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계륵(鷄肋), 그리고 양수(楊脩)

佳人 2013. 2. 4. 08:00

위의 사진은 조조가 그의 참모였던 양수를 참수하라고 하는 장면입니다.

인재를 아낀다는 조조가

왜?

오늘 그 이야기 속으로 잠시 다녀옵니다.

왜?

조조의 프랜차이즈인 쉬창으로 가는 날이고 조조가 했던 유명한 말도 들어보고 시작하려고요.

이미 망나니가 뒤에 칼을 들고 서서 대기 중입니다.

 

조조와 관련된 곳을 찾아가면 늘 보이는 게 바로 위의 글자 "곤설"입니다.

아마 조조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조의 친필로 알려진 유일한 글자라 그런가 봅니다.

물론, 이 글자는 쉬창이 아니고 한중 석문잔도의 석벽에 쓴 글입니다.

 

물이 계곡사이로 흐르며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고 마치 흩날리는 눈발을 생각해

이런 글자를 쓴 조조는 정말 문학적으로 대단한 소질을 타고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곤자에 물 수의 삼수변(氵)가 빠진 것은 바로 이 글을 쓴 곳이 계곡의 바위로

옆으로 물이 흐르는데 왜 써야 하느냐고 반문한 조조가 아니겠어요? 

조조의 이런 기발한 생각에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필체 또한 단아하면서도 힘이 있어 보이지 않나요?

영웅의 필체처럼 말입니다.

 

곤설처럼 유명한 글자가 또 있지요?

바로 계륵이라는 말이지요.

조조는 주로 두 글자로만 놀았나 봅니다.

 

혹시 아이큐가 두 자리?

아니?

아래 사진을 보니 한 자리라고 손가락 하나를 폈습니다.

아니지요.

두 자리 숫자 앞에 1을 더 넣어 세 자리로 하라는 의미지요.

 

삼국지에 등장해 한중이라는 곳에서 조조가 뱉은 말인 "계륵(鷄肋)"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채고 보따리 챙기며 며칠 먼저 가려다 평생을 먼저 갔던 양수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내는 44살이라는 한창나이에 죽었지요.

 

그럼 조조가 유비와 한중을 놓고 서로 전쟁을 했던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여행하다 보면 이렇게 두서없이 생각도 왔다갔다합니다.

한중이라는 지역은 북으로는 무척 험한 진령산맥이 가로막고 동남 방향으로도

대파산맥이 있어 아늑한 분위기로 분지의 모습을 하는 지역입니다.

나중에 한중에도 갔으니 그때 사진으로 자세한 모습을 보겠습니다.

 

원래 한 고조 유방이 이곳 한중에서 한중왕으로 한나라를 세운 기틀을 마련한 약속의 땅으로

당시는 장로라는 사람이 한중을 다스리던 동한의 땅이었으나 조조가 힘을 얻자

서천에 둥지를 튼 유비를 견제하기 위해 이 지역을 쉽게 접수합니다.

그러나 유비도 서천에서만 둥지를 틀고 안주할 수 없고 한실 재건이라는

천하 통일을 염두에 두고 북벌을 위한 연습도 해야 하기에 우선 두 나라 사이의

한중이라는 곳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를 하게 되었다네요.

 

유비는 공명의 지휘 아래 장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길목인 한중을 우선 공략대상으로 삼고

가맹관에서 출발해 명월협을 지나 군사를 이끌고 양평관으로 들어옵니다.

이미 양평관이 유비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조조는 40만 대군을 이끌고

한중으로 들어오고 양평관 인근에 있어 한중 방어에 중요한 정군산이라는 곳에서

하후연과 장합을 내세워 뒤로는 한수가 있어 그야말로 배수진을 치게 되었지요.

여기서 밀리면 한중까지는 한수라는 강만 넘으면 평지이기 때문에

정군산이 무척 중요한 곳이지요.

 

유비의 촉군도 조조의 하후연을 상대로 황충을 내세워 정군산에서 맞붙었지요.

물론 공명은 처음에 장비를 내세우려 했지만, 조금 전 엄한과 함께 건너편에 있는 천탕산의

조조군 병참기지를 박살 내고 돌아온 황충이 늙은이 무시한다고 화를 내자

이번 한중 공략의 안을 낸 법정이라는 참모를 동행하는 조건으로 허락합니다.

 

여기서도 법정은 깃발놀이라는 안을 내지요.

먼저 공격하지 말고 적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빠떼루 전략 말입니다.

방금 조조의 친필이 하후연에게 도착했고 거기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자고로 장수란 강하고 부드러움을 적당히 나누어 쓸 줄 알아야 하오.

난 장군의 훌륭한 재능을 지켜보겠소."

이거 지켜본다는 말은 엄청나게 무서운 말입니다.

이 말이 사람 잡는 말이지요.

