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락산을 떠납니다.
위의 사진은 부락산 정상에 있는 부락각으로 우한의 황학루에 비교할 정도로
유명한 누각이라고 합니다.
어때요?
여러분이 보시기에 황학루와 비교가 됩니까?
우리는 나중에 우한에 들려 황학루를 보았지만, 비교할 정도까지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누각은 제법 볼만 하네요.
신군수어(臣君水魚)라는 말은 수어지교( 水魚之交)라고도 하지요.
아래 사진에 보이는 공명과 유비의 상이 부락산 정상 부락각을 마주하며 서 있습니다.
신하와 군주는 물과 고기 같은 사이라는 말이겠지요.
이런 사이가 어디 군신간에만 있을까요?
부부 사이도 이와 같지 않겠어요?
물론, 부부 사이가 원수 같은 사이라면 저수지에 물을 빼버리면 됩니다.
물도 사라지고 고기도 모두 죽어버리니까요.
“패업을 이루시려면 북쪽은 천시(天時)를 차지한 조조에게, 남쪽은 지리(地利)를 차지한
손권에게 각각 양보하고, 장군은 인화(人和)를 이루어 형주와 서천을 취해 정족(鼎足)지세를
이룬다면 뒤에 중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족(鼎足)의 다리가 셋이라 했나요?
이곳 서천을 차지하고 천하를 셋으로 나눈 다음 천하를 도모하라는
공명의 훈수는 신의 한 수가 분명합니다.
천시, 지리 그리고 인화라는 공명의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그러나 유비를 지칭한 인화라는 말은 조금 오버한 것 아닌가요?
그래도 공명은 자신의 주군을 위해 아주 멋진 말로 도배를 했네요.
만약, 그랬다면, 유비 주변에 인재가 구름 떼처럼 몰려 들어야 하는데 유비는 늘
인재난에 허덕였고 오히려 조조의 주변은 언제나 인재가 넘쳐났다는 게 진실이지요.
유비를 처음 만난 날 공명이 했던 말이랍니다.
이에 유비는 공명을 만난 일에 대해 격하게 감동하여 나온 말이 바로
수어지교( 水魚之交)라는 말이었을 겁니다.
이로써 두 사람은 천생연분처럼 평생을 함께하게 되었답니다.
어때요?
두 사람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사실 천하의 모든 인재를 모두 모아도 공명 한 사람만 못하다고 생각되네요.
제갈량은 유비가 삼고초려를 하며 자신을 불러준 것에 대한 고마움...
유비가 천하 통일을 쉽게 할 수 없음을 알고도 끝까지 함께하며 끝까지 보좌한 일...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한세상을 산
두 사내의 정은 어디 신군수어라는 단순한 말로 모두 표현할 수 있겠어요?
사랑이란 이성 간의 사랑도 있고 가족 간의 사랑도 있지만, 이렇게 동성 간에 남남으로 만나
서로 이해하며 마음 깊숙이 우러나오는 울컥한 연민의 마음도 사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삼고초려를 하며 유비는 툴툴거리는 관우와 장비를 대동하고 세 번이나 공명의 초막을
찾아갔고 그날 공명의 허락을 받고 유비는 함께 돌아오며 공명을 군사로 모신 것을
수어지교라 생각했나 봅니다.
그러니 유비는 고기와 같아서 공명을 만난 게 마치 고기가 물을 얻었다고 느꼈던 모양이에요.
이때 공명의 나이가 27살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물고기가 물 안에 있을 때는 안전하지만, 만약 물을 떠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죽음입니다.
물을 떠난다는 말은 물고기가 프라이팬 위에 냉큼 올라가
좌로 굴러 우로 굴러한다는 말일 겁니다.
실제, 유비는 관우가 죽자 동생의 원수를 갚겠다고 공명의 만류를 뿌리치고 오나라
정벌에 나섰으며 그전까지는 공명의 말에 순응했지만, 이때는 관우의 죽음이
유비의 판단을 마비시켰나 봅니다.
뵈는 게 없으니 막무가내죠.
