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 량의 별, 낙성석.
오장원에 있는 제갈량 묘는 비록 공명이 여기서 죽었지만,
시신을 묻은 무덤(묘 : 墓)은 없고 의관총이라는 것만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 제갈량 묘에는 사당(묘 : 廟)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 말로 무덤이나 사당 모두 묘라고 부르기에...
진짜 공명이 잠든 무덤은 정군산기슭에 있어 나중에 미엔현이라는 곳을
찾아갔으니 사진으로 보여 드릴 겁니다.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이 놀라고 지축이 흔들린다는 말일 겁니다.
물론 중국사람은 눈도 끔쩍이지 않겠지만...
바로 여기 제갈량 묘에 그럴 일이 있어 여러분에게 소개하렵니다.
물론, 공명은 하늘이 내린 기재라고 누구나 칭찬하고 이야기 속에서의 공명은
정말 신출귀몰한 사람으로 그렸잖아요.
그러나 그의 대단한 일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이 여기에서 환장하게도
우리를 놀라게 하는 곳입니다.
위의 문을 통해 제갈량 묘에서 제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낙성원이라는 정원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누각 하나가 있고 가운데 비석 하나가 서 있습니다.
비석에는 낙성석(落星石)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네요.
우리나라에도 낙성대라는 게 있어 그곳은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집터로 장군께서
태어날 때 하늘의 별이 떨어졌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라
크게 놀랄 일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를 돌아가 보니 위의 사진처럼 모양이 이상한 돌이 있네요.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울 마눌님이 지금 너무 놀라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돌의 모양이 범상치 않습니다.
그런데 어멈?
이게 뭡니까?
이 돌이 하늘에서 떨어져 여기다 누각을 짓고 모셔두었답니다.
지금 여러분은 공명이 죽을 때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고 하는 이야기는 들으셨지요?
바로 이 돌이라 합니다.
환장합니다.
그럼 제갈 량이 돌이란 말입니까?
이 돌 때문에 천하가 웃고 울었습니까?
그럼 머리도 돌이었어요?
그때 별이 떨어지는 것을 오장원 아래 진을 치고 있던 사마중달도
봤다고 증언하니 믿어야 합니까?
동북방향에서 서남방향으로 유성이 떨어졌다고 방향까지 증언합니다.
그리고는 바로 여기 오장원에 주둔한 공명의 영채에 떨어진 것을
주워 여기다 전시한 모양입니다.
돌도 아주 그럴듯합니다.
성분 분석이라도 한 겁니까?
하늘의 유성이 떨어지며 공명의 생애도 이제 끝나버렸습니다.
그때 떨어진 별이 이 운석이랍니다.
믿기도 찝찝하고 믿지 않자니 속 좁다고 할 것이고... 에효~
중국인의 이런 배포는 알아주어야 합니다.
워낙 중국이라는 나라는 신비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기에 문명국이 되었나 봅니다.
佳人 혼자서 "아니야 이것은 아니야~"라고 해 봐야 바보만 됩니다.
사실 공명이 죽으며 삼국지의 내용 또한 시들해지기 시작합니다.
그 후의 이야기는 기억조차 희미합니다.
여기 그림이 있습니다.
오장원에 대한 그림이지요.
그림 속의 오장원은 정말 하늘 위로 솟아오른 천혜의 요새로 아무도
가까이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입니다.
이곳을 점령하려면 하늘의 군사인 천군을 이끌고 공략해야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병을 한번 보시려우?
폼 나지요?
지금 우리 부부가 오장원 현장에 있는데 이런 그림을 보면 얼마나 앙큼하게
거짓말을 하는지 훤히 보이잖아요.
그냥 밋밋한 야산 구릉입니다.
그러나 그림은 하늘의 나라로 보입니다.
그 옆으로 가면 월영전이라는 팔각형 건물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공명의 내자를 모신 사당입니다.
살아서는 맨날 싸움질한다고 집만 비우더니 죽어서라도 가까이하라고 함께 모셨나요?
이렇게 죽어서라도 함께 있다는 일은 행복한 일일 겁니다.
공명의 내자 이름이 황월영이라고 합니다.
사실 삼국지에 출연 빈도가 거의 없어 이름조차 생소합니다.
미스터 제갈과 미스 황의 결혼식 기념사진이 있어 올려드립니다.
위의 사진이 공명과 미스 황이 결혼식을 올리던 장면입니다.
부끄러워 얼굴을 가렸나요?
아니면, 못생겨서 감추려고 했나요.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총명하나 무척 못생겼다고 하더군요.
어디 그게 미스 황의 잘못이겠어요?
황승언이 어느 날 춘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미스 황은 황승언의 딸이라고 하지요.
공명의 장인 황 노인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날 말입니다.
그놈의 춘정을 생각하느라 부끄러워 먼 산만 바라보나요?
못난 딸을 잘생긴 사위에 떠넘겨 미안해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제 제갈 서방이 가까이 있어 좋으시죠?
이번 겨울은 춥지 않고 따뜻한 겨울이 될 거예요.
긁지 말고...
따지지 말고...
함께 손잡고 한국에 오시면 연락하소
내 친히 관광 가이드가 되어 편히 모시겠소.
실제 공명의 부인은 박색이라 합니다만, 무척 지혜로운 여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워낙 출연빈도가 낮아 공명의 부인 이름을 아는 사람조차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 오기 전까지 佳人도 공명은 숫총각인지 알았어요.
공명이 죽은 후 그가 남긴 말대로 재산에 한 치의 차이도 없을 정도로 정확했고
청렴결백한 사람이었다 하며 그의 아들 또한 죽은 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쟈산이
그대로였고 땅 한 뼘도 늘리지 않았다 합니다.
이런 교육이야말로 정말 모범이 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고무줄 재산이라지요?
월영전 옆에는 팔괘진이라는 미로가 있습니다.
삼국지에 등장한 팔괘진 덕분에 중국은 이런 미로를 제법 많이 만들어 놓았더군요.
아마도 나관중의 상상력의 작품이 팔괘진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삼국지연의를 읽어보면 제갈량의 5차 북벌에 나온 이야기로
중국틱한 미스터리 속으로 들어가더군요.
내부는 어두침침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 봐야 하지 않겠어요?
팔괘진 안에는 삼국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몇 번 돌다 보면 누구나 빠져나옵니다.
삼국지연의처럼 점점 더 혼미한 상태로 빠지지는 않더군요.
이릉전투 후 도망하는 유비를 추격하는 육손의 이야기 속에서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자갈이 날아다니고 모래 때문에 눈을 뜨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현상은 없고 냄새나고 축축하여 코를 막고 나와야 합니다.
당시 공명은 오장원이라는 언덕 위에 진을 쳤고 사마중달은
그 아래 강 건너 진을 쳤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공명의 북벌을 위한 진출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아마도 이게 공명의 한계였을 겁니다.
그는 운이 다하며 여기서 눈을 감습니다.
어느 가을바람 소슬한 날에...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장원은 진령산맥이 끝나는 곳에 있는 너른 언덕 위에 있습니다.
이곳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둔전을 경작하며 장기전에 대비했지만, 절대로 문을
걸어잠그고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중달의 버티기에 공명도 더는 버티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 모습이 배를 바닥에 본드로 붙인 것처럼 떨어지지 않는 전형적인
빠떼루자세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합니다.
그래서 여기의 밭은 제갈전이라 부른다네요.
밤새 적을 성 밖으로 불러내기 위한 머리를 짜다 보니 머리에 쥐가 나고
그게 과로사로 이어졌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