으로는 벼루를 오른손으로는 붓을 잡고 있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라 하네요.

 

이 그림 속에는 정심수심극기복례(正心修身 克己復禮)라는 글자가 숨어있다고 하는데...

잘 아시죠?

무식한 佳人은 그 글자를 일일이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삼국지가 쓰였던 시기의 동한 말에는 이런 공개적인 과거제도를 통하여 인재를 등용한 게 아니라

특이한 효렴(孝廉)이라는 제도로 뽑았다 합니다.

효렴은 한무제 때 만든 제도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품행이 방정하고 청렴한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라 합니다.

20만 명 당 1명씩 천거하여 그중에 뽑아 쓴 모양입니다.

사실, 어느 제도나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의 문제로 재도가 혼탁해지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유교적인 방법으로 인성 위주로 뽑았다는 말이겠네요.

지금으로 보면 내신성적 중 학습 성취는 빼고 자원봉사나 뭐 이런 것으로 선발했다는 말이겠네요.

물론 좋은 제도입니다.

암기 위주의 외우기에만 충실해 인성이 부실한 사람보다 많은 사람에 칭찬받고 반듯한 사람을

관리로 등용해 쓴다니 얼마나 좋은 제도입니까? 

 

인성이 바른 사람은 사실 머리만 좋은 사람보다 일 처리에서 합리적으로 할 수 있기에 더 나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 이런 뛰어난 제도도 세월이 지나며 점차 혼탁해지게 되지요.

지방 군벌이나 세력가의 자식은 무조건 추천으로 천거되었고 돈이 또 개입하며 매관매직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권력의 세습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었을 겁니다.

인간은 이렇게 좋은 제도를 또 이렇게 추악하게 변질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인간만이 저지르는 나쁜 방법이지요.

인간의 위대함은 이렇게 좋은 제도를 만들고 또 이 제도를 가장 나쁜 제도로 변질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이렇게 한나라는 점차 개판이 되어가고 나라가 뿌리째 흔들리게 됩니다.

나라의 일을 처리할 관리가 이렇게 선발되면 그 사람이 하는 짓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 아닌가요?

결국, 효렴이라는 제도가 한나라를 병들게 했을 겁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인물은 당송 8 대가라는 유명한 사람들이네요.

 

사실, 조조도 환관 출신인 할아버지 덕분에 관리에 등용되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손권도 집안 덕분에 입신양명을 이루었고...

그러나 찌질이라 욕을 먹는 유비는 이런 제도가 아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사람으로

이 문제만큼은 누구도 유비를 비난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유비는 전혀 효렴과는 무관하게 자기 힘으로 황제가 되었으니 이 점에 관해서는 칭찬해야 하겠네요.

자수성가했으니까요.

지금도 우리나라에도 부모 직업을 따라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스스로 노력해 정당한 시험을 통해 부모의 직업을 따라간다면 누가 비난하겠습니까?

그게 아니기에 욕을 먹지 않습니까?

고위공직자 자식은 지금도 효렴처럼 특별 채용되고...

대기업의 노조원은 그 자식이 대를 이어 그 회사에 효렴보다 더 강한 의무채용으로 이어지고... 

 

위의 사진은 청나라 때 쓰촨 출신 진사 합격자 사진입니다.

물론 정식 시험을 통과해 가문의 직업을 잇는 일에 누가 뭐라 하겠어요.

그러나 시험에 의하지 않고 부모가 연예인이라는 것 때문에 그 집안의 자녀는 대부분 부모의 후광으로

독점한다는 게 문제지요.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부지런히 TV에 얼굴 내밀며 부모 손에 이끌려 화면을 들락거리더군요.

 

이곳 랑중 출신의 진사는 쓰촨 성에서 가장 많은 진사를 배출한 향학열이 높을 지역이라고 합니다.

역대 쓰촨의 진사가 17명을 배출했는데 랑중 출신의 장원급제자만 4명이고 진사는 무려 116명이나 배출했고

공사 출신은 403명이나 배출했다고 하니 여기서는 전시에서도 급제하지 못한 사람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이런 게 현대판 효렴인가요?

등용문을 뛰어오르는 잉어처럼 원하는 것을 얻었을까요?

물론 아닌 사람도 많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정문입설처럼 스승을 존경하며 배워 깨달음을 얻어 크게 성공한 사람도 많습니다.

단비구법(斷臂求法)이라도 해서 배움을 청해야 하나요?

부의 대물림, 직업의 대물림, 그러나 효렴이라는 제도는 당시에 권력의 대물림이었나 봅니다.

 

이에 효렴의 폐악을 과감하게 타파한 조조야말로 영웅이 아닌가요?

조조는 구현령을 천하에 포고하고 유재시거(唯才是擧), 즉 재능이 있는 자를 천거하면 과감히 등용한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조조만 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이것도 누가 천거하느냐에 따라 등락이 결정된다면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러나 정정당당한 시험제도를 통하여 인재를 뽑으려 하니 이번에는 작폐(作弊)라고 하는 치팅이 또 생겼습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커닝이라는 부정행위죠.