 

이게 하후연을 죽음으로 몰아버린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빨리 재능을 발휘해 공을 세우고 싶은 겁니다.

그러나 황충은 영채를 잠근 체 나오지 않으니 하후연은 촉군의 영채 앞까지 군사를 보내

황충 욕을 하며 영채 밖으로 나오게 하지만, 황충도 욕이 배 째고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늙은이가 아니겠어요?

산전, 수전...

바로 정군산이니까 산전이네요.

 

욕을 하다 보니 지치고 떠들고 기다리다 보니 또 지루합니다.

그래서 하후연은 군사를 잠시 물리고 휴식에 들어갑니다.

그때까지 산봉우리에 법정이 올라가 하후연의 영채를 샅샅이 내려다보며

흰 깃발을 올리고 있다가 갑자기 빨간 깃발을 올리며 흔들기까지 합니다.

 

순간 황충은 군사를 몰아 느닷없이 내달아 쉬고 있던 하후연의 진영을

마치 쓰나미 쓸 듯 훑어버립니다.

이때 하후연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말에 오르려다 황충의 칼에 두 동강이 나고 맙니다.

지금 위의 사진에 제일 아래를 보시면 엎어진 놈이 바로 하후연입니다.

이로서 정군산의 결전은 유비의 대승으로 끝나며 한중을 두고 서로 전투에 들어가지요.  

 

조조군은 이상하게도 우세한 군사로도 유비군에게 자꾸 패합니다.

식량도 바닥이 나면 군사들의 사기도 바닥납니다.

전투력은 군사가 적고 많음이 아니라 사기가 높고 낮음이잖아요.

 

이런 오지에서의 전투는 군사가 많은 것이 오히려 짐이 될 때가 많습니다.

왜?

군량미를 조달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더군다나 이 지역의 군량을 보관했던

천탕산이 황충과 엄안에 털렸기에...

 

하루는 조조가 저녁으로 닭곰탕을 먹고 있었을 때입니다.

원래 조조는 닭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사내였어요.

헌제가 동탁에게 끌려 장안으로 갔다가 뤄양으로 도망올 때 어느 군벌도 나서서

황제를 도우려 하지 않을 때 한걸음에 달려와 황제를 맞이하고 추위와 허기에 벌벌 떠는

황제와 신하에게 대접한 게 바로 따끈한 닭곰탕 국물이었잖아요.

 

그때도 닭, 오늘 저녁도 닭입니다.

그때 장수인 하후돈이 들어와 묻습니다.

"승상! 오늘 밤 암호는 뭐로 할까요?"

 

이에 조조는 지금의 전황을 고민하다 암호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먹고 있던 닭곰탕을 보며

무심코 내뱉은 말이 "계륵(鷄肋)이야... 계륵(鷄肋)"이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살도 별로 없는 닭곰탕의 갈비만 빨고 있었답니다.

옆에 서서 오늘 밤 사용할 암호를 묻던 하후돈은 그 말을 암호로 알아듣고 진중으로 돌아와

"오늘 밤 암호는 계륵이다,"라고 했답니다.

 

모든 병사가 그 말의 의미를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똑똑함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촐싹이 양수(楊脩)가 나타나 그 말의 의미를 알고는 하는 말이 "닭의 갈비는 버리기는 아까우나

먹을 것이 없는 것, 즉 승상께서는 이 한중을 유비에게 내주기는 아깝지만, 이득이 없으니

철수하라는 뜻으로 암호를 계륵이라 정한 것이오."라고 하더랍니다.

 

그러나 당시 조조는 한중을 버리기는 아까워했지요.

한중을 장로로부터 뺏은 이유는 유비의 촉을 치기 위한 베이스캠프인데 쉽게 내줄 수 있겠어요?

그러나 양수의 이 말 한마디가 군사에 미치는 영향은 사뭇 지대한 것이어서 이미 병사들은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철수할 생각에 들떠 더는 전투를 이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겁니다.

이어지는 전투는 명약관화한 일이 아니겠어요?

 

이때 조조는 많은 군사로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촐싹이 양수라는 것을 알고

 양수를 참수합니다.

이틀 먼저 돌아가려고 했던 양수는 20년이나 먼저 간 겁니다.

양수가 너무 똑똑해서만 죽였을까요?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가 내포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이번 전투에서 양수의 말 한마디에 사기는 떨어져 조조는 잃지 않고 싶은 한중을

유비에게 쉽게 내어주게 된 것은 바로 양수 주둥아리 하나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진짜 이유는 조조의 후계자 구도와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조조는 아들 중 후계자로 조비와 조식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지요.

조비쪽으로 기울었을 때니까 조식을 밀고 있었던 양수를 계륵이라는 말을 풀이하여

군사의 사기를 저하하고 전투력을 떨어뜨려 결국 전쟁에서 패하게 한 이유를 물어

이참에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냥 두고 나중에 조비가 후계자 자리에 오르면 양수가 조식을 끼고 별의별 쇼를 하며

조비를 흔드는 모습이 보이니까요.

