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가정고진을 구경합니다.

佳人 2013. 4. 29. 08:00

 

우리가 지금 무슨 짓을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가정이라는 마을을 찾아왔고 묻고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산을 올랐고

아무도 없는 토성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다 내려왔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어제 이곳 천수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천수란 단지 맥적산 하나만 생각하고 찾아왔지요.

여행이 예정했다고 그대로 진행되겠어요?

아니면 예정하지 않았다고 찾아가지 않겠어요.

여행이 마치 우리 삶과 같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아~ 가정 삼국고전장은 이렇게 우리를 다녀가라 불렀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가정이라는 곳은 상상하지도 못했고 직접 찾아온다는 일은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우연히 도로 이정표를 보고 찾았으며 또 선인애라는 곳도

간판 하나 때문에 지금 찾아가려 합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예정하지 않아도...

이렇게 찾아와 두리번거리는 게 아닐까요?

 

 

여행도 우리의 삶과 같아 상상했던 일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나 봅니다.

그래서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나 봅니다.

그냥 마음 끌리면 찾아가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나치는 게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가정은 워낙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그러기에 크게 볼 것이라고는 별로 없어 보이네요.

잠시 마을 구경이나 하렵니다.

위의 사진에 문창각이 보입니다.

아마도 문창대신을 모시는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곳에서 빌면 모두 공부 잘하게 될 겁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관우를 모신 관제묘와 더불어 문창각도 자주 구경하게 됩니다.

관우는 재물신이요, 문창대신은 공부의 신이니 중국인의 소박한 탐욕은 공부 잘하고

돈 많이 버는 게 기본인가 보네요.

 

 

정말 오래된 집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나요?

문이 잠겨있네요.

문이 열리면 장비가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런데 문 위로 무슨 글이 보입니다.

컥! 모주석 어록입니다.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 아직 모주석 어록이 있답니까?

중국에서 인공위성을 쏜 지도 한참 지났잖아요.

이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면 지금 중국을 다스리는 사람은 모택동이라 할 것 같습니다.

공명이 물러간 후 이곳의 주인은 모택동인가 봅니다.

여기는 시간이 멈추어버린 시골입니다.

아마도 이 집이 티끌로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 글은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 골목 시장입니다.

아까 산으로 올라가기 전에는 아무도 없었던 골목에 골목시장이 섰습니다.

고추가 실하고 무척 큽니다.

옆에 보이는 오이보다 큰 고추...

부럽습니다.

친구는...

자꾸 고추를 바라봅니다.

 

 

이제 아침을 준비하나요?

아까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니 중심가는 무척 분주합니다.

여기가 가정 마을의 다운타운인가 봅니다.

이른 아침에 낯선 이방인의 출현은 이곳 사람에게도 신기한가 봅니다.

우리가 이곳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여기 가정의 주민이 이방인인 우리를 구경합니다.

 

 

물, 물, 물입니다.

그렇게 애타게 그리워했던 물입니다.

바로 마속이 패할 수밖에 없었던 물입니다.

이 개울이 봉쇄되니 더는 버티기 어려웠나 봅니다.

물은 그때 마속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참 무심히도 흐릅니다.

 

 

사과네요.

이 지방에는 사과가 많이 나나 봅니다.

동네를 걷다 보니 여러 집에서 사과를 이렇게 마당에 쌓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먹을 건 아닌가 봅니다.

이렇게 함부로 쌓아놓을 걸 보면 가축 사료로 쓰기 위한 게 아닐까요?

 

 

마을 아이들이 냇가에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는 놀이가 바로 성 쌓기 놀이네요.

아이들의 핏속에도 성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피가 흐른단 말입니까?

그리고 얼마나 산 위에 쌓은 성이 원통했으면 이렇게 냇가에 쌓는 답니까?

저 아이는 아마도 마속의 귀신이 씌어 저렇게 냇가에 성을 쌓았을 겁니다.

 

 

아해야~

성을 쌓는다는 일은 얼핏 나를 보호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성은 나를 세상과 격리시켜 외톨이로 만들 수 있단다.

아해야~

이제부터는 네 마음에 쌓인 마음의 성을 허므르렴~

그래야만 우리가 꿈꾸는 함께 사는 세상이 되지 않겠니?

 

 

아해야!

이제는 더는 공명도 마속도 그리고 중달 사마의나 장합도 없단다.

그러니 전쟁놀이는 하지 말자꾸나...

평화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면 좋겠구나.

 

 

우리를 대뜸 이곳으로 오게 한 그런 이정표입니다.

가정고진 입구에도 이런 이정표가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가정은 읍참마속의 현장인

그 가정이 아니라 다른 가정이라 합니다.

한자까지 같은데...

마속이 산 위에 성을 쌓은 곳은 다른 곳이랍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읍참마속의 이야기가 있는 곳은 지도 제일 위의 가정 고전장이고

우리가 지금 새벽부터 생쇼를 하며 올라간 고전장은 지도 아래 보이는 가정고전장이랍니다.

젠장... 왜 글자까지 같아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나 모르겠습니다.

 

물론 여기도 삼국지에서 마속과 장합이 싸운 곳이고 산 위의 토성도 그때 쌓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본 게 허상은 아니지만, 조금 허탈한 기분입니다.

뭐... 여행이나 인생이나 다 그런 게 아니겠어요?

지금은 모두 역사 속의 이야기이고 우리는 그 이야기 속으로 여행 중이 아닌가요?

 

그곳을 찾아갔다고 마속이 살아올 것도 아니잖아요? 그쵸?

우리 부부가 지금 하는 여행은 사실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잖아요.

같은 분위기고 같은 사람이 싸운 곳이라니 그것으로 만족하렵니다.

 

 

잠시 마을 구경을 하다가 오늘 두 번째 구경거리를 찾아 선인애라는 곳으로 갑니다.

안내양에게 선인애를 써주며 버스 갈아타는 곳을 알려달라 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곳은 찾아 떠나는 길은 늘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비록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을 찾아갈지라도...

 

 

버스 안내양은 우리를 원점이라는 곳에 내리게 하네요.

거기서 선인애로 가는 37번 버스를 타라고 합니다.

이렇게 정보가 없더라도 찾아가는 일이 바로 여행인가 봅니다.

또 다른 여행지를 찾아 우리는 오늘도 움직입니다.

내일은 선인애라는 곳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가 시도했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더라도

그것은 또 하나의 전진이기 때문에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여행이나 살아가는 길에 우리가 목적한 곳이 아닐지라도

슬퍼할 필요도 노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게 우리의 여행이고 삶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