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삼고초려는 작전이었나요?

佳人 2013. 4. 11. 08:00

 

 

삼국지 이야기 중 삼고초려라는 말이 있는데 물론, 삼국지 안에 무척 많은 말이 있지만,

도원결의나 삼고초려만큼 널리 사용되고 유명한 말도 드믈 겁니다. 

지금도 우리에게도 무척 많이 사용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네요.

 

사람을 어렵게 모셨을 때 삼고초려라고 흔히 말하더군요.

이 말은 유비가 공명을 군사로 모시기 위해 세 번이나 그의 초막을 찾아갔다는 말입니다.

그 사람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남의 말만 듣고

세 번이나 찾아간다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이 말은 천기를 읽었던 공명은 유비가 자기를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과연 두 번이나 집을 떠났을까요?

아니면, 알고 있었지만, 유비의 진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집을 비웠을까요?

佳人은 그게 궁금합니다.

왜?

 

공명은 하늘만 한번 올려다보면 천하의 일을 모두 알았다 하니까요.

기문둔갑에 정통했기에 하늘의 별자리와 색깔만 보아도...

위의 사진에 있는 그림을 보면 유비가 저렇게 두 손을 잡고 어린 동자에게

예를 다하며 "공명 선생 계십니까?"

하며 찾아와 묻는데 담장 너머 안방에는 공명이 자빠져(?) 낮잠을 자고 있잖아요.

목소리가 큰 장비가 사립문 밖에서 궁시렁거리면 십 리 밖에서도 시끄러웠을 텐데...

오늘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여태 잠만 잡니다.

이렇게 엉덩이를 보이며 말입니다.

그러나 유비는 공명이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그냥 그대로 서 있었다네요.

태망공을 모시는 그런 마음으로 말입니다.

 

사실, 낮잠이란 깊게 잘 수 없지요.

지금 공명은 자는 체하며 유비의 인내심과 진정성을 테스트하는 중이 분명하네요.

오늘 유비가 공명을 모시려는 이유에 대해 구경하렵니다.

 

 

유비가 형주의 신야에 머무르고 있었을 때 병이 든 형주 자사 유표의 부탁으로

한 행사장에 갔다가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유표의 처남 채모의 군사들이

그를 죽이기 위해 포위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채모는 유표의 후계구도와 맞물려 유비 제거에 앞장서있었지요.

 

유비는 살그머니 빠져나와 적로마(馰盧馬)에 올라 꽁지가 빠지라 줄행랑을 쳤다지요?

유비에게는 꽁지가 없기에 꽁지가 빠지라 도망간다는 것은 적로마가 대신하면 됩니다.

원래 유비가 평생 살아가며 가장 잘한 것 중에 한가지가 도망가는 일이었기에

유비에게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요.

도망에는 타고 난 사람입니다.

죽을 때도 백제성으로 도망 가 죽었으니까요.

 

사방으로 물샐틈없이 군사가 배치되어 있자 유비는 유일하게 열린 서쪽으로 말을 몰았고

한참을 달리니 폭이 3장(三丈)이나 되는 계곡인 단계(檀溪)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뒤에는 채모가 이끄는 추격병, 앞에는 7m나 되는 단계...

이를 진퇴양난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유비는 "이거 환장하겠네~"라고 소리치며 운명을 하늘에 맡긴 채

적로마에게 채찍을 내리쳤습니다.

 

 

순간, 적로마는 휙- 하고 솟구쳐 오르더니 물살이 험한 단계를 단숨에 훌쩍 뛰어넘어

저쪽 기슭에 내려섰습니다.

얼마나 유비가 잔인하게 적로마에게 채찍질했으면 단순에 건널 수 있단 말입니까?

위의 사진이 바로 유비가 적로마를 타고 단계라는 강을 건너

무사히 도망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저 멀리 채모가 군사를 이끌고 따라오는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닭 쫓던 개처럼 채모는 단계를 건너는 유비를 바라볼 수밖에는 없었지요.

그럼 유비가 닭이 되고 채모는 개가 되는 겁니까?

그러나 사진은 단계를 단숨에 뛰어넘는 적로마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야기와는 다르게 촐랑거리며 물장구치는 듯 건너갑니다.

 

 

적로마는 주인에 해를 끼친다 했지만, 그것도 주인 나름이 아닌가요?

적로마란 이마에 흰털이 점처럼 난 말로 중국에서는 흉마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이 말이 나중에 큰 사고를 한번 치기는 하죠.

방통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일 말입니다.

 

적로마 덕분에 추격병을 따돌린 유비가 식겁한 후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무렵,

소등을 타고 털레털레 오는 한 목동과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네요.

   그 목동을 따라간 유비는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한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네요.

여기서 유비는 하늘이 내린 행운을 맞이하지요.

 

그의 이름은 사마 휘, 영천 사람으로 자는 덕조(德操)이고,

세상 사람들에게는 수경 선생으로 불리고 있 고명한 선비였답니다.

   유비를 만나자마자 수경 선생은 "유공 곁에는 너무도 사람이 없소. 천하를 경영하고

세상을 다스릴 모사(謀士)가 없소.

