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소림 무술공연

佳人 2013. 3. 4. 08:00

 

친구는 진공잔도를 걷고 싶다고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가고

우리 부부는 무술공연을 보려고 소림사 무술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여행 중 베이징에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 친구는 젊은 시절 무협지에 흠뻑 빠져 세상의 모든 무협지를 대부분 통달했기에 이런 공연은 시시할 겁니다.

하늘을 날고 구름을 부를 정도의 무협지 내공이 쌓인 친구니 겨우 매트리스 위에서 팔짝거리는 공연은

그저 어린아이 재롱에 불과할 겁니다.

 

여행에 함께 동행한다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서로가 보고 싶은 게 다를 때는 각자의 방법으로 하면 됩니다.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부부 사이일지라도 늘 웃는 얼굴로만 다니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원하는 방법을 인정한다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습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하는 일입니다.

 

어디 여행뿐인가요?

우리가 살아가는 일에서도 많은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주장이 앞서기 때문이 아닐까요?

세상을 살아가는 길은 여러 갈래로 무척 많습니다.

내가 걷는 길만이 늘 옳은 길은 아닙니다.

 

아마도 소림사 관광을 오시는 분에게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메뉴가 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이 무술 공연이라 할 겁니다.

그만큼 이곳은 늘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지요.

 

지금 공연을 구경하기 위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깃발부대를 형성해 인해전술로 돌격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공연장 앞에 깃발부대가 모인다면 공연시각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공연의 상황은 늘 이렇기에 시작시간 다되어 가도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척 순진한 생각일 겁니다.

 

이미 공연장 광장은 다음 시간에 들어가려는 구경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지요.

입장이 시작되면 정문을 통해 들어가며 바로 앞에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습니다.

이 문은 늘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기에 빨리 들어가도 자리를 잡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 단체관광객은 한두 명만 들어가도 많은 자리를 자기네 자리라고 앉지 못하게 큰소리치더군요.

중국 사람들은 그곳이 홈그라운드라 크게 싸워도 되잖아요.

인해전술...

우리에게는 큰 아픔을 준 중국의 전술입니다.

 

그러니 입구로 들어가며 보이는 제일 앞에 보이는 문 말고 양쪽 옆으로 가시면 문이 또 있습니다.

이 문은 사람이 오지 않기에 쉽게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공연장 정면이 아니기에 옆모습만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네요.

 

시작부터 여러 사람이 나와 매트리스를 막대기로 두드리며 시작하네요.

먼지 털 일이 있나요?

아니면 공포를 조성하는가요?

 

도리깨질하듯 말입니다.

마구마구 두드립니다.

아마도 봉술을 보여주나요?

저 짓도 하루 이틀 배워 하는 게 아닐겁니다.

 

거의 아크로바틱 수준입니다.

무술인지 쇼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저런 자세가 득도의 경지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요가인가요?

사진이 흔들렸습니다.

어두운 실내이기에 푸래쉬를 터뜨리지 않고 손으로만 들고 사진 찍기가 여간 어렵지 않네요.

 

많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조금 덜 흔들린 사진으로 골라 보여 드립니다.

공연시간은 30분으로 무척 짧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몇 번 뛰고 구르더니만 모두 나와 인사하고 들어가네요.

 

그러나 공연을 보기 위해 대기 시간은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하니 조금 수고해야 하네요.

그리고 여기는 소림사에 온 관광객은 누구나 보려고 하기에 늘 만원사례인 듯합니다.

우리가 갔을 때 공연시각은 오전은 9시 30분, 10시 30분, 11시 30분 세 차례가 있었고 오후에는

14시, 15시, 16시, 17시로 네 차례 공연하여 하루에 모두 일곱 차례 공연을 하더군요.

겨울철에는 첫 번째 9시 30분 공연과 마지막 17시 공연은 없습니다.

미리 시간을 알아두셨다가 소림사 경내 구경과 일정을 맞추면 유리하실 겁니다.

 

여기는 국가 관광국과 하남성 인민정부에서 공동 투자한 곳이랍니다.

무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과 공연예술 등 관광에 관한 사람을 모집하여 교육하는 곳이라는군요.

무술관 안에는 모두 560석의 좌석이 있답니다.

 

등펑 시내에서 소림사로 오는 길에는 76개나 되는 무술학교가 있다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모두 6만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답니다.

모두가 이소룡이 뿌린 씨앗이고 이연걸이 되는 꿈을 꾸며 다닐 겁니다.

여기 공연장 건너편의 큰 운동장에는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무술학교 학생이 수천 명은 될 듯합니다.

 

그나마 여기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학생이랍니다.

밖에 다니는 학생 중 잘해야만 여기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밖에 있는 학교는 여기 소림사에 들어오기 위한 재수학원인가요?

 

차력사가 길거리에서 자주 하는 기술입니다.

목에다 쇠를 대고 구부리는 그런 기술 말입니다.

여기 무술 시범이라는 게 대분 우리가 길거리에서 보는 차력사의 모습 그대로네요.

 

어린아이는 절대로 따라 하면 안 되는 기술입니다.

이런 기술은 차력사라면 누구나 하는 일입니다.

반드시 먼 소림사까지 찾아가 배울 필요도 없는 기술이겠지요.

이런 기술 배우려고 십 년 이상 여기에서 수련하나요?

 

이 무술은 약간 마술적인 동작이네요.

유리를 가운데 두고 이쪽에서 바늘을 던져 유리 건너편의 풍선을 맞추는 기술입니다.

달마가 처음 무술을 연마할 때 이렇게 하라고 가르쳤습니까?

득도를 위한 체력 단련이지 이게 돈 벌기 위한 공연으로 변질한 게 아닌가요?

 

만약, 달마가 이 사실을 안다면 갈댓잎 하나만 주고 모두 장강으로 따라 들어오라 할 겁니다.

어떻게?

일렬로 서서 달마가 "오리!" 하고 외치면 "꽥꽥~" 그리고 "돼지" 하면 "꿀꿀~"하며

달마를 따라서 장강으로 들어갈 겁니다.

 

유리 뒤에 있는 풍선이 터졌습니다.

사실 모두가 이소룡이 되고 성룡이 되고 이연걸이 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일부 극소수만이 이런 영광을 얻을 수 있지요.

케이블 TV의 연속극에라도 나온다면 가문의 영광이고 삼국지에 잠깐 출연한다면 족보에 올라갈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드라마에도 엑스트라는 필요하겠지만, 이곳에서 수련하는 모든 수련생의 꿈은 주연일 겁니다.

 

벌처럼 날아 나비처럼이 아니고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려나 봅니다.

일반인 중 무대로 불려 올려 무술 동작을 따라 하게 하는 코너도 있습니다.

웃자고 하는 일이겠지요.

쓸데없이 공연 시간 늘리는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요.

 

불려나온 관객이 무술 고수가 하는 대로 따라 하라고 하는데 제법 잘하면 안 되는 일이지요.

웃자고 시킨 일에 죽자고 잘하면 시킨 사람의 표정이 영 떨떠름합니다.

쳐다보며 속으로 :우쒸~ 장난이 아닌데? 왜 잘하는거여~" 라고 하잖아요.

소림사 무술 공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린 학생이 출연하여 기계적인 동작을 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너무 상업적인 공연을 하며 돈을 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벌어서 어디에 쓰려는 걸까요?

달마에게 보태주려고 그럴까요?

달마가 그렇게 돈을 밝혔습니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돌아서며 씁쓸한 기분은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