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삼분지계가 시작된 곳
삼국지의 시작은 도원결의부터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사실상의 주인공이 이 세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 세 사람으로는 삼국지라는 소설이 2%가 아니라 98%가 부족합니다.
뭐가요?
재미가 말입니다.
부락산 입구에 가면 어마어마하게 큰 동상이 도원삼결의라는 이름으로 우뚝 서있습니다.
도원삼결의.
참 좋은 말입니다.
지켜지기가 쉽지는 않은 약속이지만, 그러나 이 말은 그 의미가 다른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날한시에 죽겠다는 단순한 의미보다는 말입니다.
인간이란 원래 결점이 많은 동물이죠.
그 부족한 결점을 서로 보완하고 도와줌으로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나가자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되며 의형제란 상징적인 관계를 맺은 세 사람은 결국,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살아가자는 약속일지 모릅니다.
미엔양(綿陽 : 면양)이라는 도시는 지금은 쓰촨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 합니다.
이 도시는 쓰촨 대지진 때 가장 널리 알려진 도시 중 한 곳일 겁니다.
이 도시 부근이 당시 진도 8의 엄청난 지진 피해를 당한 곳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요.
유비가 서천으로 군사를 이끌고 한중의 공격을 막아준다고 들어와 안방 차지를 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서천의 여러 곳에 부하장수를 배치하고 굳히기에 들어갔잖아요.
당시 촉의 유장은 여우 피하려고 호랑이를 끌어들인 셈이 되었다네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고...
많은 장수가 군사적 요충지를 하나씩 자리 잡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때 이곳 미엔양의
오른쪽 낭중(阆中)은 바로 장비가 주둔했던 곳입니다.
바로 우리가 어제 그곳에 갔다가 오늘 아침에 미엔양으로 왔지요.
그때 그곳의 지명이 파서나 낭중으로 불렀을 겁니다.
위의 사진은 공명이 유비가 삼고초려를 왔을 때 유비에게 건넨 천하 삼분지계를
설명하는 그림인데 이미 공명은 당시 융중이라는 시골에 있으면서
천하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던 겁니다.
천하를 쥐락펴락하는 일이 어렵고 힘든 일로 생각되지만, 공명 같은 사람에게는
시골에 누워서도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입니다.
우리가 알기에는 천하를 셋으로 나눈다는 계책은 제갈량이 양대 세력 속에 비교적
작은 유비가 살아남기 위한 계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조조는 천하 통일을 꿈꾸었을 것이고 오나라의 손권은 천하 이분을 꿈꾸었을
것이니 이 말은 처음부터 푼수처럼 천하 통일이니 뭐니 하며 바람만 잔뜩 들지 말고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균형과 견제를 하며 줄타기를 하며 시간을 끌어 힘을 기른 후
다시 검토하자는 말이니 천하는 하나고 같은 천하지만, 이렇게 사람은
그가 처한 입장에서 천하를 보는 눈이 모두 다릅니다.
세상 일이 원래 그래요.
실제로 그 후 많은 전투가 벌어졌지만, 공명의 의도대로 동오와 합종연횡하며 버티기에
성공했으며 그런 가운데 후발주자가 메이저 경기에 나서려면 우선 바람을 덜 타고
힘을 기를 수 있는 외진 곳이 더 좋다는 말이겠죠.
그런 의미로 보면 서천지역은 그야말로 중원에서 조금 비켜서서
바람을 덜 탈 수 있는 곳이 분명합니다.
조비가 합법(?)적으로 제위를 강탈하여 대위라는 국호를 정하고 먼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이제 개나 소나 모두 황제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유비도 뒤질세라 "너만 大 자를 쓰냐? 나도 大 자다."라고 하며 대촉이라 국호를 정하고
자기도 황제라고 칭하니 이제 중국에서는 황제 인플레이션이 왔습니다.
같은 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뜰 수 없다고 했지만, 드디어 이 철칙은 깨지고 만 겁니다.
