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마이지(麥積 : 맥적)산 석굴

佳人 2013. 4. 20. 08:00

 

오늘은 어제 이어 마이지(麥積 : 맥적)산 석굴이 있는 절벽 위로 올라가겠습니다.

여행이 뭐 별 건가요?

그냥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면 되지 않겠어요?

아마도 이곳으로 올라가면 천상의 세상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천상에서 영원히 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당나라 때 큰 지진이 일어나며 절벽이 갈라져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졌다고 하며

초기에는 석굴 대부분이 서쪽 절벽 가운데에 조성되었다는데 후대에 이르면서

점차 동쪽으로 조성하였다 합니다.

가장 높은 곳이 지상에서 80여m라 하네요.

 

 

3호 굴 천불상이 있는 회랑입니다.

여기 부처는 모두 철망 속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바세상은 인간만 힘들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인간을 구제하기 위한 부처도 철망 안에 갇혀서

모두 인고의 세월을 지내고 있나 봅니다.

이러면 갇혀지내는 부처가 사바세상에 사는 중생을 부러워하겠습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아무 곳이나 마음 내키는 곳으로 다니는 佳人을 말입니다.

 

 

모두 용서해야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모두 놓아버려야 하겠습니다.

속세의 연과 끈을...

 

여기에 올라와 생각해보니 사바세상의 인연은 찰나의 인연이었습니다.

억겁의 세월에 그 짧은 순간을 마음 상해 질투하고 눈물 흘리고 눈도 흘기며 미워하며

살았으니 이제부터라도 남은 짧은 세월일지라도 사랑하며 격려하고

아끼고 토닥거리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佳人 주변의 모든 것을 말입니다.

 

놓아버려야 하겠습니다.

내 속의 탐욕을...

그리고 잡아두어야 하겠습니다.

주변의 모든 소중한 인연을...

 

 

산꼭대기엔 수나라 때 조성된 높이 9.4m의 탑 1기가 있다네요.

그러나 그 위로는 올라갈 수 없네요.

현존하는 굴감(窟龕)은 모두 221개이며 조상은 대부분 채화니조

(彩繪泥塑 : 그러니 흙으로 만든 후 채색한 조각상)며,

돌로 만든 불상은 오히려 적은 편이라 합니다.

그러니 이곳을 석각이라 표현하기도 그렇습니다.

 

 

조상 수는 모두 7.200여 위 정도인데 소상(塑像)이 3.513위, 석상(石像)이 25위,

석조비상(石造碑像)이 18위, 천불까지 합해 석상이 모두 3.662위로 

그래서 여기를 "동방조소(東方雕塑)진열관"이라고도 부른다 합니다.
작년에 뤄양의 용문석굴과 다퉁의 운강석굴을 구경했지만, 여기는 그곳과 또 다른

으로 한마디로 굉장히 멋지고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그곳은 그냥 석벽에 굴을 파고 부처를 조각했지만, 여기는 돌산 절벽에

굴을 파거나 진흙으로 조소상을 만들어 부처를 공양했습니다.

난도가 훨씬 높기에 당연히 기본 점수도 높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여기는 뤄양이나 다퉁처럼 구경하는 길도 수직벽에 만든

위험한 잔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높이 142m의 붉은 사암 절벽에는 동쪽 벽에 54개, 서쪽 벽에 140개로 총 194개의

크고 작은 석굴이 있으며 1.600여 개의 아름다운 벽화가 있습니다.

불상과 함께 부처의 전세(前世)를 그린 본생도나 부처의 생애를 그림으로 그린

변상도와 같은 벽화도 대량으로 조성되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공사한다고

막아놓았기에 모두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맥적산 석굴은 거의 90도의 절벽에 만든 석굴들이라 석벽 전체를 회랑식으로 이어놓은

통로와 계단 없이는 오를 수 없습니다.

만약 여기를 계단이나 잔도를 없애고 암벽등반 하는 곳으로 개발하면 어떨까요?

부처로부터 깨달음을 얻는다는 일이 어디 만만하게 쉬운 일이겠어요?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고행을 한 후 부처를 만나야 더 큰 깨달음을 얻지 않겠어요?

최적의 절벽일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빠떼루 받습니다.

 

 

위의 사진은 5호 굴 삼존불입니다.

채색한 그 모습이 마치 막 화장을 끝낸 그런 모습이 아닙니까?

뽀얀 피부에 살며시 내려 감은 눈은 이미 세상의 모든 것을 얻었다는 의미일 듯합니다.

