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성도... 그곳은 촉한의 고향.

佳人 2013. 8. 12. 08:00

 

드디어 유비의 프랜차이즈라는 청두에 도착했습니다.

청두는 우리나라 사람이 제법 많이 찾는 여행지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이곳의 여행정보는 넘쳐난다고 봐도 되겠네요.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여느 여행자처럼 구채구를 가려는 목적입니다.

물론 구채구는 청두뿐 아니라 우리가 며칠 전 들렸던 광위엔이나 미엔양에서도 가는 교통편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삼국지 기행이라 했지만, 사실 삼국지에 대해 쥐뿔도 모르며 다니는 중입니다.

원래 목적은 구채구를 가려고 준비하다 이곳이 유비의 프랜차이즈고 여기서 북벌을 출발한 곳이라 손님 호객하려고

삼국지 기행이라고 멋진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그러나 여기 청두가 구채구 여행의 베이스캠프나 마찬가지로 편리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청두에 온 다른 목적 하나는 여기가 유비가 천하 삼분의 꿈을 실현하고 촉한을 세웠던

옛날의 익주였기 때문입니다.

삼국지 기행을 함에 많은 곳을 가야하지만, 이곳은 촉한의 프랜차이즈이기에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유장이 이곳 익주목이었으나 결국, 방통이 백마관 입구 낙봉파에서 유장의 장수 장임에 의해 죽자 유비

는 종친을 공략할 명분을 얻고 이리로 군사를 끌고 들어와 유장의 항복을 받고 여기를 근거로 삼국지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합니다.

 

유비야 삼국지라고 우기지만, 조조는 아니라 합니다.

왜?

당시 국력은 조조를 1로 칠 때 동오는 0.5였고 촉한은 0.2 정도였으니 삼국지가 아니고 1.7국지라고 합니다.

조조가 늘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청두에 도착한 첫날이기에 오늘은 유관장 삼 형제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 이야기를 생각해 보렵니다.

지금까지 늘 음지에서만 굴러먹다가 드디어 유관장 삼 형제는 양지를 지향하고 세상에 명함을 내미는

기회를 맞게 됩니다.

그러니 중국 동네 조기 축구회에서 뛰다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죠.

오늘 그 현장으로 두리번거리며 가보렵니다.

 

동탁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초평 원년, 발해 태수 원소를 중심으로 반동탁연합이 발족했던 곳.

전국 18개 메이저 리그 팀들이 속속 군사를 이끌고 모입니다.

이때 동탁이 보낸 군사가 반동탁 연합군이 모인 곳으로 출전하자 손견에 의해 화웅이 효수당하고

그 예봉이 꺾이게 됩니다.

그러나 삼국지 연의에서는 손견의 공을 듣보잡이 관우가 화웅의 목을 베는 것으로 각색했다지요.

 

위의 사진이 바로 반동탁 연합이 열린 장소에 원소를 중심으로 전국의 군웅 18명이 모임을 갖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삼국지연의에서는 화웅은 유관장을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키는 중차대한 임무를 띤 사내로 나옵니다.

여기서 작가는 아주 드라마틱하게 관우를 데뷔시켰지요.

 

회맹에 참여한 다른 군주와는 달리 유관장은 군사도 없이 꼴랑 셋만 참여하려다 문전박대부터 당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하던 세 사람이 말만 세 필을 끌고 기라성같은 반동탁 군주들이 모인 곳에

참석하려고 하니 초청장도 없이 G7이나 유엔 총회에 참석하자는 것과 같습니다.

 

다행히 조조의 도움으로 회의장 안에는 들어왔지만, 수모부터 당합니다.

보통 여기에 참여한 군주는 최소 2만 정도의 군사를 이끌고 참석했는데, 유비는 군사 하나 없이 유기견처럼

이런 곳에 찾아온 것 자체가 욕먹을 짓이기는 하지요.

 

제일 먼저 회맹 장소에 들어왔을 때 원소가 물었지요.

귀공은 누구냐고요

이때 유비가 자기소개를 하자 원소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쟤들 누구지요?" 하며 옆에 선 佳人에 묻더군요.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웃기는 사람을 뭐라 부르느냐고요.

 

그래서 말해주었어요. "웬 듣보잡?"

맞습니다.

그때까지는 누가 유관장 삼 형제를 알겠어요?

사실 처음부터 유명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유관장은 듣보잡이가 맞습니다.

 

원소로부터 듣보잡이라는 개망신을 당했지만, 여기서 유비의 지금까지 스스로 이겨낸 뻔뻔함으로 버티기에

들어가고 또 조조의 지원으로 말석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당시 누구나 유비를 보면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고 한 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조조는 이렇게 마음씨 넉넉하고 착한 이웃 아저씨처럼 처음 만난 유비를 위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앞장 서 마련해 주죠.

