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 2012. 10. 4. 08:00

가을입니다.

요즈음 자주 집에서 가까운 산에 올라갑니다.

그러나 그 산에 오르기 위해 집에서 큰길을 따라 30분 정도 제법 걸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걷는 큰길에는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심어 놓았습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은행나무를 심어놓은 거리의 가로수 아래는

은행이 수북이 떨어져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도 이 길을 걷다가 떨어진 은행을 제법 많이 주워서

전자레인지에 구워 먹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제법 많이 떨어져 있어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로 굴러가 차가 지나가며

냄새도 제법 심하게 납니다.

어느 부부는 비닐봉지나 커다란 포대를 들고 와 길에 떨어진 은행알을 줍기도 하더군요.

 

줍는다고 바로 먹을 수는 없지요.

뒤처리하는데 제법 인내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냄새 때문이지요.

 

은행이 떨어지는 시기에 어디 은행만이겠어요?

산길을 오르다 보면 밤도 떨어지고 도토리도 떨어집니다.

그런데 도토리나 밤은 사실 산에 사는 다람쥐나 청설모의 겨울 양식이라네요.

 

그런 것은 그냥 두었으면 좋겠어요.

도토리묵을 만든다고 쓸어가고...

아직 제대로 익지도 않은 밥을 나무를 떨어가며 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야 그게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즐거운 일일지 몰라도 

다람쥐에게는 생사가 걸린 심각한 문제잖아요.

가끔 산길을 걷다 보면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보기도 좋습니다.

서서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주워간 도토리 때문에 다람쥐를 더는 볼 수 없다면 그 또한 슬픈 일입니다.

작은 욕심이 다른 생명의 밥줄을 끊는다 생각하면

도토리 한 알이라도 그냥 두고 내려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