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금우도 잔도를 산책합니다.

佳人 2013. 6. 7. 08:40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디엔가 샘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 했나요?

여기 검문관이 아름다운 이유는 풍경뿐 아니라 어디엔가 가슴 저미는 사연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요.

그냥 경치 구경하며 걷기보다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다면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여기는 바로 멋진 풍경도 구경할 수 있고 가슴 아픈 당시의 이야기도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다시 남문 입구로 오니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옆문으로 들어가라고 알려줍니다.

이렇게 문표 한 장으로 같은 곳을 두 번이나 들어갑니다.

이제 금우도 잔도로 올라가 보렵니다.

여러분에게 이 길을 꼭 걸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여기를 오신다면 남문으로 들어오시고 금우도 잔도부터 먼저 구경하신 후

검문관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금소가 도망해 협곡 안에 숨었으면 오늘 佳人이 금소를 강력한 암바를 걸어

한 마리 잡아 배낭에 숨겨 한국으로 데려가렵니다.

이곳에 도망온 금소를 마을 사람은 상서롭게 생각해 아주 잘 돌보아 주었고 금소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나무로 된 다리를 돌다리로 바꾸기까지 해 그 다리 이름이

금우교(金牛橋)라고 했다고 하는 전설이 남아 있으니까요.

만약 금소를 잡으면 돌아가 잔치 한번 하렵니다.

 

 

이곳 검문관은 삼국지 기행을 하시는 분에게는 뺄 수 없는 필수지역이라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이번 기행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하네요.

유비는 이 관문을 촉한의 황제에 오르기 전까지 모두 여섯 번이나 통과했다고 하더군요.

왜?

풀 방구리 쥐 드나들 듯 그랬을까요?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좋은 일이 생겨서였을까요?

오늘 佳人도 여러 번 드나드는 중입니다.

 

 

컥!!!

촉도난에서 이백이 말했듯이 정말 하늘로 오르나 봅니다.

여기 금우도는 석벽을 따라 이렇게 위로 올라가게 만들었네요.

촉한으로서는 위를 치기 위해 반드시 여기를 통과해야만 하지요.

따라서 촉한은 이 관문 때문에 중원의 세력이 내려오는 것을 방어할 수 있는

최고의 관문이나 마찬가지죠.

여기만 걸어 잠그면 아주 편안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북벌을 위해 공명이 군사를 모두 아홉 번이나 출병하며 병사 모두 이 관문을 통해

북으로 올라갔으며 강유가 일곱 번에 걸쳐 북벌을 시도하며 또한 이 관문을

통과했다고 하니 여기 검문관은 모두 열 하고도 여섯 번이나 촉한의 군사들이

북으로 올라간 곳이기에 군사들의 한숨 소리도 들렸을 겁니다.

 

"올라가자!"라고 하면 "또 올라가요?"라고 했을 겁니다.

군사들은 정말 북으로 올라가야 하는 의미를 이해했을까요?

그게 역사적 사명이고 이 땅에 태어난 팔자라 여겼을까요?

인간은 태어나는 일이 전쟁을 위한 존재라 생각하지는 않았을까요?

 

 

어느 누가 전쟁을 좋아해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겠습니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전쟁을 즐기는 미친 사람이었을 겁니다.

전쟁에 희생이라도 되면 국가 유공자로 가족은 보훈처에서 연금이 나오고

많은 혜택을 줬을까요?

죽은 후 시신이라도 찾아 국립묘지에 안장이라도 했을까요?

 

 

오늘도 개는 달립니다.

그러나 개는 아주 즐거워하며 따라갑니다.

혀를 내밀고 신 나게 달립니다.

개는 전쟁의 의미를 모릅니다.

 

자귀 새들도 즐거워 지저귑니다.

개는 전투에 이기면 이겼다고 파티용으로 사용되고...

지면 졌다고 적에게 잡혀 또 적의 파티용품으로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좌우지간 승전 파티용으로...

 

 

이래저래 모두 승전을 위한 구이용으로 사용되었겠지만,

지금 저 표정을 보니 아주 즐거워하며 혀까지 빼내고 달립니다.

개야 개 팔자니까 그렇다 하지만, 사람은 왜?

