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세우랑(細雨廊)과 촉도난 시비

佳人 2013. 6. 5. 08:00

삼국이 천하를 놓고 다투던 시절 훨씬 이전부터 검문관은 중원과 쓰촨을 잇는 중요한

관문으로 그 시기는 기원전으로 올라갈 겁니다.

이 험한 길을 통해 문명이 교류했고 문물이 드나들었습니다.

사람이 오고 가며 또 다른 세상과의 교통을 알려주는 그런 문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길도 있었겠지만, 그 길을 수백 km나 돌아가야 했고

여기보다 더 험한 길이었을 겁니다.

 

길이란 세상을 향해 손짓하는 그런 존재인 겁니다.

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걸어갔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연이 이 길위에 있을까요.

이 길을 걸었던 사람을 붙잡고 사연을 물어보면 사람 숫자만큼이나 많았을 겁니다.

오늘 덜수 佳人은 이 길을 걸으며 숲속에서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돌틈 사이에 숨겨진 사연에 귀 기울입니다.

 

그러나 천하를 놓고 다툴 때는 여기는 전쟁의 한 가운데로 서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이렇듯 시대의 상황에 따라 이런 관문은 그 목적을 달리합니다.

인간 삶의 향상을 위한 소중한 곳이며 동시에 서로 죽이기 위해 아귀다툼 하는 그런 곳입니다.

 

우리가 이곳을 찾은 목적은 바로 삼국지 이야기 중에 여기가 무척 많이 나왔고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찾았습니다.

유비, 공명, 그리고 강유는 이 관문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입니다.

물론 종회도 있고 등애도 있고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덜수들...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 보니 생뚱맞게도 지질박물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생성 연대나 발굴된 그런 것을 전시하는 곳일 겁니다.

별도로 추가요금이 있는 것도 아니니 잠시 들어가 구경하고 갑니다.

 

시조새인가요?

처음 보는 새입니다.

 

그 크기가 무척 크네요.

쥐라기 시대에 날아다니던 익룡인가요?

그래요.

우리가 아바타라는 영화에서 보았던 그 새 말입니다.

힌두교에서는 비슈누가 타고 다닌 가루다며 중국으로 불교가 들어오며 가루다는

금시조로 개명해 동양을 지배하고 붕새라는 대붕도 되었을 겁니다.

 

공명의 알이 아니고 공룡의 알로 보입니다.

이 알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새롭게 만들면 쥐라기 공원을 여기다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여기서 저 알을 부화시키고 싶습니다.

 

공룡의 알을 복제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제 살만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쥐라기 공원이 되겠지요?

여기에서 공룡의 알이 발견되었고 익룡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말은 바로 여기가

쥐라기 공원이었다는 말이 되겠네요.

 

고사리의 잎으로 보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그때는 생명을 유지했지만, 어느 날 지각 변동 때문에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이런 모습으로 남았나 봅니다.

 

나무잎 화석으로 보입니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왕성하게 살았던 앵무조개라네요.

그러면 여기가 예전에 바다였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천지개벽하며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가 되었을 겁니다.

 

지질박물관을 나와 조금 더 걸어가니 세우랑(細雨廊)이라는 주랑이 보입니다.

세우(細雨)라는 글자를 보니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정몽주님의 춘흥(春興)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春 雨 細 不 滴(춘우세부적) ;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나니

夜 中 微 有 聲(야중미유성) ; 밤 깊어 희미하게 빗소리 들려라

雪 盡 南 溪 漲(설진남계창) ; 눈 녹아 남쪽 개울에 물 불어나면 

多 少 草 芽 生(다소초아생) ; 풀싹은 또 얼마나 돋아날까

 

여기에 세우랑이라는 이런 주랑을 세운 비화부터 들어볼까요?

검문에 내리는 가랑비는 촉나라의 여러 비경 중 또 하나의 비경이라 합니다.

 남송 시기에 시인 육유가 금나라와 전쟁 중에 섬서성 남부에서 청두로 부임하던 길이었다 합니다.

 

마침 육유가 여기를 지날 때 오늘처럼 가랑비가 내렸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육유는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붓을 들어 기행 시를 썼다고 합니다.

시상이 마구마구 떠올라서 말입니다.

참 시인은 가랑비가 내려도 시상이 떠오르나 봅니다.

 

그 시의 제목이 검문관을 지나는 도중에 가랑비를 맞다(劍門道中遇微雨 : 검문도중우미우) 라는

시였다고 하는데 이 시는 결국,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합니다.

그때가 1172년 11월이었다고 하는데 오늘 佳人이 이곳에 온 날이 2012년 11월입니다.

같은 11월에 내리는 비를 같은 곳에서 바라보지만,

왜 누구는 역사에도 남을 이런 멋진 시를 쓰고 佳人은 내리는 가랑비에도 짜증을 부릴까요?

누구 입에서는 시가 나오고 누구 입에서는 씩씩거리는 소리만 나올까요?

오늘 佳人은 이를 서러워하노라~

 

여기 그 잘 난 육유의 시나 보고 갈까요?

衣上征塵雜酒痕(의상정진잡주흔) : 옷에 붙은 찌꺼기는 탁주 흘린 자국.

遠遊無處不消魂(원유무처불소혼) : 머나먼 유람 길에 마음 위로할 곳 없도다.

此身合是詩人未(차신합시시인미) : 이 몸이 정말 시인이기나 한 것일까?

細雨騎驢入劍門(세우기려입검문) : 가랑비에 나귀 타고 검문관으로 들어선다.

 

어때요?

좋은 시입니까?

폼 납니까?

"시인이기나 한 것일까?"라고 쓰면서 시를 쓰며 염장 지르는 솜씨가 보통은 아닌 듯싶습니다.

