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쳐라! 마속의 목을 쳐라~

佳人 2013. 4. 25. 08:00

 

이제 가정전투장의 정상에서 내려갑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가정이라는 마을의 반대편에서 바라본 성채입니다.

비록 흙으로 쌓은 토성이지만, 성벽의 모습은 만리장성을 보는 듯하지 않습니까?

만리장성도 모두 돌이나 벽돌이 아니라 토성도 많다고 했습니다.

담장은 이렇게 중국의 문화나 국민성까지 바꾸었나 봅니다.

 

 

공명의 작전은 훌륭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크게 그르친 작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수장의 지략이 우세하다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 전략을 수행하는 장수들이 각각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얼마큼 제대로 수행하느냐가 아니겠어요?

감독이 훌륭하다고 그 팀이 승리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아닐까요?

 

 

이곳 가정에 군사를 보낸 목적은 전투하기 위한 게 아니라

통로를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공격이 아니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군량미의 보급과 군사의 통행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었는데 마속은 과욕을 부렸나 봅니다.

지키고 버티라는 명령을 적을 무찔러 공을 세우려는 개인의 욕심이 나라의 국운을

좌우하는 결과를 낳았나 봅니다.

 

 

여기에 마속이 자기가 똑똑하다는 자부심과 공을 세우려는 공명심이 앞서

 공명의 지시를 어기고 길을 봉쇄하지 않고 산 위에 진을 침으로

이번 전투에서 큰 패착을 두게 됩니다.

이는 한 지역의 패배가 아니라 이번 전투의 핵심이 되는 전투였다는 게 문제이지요.

 

 

 가정을 빼앗기고 그곳이 막혀버리면 촉은 장안으로 나갈 방법이 없는 겁니다.

뒤가 열린 상태에서 위나라 군사가 진군하는 촉의 군대 후미를 공격하면

촉은 진퇴양난이 되는 겁니다.

장안에 가지 못하면 이번 북벌은 무위로 돌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후퇴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기회를 보아야 합니다.

 

 

공명이 마속의 목을 치며 눈물을 흘린 이유는 마속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번 실패로 북벌의 꿈을 접어야 했기에 더 안타까워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내려가는 길은 아까 올라온 반대편으로 내려갑니다.

잠시 내려가다가 산 위의 토성을 다시 올려다봅니다.

 

 

마속은 후세에 읍참마속이라는 말을 남기게 한 장본인이죠.

바로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의미의 읍참마속은

공명의 명령을 어기고 길을 봉쇄하지 않고 산 위에 진을 침으로 팽팽한 전투가

예상되었던 상황을 한순간에 패전으로 몰고 간 마속의 실책을 벌하기 위해

마속의 목을 쳤다는 말에서 유래했지요.

 

 

결국, 공명은 전술에서는 지혜롭고 성공적으로 계획했지만,

사람을 잘못 씀으로 천하 통일의 꿈은 사라지게 됩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여기도 있었네요.

人材라 생각한 마속이 人災였다니...

그런데 사람을 잘못 쓴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고 마속만 목이 달아나 버립니다.

佳人처럼 아니면 말고 일까요?

 

 

내려오는 길에 길가에서 본 풀입니다.

이게 뭔가요?

대마가 아닌가요?

중국에서는 이런 대마가 아무렇게나 자라나 봅니다.

중국 여행을 하며 대마가 아무렇게나 자라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번에 이건 또 뭔가요?

누가 음식을 담은 비닐봉지를 나무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혹시 새에게 모이를 주려고 선업을 베풀려고 이렇게 매달아 놓았나요?

아니랍니다.

산에 올라와 일하는 사람의 점심이랍니다.

점심때 집에 다녀오는 일도 번거로워 이렇게 점심을 싸와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나무에 매달아 놓았답니다.

 

 

이곳 전투는 산 위에 주둔한 촉군의 마속과 산 아래를 포위하고 불을 지르고

식수를 길러 내려오는 촉의 병사를 위나라 군사가 제압함으로

결판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버텨보려고 했지만, 물이 없으니 밥을 지을 수 없고 식수마저 떨어지니

군사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병사는 도망을 가니...

 

 

멀리 건너편 산등성이를 바라봅니다.

저곳에도 토성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여기는 그때에는 아주 중요한 길목이었나 봅니다.

여기 협곡만 틀어막으면....

그러니 이 지역은 군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거점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마속은 마지막으로 죽을 힘을 다해 포위망을 뚫고 주변의 구원군까지

합세하여 겨우 혈로를 뚫고 도망을 합니다.

이 격전은 3박 4일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우게 되었답니다,

결국, 살아남은 자는 부상병뿐으로 완패를 당한 셈입니다.

 

 

길가에 추수하고 베어버려 말라 비틀어진 수숫대를 바라보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네요.

수숫대가 마치 물을 마시지 못해 말라 비틀어진 마속의 군사처럼 생각됩니다.

