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일부당관, 만부막개(一夫當關, 萬夫莫開)

佳人 2013. 6. 3. 08:00

 

검문관 관루에 올라 사방을 둘러봅니다.

지금 佳人 눈으로 본 모습을 여러분도 함께 보시고 계십니다.

우선 위의 사진은 바로 종회가 이끄는 20만 위군이 강유가 눈을 부릅뜨고 지키는

이곳 검문관을 향해 공격해 오는 방향입니다.

 

바로 검문관 관루 위에서 바라보면 위나라군이 지금 보고 있는

저 아래로부터 새까맣게 올라왔을 겁니다.

지금 이 골짜기로 바퀴벌레처럼 징그럽게 끊임없이 기어 올라왔을 겁니다.

아무리 화살을 쏘고 돌을 굴려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자꾸 기어오릅니다. 

바퀴벌레약이라도 있어 뿌렸으면 원도 한도 없었을 겁니다.

 

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골짜기 아래로부터 종회의 위군이 검문관을 돌파하려고 했고

바로 이 자리에 강유가 서서 군사에게 적을 막으라 독려하며 고함지릅니다.

들리시죠?

그때는 바로 여기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 아래로 이어지는 한줄기 길...

위나라에서는 촉한을 공격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당시에는

여기를 통과하는 길밖에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구경하며 한가하게 산책하듯 걷는 길이지만, 그때는 저 길로

올라올 때는 목숨을 걸고 올라와야 했습니다.

이곳은 10만이 아니라 100만 대군이 몰려온들 1차선 도로의 통행은 정체만 빚을 뿐입니다.

 

군사들의 비명소리...

창칼이 부딪히는 쇳소리, 그리고 불화살이 비 오듯 쏟아지는 그런 광경이 연출됩니다.

그때는 말입니다.

그것은 생지옥의 모습입니다.

 

 

지금 강유가 아닌 佳人의 명령에 따라 촉한의 복장을 한 병사들이 창검을 높이 들고

위나라 종회의 대군과 용감히 맞서려 합니다.

그러나 이곳은 한 사람이 막아서면 만 명의 적군도 열 수 없다고 하는

일부당관, 만부막개(一夫當關, 萬夫莫開)라는 곳이 아니겠어요?

오늘 佳人 혼자라도 충분할 듯합니다.

 

이런 곳이기에 검문관은 당시 촉한의 병사모습을 한 젊은이를 동원해

관문을 수비하는 장면을 연출하나 봅니다.

이 관루 위에 서면 그때의 모습이 연상되기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호흡마저 가빠지

시작하고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을 울리는 그때의 전투장면이 그려집니다.

불화살이 날아오고 돌이 비오듯 쏟아지며 뜨거운 기름이 관루아래로 쏟아지고

이곳을 기어오르려던 위나라 군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시성이라 널리 알려진 이백의 촉도난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 중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검각의 관루 안으로 들어가는 문 양쪽의 대련에 쓴

 一夫當關,(일부당관), 萬夫莫開.(만부막개)라는 글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곳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글이 아닌가 생각되어

촉도난의 그 구절을 잠시 살펴봅니다.

정말 이백의 절묘한 표현이라 생각되네요.

 

 

촉도난이란 시는 워낙 유명한 시고 촉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한가를

잘 표현한 시가 아니겠어요?

덜수가 쓴 시도 아니고 이백이라는 유명한 사람이 쓴 시라 보증도 필요 없잖아요.

특히 오늘 우리가 걷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만 슬쩍 곁눈질해 보려 합니다.

 

 

劍閣崢嶸而崔嵬.(검각쟁영이최외).

검각은 하늘을 찌를 듯 뾰족이 우뚝 솟아

 

一夫當關,(일부당관), 萬夫莫開.(만부막개).

한 사내가 막아서면 만 사람도 뚫지 못한다네

 

 

所守或匪親,(소수혹비친),  化爲狼與豺.(화위낭여시).

여기를 지키는 사람이 친한 사람 아니면 이리나 승냥이로 변할지 모르겠네

 

朝避猛虎,(조피맹호), 夕避長蛇.(석피장사).

아침에 사나운 호랑이 피하고 저녁에 긴 뱀 피했건만,

 

 

磨牙吮血,(마아연혈), 殺人如麻.(살인여마).

이 갈고 피를 빨아 사람 잡은 게 삼마처럼 많네

 

錦城雖雲樂,(금성수운낙), 不如早還家.(부여조환가).

금성이 비록 좋다고 하나 일찍 집에 돌아옴만 못하도다.

 

 

蜀道之難難于上靑天!(촉도지난난우상청천)!

촉도여! 그 험난함이여~ 푸른 하늘로 오르기보다 더 어려워라!