세상의 진리를 알고 나면 아마도 저런 표정을 짓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옆에서 가만히 눈을 감아 봅니다.

득도의 길이 이리도 쉽다니...

 

 

5호 굴 삼존불과 옆에는 그를 지키는 천왕상이 있습니다.

천왕은 자꾸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고 하나 봅니다.

그래서 몸을 묶어 버렸나 봅니다.

각도 때문에 자꾸 누우려고 하나 봐요.

얼마나 오랜 세월 여기를 지켰으면 서 있는 일이 힘들어 자꾸 앞으로 자빠지려고 할까요?

 

어쩌면 좋겠어요?

그런데 발밑에 소를 밟고 있어요.

그래서 우왕 또는 답우천왕이라고도 한다는군요.

천왕은 아직 득도의 경지에 들어서지 못했나 봅니다.

같이 시작한 이곳에 삼존불은 자세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의연히 있는데

왜 천왕만 누우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보!

당신은 왜 또 그러십니까?

너무 높은 곳이라 마음이 콩알만 해져 겨우 걸음을 옮기는데

당신은 천상의 세상을 무척 즐거워하시네요.

佳人이 무서워하는 모습이 그리도 즐거우십니까?

가던 길 멈추고 제대로 따라오나 바라보십니까?

 

佳人은 언제나 당신의 남 편이 아니고 당신 편입니다.

당신이 걷는 길은 어디나 따라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늘 당신 곁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삶 동안, 당신을 한번 더 안아주고 한번 더 미소짓겠습니다.

 

 

어멈? 내려다보니 장난이 아닙니다.

여기는 이렇게 아슬아슬한 곳을 걸어 다니며 구경해야 합니다.

부처를 가까이한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이곳의 구경은 여느 중국처럼 들어가는 곳과 나오는 곳이 다르기에 동쪽 절벽부터

시작해서 가장 크고 위쪽에 있는 4호 굴과 5호 굴을 보고 서쪽 절벽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인 코스인가 봅니다..

그러나 자물쇠로 잠겨진 중요한 몇몇 굴들은 돈을 내고 가이드를 동행해야만

직접 열쇠로 열어 보여준다고 합니다.

칫! 그러면 안 보고 맙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해 혼절할 것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 도를 닦는다면 정말 더 쉽게 득도할 것 같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석굴 구경보다 옆으로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이 더

무서운데 잔교의 통로가 좁아 단체 관광객이라도 만나면 제자리에서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지 않겠어요?

 

 

위의 사진은 맨발입니다.

오늘 날씨도 찬데 발이 시렵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높은 곳에 올라보니 바람마저 제법 불어 옷 소매에서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큰일 났습니다.

아~ 천상의 세상에 오르니 모두 보이고 들리기 시작합니다.


석굴은 절반 정도만 공개되고 있고 나머지는 문을 만들어 잠가 놓았습니다.

지금도 계속 공사 중으로 모두 돌아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또한, 많은 석굴을 철망으로 보호하고 있어 밖에서는

컴컴한 동굴 형태만이 겨우 보일 뿐입니다.

 

 

입구에서 바로 위에 보이는 큰 석불이 제13호 굴로 삼존대불입상이라고 부른답니다.

석벽에 우선 불상을 조각하고 그것을 기초로 그 위에 진흙과 지푸라기를 섞어 붙여

만든 조소 불상이라 합니다.

피부가 하얀 것은 화장을 했다기보다 석회가루로 분칠해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도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처럼 느껴집니다.

제일 가깝게 다가서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하나라도 듣고 싶었지만,

너무 먼 곳에 계십니다.

아래에서 바로 올려보아도 지혜를 얻을 수 없고 올라가 아래로 바라보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없고... 환장하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단 틈 사이로도 봐야 합니다.

하늘과 통하고 지혜를 얻기 위한 일에 佳人은 무엇인들 못 하겠어요.

계단에 무릎을 꿇으라 하시면 이곳에서 꿇겠습니다.

득도의 길은 이리도 험하고 힘든 단 말입니까?

아니면, 여기는 스파이더맨이나 좋아할 그런 곳이 아닐까요?

 

 

석불을 만들었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석불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정신 사납게 얽힌 나무가 이곳의 제작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구멍을 파고 나무나 쇠붙이를 끼워 그 위에 흙으로 조소상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당시 맥적산 석굴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보여주는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내일도 남은 몇 곳을 더 두리번거리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의 절은 이런 곳에만 지어야 했을까요?

믿는다는 일은 공포가 뒤따라야 하나요?

믿음은 쉬운 곳에서는 얻기 어려운 것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