지금의 미엔양은 당시에는 파서나 낭중처럼 인근에 있어 장비가 이 부근을 다스리고
있었고 이렇게 세월이 지나다 관우가 뻘짓하다 동오의 여몽에 죽게 됩니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도원결의를 했던 유비와 장비는 관우를 죽인 오나라를
치고 싶은데 그게 천하 통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동오를 치고 다시 말머리를 북으로 돌려 여세를 몰아 위나라를 치면 글자 그대로
천하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유비 머리로 생각하는 아주 단순한 계산이죠.
그러나 공명을 위시한 대부분의 사람은 동오보다 위를 먼저 쳐야 한다고 합니다.
동오는 연합의 대상이지 정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동오를 쳐 이긴다 해도 이미 전력의 많은 손실이 따르고 자연히 위의 공격이
이루어지면 촉한은 사라진다고 생각한 거죠.
물론 동오와의 전투에서 지면 더 큰 국력의 손실은 불을 보듯 뻔하고요.
장비는 낭중에서 익주로 들어와 촉 황제가 된 유비를 만나 형님 관우 원수를 살아생전
갚겠다고 조르고 결국, 두 사람은 사사로운 정 때문에 75만이나 되는 대군을 이끌고
드디어 동오를 치기 위해 출전을 합니다.
결국, 그놈의 사사로운 정이 또 여러 사람만 잡았습니다.
그러나 장비는 너무 서두르다 무리수를 두게 되고 앙심을 품은 부하장수에 암살을
당하며 이로써 도원결의한 형제 중 유비만 남게 되었네요.
남았다고 해도 잠시지만요.
이제 1세대는 하나씩 저물어가고 도원결의 2세대의 활약으로 넘어가나 봅니다.
천하 삼분지계고 이분지계고 천하 통일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니 모두 뜬구름같은
일이 되고 말았으며 아무리 영웅호걸이 나타나도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그게 지나고 나니 모두 탐욕이라는 게 분명합니다.
영웅이니 뭐니 하며 천하를 욕심부리지만, 결국, 민초만 고생한 셈입니다.
영웅은 천하를 필요로 하지만, 민초는 정말 영웅을 원하지 않걸랑요.
도대체 삼국지를 읽다 보면 군사는 집에서 밥숟가락 뜨기보다 맨날 명령에 따라
제대로 편안히 앉아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아이는 어떻게 태어났으며 소는 누가 키웁니까?
중국도 소는 키웠을 것 아니겠어요?
천하의 기운이 어느 한 쪽으로 몰리면, 다시 흩어지고
흩어진 기운은 뒤에는 다시 뭉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게 자연의 섭리거늘 인간이 아무리 영웅이라 해도 자연과 세월에 맞서
천하의 기운을 돌릴 수 있겠어요?
천기를 읽었다는 공명도 이루지 못한 게 바로 그런 일이 아닐까요?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일은 군사의 숫자만이 아니라 지형지물이나 전략, 보급,
군사의 사기, 그리고 그날의 기후마저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영웅이라 자처하지만, 배신과 역 배신...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게 영웅의 모습인가요?
세상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듯이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고
내일의 적이 다시 친구가 되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요?
장강을 중심으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흘린 민초의 피가 장강을 흐르는 물보다도
더 많을 것이고 그때 전쟁터에서 죽은 민초의 시신이 쌓아놓으면 태산의 높이보다도
더 높고 펼쳐놓으면 중원을 가득 덮고도 남을 겁니다.
그래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지금 남은 것은 또 무엇입니까?
결국, 중국의 인구조절에 기여했을 뿐이었나요?
아니라고요?
그때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사람이나 전쟁을 피해 산에 숨어들며 가족끼리
알콩달콩 살았던 사람 모두 죽었기에 지금은 모두 흔적조차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요?
그랬기에 중국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고 전쟁이 조절 효과가 있다고요?