위의 사진을 보니 교묘하게 신발에 컨닝 페이퍼를 넣었다가 걸렸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 신발에서 나온 컨닝 페이퍼를 책처럼 만들어 책방을 차려도 될 만큼 무지하게 많이 나옵니다.

화수분처럼...

 

또 깨알 같은 글자를 종이에 빽빽하게 적은 것도 발견되었습니다.

저런 종이는 옆사람에게 보여줘도 본인 외에는 무슨 말인지 모를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당한 실력으로 당당히 통과한 사람을 얼마나 될까요?

저런 짓도 사실 능력이 있어야 할 겁니다.

 

이 정도의 페이퍼에 글을 써 둘둘 말아 숨겨올 정성이면 공부를 하면 어땠을까요?

저 정도의 노력이라면 충분히 외우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이게 만일 시험에 나온다면 그냥 답안지로 제출하고 나오려 했나요?

그때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나라가 다르고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흘렀지만, 인간의 행동은 어쩌면 이렇게 판박이일까요?

 

시험이란 스트레스죠.

맞는 말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스트레스는 모두 받습니다.

어쩌겠어요.

그게 우리 삶의 한 부분인데...

그렇다고 모두 같은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해 평준화한다는 일은 더 웃기는 일이 아닌가요?

죽을 때까지 같은 대우를 해야 할까요?

 

오늘 여러분에게 佳人이 아주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 아주 재미있는 사진이 있어 찍어보았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유행한 뉴 패션입니까?

 

공부 잘하라고 학동에게 이런 옷이 유행했나요?

시험 잘 보라는 의미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진만 보아도 우리도 알 수 있는 바로 그런 내용입니다.

정말 대단한 정성이지요?

 

바로 과거의 폐단을 과감히 거부하고자 온 몸으로 저항한 흔적입니다.

커닝을 온몸으로 하겠다는 처절한 의지의 표현...

눈물겹습니다.

아주 아래위를 세트로 갖추고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군요?

그야말로 부정시험의 끝판왕이라고 보입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윗 옷만으로 부족했나 봅니다.

오늘 인간의 위대한 작폐의 모습은 속옷에까지 치팅을 위해 온몸으로 저항했나 봅니다.

봄부터 소쩍새가 울 듯 말입니다.

 

내의 바지춤에도 아주 촘촘히 적었습니다.

이 친구는 지난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했으니 뿌듯했을까요?

제발 여기에 쓴 내용이 출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예상문제가 틀렸다면 다음 시험에 또 저 속옷을 입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빨아 입지도 못하잖아요.

 

만약, 저 옷을 입고 그곳에 쓴 내용이 시험에 나왔다면 저 옷은 족보가 되어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 승계했을까요?

다른 사람이 입었던 저런 속옷을 입는다는 게 찝찝하지 않았을까요?

중국이란 나라는 목욕을 자주 하지 못했기에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이렇게 커닝하는 일을 작폐(作弊)라 부르나 봅니다.

여기 작폐(作弊) 자의 최후 사진도 있네요.

그냥 훈방조치로 끝내지 않았나 봅니다.

 

나는 비록, 이런 일을 했지만, 다른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하는 듯 佳人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바라보니 우리의 덜수를 많이 닮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작폐라는 나쁜 일을 한 자에게는 빠떼루로 끝내지 않았나 봅니다.

목칼을 씌워 중죄인으로 다스렸나 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으며 시험 결과에 웃고 울고 했을까요?

아마도 춘향이 남친이라는 몽룡이도 이런 과정을 겪었을까요?

작폐 말입니다.

시험을 앞둔 사람이라면 이곳에 머물며 그들의 기를 받아보는 일은 어떨까요?

작폐는 빼고 말입니다.

 

중국산 氣는 효능효과가 적다고요?

그러시면 오래도록 머물며 받아보는 것은 어때요?

가서 기둥에 엿이라도 붙이고 오시면 어떻겠어요?

 

차라리 더 확실한 커닝 페이퍼를 만들라고요?

그러다 걸린 사진도 있네요.

이 정도의 정성으로 공부를 더 했더라면 장원은 따놓은 당상인데...

 

오늘은 너무 슬픈 날...

사람이 사는 세상은 정말 험한 세상인가 봅니다.

그런 세상을 쉽게 건널 수 있는 다리는 어디 없나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효렴이라는 제도는 그 시작이 나쁜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기득권을 가진 자에 의해 효렴이라는 제도가 점차 퇴색되며 악용되었습니다.

이에 과감하게 폐악을 근절하고 조조는 천하에 구현령을 포고하고 인재 등용을 실력으로만 하겠다고 공표했지요.

정말 조조만 한 영웅도 흔치 않았습니다.

오늘 조조에 칭찬 한마디 건네고 싶습니다.

그냥 엉덩이 말고 허리만 툭~ 치고 말입니다.

공연히 허리만 툭 쳤다고 조조가 고발이라도 하면 친 사람은 패가망신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