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소림사 초조암

佳人 2013. 3. 2. 08:00

 

이제 하산합니다.

왜?

더는 여기서 얻을 게 없으니까요.

여행을 하다 보니 엉뚱한 생각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 등산까지 하게

되었으나 그래도 잘못 올라왔기에 세상의 이치를 알아버렸어요.

무슨 이치?

그냥 생긴 대로 살아가라는 말 말입니다.

佳人은 득도한 사람이기에 이제 하산하렵니다.

득도?

그거 멀리 있지도 않고 오랜 시간 걸려야 얻는 게 아닌가 봅니다.

 

 

잠시 내려가다 뒤를 돌아봅니다.

아직 저 멀리 달마께서 우리 일행이 잘 내려가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걸 어찌 아느냐고요?

우리 외에는 이곳에 올라온 사람이 전혀 없기에 우리 일행이 궁금할 것 아니겠어요?

더군다나 말도 통하지 않은 외국인이기에...

아까는 잘 가라고 손까지 흔들어 주었는걸요.

어찌 아느냐고요?

마음의 눈을 뜨면 다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걸요.

 

 

어때요?

바쁜 여행길에서도 단풍이 물들어 노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이런 호젓한 길을

걷는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아무도 다니지 않는 이런 산길은 우리에게는 과분하고 호사스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산새 지저귀고 낙엽이 흩날리는 이런 길을 걷는다는 일은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여행 중에만 느낄 수 있는 작은 틈새 시간에 즐길 수 있는 호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산에서 내려가면 오늘만은 친구와 헤어질 겁니다.

친구는 숭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진공잔도라는 곳을 걷고 싶어하고,

우리 부부는 소림사에 왔으니 이곳의 자랑이라는 소림 무술을 보고 싶어하고...

 

 

두 군데 모두 갔으면 좋겠지만,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에

모두 갈 수는 없고 한 곳은 포기해야 합니다.

여행이란 같은 곳에 가더라도 서로 보고자 하는 취향이 다르기에

자유스럽게 선택하면 됩니다.

밤에 숙소에서 만나 내일 아침 일찍 같이 이동하면 되니까요.

 

함께 여행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행 중 서로 다툼의 원인이 바로 이런 문제일 겁니다.

그때는 서로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해야 합니다.

배려란 내가 좋아라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는 일입니다.

 

 

내려가는 길에 달마를 기리는 작은 암자 하나가 있습니다.

초조암이라는 곳입니다.

초조하고 긴장하고 두려움에 싸인 사람이 찾아 초조함을 푸는 곳이 아니랍니다.

 

선종의 조상이라는 의미로 초조라 했고 여기를 초조암이라 부르나 봅니다.

초조암은 숭산의 천지지중(天地之仲)의 하나로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곳입니다.

달마동이 있는 오유봉과 소림사 상주원의 중간쯤인 산기슭에 있습니다.

 

 

산문을 활짝 열고 들어갑니다.

왜?

이미 달마로부터 득도의 길을 들었기 때문이죠.

이 암자는 북송시기에 건축한 곳이라 합니다.

그러니 세월이 거의 천 년 가까이 흘러 아주 오래된 암자입니다.

물론 달마를 기리는 마음에 만들었을 겁니다.

 

초조암은 가운데 중심선을 따라 제일 앞에 산문이 있고 그다음 대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천불각이 있어 세 개의 건축물이 일렬로 정남 쪽을 바라보고 있네요.

 

 

초조암 대전은 북송시기인 선화 7년인 1125년에 지은 건물이랍니다.

전후좌우 각각 3칸의 건물로 기둥이나 상랑 등 건축방식이 영조법식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그게 무슨 법식인지 佳人이 알 수 있나요?

아마도 중국 고대 건축방법 중 한 가지 방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이 목조 대전의 건물이 하남성에서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천 년이나 지난 아주 오래된 목조건축물을 보고 있습니다.

 

 

대전 앞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가 서 있습니다.

그 이름이 육조수식백(六祖手植栢)이라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그냥 아무나 심은 나무가 아니라 선종의 여섯 번째 후계자로 추앙받는

혜능선사가 당나라 초기에 광동에서 직접 묘목을 들고 이곳 소림사까지 찾아와

달마를 경배하는 의미로 직접 심은 나무라 합니다.