 

이때 밖에는 동탁이 보낸 군사를 이끌고 화웅이 나타나 위의 사진처럼 겨뤄보자고 고래고래 소리 지릅니다.

여기에 필설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욕도 합니다.

키가 210cm이고 얼굴 생김새가 험상궂고 누가 보아도 겁부터 먹을 대단한 체구입니다.

 

연합군의 장수가 화웅과 겨루겠다고 자원해 성 밖으로 말을 몰아 나가지만, 일합에 바로 목이 달아납니다.

그런데 뒤이어 나온 장수마저 화웅에게 같은 모양으로 당합니다.

역시 화웅의 파워는 대단합니다.

 

3장, 4장, 5장... 계속 장수가 나오지만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

이렇게 회맹에 참석한 군벌의 장수가 추풍낙엽 떨어지듯 하나씩 목이 달아나다 보니 모두 겁을 먹고

선뜻 나서려는 장수가 없지요.

출전하겠다는 일은 방금 먼저 출전한 장수가 목이 달아나 땅바닥에 몸과 분리되어 머리가 뒹굴던 모습이

마치 자기 머리와 같이 생각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작가는 역사에도 없는 관우 띄우기에 애꿎은 장수 다섯이나 보냈네요.

 

분명 관우와 관계도 없는 일에 작가는 관우 영웅 만들기에 데뷔시킵니다.

이때 관우가 출전을 요청하자(소설 속에서만) 원소는 속으로 또 "웃기는 자식이네..."하는 눈치로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유비가 나서 만약, 관우가 패하면 삼 형제 유관장의 목을 모두 내놓겠다고 하자 그래도 시큰둥합니다.

만약, 관우가 패하면 떨어질 목이 합이 셋이랍니다.

 

여기서 또 조조가 거들고 나서지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소설 속에서는 유비의 메이저리그 데뷔는 화웅과 조조의 힘입니다.

 

여기서 아주 멋진 술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승에서 마지막 마시는 술일지도 모르기에 따끈한 술 한 잔 관우에 내리며 독전을 하지요.

술에 약한 佳人 같은 사내는 술기운에 싸우게 되겠네요.

 

지금까지 나섰던 다섯 명의 장수가 바로 그 술잔을 받고 나섰다가 황천길로 갔기에 여기서 원샷하며 마신 술이

이승에서 마지막 술잔이 되었잖아요.

그러니 이게 맨정신에 나가지 말고 술기운으로 나가 싸우라는 말인가요?

 

그러나 관우는 술을 사양하고 식기 전에 돌아와 남겨둔 술을 마시겠다고 합니다.

이게 우리를 감동하게 만든 한 마디였지요.

이 장면이 관우가 무척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런 장면이지요.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사실인지 알고 관우는 정말 멋진 사내로 보였습니다.

 

佳人이 살펴보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 표정이 관우가 꼴값 떨고 자빠졌다고 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관우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였는데요.

수염만 멋지게 기른 그런 웃기는 친구로 보였을 겁니다.

그러나 작가는 관우를 꼴값보다는 수염값하는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멋진 포스로 단기로 말을 달려 성 밖으로 나온 관우는 이미 반동탁 연합군의 장수 머리가 다섯 개나

뒹굴고 있는 한가운데 서서 버티고 있는 화웅에게 청룡언월도를 비스듬히 땅에 끌며 달려가더니만,

일 합 만에 바로 화웅의 머리를 내려칩니다.

그때까지 건들거리며 껌이나 짝짝 씹던 화웅의 목이 어찌 되었을까요?

껌의 단물도 채 빠지지 않았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에서는 장수끼리 겨루기 전에 통성명합니다만,

佳人이 중국말을 몰라 두 사람 사이에 뭐라고 자기 소개를 했는지 모릅니다.

 

화웅이라고 하면 장수 중에 그냥 잡상인 같은 장수가 아니라 동탁의 장수 서열 중 네 번째 장수에 올라있는

넘버 4의 위치인 대단한 장수입니다.

이런 대단한 장수를 관우는 단 일합 만에 목을 뎅겅 자르니...

누가 듣보잡이인가요?

 

오늘 여러분에게 인사드리라고 동탁의 장수를 한 줄로 서라고 하겠습니다.

서열로 보면 넘버 1이 여포고 넘버 2가 이각이며 넘버 3가 곽사로 그다음이 화웅이기에 만만한 장수가 아닙니다.