 

 

강유는 촉한의 후주인 유선이 위나라에 항복한 뒤에도 검문관을 사수하며 버티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도 하고 우선 항복한 뒤 나중에 등애와 종회를 꼬드겨

역모를 꾀하다 죽었다고도 합니다.

불운한 시기에 태어나 평생을 고생하며 산 장수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장수란 모름지기 적과 싸우다 전쟁터에서 죽은 게 제일 영광스러운 죽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비처럼 수하장수 손에 잠결에 목이 달아나는 죽음은 수치스러운 죽음이라 생각합니다.

자기가 무슨 침대의 제왕이라고...

 

 

어쨌든 항장(降將)인 강유는 위나라 장수였으나 공명에 귀순한 후 촉한과 마지막을

함께하며 충의의 상징이 되었던 사람입니다.

검문관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곳 사람들은 강유를 이 지역의 수호신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곳은 강유가 갑입니다.

유비도 공명도 여기서는 을입니다.

 

 

그러니 이 협곡만 막아버리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기에 이곳이 교통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기에 여기를 일컬어 한 사내가 관문을 지키면 만 명의 군사가 여는 것도

막아낼 수 있다고 했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그런 표현 외에 더는 좋은 표현이 없을 듯합니다.

 

 

누가?

이백이 말입니다.

이백이 촉도난에서 일부당관, 만부막개(一夫當關, 萬夫莫開)라고 유식하게 한자로 썼습니다.

 

 

오늘 이 금우도라는 잔도를을 걷는 사람이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전세 내어 걷는 중입니다.

아무리 중국의 유명한 관광지라 하더라도 비수기에 가면 이렇게 한가하게

걸을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정말 험한 계곡에 잔도를 내어 걸어볼 수 있게 하였네요.

금우도는 이렇게 협곡을 따라 걸어들어갔다가 U 자 형태로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

나올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그런데 길가에 나무 한 그루가 옆으로 지나가라고 길을 막고 있습니다.

이 말은 돌아가지 않으려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지나가라는 아주 오만방자한 일이 아니겠어요?

누구에게 허리를 굽히란 말입니까?

 

그런데 우리가 누굽니까?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겠어요?

미안하네만...

우리는 돌아갈지언정 허리는 굽힐 수 없다네~

 

 

마치 얼마 전 천수라는 도시에서 들렸던 선인애라는 곳을 보는 듯합니다.

그때도 이런 암벽 모습을 본 적이 있었지요.

佳人의 여행기를 보신 분은 아마 이 암벽의 모습이 연상되실 겁니다.

 

풍경이 좋고 사람도 없는 길이라 무척 기분마저 좋습니다.

이런 길을 걸을 때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건너편으로도 잔도를 만들어 놓아 협곡 안으로 들어가 반대편으로 한 바퀴 돌아

나올 수 있게 하였네요.

중국은 어느 산이나 이런 잔도를 만들어 즐길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 아닐까요?

이런 멋진 모습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 게 정답인지 모르겠습니다.

 

 

돌아내려 오는 곳에 계곡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흔히 보는 풍우교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름에는 이런 곳에 잠시 앉았다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리 아래로 개울물이 흐르고 다리 위에 양쪽으로 앉아 쉴 수 있도록 의자도 있네요.

여행 중 이런 곳에 앉아 차라도 한잔하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때요?

이런 길을 산책한다면 좋지 않겠어요?

잠시 여행한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며 말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佳人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이 길을 걷는 중입니다.

어때요?

佳人이 하는 이야기가 들리시죠?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멋진 하늘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그러기에 검문관을 가신다면 전투의 소용돌이 속에 울부짓는 소리만 들리는

검각만 보지 마시고 여기 산에 만든 멋진 하늘 잔도도 걸어보세요.

기분 쥐깁니다~

내일도 풍경속으로 또 걸어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촉견패일

웃기고 똑똑한 개죠.

워낙 해를 보기 어려운 곳이라 개도 해가 보이면 짖는답니다.

촉나라 개는 똑똑하기도 해라.

아무리 똑똑한 개라도 북벌을 따라가는 촉견은 그게 마지막 길인지 알지 못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