이렇게 광풍이 몰아치듯 난리법석을 부렸지만, 천하 통일은 가장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조조도 아니고.. 그럼 신출귀몰한 천재성을 지닌 공명을 거느린 유비도 아닙니다.
멀리 떨어져 늘 남의 집 불구경하기를 좋아했던 손권도 아니고...
그럼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공명과 쌍벽을 이룬다는 사마 중달의 후손인 사마 염이 아닙니까?
원래 중국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고 했쪄! 안 했쪄!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그런가 봅니다.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헐벗고 굶주려가며 개미처럼 재산을 모았지만,
사실 그 돈을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입니다.
소설 삼국지든 역사 삼국지든 가장 유명한 장면 하나를 꼽으라면
제갈량의 천하 삼분지계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26살의 제갈량이 융중에 앉아 찾아온 유비에게 설파한 천하를 셋으로 나눈 원대한
이 계책은 약자의 생존 전략으로는 물론 향후 큰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원모심려(遠謀深慮)의 대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천하를 셋으로 나누는 천하 삼분은 한나라 유방을 도와 천하 통일에
큰 힘을 보탠 한신의 모사로 알려진 괴통의 입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가 한신에게 천하 삼분을 먼저 제안한 특허권자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벌써 공명보다 400여 년이나 앞서서 말입니다.
그런데 천하 삼분지계를 우리는 공명의 특허로 생각합니다.
모서리가 둥근 것도 아닌데 무슨 특허?
대단한 발상이며 천하를 셋으로 나눌 때 가장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하여
대단한 발상으로 여기기에 아직까지도 천하 삼분지계가 입에 오르내립니다.
그러나 당시의 세력 균형에 오리지날 원본인 조조의 힘인 위나라가 있었고 멀리 강 건너
불 보듯 언제나 멀리서 딴청 피웠던 오나라가 있었잖아요.
그런 이제 막 신생세력으로 촉의 땅으로 넘어와 이곳을 날로 삼켜 세력을 키우면
그게 하나의 세력이기에 천하는 세 곳으로 나눌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나 공명과 같은 시기에 먼저 천하 삼분을 주장했던 사람이 또 있었지요.
맨날 공명에 얻어터지고 공명을 더욱 빛내준 조연이며 심지어 관우에게까지 깨지면서도
묵묵히 자기 일만 열심히 한 오나라 노숙이 있었습니다.
사실, 佳人은 개인적으로 노숙을 좋아합니다.
노숙의 생각은 언제나 합리적이었고 순리를 따르는 것으로 생각되어서요.
절대로 무리하지 않았고 공평하게 행동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천하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누구나 그런 말을 할 수 있기에
대단한 계획이 아니라는 말이 되겠네요.
이렇게 삼국지라는 이야기는 도원결의가 시작이고 서천을 꿀꺽 먹고 천하 삼분을 이루고
난 후 그 결말은 바로 출사표로 시작하는 북벌로 마지막을 장식한다고 봐도 되겠네요.
우리가 보고 온 지금까지 출사표는 모두 악비의 글이었지만, 악비가 아닌 전출사표와
후출사표가 위의 사진에 보이기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히려 악비의 글이 아니라 더 눈길을 끌었다고 봐야 하겠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위의 사진을 보니 가운데는 제갈량 조상을 새겼고 양쪽으로 전, 후출사표를 새겨놓았습니다.
공명의 모습 왼쪽에 있는 글이 눈길을 끕니다.
"양표수삼고, 일대족천추(兩表酬三顧, 一對足千秋)"라고 썼네요.
아마도 이글의 의미는 "두 번의 출사표는 삼고초려에 보답하였고,
융중대는 천고에 전할만하다."라는 말인듯합니다.
이 말로 볼 때 공명이 북벌을 삶의 마지막 목표로 삼은 이유를 알 듯합니다.
삼고초려에 대한 보답으로 북벌하고 그 일은 이미 융중에서 생각해 두었다는 말이 아닌가요?
이렇게 제대로 모르는 佳人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여행 중입니다.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