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죽음 그 후...
관우의 수급을 조조에게 보낸 이유는 유비의 복수를 두려워한 손권으로는 책임을
조조에 돌리려는 의도였고 사고는 터졌지만, 수습하는 과정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자는 의도가 아니겠어요?
그러나 조조가 왜 조조겠어요.
그런 일을 모두 꿰뚫고 있는 조조였기에 오히려 관우를 제후의 예로 후하게 장사지내며
온 나라에 특별히 명령을 내려 음주가무도 금했을 정도였다지요.
손권은 다급한 나머지 얼른 공명의 형인 제갈근을 사절로 촉으로 보내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강화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장달과 범강은 오나라로 가는 도중에 듣습니다.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라는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던 두 사람이 아니겠어요?
이거 환장하게 생겼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장비의 수급만 가져가면 오나라에 기쁨 주고
칭찬받을지 알았는데 만약 두 나라가 강화를 맺게 되면
이제는 어느 나라에도 갈 수 없습니다.
진퇴양난...
손권이 유비에게 공명의 형인 제갈근을 보내 이야기 한 세 가지가 다음과 같다고
하는데 하나, 관우가 양양을 공격할 때, 조조가 먼저 여러 차례 동오로 사람을 보내
배후 양쪽에서 형주를 협공하자고 제안하였으니, 오나라는 마지못해 흉내 낸 것이라
관우의 죽음은 조조의 죄이지 손권의 죄가 아니다.
그러니 싫다고 했는데도 자꾸 졸라 흉내만 낸다는 게 그만...
둘, 여몽이 관우와 서로 의견충돌이 있어 군사를 일으켜 대사를 그르친 것으로
관우의 죽음은 여몽의 죄이지 손권의 죄가 아니며 게다가 관우의 혼령에 놀란 조조와
여몽은 결국 모두 병들어 죽어 버렸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에 연관된 사건은 덮는 게 원래 이치이니
유비는 군사를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 우발적인 사고였다...
그리고 모두 죽었으니 그냥 덮고 넘어가자 뭐 이런 말입니까?
그리고 마지막, 친정으로 온 유비의 부인인 손 부인은 다시 유비에게 돌아갈 뜻을
명백히 밝혔고 손권 역시 누이와 전투에서 항복한 촉의 장수들을 모두 돌려보내길 원한다.
아울러 형주도 다시 촉한에 돌려주고 영원히 유비와 동맹을 맺어 함께
조비의 위나라를 공략하길 원한다.
사실, 세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록 동생인 관우는 죽었지만, 유비로는 남는 장사입니다.
이미 관우는 죽었고 슬픈 일이지만, 오와 동맹도 굳건해지고 형주를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동생의 원수를 갚는 일보다 한실을 되살리는 일이 유비에는
최고의 명제가 아닌가요?
공명도 관우에게 형주만 지키라 했는데 오만한 관우가 오버페이스하는
바람에 일이 이 지경이 되었잖아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복수는 바로 용서라 했습니다.
넬슨 만델라는 27년간 감옥에 갇혀 지내다가 석방되었지만, 그가 한 첫마디가
바로 용서였습니다.
그랬기에 위대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화해와 용서를 함으로 가장 처절한 복수를 한 셈이 되었습니다.
복수란 또 다른 복수를 낳습니다.
유비가 仁과 義의 화신이라 했지만, 아직 아닌듯합니다.
오나라로 향하던 장달과 범강 두 장수는 이렇게 오나라 손권이 유비에 화친을
청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비의 수급을 가져다 바치면 오나라에서 한자리라도 준다는
희망에 출발했지만, 그만 이 소식에 낙심하게 되지요.
오나라로 들어가도 이제는 더는 귀여움 받기 어렵고 오히려 그 죄를 물어 장비처럼
자기들 수급도 같은 처지가 되어 짜디짠 소금 상자에 저려 다시 촉으로
돌려보내 질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이런 생각에 미치니 갑자기 소금 상자가 보이고 속에 자기 머리가 참선에 빠져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환장하겠습니다.
입 안에 갑자기 짠맛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장달과 범강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합니다.