관우와 장비, 조운은 홀로 만 명을 상대할 만한 장수들이지만.’ 하고 말했답니다.

이 말은 사람은 있되 모두 돌쇠처럼 장작을 패거나 힘쓰는 일에만 필요하고

머리 쓰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지요.

만 명을 상대한다는 말은 만 명 하고도 한 명만 더 있으면 상대할 수 없다는 말인가요?

 

 

유비가 한숨을 쉬며 "저도 몸을 굽혀 숨은 선비를 찾은 지 오래됩니다만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자, 사실은 그전까지 허리 굽히며 찾아다닌 사람도 없었지요.

한 번도 허리를 굽히며 찾아본 적도 없는데 유비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합니다.

사람은 뜻을 펴기 위해 허리를 굽히라 했지만, 佳人같은 보통 사람은 허리를 펴기 위해

뜻을 굽히는 일을 하지요.

 

수경 선생은 "이곳 형주에 천하의 기재들이 모여 있으니 잘 찾아보시오." 하고 말했다네요.

가르쳐주려면 제대로 알려주지 누구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궁금하면 500원입니까?

"천하의 기재란 누구를 이르는 말입니까?" 하고 유비가 되물었습니다.

 

 

“복룡(伏龍)과 봉추(鳳雛) 중에서 한 사람만 얻어도 가히 천하를 평안케 할 수 있을 것이오.”

그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 유비, "복룡, 봉추가 누구입니까?"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수경 선생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좋지, 좋아.”

 

물론, 수경 선생도 어지간히 뻥이 센 사람이지요.

나중에 유비가 둘 다 얻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수경 선생이 자기 제자 마케팅에 여념이 없는 모습인 듯합니다.

광고란 이렇게 바로 보여주기보다 궁금증을 유발하여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때 보여주는 게 더 효과가 있지요.

이미 수경 선생은 이 광고 기법을 벌써 사용했습니다.

 

   그날 밤 유비는 수경선생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습니다.

유비는 복룡 봉추가 누군지 뒤지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으나 다음날 다시

물어보기로 하고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그때 문밖에 인기척이 들리고 어떤 사람이 찾아온 듯합니다.

 

 

"원직이 이 밤에 웬일인가?" 하는 수경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원직이란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네요.

   “유표가 섬길 만한 분인지 찾아가 만나보았으나 실망하여 되돌아오는 길입니다.”

      “그대는 왕업(王業)을 일으킬 만한 재주를 지녔으니 마땅히 사람을 가려서 섬겨야 할

것이네.... 어찌 가볍게 몸을 움직여 유표 따위를 찾아갔더란 말인가?”

드디어 원직이라고 서서라는 사람이 수경 선생을 찾아왔고 유비에게도 몸 쓰는 사람 말고

머리 쓰는 사람이 나타난 겁니다.

 

다음날, 날이 새기가 무섭게 유비는 어젯밤에 찾아온 사람이 궁금해 누군지 수경에게

지난밤에 찾아온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내 벗이외다."

"혹시 그 사람이 혹시 복룡과 봉추 중에서 한 사람이 아닌지요?"

수경 선생은 끝내 시원한 대답은 하지 않고 또 싱겁게 ‘좋지, 좋아.’ 라고만 합니다.

 

   수경 선생은 누가 어떤 사람에 대하여 인물평을 부탁하면

매번 ‘좋지 좋아.’ 라고만 대답했다고 하네요.

 ‘좋지, 좋아.’를 하도 남발하니 그의 별명이 ‘호호(好好) 선생’이 되었답니다.

 

한번은 그의 아내가 ‘사람들이 물으면 마땅히 당신의 의견을 말해주어야 하는데,

무조건 좋다고만 하면 어떡하느냐?’ 하자 그때도 수경 선생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좋지, 좋아.”

정말 실없는 사람이군요?

황희 정승 이야기를 듣는 느낌입니다.

 

 

그가 끝내 복룡과 봉추에 대해 알려주지 않자, 유비는 이제 대답 듣기를 단념하고

대신 기우는 한실(漢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수경 선생과 함께 일하기를 청했습니다.

우리는 이럴 때는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을 사용하지요.

수경이 꿩 급은 아니고 닭과 같은 급이라고...

 

그러자 수경 선생은 ‘저 같은 늙은이가 설령 뜻이 있다 해도 재주와 능력이 모자라니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오래잖아, 저보다 열 배나 나은 이가 나타나서 유공을

돕게 될 것입니다.’ 하며 점잖게 거절합니다.

이 말은 "이 나이에 내가 하리?"라는 말이지요.

 

   유비는, 그보다 열 배나 나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여 다시 물어보았으나,

또 ‘좋지, 좋아.’란 답변만 돌아오네요.

