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락산의 부재락호(富哉樂乎)!
이제 부락산으로 갑니다.
방금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들어오며 도로 표지판에 부락산 입구라는 글을 보았기에 천천히 걸어서 가렵니다.
우리가 버스를 내린 곳이 바로 부락산에서 멀지 않은 곳이네요.
부락산 입구에는 도원삼결의를 상징하는 거대한 유관장의 동상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곳은 놀이터로 변했나 봅니다.
아이들이 올라가 놀이라도 하나 보네요.
입구에 도착하니 부락산에 오늘 무슨 일이 있나 봅니다.
인산인해라고 해야 하나요?
중국이라는 나라는 인구가 많은 나라이기에 이 정도는 많은 인파가 아닐 수 있겠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이곳으로 오는 도중 들렸던 어느 곳도 이런 인파를 본 적이 없습니다.
부락산으로 들어가는 입장료는 5원입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니 이렇게 저렴한 곳도 있네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이유가 佳人이 이곳에 온다는 소문 때문에 佳人을 보기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국화전시회 때문이라 합니다.
관화미심(觀花美心)이라고 했나요?
그럼 오늘 이곳에 오며 플라잉 돼지 대가리를 보았기에 여기서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고 갈까요?
부락산(富樂山)
천지인화(天地人和)
좋은 말이지만, 오늘은 전쟁입니다.
들어가는 일조차 말입니다.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하지만, 여기는 줄이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줄을 서서 순서를 지키며 표를 산다는 일은 사치스러운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서서 기다려도 줄도 제대로 없거니와 앞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늘 새로운 줄이 옆에 다시 생기고 순서를 기다리는 우리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갑니다.
이제 우리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작정합니다.
오늘 중국인과 제대로 한판 붙어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결국, 해냈습니다.
우리도 중국에서 인파를 뚫고 표를 사는 요령을 터득합니다.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일은 인간에 새로운 지혜를 알려줍니다.
이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하나를 또 배웠습니다.
만약, 여러분께서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들어가는 일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셔야 할 겁니다.
이때는 언제나 소지품에 대해 조심해야 할 겁니다.
부락산은 삼국지 이야기 중에 비중이 무척 큰 지역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유비가 이제 제대로 된 지역연고지를 지니고 메이저리그에 당당히 등장하는 계기가 된 곳이니까요.
그러나 오늘 우리는 삼국지 기행을 위해 여기 왔다가 국향에 취하게 생겼습니다.
아닌가요?
사람에 먼저 취했습니다.
미엔양은 삼국지가 쓰였던 시기에는 부성이라고 했던 지역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부성은 촉도의 목구멍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길목인 셈이죠.
바로 미엔양 아래에 멀지않은 거리에 당시 익주라 했던 청두가 있잖아요.
유비가 이곳으로 군사를 이끌고 들어왔으니 바로 목구멍에 창칼을 디밀고 있는 셈이 되었네요.
고무신만 거꾸로 신으면...
당시 이곳은 유비와 종친이라는 유장이 다스리던 곳이었지요.
부락산이라는 이름은 원래 동산(東山)이라 불렀으나 유비가 이곳에 와 한마디 했다고 나중에 이름을 바꾸었다
하며 이곳 부락산은 한중의 장로에 맞서기 위해 이곳을 다스리던 유장이 외부세력인 유비를 끌어들여
처음 맞이한 곳이라 합니다.
유장은 유비에게 이곳에서 홍문연과 비교되는 부성회를 베풀며 거대한 잔치를 베풀었던 곳입니다.
종친이 도와준다고 먼 길 마다치 않고 군사를 이끌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그런데 이걸 아셔야지요.
유장의 군대는 지금까지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민방위 수준이고 유비가 이끌고 들어온 군사는
그동안 조조군이나 오나라 수군과도 싸웠기에 닳고 닳아 전투라면 신의 반열이 오른 전투의 달인
으로 산전, 수전, 평야전 등등...
두 세력이 맞붙으면 벌써 기선제압부터 당해 기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방적인 전투가 될 겁니다.
여기 부락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유를 보여주는 그림 한 점이 있어 소개합니다.