황토 흙으로 된 산이라 산 위는 물은 구할 수 없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모두 위나라군이 지켜 봉쇄되고...

결국, 이렇게 수숫대처럼 말라 비틀어져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이렇게 되자 촉군은 모두 포기를 하고 한중만이라도 지키자는 생각에 한중의

숨통인 양평관으로 집결해 사수에 들어가고 이 소식을 접한 공명은 탄식하며

장안을 돌파하여 낙양을 함락하려던 계획이 마속 한 사람 때문에

한낱 꿈으로 끝나고 마는데 눈물을 흘립니다.

누가 공명의 안타까움을 알아줄까요?

누가 흐르는 공명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요?

佳人입니까?

여러분이십니까?

아닙니다.

그림을 보니 공명 스스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전투의 작전 실패가 마속 한 사람 때문일까요?

천기를 읽는 공명이라면 마속의 성격도 읽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이렇게 중요한 곳이라면 경험이 풍부한 다른 사람으로 선발해 보내던가

아니면 작전을 분명히 전달해 확실하게 마속에 인식시키던가...

 

 

그리고 그때 공명이 마속을 가정으로 보낼 때 여러 장수가 마속을 보낸

결정에 반대했다고 하잖아요.

옆에서 지켜본 佳人도 반대했어요.

혹시 공명은 마속이 지난번 중달을 공직에서 물러나 낙향하게 한

그 일만 너무 기억한 것은 아닌가요?

그때 마속의 지혜로 사마의 중달은 현직에서 물러나 야인생활로 돌아가게

한 일을 바로 마속이 꾸민 일이었잖아요.

뭐 도둑이 들라치면 개도 짖지 않는다 하지요.

 

우리가 옆으로 지나가도 이 개는 지난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눈도 뜨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속이 개는 아니지만... 

아닌가요?

마속이 개로 환생해 그때의 억울함에 밤새 지쳐 울다가 아침에 잠이 들었나 봅니다.

그도 아닌가요?

밤새 물을 찾아 헤메다 잠이 들었나요.

불쌍한 마속...

 

쳐라! 마속의 목을 쳐라~

 

 

위의 사진이 바로 읍참마속이라는 그림입니다.

공명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습니다.

하늘은 왜 내게 이런 악역을 맡겼느냐고 원망하고 싶습니다.

뭐... 사실 하늘이 맡기지는 않고 자신이 북벌을 계획하고 출사표를 쓴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믿고 아꼈던 장수가 선제의 꿈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며 이제

그 출구가 저기 보여 나중에 유비를 저승에서 만나도 반갑게 만날 수 있었는데...

얄팍한 병법의 재주만 믿고 명을 어겨 산 위에 진을 침으로 북벌의 꿈을

개꿈으로 만들어버린 마속의 목을...

"쳐라! 마속의 목을 쳐라~ 군령을 어겨 이번 북벌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든

저 마속의 목을 쳐라!"

마속이 죽고 난 후 공명은 그의 장사를 후하게 치렀고 그의 가족에게

포상금과 연금지급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공명은 마속을 꼭 죽여야만 했을까요?

그냥 佳人이 주는 최고의 형벌인 빠떼루로 가름하면 어땠을까요?

촉은 위나라에와 비교하면 인재가 적은 나라입니다.

 

당시는 오호상장 중 조운만 남았고 조운마저 이미 늙어

그 힘이 점점 바래가고 있었던 때가 아니겠어요?

오히려 살려주고 더 큰 공을 세워 보답하게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아니면 자기의 작전실패를 감추려고 오히려 마속에 더 강한 벌인

참수를 명령한 것은 아닐까요?

 

 

공명이시여~

누구를 탓하시렵니까?

모두가 내 탓이 아니고 네 탓으로 돌리시렵니까?

아니면 네 탓이 아니고 내 탓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마속의 목을 치라고 명령하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도포로 눈물을 닦는 장면이 바로 위에 보입니다.

혹시 악어의 눈물은 아니겠지요?

셀프 눈물 말입니다.

 

 

아니군요?

공명은 명령을 어긴 마속의 목을 침으로 그의 죄를 묻습니다.

이때 공명은 울면서 명령을 내렸다고 해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벼슬을 승상에서 내렸다는군요.

 

공명은 마속의 잘못을 벌하기 위해 마속의 목을 친 일이 아무리 생각해도

경기에 패한 팀 감독이 자기가 선발로 출전시킨 선수의 실수만 이야기하며

패인을 그 선수에게만 돌리는 기분이 들어 아주 찝찝합니다.

이럴 때는 공명이 야속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공명이 흘린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나 대신 목을 쳐 그 벌을 줌으로 미안한 마음이었을까요?

아니면 아까운 사람 하나 죽인다는 안타까움이었을까요.

혹시 자신의 잘못 때문에 대신 죽은 마속에 미안한 마음이라면 좋겠지만...

악어의 눈물이라면?

그것은 오직 공명 스스로만 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