눈을 감으니 장비 머리 옆에 자기들 머리가 잘려 똑같이 혀를 내밀고 소금 상자
안에 있는 게 보이기 시작하며 오도 가도 못하게 생겼잖아요.
생각이 이에 미치자 두 사람은 그만 장비의 머리를 강물에 던져 버리고는
배를 버린 채 깊숙이 숨어버립니다.
오늘 아침에 톨케이트에서 촉한의 병사가 총을 들고 검문검색한 이유가 바로 숨어버린
두 사람을 찾는 게 분명합니다.
연의에서는 함께 촉으로 보내져 장비 사당에 장포에 의해 목이 잘렸다고 했던가요?
여기 장비 사당 안에 두 사람이 벌 받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누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장비상을 모신 정전 입구 양쪽에 저승사자에게
벌 받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 놓았네요.
그럼 톨게이트에서 검문하던 병사에 잡혀 벌써 이곳에 왔다는 말인가요?
머리끄덩이를 잡혀 여태까지 이렇게 벌 받나 봅니다.
장비의 머리는 물결 따라 동쪽으로 떠내려가다가 산과 강이 만나는 운안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때 마침 강가에서는 늙은 어부가 고기를 잡고 있다가 강물에 무엇인가가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건져보니 사람의 머리인지라 다시 강물에 던져 버렸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머리는 떠내려가지 않고 계속 어부의 뱃전을 맴돌기만 하더랍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해 어부는 문득 자신의 어젯밤 꿈에 장비가 나타나 한 말이 생각납니다.
지난밤 꿈속에서 장비가 나타나 자기에게 읍을 하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습니다.
"노인장, 나는 촉한의 장비요. 이제 이 몸은 강을 따라 흘러가면
곧 동오의 땅으로 도착하게 되오.
이 몸은 죽어도 원수의 땅을 보고 싶지 않으니 노인장은 나를 이곳에 묻어 주시오!"
장비는 죽어서도 귀신같이 지금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아... 이미 귀신이 되었겠네요.
역시 장비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장비 머릿속에는 GPS 칩이라도 들었나 봅니다.
그러니 지금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지요.
어부가 주변을 살펴보니 백제성 부근이라 바로 조금 더 내려가면 오나라 땅이더랍니다.
백제성은 바로 삼협 입구에 있어 삼협만 지나면 바로 오나라에 이르게 되는 곳이라는군요.
이에 노인은 급히 장비의 머리를 건져 올려 강변에 있는 비봉산 기슭에 묻었으며
이웃 사람들을 돈을 모아 사당도 세워주었답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이곳에는 풍랑이 일지 않아 지나다니는 배들이 안전하게 다녔답니다.
왜?
장비 귀신이 보호하사...
그게 바로 장강에 있는 장환후묘라고 합니다.
지금은 쌴샤댐을 짓는 바람에 원래 있던 자리에서 32km나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였다 하니
몸은 여기 랑중에, 그리고 머리는 양쯔강을 바라보는 객지에...
혼은 아마도 고향 땅을 맴돌지 않겠어요?
아닌가요?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 아직도 구천을 떠돌며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처럼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머리 내밀기... 깡통 차기 등을 하며 지낼지 모르겠어요.
머리 따로 몸 따로는 같은 형제라는 관우와 같은 처지가 되었습니다.
삼국지라는 이야기의 시작은 조조로부터가 아니라 유관장 세 사람이 했다는
도원결의로부터라고 봐야 할 겁니다.
義라는 이야기에 늘 등장하는 단어가 도원결의라 봐도 되겠네요.
그러나 삼국지의 끝은 관우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되지 않겠어요?
이렇게 도원결의를 했던 세 사람이 관우가 죽자 내리막길을 걸으며 이내 장비가 죽고
마지막으로 유비마저 따라가며 삼국지의 재미가 반감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공명이 북벌을 시작하며 대미를 장식하기는 했죠.
이렇게 영웅의 시간은 지나가고 새로운 세상이 다가옵니다.
그 시대 마지막 영웅이라는 관우를 한번 보고 갈까요?
사실 관우의 죽음으로 삼국지는 종착점으로 급락했으니까요.