어디 그것뿐이겠어요?

조식이 후계자가 되어도 촐싹이 양수가 또 별의별 주둥아리를 다 놀려 일을 꾸밀 게 아니겠어요?

그러니 결국, 후계자 구도를 염두에 둔 조조에 의해 숙청당한 거라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양수는 원래 동한의 명문가문 출신입니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울 때부터 한실의 충신이며 소제 때는 승상까지 지낸

양창의 후손이기도 하고 그의 어머니는 조조와 한때 지존 자리를 놓고 다투던

최대 군벌 중 하나였던 원술의 누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원래부터 조조의 수첩에 양수는 "토사구팽" 칸에 이름이 올라있었답니다.

양수는 이렇게 이미 필요할 때 최대로 이용하고 적당한 시기에 제거 대상에 들어있었을 겁니다.

그 시기가 바로 계륵 사건이었을 뿐이라 생각되네요.

 

그에 관한 일화 몇 개를 살펴봅니다.

조조가 업성에 삼대를 만들고 정원을 걷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조조는 새로 만든 정원을 거닐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정원 문에 활(活) 자 하나만

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합니다.

모두 새로 만든 그 정원에 대한 조조의 평가를 기다렸는데 말입니다.

 

아무도 왜 조조가 그런 글자를 써놓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어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

촐싹이 양수가 한마디 하지요.

"문(門))에다 활(活) 자를 써 놓았으니 이것은 곧, 넓다는 의미의 활(闊)이 아니겠소?

승상께선 정원이 너무 넓다는 뜻으로 쓴 것이니 줄이는 게 어떨까요?"라 말하니

바로 정원 크기를 줄여놓았다고 하네요.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조조에게 낙(酪)이라는 술을 한 병 선물하였다고 합니다.

조조는 그것을 한 모금 마시고 병에 일합(一合)이라는 글자를 써 놓고 옆의 신하들에게 돌렸답니다.

合자를 본 머리 둔한 신하들은 그 글의 의미를 몰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네... 이번에도 똑똑이 양수가 촐싹거리며 나서야 할 시간입니다.

양수의 자리에 술병이 오자 양수는 "일합(一合) 자를 나눠 풀이해보면

일인일구(一人一口), 즉 한 사람당 한 모금이라는 뜻이오."

하고 낙이라고 쓴 술을 딱 한 모금만 마셨답니다.

 

그런 두 모금 마신 놈을 어찌 됐을까요?

그것은 모릅니다.

佳人은 술을 마시지 못해 술자리에는 가지 않으니까요.

정말 양수 이 사람은 조조의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조조를

손바닥 위에 올려다 놓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이게 자기 명을 재촉하는 일이라는 것은 모르고 다른 것만 알아요.

 

양수와 얽힌 또 다른 이야기도 보겠습니다.

조조가 아들 조비와 조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두 아들을 밖으로 내보낸 다음

업성의 궁궐을 지나가라고 시켰답니다.

그리고 궁궐의 문지기에게는 절대로 아들을 통과시키지 말라고 엄명을 내립니다.

아들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밖으로 나와 조조가 시키는 대로 했겠지요.

조비는 궁궐을 통과하려다 문지기가 막자 그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조식이 궁궐을 통과하려고 할 때, 문지기가 막자

"나는 승상의 명령을 받들고 지나가는데, 어느 놈이 감히 내 앞길을 막는단 말이냐?"라고 말하고

문지기를 단칼에 베어버렸습니다.

조조는 조식의 재간이 놀라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였느냐고 묻자,

조식은 "그것은 양수가 가르쳐 주었사옵니다."하고 말했다고 하니...

 

젠장! 조조는 자기 아들 테스트하는 것은 좋은데 누구의 아들이며, 한 가정의 남편이며 아버지였던

그 문지기는 뭡니까?

에잇!!! 더러운 세상...

그날 왜 근무를 섰는지 모르겠습니다.

덜수가 장가들어 신혼여행 간다고 대신 부탁해 그날 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런 지혜를 알려준 인명 경시의 양수는 빠떼루 받아야 합니다.

계륵으로 말미암아 죽었지만, 정말 나쁜 놈입니다.

너무 똑똑한 사람이기에 미인박명처럼 결국, 자신의 명을 재촉했다고 봐야 하겠네요.

오늘 佳人이 덜수 대신 문지기에 업무를 충실히 근무하다 죽은 자를 위해 양수를 부관참시합니다.

내일은 쉬창으로 가는 이야기를 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이 똑똑해지는 것을 바랄 겁니다.

그러나 너무 똑똑해 제명도 살지 못하고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은 똑똑한 사람만 사는 그런 곳이 아닌가 봅니다.

덜수처럼 많이 부족한 사람도 함께 사는 그런 곳인가 봅니다.

덜수같은 佳人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