여포는 정말 삼국지에 등장한 장수 중에서도 최고일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그림이 있지요.

물론 유관장이 감추고 싶은 과거인 1:3의 추억 말입니다.

호뢰관에서 장비와 여포가 싸우다 장비가 몰리지 관우와 쌍칼을 든 유비까지 합세해 여포를 상대했던 추억 말입니다.

그때 여포가 후퇴하며 뭐라 했겠어요?

"미친 잡놈들 아주 작당하고 덤비네~"라고 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저 자식들이 저러고도 후세에 영웅이라고 폼잡을 게야~"라고도 했을 겁니다.

그래도 유관장은 셋이서 한꺼번에 달려들었지만, 여포 하나를 제압하지 못했습니다.

역시 여포는 삼국지에 나온 장수 중 최고인 것만 확실합니다.

 

그동안 변변한 전투 한 번 해보지 않았던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오늘 적장의 피 맛에 굶주렸나 봅니다.

이게 소설 속에서 처음 관우의 무용담이 모든 사람에게 어필하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손견이 화웅을 제압한 일을 어찌 작가는 관우가 했다고 했을까요?

 

그 많은 양측의 군사가 보는 가운데 단칼에 화웅의 몸뚱어리는 말 잔등에서 땅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지고

머리는 하늘로 그대로 솟아오르더니만 바로 관우가 떨어지는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휘파람까지 불며 유유히 성안으로 들어갑니다.

 

아~ 위의 사진을 보니 지금 막 들어옵니다.

한 손엔 청룡언월도... 그리고 다른 손에는 화웅의 머리...

폼 나잖아요? 그쵸?

 

반동탁 회맹의 회의장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 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주시하는 가운데

회맹의 자리 한가운데에 화웅의 머리를 집어 던지고 조조가 들고 있던 술잔을 달라고 눈짓합니다.

조조도 하도 신기한지 손으로 술잔을 만지며 술잔 온도를 확인합니다.

정말 방금 데운 듯 하나도 식지않고 따뜻합니다.

 

이렇게 단숨에 술을 마신 관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비의 뒤에 들어가 청룡언월도를 마룻바닥에 찍듯이

치며 칼을 세우고 거만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고 입도 벙긋하지 않고 서 있습니다.

누구는 여기서 관우의 카리스마가 빛낫다고 하고 누구는 또 아주 오만불손에 거만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물론, 술이 전혀 식지도 않았을 짧은 시간이었지요.

껌이 단물도 빠지지 않았을 짧은 시간이었으니까요.

아파트 아래층에 쓰레기 버리러 내려갔다 오는 그런 짧은 시간이었다고 하더군요.

니관중 작가는 이렇게 손견의 공을 관우에게 돌리고 관우를 신격화시키는 첫걸을 뗀 것이지요.

 

아무리 소설이 작가의 힘이라지만 이렇게 명백한 손견의 공을 무참히 빼앗아 관우에게 주어도 되나요?

이런 이유로 손견의 집안인 오나라와 유비의 진영은 서로 원한을 샀나요?

여기서 조조가 관우를 짝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저런 인재가 네 수하가 아니고 유비의 수하에 있다니..." 하며 부러워했을 겁니다.

이로써 유비와 두 아우는 하부리그를 전전하다 드디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승격되면 달라지는 게 한둘이 아니라 하더군요.

먹고 자고 이동하고 가 아주 럭셔리 하다고 했던가요?

 

정말 오랜만에 유비의 활약이 도드라져 보이네요.

유비의 장기는 맨날 울기만 한다.

도망만 간다.

빈집털이처럼 남이 출정한 뒤 빈 성만 공격해 주인행세만 한다.

돌려달라고 하면 그냥 밍기적 거리며 버티기에 들어간다.

 

신의니 도덕이니 하는 엉뚱한 말만 앞세우고 주저하는 척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나중에는 안방 차지 한다.

이렇게 살았던 사람이 동생 덕분에 조조의 부러움도 받게 되며 천하에 유비라는 이름까지 알린

겹경사가 생겼습니다.

 

오늘은 정말 험난한 일정이었습니다.

멋진 야경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잠시 유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익주였던 청두라는 곳이라

상상의 날개를 펴 보았습니다.

오늘은 코~ 자고 내일은 낙산 대불부터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다고 했습니다.

천하가 어지럽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없을 지경이라야 영웅이 탄생합니다.

삼국지가 쓰였던 시기가 바로 그런 시기였나 봅니다.

지금 당신의 영웅은 누구입니까?

佳人의 영웅은 또 누구일까요?

이렇게 불야성을 이룬 청두의 밤은 깊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