그래서 오나라로 떠난 유비는 물을 떠난 물고기이기에 바로 이릉전투에서 대패를 하고
겨우 수백 명의 군사만 대동하고 백제성으로 도망했으며 그곳에서 결국 홧병으로
죽음에 이르렀는데 물고기는 이릉전투에서 오나라 군사들의 화공에 전멸하다시피
모두 불에 타버려 물고기도 불고기가 될 뻔했답니다.
백제성으로 줄행랑하며 잘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올라앉아 있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유비는 처음 군사를 이끌고 이곳에 발을 디딘 후 공명의 말을 깊이 마음속에 새기며
그 뜻을 펴려 했을 겁니다.
아마도 바로 저 정자에 앉아 현덕호라는 호수를 바라보고 결심했을까요?
무슨 결심이요?
"주군! 제가 주군에게 처음 말씀드린 천하 삼분지계라는 말씀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그 첫걸음을 떼는 날입니다.
바로 우리가 천하 삼분을 위해 오늘 촉 땅에 도착했고 이제 여기서 밍기적거리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하여 여기 촉 땅을 날로 홀라당 삼키기만 하면 됩니다."
"에이~ 그래도 그렇지... 나도 욕심이 나지만, 남의 시선도 있고..."
"그 문제는 전적으로 제게 맡기세요. 제가 누굽니까? 바로 천하에 공명이 아닙니까?"
"난 양심이 바르고 덕을 숭상하는 사람인데 그럴 수 없지 않은가?"
"주군! 지금 와서 무슨 말씀입니까? 주군께서는 지금까지 늘 말로만 덕을 앞세웠지
사실 군사도 없어 언제나 다른 사람의 군사를 빌리기만 했고 성도 없어 셋방살이에
나가라 해도 모르쇠로 비굴하게 버타며 살았고 지역 연고도 없이 이름만 프랜차이즈라고 했지
평생을 협찬인생으로 사셨잖아요."
"그럼 군사~ 우리가 형주성을 밍기적거리며 날로 먹은 것처럼 여기에서도
버티기에 들어가면 된다는 말인가?"
"네 주군... 그렇습니다."
"아이 좋아라~ 그럼 난 머지않아 황제가 되겠네?"
물론, 처음 이곳으로 올 때는 공명 없이 군사로는 봉추를 데리고 왔지만, 마치 공명이
옆에 있는 듯하고 그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 환청에 사로잡혀
유비는 혼자 이런 생각에 빠졌는지 모릅니다.
여기 현덕호라는 연못가에 만든 누각에 앉아서 황제의 꿈을 꾸며 말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천하제패의 대업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인 천하를 셋으로 나누자고 결심한 장소가 바로
저 누각이었는지 모릅니다.
지금 그 누각 앞에 서서 잠시 그때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유비가 꾸었던 꿈을 실현하게 해줄 꿈의 도시 미엔양에 첫발을 디딘 유비는 바로 이곳에 올라
당시 촉을 다스리던 익주목 유장을 바로 여기서 처음 만났으며 100일 동안
환영연이 벌어진 곳이 바로 여기라고 합니다.
웃는 얼굴에 서천을 삼키려는 칼을 가슴에 품고 말입니다.
아...
여기가 바로 그때의 부락당이군요.
여기가 바로 유장이 유비를 위해 100일 동안 연회를 베풀었다는 부락당입니다.
참, 말도 많고 사연도 많은 그런 곳이지요.
이곳에 서니 그때 울렸던 풍악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촉한이시(蜀漢伊始)
촉한의 시작이 여기라는 말이겠지요.
이 말은 유비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말이 아니겠습니까?
부락당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이 하나 있고 그곳에 걸린 편액입니다.
이렇게 100일간 주거니 받거니 했지만...
유비는 유장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고 유장을 식솔과 함께 먼 시골로 쫓아버렸지요.
마치 조비가 한나라 마지막 황제 헌제를 멀리 쫓아보내듯이...
유비와 조비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습니까?
유비는 창칼로 쫓아버렸고 조비는 선양을 통해 대통을 이어받았으니
법률적으로는 조비가 더 떳떳한 것 아닌가요?