 

側身西望常咨嗟!(측신서망상자차)!

몸 추켜세우고 서쪽 바라보며 늘 탄식하네

 

 

이백도 중국인이라 그 타고난 피가 어디 가겠어요. 그쵸?

무슨 엄살?

중국인의 뻥 말입니다.

그렇지만, 엄살로만 여기기에는 이곳 모습이 이백의 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여기를 이백만큼 정확히 표현한 사람은 없지 싶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종회가 군사를 이끌고 이곳에 도착해 검문관을 돌파하기 위해

바라보던 그자리입니다.

오직 이곳만 절벽이 끊어져 있고 이 길로 통과하려니 바로 위에 검문관이 있고

지금은 없지만, 그 옆으로 성벽을 쌓아 저 문을 돌파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 싶습니다.

이런 험한 계곡을 기어올라아만 했고 기어오르더라도 바로 촉한의 군사가

화살을 비오듯 퍼부었을 것 아니겠어요?

 

 

정말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 사이로 유일하게 통로를 열어놓았으니 이런 곳을 천혜의 관문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촉한으로 가는 길을 촉도라 부른다는데 촉도로 가는 길 중 여기가 제일 험하고

절묘한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도 날아가다 힘들어 쉰다 했나요?

오늘은 새도 보이지 않습니다.

 

 

검문관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습니다.

이백이 지은 촉도난이라는 시의 중하단에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飛湍瀑流爭喧豗,(비단폭류쟁훤회), 나는 듯한 여울, 사납게 흐르는 물결

다투어 소란하고 冰崖轉石萬壑雷.(빙애전석만학뇌). 얼음 언 언덕에서

굴러떨어지는 돌, 온 골짜기에 우레 소리...

 

 

만일, 비라도 내린다면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이백이 촉도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요란하기에 그 소리가 마치 우레와 같다고 해 여기 이백의 시 중에서 우렛소리라는

단어를 따와 뢰명교(雷鳴橋)라는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아마 돌도 그 당시 많이 굴러 내려왔을 겁니다.

 

 

잠시 뢰명교라는 출렁다리 위에 서서 이백의 촉도난을 떠올리며 다리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그러나 이백이 읊은 대로 오늘은 물은 별로 보이지 않아 물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이백은 오늘 또 佳人을 실망하게 합니다.

그러나 돌은 많이 있습니다.

저 돌이 강유의 부하가 위나라 군사를 향해 던진 돌일까요?

 

 

뢰명교를 지나니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망설입니다.

고포대와 사전대라고 쓴 이정표가 보여 윗길로 접어듭니다.

 

 

그 길은 아주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을의 길이었습니다.

어때요?

멋진 길이 아닌가요?

여행 중 잠시 생각을 잊고 이런 길을 걷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는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진 그런 곳이 아니겠어요?

 

전투 중 이런 풍경을 보며 잠시 쉬었다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을이 성큼 가슴 속으로 파고들잖아요.

이런 아름다운 모습에 눈물 한 방울 찔끔거려 봅니다.

왜?

정말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우니까요.

 

 

잠시 가던 발걸음 멈추고 마눌님 손 한 번 살포시 잡고

우두커니 서서 두리번거려도 좋습니다.

이런 멋진 길에서는 말입니다.

그리고 "여보! 사랑해!" 라고 소곤거려도 좋습니다.

멀리 나무 사이로 아까 우리가 지나온 검문관이 보입니다.

정말 험한 골짜기를 가로막고 우뚝 서 있습니다.

 

 

이곳은 후주 유선에 제갈량이 마음으로 쓴 출사표를 올리고 이 관문을 지났을 겁니다.

물론 위의 석비는 출사표는 아니지만, 여기는 이렇게 많은 석비가 있어 이곳을 찾은

많은 문인이 저마다의 생각과 느낌을 남겼나 봅니다.

그러나 佳人이 남기면 모두 낙서라 하지요.

 

 

검문관을 구경하고 남긴 글 중에 지존은 역시 이 서방인가 봅니다.

벌써 팔짱 낀 모습에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오만함입니까?

아니면 자신감입니까.

 

이 서방의 저런 모습에 태클 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태클 건다면 덜수밖에 없을 것이고 모두들 덜수라고 비웃을 겁니다.

왜?

세상에 빠떼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오직 덜수 뿐이니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백은 그 옆에 석비 하나 세우고 큰 글자로 일부당관,

만부막개(一夫當關, 萬夫莫開)라고 새겨놓았습니다.

이곳을 나타낼 말 중 이 말 이상의 말은 없습니다.

더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그쵸?

저렇게 폼을 잡지 않아도 누가 태클 걸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