佳人은 달마가 지팡이를 꽂아 둔 것이라고 하는 지 알았어요.

 

 

그 외에도 작은 건물 두 개가 더 있고 송나라 때부터 만든 비석이

모두 49개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모두 알면 오죽 좋겠어요.

그러나 글을 새긴 비석이라는 것만 알아도 반은 알고 갑니다.

 

 

뒤로 돌아가니 아주 작은 암자 하나가 보입니다.

암자 앞에는 달마면벽지암이라는 비석이 앞에 서 있네요.

아마도 달마가 뒤에 보이는 오유봉에 올라 9년간이나 동굴 속에서 벽만 바라보고

참선을 했다는 일 때문에 여기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암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초조암을 떠나 탑림으로 내려갑니다.

소림사 탑림은 천지지중의 역사유적 중 한 곳으로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곳입니다.

탑이 많이 모여 있어 탑림이라 부르겠죠.

정말 많은 탑이 있습니다.

 

 

탑림은 역대 고승들의 안식처인 무덤일 겁니다.

아마도 탑을 만들고 그 탑 안에 고승들의 사리를 모아 보관한 사리탑이 아닐까요?

그럼 여기에 묻히지 못한 사람은 고승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죽어서까지 이렇게 차별해도 됩니까?

 

 

이게 무슨 국립묘지도 아니고 여기에 묻히려면 무슨 기준이 있어야 하나요?

여기도 혹시 배경이 있어야 들어가는 겁니까?

죽어서까지 이런 머리싸움을 한다는 게 인간 말고는 없겠죠?

죽고 나면 모두 흙으로 돌아가는 데 죽어서까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잖아요.

 

 

마치 그 탑이 수풀처럼 많이 있기에 탑림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겁니다.

이곳의 부지 면적은 약 14.000여 제곱미터로 당, 오대, 송, 금, 원, 명, 청,

현대를 이어오며 모두 248기의 불탑이 있다 합니다.

많기도 합니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불탑이며 또 가장 오래된 불탑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라 하네요.

따라서 문물가치가 무척 높은 곳이라 합니다.

 

 

예전에 벽돌을 쌓는 기술이라는 고대 전석 건축 기술을 볼 수 있고 조각이나 서법,

회화예술을 모두 한곳에서 볼 수 있으니 그 가치는 무척 크리라 생각되네요.

위의 사진은 살아생전의 모습을 탑에다 새겨놓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리탑과는 달리 무척 아름답게 꾸며놓았네요.

죽은 자가 이렇게 공경하는 것을 알까요?

 

 

몇 개 더 보겠습니다.

사리탑도 이렇게 많이 모이면 관광자원이 됩니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 구경 오는 것 말입니다.

 

 

위에 보이는 탑이 아마도 여기 탑림에서 제일 유명한 탑인가 봅니다.

죽어서도 이렇게 더 많은 사람이 구경 오는 곳도 있습니다.

 

 

누구의 탑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깨알 같은 글이 너무 멀고 또 가까이 있다 해도 佳人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으니까요.

다만, 탑 앞에 서 있는 저 비석에 자꾸 눈길이 머무릅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저 비석만 확대해 보겠습니다.

목숨 수(壽)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죽은 사람 무덤 앞에 목숨 壽라는 글이 무슨 소용이랍니까?

죽고 나면 모두 끝나는 일이 아닌가요?

죽은 고승들의 무덤에 목숨 壽라는 글은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더 오래 살고 싶었다는 바람인가요.

보는 사람에게 오래 살라고 건네는 덕담이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죽고 나면 똑같아지는 게 아닌가요?

 

내일은 치열한 삶의 경쟁 속에서 그나마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냐고요?

내일 보시면 압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生從何處來

삶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死向何處去?

죽게 되면 어디로 가는가?

 

生也一片浮雲起.

삶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지는 것.

 

浮雲自體本無質

뜬구름이 본래 바탕이 없는 것이니

生死去來易如示.

생사의 오고 감도 또한 이와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