그때 유비가 술에 취해 부락산에서 지금의 미엔양을 내려다보며 "부재락호(富哉樂乎)!"라고 했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장면은 술을 많이 먹어 쉬가 마려워 밖으로 나온 게 아닐 겁니다.
부락산 위에서 부성 읍내를 내려다보며 "부유하구나!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란 말인가~" 라고
했다는 말이지 싶습니다.
술을 마시다 흥에 겨워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며 유비가 이렇게 술김에 한마디 했나 봅니다.
그리고 유비는 그때 마음 속으로는 "이제 여기는 얼마후 내가 왕이 될 꼬야~"라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요?
당시 술에 취한 척 했지만, 유비의 눈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佳人뿐이었습니다.
그때 유비가 부성을 내려다보았던 자리가 혹시 지금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이 자리가 아닐까요?
그림처럼 깎아지른 바위도 없는 밋밋하고 평범한 동네 산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그림은 조금 오버한 그림입니다.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팔을 치료하는 모습으로 보이는게 사실 관우는 이곳에 온 적고 올 생각도 없이
형주 부근에 머물다 그곳에서 세상을 하직한 장수입니다.
화타도 그걸 증명할 수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여기를 부재락호(富哉樂乎)에서 중간에 한 글자씩 빼고 누각을 짓고 부락당이라 이름 지었다 합니다.
이렇게 극진히 대접했는데 이때 이 지역의 옥토를 바라보며 유비는 속으로 이곳을 삼키려고
음흉한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을 물론, 본인에게 물어보면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겠지만...
그게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그쵸?
삼고초려 때 공명이 알려준 지혜가 바로 여기를 프랜차이즈로 하라는 말이 아니었나요?
그리고 서천을 취하면 형주는 동오에 돌려준다고 각서까지 쓴 사람이 바로 유비 자신이 아닌가요?
이렇게 세 사람이 도원결의할 때부터 한실 재건은 말로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요.
위의 사진은 이곳 부락산에서 유 서방 두 사람이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며 종친이라고 말입니다.
종친도 믿을 게 아닌가 봐요.
유장은 유비가 군사를 이끌고 온 것에 대해 이렇게 극진히 접대하며, 같은 술을 같은 자리에 앉아 마시지만,
두 사람은 동상이몽 중입니다.
유장은 장로의 공격을 막은 후 적당한 시기에 유비를 징저우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유비는 적당한 시기에 명의변경을 한 후 서천을 그대로 꿀꺽해야지 하고 말입니다.
두 사람에게 공통점은 적당한 시기뿐인가 봅니다.
佳人도 적당한 시기에 이곳 구경을 마치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렵니다.
이제 부락산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역시 중국답게 사람이 많습니다.
앞사람을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 움직여야지 급한 마음에 추월한다는 생각은 버려야겠습니다.
중국의 인파란 우리가 상상하는 인파 그 이상입니다.
꽃이 많습니까?
아니면 사람이 많습니까.
오늘 꽃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사람 구경하게 생겼습니다.
꽃이 아름답습니까?
아니면 사람이 아름답습니까.
아직 남은 세월...
살아가는 동안 열심히 사람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 했나요?
오늘 잠시 삼국지는 잊어버리고 꽃구경부터 먼저 하렵니다.
우리 함께 꽃구경하며 관화미심이라도 해보시렵니까?
전부 국화죠?
종류만 다른...
어때요?
여행 중에 이렇게 잠시 국화 향기에 취했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요. 그쵸?
아니라고요?
사람에 취하셨다고요?
그렇군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은 정말 사람이 많습니다.
요즈음 차도 많더군요.
그런데 여기는 꽃도 많았습니다.
삼국지의 이야기 속에 나왔던 곳을 찾아 왔지만, 삼국지는 잠시 잊고 꽃구경에 넋을 잃어버렸습니다.
관화미심(觀花美心)이라 했나요?
오늘 잠시 꽃에 취해 그동안 살며 마음 속에 숨어지내는 나쁜 마을을 꽃을 보며 혹시나 잠시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꿔보려 했지만, 돌아서니 역시나였습니다.
佳人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