죽고 난 후 관우는 더욱 승승장구합니다.
죽어서 더 유명해지고 행복했던 사내가 관우입니다.
처음에는 장목후라고 하여 제후라는 후(侯)에 봉해졌지만, 후에서 제(帝), 제에서 성(聖)
그리고 이제는 신(神)입니다.
송나라 때까지는 주로 왕으로 봉했지만, 명나라 때부터 악비와 함께 제사를 모시며
관악묘라고 부르며 帝라는 시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합니다.
청나라로 들어오며 한족인 명나라의 숨은 세력이 만주족인 청나라에 조직적으로 반기를
들자 청나라 순치제가 관우 마케팅에 들어가 관우를 훙의신무관성대제에 봉합니다.
관우는 이렇게 세월이 흐르며 새로운 권력이 중원에 들어설 때마다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케팅에 이용되어 자꾸 본인은 원치 않아도 업그레드 되어 갑니다.
한평생을 질풍노도처럼 살았던 관우.
이제는 제왕의 반열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어 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요즈음 관우는 재물신으로 중국에서는 통하나 봅니다.
재물신이 된 이유는 중국의 역사상 가장 신의를 지킨 인물이기에 신용을 근본으로 하는
상인에게 본보기가 되었나 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는 중국의 유대인이라는 산서성 사람이 중국에 흩어져 장사하며 늘
보디가드로 모셨던 동네 출신인 관우를 모셨기에 다른 지방 사람은 관우를 모시면
산서성 사람처럼 돈을 벌게 해준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관우는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입니다.
강건하고 신중했지만, 교만하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오만하고 혼자만의 고집도 부렸습니다.
공자와 더불어 문무 이성(文武二聖)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황충과의 대결장면이지요.
물론 있지도 않은 일을 작가가 마음대로 영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이 대결하다 황충 장군이 탄 말이 돌에 걸려 넘어지며 그때 관우는 적이었던
황충의 목을 벨 수 있었지만, 다른 말을 타고 다시 대결하자 합니다.
멀리서 지켜보던 황충의 주군이 이를 유심히 보다가 황충을 의심하자 위연이
주군의 목을 베고 황충 장군과 함께 유비군에 귀순한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포장했지요.
유비와 공명이 함께 한실을 재건하자고 회유했지만, 황충은 어찌 사람으로 태어나 두 명의
주군을 모실 수 있느냐고 칩거에 들어가자 "장군의 이름은 충이 아니냐?
충이 벌레가 아니잖느냐?
忠이란 바로 한실에 충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냐? 작금의 상황은 간신 조조가 황제의 눈을
어지럽히고 어쩌구저쩌구~" 결국, 황충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유비를 주군으로 모신다는
불사이군이 아니라 갈아타기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관우도 죽은 후 손권은 유비의 보복이 두려워 조조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우려
수급만 따로 소금에 절여 낙양에 있는 조조에게 신하의 예를 갖추어 보내고 목이 없는
시신은 피살된 곳인 당양에 장사지냈다 합니다.
그러나 조조가 왜 조조겠어요?
손권의 얕은 꾀에 그대로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을 조조가 아니지요.
이런 생각을 간파한 꾀돌이 조조가 관우를 그가 머물렀던 형주의 왕으로 봉하고
향나무를 깎아 몸체를 만들고 관우의 수급을 합체한 후 후하게 장사지내
뤄양의 관림에 묻었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조조는 관우를 몹시 좋아했고 인품을 흠모(?)하였기에 마음속으로
그렇게 장사지내고 싶었을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머리만 묻은 뤄양은 관림이고 당양이라는 곳에 몸을 뭍은 곳은 관릉이라 한다네요.
그래서 "머리는 낙양을 베개 삼고 몸은 당양에 누워있으며
혼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는군요
관우의 아우라고 하는 장비도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묻혔습니다.
도원결의할 때 한날한시에 죽자고 했지만, 결국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죽은 후
신체는 같은 방법으로 분리해 묻혔나 봅니다.
유비는 그때 딴짓하느라 잠시 그때의 약속을 잊었나 봅니다.
영웅의 끝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하게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