어느 게 정의고 불의인지 혼동이 될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이런 행동을 통해 유비와 조비의 차이점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이렇게 유장은 자기가 박힌돌이라 생각했지만, 아닌 밤 중의 홍두깨도 아니고 굴러온
돌이라 생각했던 종친 동생뻘인 유비에게 그동안 가꾸고 닦은 영토를 그대로 빼앗기고
박혔던 돌뿌리 자욱만 남기고 개털이 되어 익주에서도 아주 먼 시골 구석으로
식솔 몇 명만 거느리고 숨어들어가 살게 되었다는군요.
세상에 친척도 믿어서는 안 되는 일인가요?
이렇게 부모자식간에도 믿지 못하는 게 권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날의 모습을 이곳 부락당 안에 그대로 조형물로 재연해 놓았습니다.
두 사람이 술잔을 주고받는 자리 왼쪽부터 방통, 황충 그리고 위연이 앉아
유장을 참살하려고 기회만 보고 있습니다.
위연은 손을 뒤로 돌려 칼을 잡은 모습이 확실히 보이네요.
佳人이 손에 칼을 쥔 위연을 바라보며 빠떼루 줄려고 옐로우 카드를 드니 눈을 꿈쩍거리며
조용히 있어달라고 애원합니다.
술자리가 벌어진 건너편 입구를 보시면 이렇게 무희가 공연할 수 있도록 무대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럼 여기서 무희가 춤을 추고 사진 찍은 연회장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즐겼단 말입니까?
우리 말에 굴러 온 돌과 박힌 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유비가 굴러 온 돌이고 유장이 박힌 돌이라는 말인데...
이 말을 다시 정리하면, 그러니 여기가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고 작정한 곳이 되겠네요.
그러면 유비와 유장은 모두 돌이란 말인가요?
이제 우리는 부락산을 떠나야 합니다.
부락산은 참 많은 것이 생각나는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역사의 한가운데에 소용돌이쳤던 곳이라 그랬을까요?
잠시 걸어 내려오니 청동 기마상이 보입니다.
그런데 말꼬리를 모두 잘라 묶었습니다.
말은 꼬랑지가 길어도 전투를 위해 장수의 원활한 움직임을 위해 꼬리마저 잘라버렸습니다.
촉나라의 오호 상장(五虎上將 : 관우, 장비, 조자룡, 마초, 황충)...
금방이라도 저 청동으로 만든 말을 타고 오호상장이 단 위에서 박차고
뛰어 내려올 기세가 아니겠어요?
정말 멋진 청동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촉한사영(蜀漢四英 : 제갈량, 장완, 비의, 동윤)
어찌 장수만 사람입니까?
이렇게 촉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친 네 사람의 문관도 보입니다.
이들 모두가 촉나라를 움직인 두뇌집단이라는 말인가요?
이번에 멀리서 한꺼번에 잡아보았습니다.
멀리 유비가 유장을 만나 접대를 받으며 서천을 삼키는 생각에 잠겼던 부락당이
보이고 그 아래로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달려들어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할
심부름 센터 직원이 아니고 행동대인 오호 상장이 보입니다.
"따거! 하명만 하시면 언제든지 누구라도 목을 따다 바치겠습니다."라며 말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이들을 관리했던 관리부 직원 네 명이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부락산을 떠나 숙소로 돌아옵니다.
내일은 또 먼 길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죠.
내일은 방통이 유비에게 서천을 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
낙봉파가 있는 백마관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낙봉파라고 봉추가 죽은 혈묘자리도 구경하렵니다.
그때 유비가 익주의 유장을 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여기서 출발하며
처음 유장의 군과 막다뜨린 곳이 바로 백마관이었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부락산은 천하를 꿈꾸던 유비에게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비는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신의니 순리니 하는 말도 모두 거짓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유장과 유비는 종친 관계로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짓을 한 셈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가만히 보면 유비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확연히 드러난 일로
시간을 보내며 민초의 신임을 얻은 후 일을 도모했다고 했으나
이는 순전히 작가 마음대로 민의를 조작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여론이라는 게 지금이나 그때나 믿을 게 아닌가 봅니다.
결국, 한실을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또 하나 한나라의 종친이 다스린 지역을 뺏은
결과뿐으로 명분도 약했고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유비가 종친인 유장을 모시고 한실재건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면 안 될까요?
견마지로를 다해서 말입니다.
사실, 유비보다는 유장이 황제와 더 가까운 인척이었잖아요.
부락당 안에서 들리는 소리 "택도 없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