육유는 말을 타고 지나가니 시가 나오지만, 佳人은 두 발로 걸어가니 시가 나오지 않나 봅니다.

 

여기 촉도난이라는 이백의 시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검문관은 이곳 풍경구의 핵심입니다.

또한 촉도난이라는 시는 당나라 이백을 대표하는 시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작품이 바로 이곳을 이야기 한 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표가 대표를 만났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이백은 촉도난에서 이곳을 콕 찍어 시를 썼습니다.

 

그 대목이 뭐라고?

"蜀道之難, 難于上靑天(촉도지난난우상청천) 촉도로 가는 길은 험난해 마치 하늘로

오르기와 같구나!"라든가 "劍閣崢嶸而崔嵬.(검각쟁영이최외) 검각은 가파르고도 높아라
一夫當關, 萬夫莫開(일부당관, 만부막개) 한 사내가 관을 지키면,

만 명의 사내도 열지 못하리!"라고 시를 썼습니다.

 

이렇게 시비도 구경하고 시비도 걸어가며 기웃거리며 내려오다 보니 벌써 끝까지 걸어왔습니다.

여기가 북문이랍니다.

그러니 출입문이 아까 들어온 곳과 여기에도 또 있다는 말이네요.

이곳을 통과해 계속 북으로 올라가면 촉한과 다투었던 조조의 영역인 장안으로 갈 수 있지요.

남문으로 들어간 시각이 10시 30분이었는데 지금 시각이 12시 50분으로

지금까지 2시간 20분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아까 입구에서 우리가 금우교를 건너 잔도를 걸어보려고 했는데 산에서 내려와

여기부터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앞이 캄캄합니다.

혹시 이곳에 오시려는 분은 절대로 여기 북문으로 들어오지 마세요.

이 문으로 들어오면 산으로 힘들게 올라가며 구경해야 합니다.

위나라 종회가 20만 대군으로도 강유가 적은 군사로 지켰던 검문관을

돌파하지 못했을 정도의 아득한 길입니다.

 

지금 이 문밖으로 나가면 광위엔으로 가는 버스를 입구에서 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올라가는 방법은 다시 왔던 길을 올라가거나 삭도 타는 곳으로 가

삭도를 타고(50원/1인)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걸어올라간다는 일을 생각만 해도 끔찍하잖아요.

그냥 모두 포기하고 갈까하고 생각했지만, 아까 나중에 걸어보려던

금우도 잔도가 자꾸 눈에 어른거립니다.

 

잠시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근무자가 우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눈치 하나는 무척 빠른 여자입니다.

자기네 차로 우리를 공로를 따라 아까 들어갔던 남문 경구 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합니다.

 

공짜로?

아니지요.

승용차 비용이 차 한 대에 30원을 달라고 합니다.

이렇게 경구 직원은 관광객을 상대로 자가용 영업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번 해보았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우리같은 멍청한 여행자가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다시 문표를 사야 할까요?

아니지요.

자기가 지금 남문 입구에 전화를 해주면 그냥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승용차를 타고 쉽고 편하게 공로를 따라 산길을 올라가기로 합니다.

단 15분 만에 다시 남문 경구 입구에 도착해 그냥 다시 들어갑니다.

이렇게 중국은 이상한 거래도 하며 다니네요.

중국...

그 무한한 여행의 끝은 어디입니까?

 

중국을 여행하다 보니 참 별난 경험도 합니다.

오늘 여기 남문 경구 입구를 두 번이나 들어갑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 해 보셨수?

우리 해 봤수!

 

그냥 계속 아래로 내려가다 아까 지나친 금우도 잔도를 구경하려고 다시 올라오기 싫어

북문에 근무하는 직원의 권유로 그곳에서 30원을 내고 승용차로 다시 올라왔으며 그냥 경구로

다시 들어왔으니 이제부터 검문관을 다시 한번 구경합니다.

 

오후가 되니 바람마저 세차게 붑니다.

천하를 모두 날려보낼 정도로...

그래!!!

불어라 북풍아~

공명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더 세차게 불어라~

 

공명의 학우선 바람이 검문관과 대비되어 적벽대전을 앞두고 동풍을 몰고 온 것과는

또 다른 기적을 연출할 것 같습니다.

검문관을 바라보는 공명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기문둔갑(奇門遁甲)을 통달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지금 공명이 바람을 부르는 리허설을 하는 중인가 봅니다.

"그래! 난 아직도 녹 쓸지 않았어~"라고 하면서요.

 

그 맞은편에 공명의 후계자 강유의 얼굴이 보입니다.

여기는 강유의 한이 서린 곳이라 이렇게 강유는 절벽의 얼굴로 남아 북녘땅을

오늘도 노려보고 있는데 위의 사진이 강유의 얼굴로 보이세요?

머리카락까지 확실하게 보이지 않나요?

 

여기 그 망국의 아픔을 생각하며 우두커니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허공만 바라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지금 위의 사진을 보시면 바로 강유의 얼굴이 보입니다.

바로 북쪽을 향해 북벌의 꿈도 접어버리고...

 

아니라고요?

지금 공명의 기문둔갑을 열심히 배우는 중이라고요?

그럼 사랑과 영혼에서 샘이 달리는 지하철에서 머리 내밀기...

쓰레기통에서 깡통 발로 차기...

그리고 벽을 타고 동전 끌어 올리기 연습 중이라고요?

공명과 그의 애제자 강유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말할 때는 아는 사람은 침묵할 때도 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佳人은 그때를 몰라 오늘도 내용도 없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침묵할 때를 알아 재미도 없는 말을 멈출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멈추라 하시면 당장 멈추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