그때 군사를 이끌고 백방으로 유비를 찾아 나선 조운이 도착하는 바람에

유비는 마침내 그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유비는 그날 밤에 찾아왔던 원직, 즉 서서를 초빙하여 군사(軍師)로 맞이하게 되었고

서서는 마침 조조군의 선봉인 조인이 이끄는 군사가 유비가 머무는 성을 공격할 때

몇 배나 되는 적군을 진법으로 멋지게 깨뜨리고 후퇴하는 적의 길목까지

매복했다 일거에 물리치는 바람에 군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한 사람입니다.

오만한 관우와 아무 생각없이 사는 장비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그러나 서서의 노모가 조조에게 잡히는 바람에, 효자로 소문난 서서는

조조의 위조 편지에 속아 조조에게로 떠나가고 말았지요.

그러나 서서는 떠나기 전에 유비에게 생겼던 궁금증인

복룡 제갈량과 봉추 방통에 대해서 알려주고서….

이때 서서가 유비를 만나기 위해 지은 시가 있다고 하여 소개합니다.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불은 꺼지려 하네.
큰 집 무너지려 함이여

한 나무로는 버티기 어려워라.
산속에 현명한 이 있어

밝은 주인 찾아가려 하네.
밝은 주인 그를 얻으려 한다면서

오히려 몰라보는구나.

 

   그 후, 서서가 유비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수경 선생이 찾아왔습니다.

수경 선생은 서서가 떠난 사정을 듣자, ‘아뿔싸!’ 하면서, ‘서서의 모친은 의를

높이 여기는 분이라 서서가 갔다면 틀림없이 목숨을 끊었을 것이외다.’ 하고 말했다네요.

말이 씨가 된다고 실제로 서서의 모친은 유비를 버리고 자신을 찾아온 아들을

꾸짖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니 현자들은 정말 이를 미리 알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먼저 답을 보고 거꾸로 문제풀이를 들어가는지...

그러면 서서는 어미가 보냈다는 편지의 진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떠났으니

우리와 다른 점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란 말입니까?

 

 

서서, 제갈량, 방통 같은 준재(俊才)들이 모두 수경 선생의 제자라는 이야기도 있고,

수경 선생은 결코 제자를 둔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생각하건대 이들은 사제관계라기보다는 친밀하게 교류를 해온

초야에 묻힌 사람들이 아닌가 싶네요.

 

삼고초려를 하기 전에 왜 유비가 툴툴거리는 장비와 관우를 데리고 세 번이나

와룡을 찾아갔는지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에 군사로 공명을 초빙하려고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이야기 때문에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유명한 말이 생겨났지요.

유비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굽히며 공명이 살았다는 초막을

세 번이나 찾아가며 한껏 인격을 뽐냈지요.

나이도 20살이나 어린 공명을 찾아서 말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 세 번은 사실 많은 게 아니지요.

 

 

그러나 관우나 장비는 넘버 투나 쓰리에서 한 단계씩 밀려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늘 툴툴거리며 따라갔고 마지막에는 밖에서 기다리며 불평불만만 쏟아내며

장비가 불까지 질렀던 일은 연속극에도 나온 이야기입니다.

도원결의 할 때는 언제고..

따거라고 부르라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넘버 투를 초빙하러 세 번이나 찾아가니 짜증나지 않겠어요?

 

 

그런 것을 보면 유비도 참 속도 좋은 사람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0살 차이까지 주차장 벗이라고 해서 오가며 눈인사라도 하며 

친구처럼 지낼 수 있지만, 20살 차이라면 크게 차이 나는 사이입니다.

그때 유비가 47살이라 하고 공명이 27살이었다 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구 하다는 말을 처음으로 실천에 옮긴 사람으로 유비를 인정해야 할

것이며 유비가 잘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필요한 사람을 이렇게

허리를 굽혀 찾아 나섰다는 일일 겁니다.

 

왜?

자기가 원했던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겠죠.

유비 혼자서는 사실 돗자리나 짜고 짚신이나 만드는 일 외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잖아요.

 

 

공명은 자기를 세 번 찾아왔다는 삼고초려에 뻑소리 감동하여 과로사할 때까지

죽어라 일만 하다가 죽습니다.

출사표에 삼고초려를 아주 높게 평가한 대목이 나오잖아요.

도원결의에 공명이라도 같이 끼워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폼은 지들이 다 잡고 복잡한 일은 마지막까지 공명에만 남겨놓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은 여행이나 다녀오라는 말인데

순진한 공명은 인생의 길을 끝내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다 같이 아들도 대를 이어 목숨을 바쳐가며 싸웠지만, 유비의 아들 녀석은 어땠나요?

유비는 천하를 논하던 경쟁자와 비교할 때 유일하게 자식 농사에 실패했어요.

동오의 손 서방네도 똘똘했고 조조도 자식 농사는 질 지은 축에 들지만,

유비는 자식 농사에 실패하고 마마보이로 키운 겁니다.

원래부터 모자랐다고도 하고 유비가 장판파에서 조자룡이 아두를 구해오자

땅바닥에 집어던져 그랬다고도 하고...

 

 

공명이 한 행동을 보면 그놈의 삼고초려 하나 때문에 유비를 위해

죽을 둥 살 둥 평생을 고생하다

마지막에도 과로사로 죽어버립니다.

그놈의 공명심 때문에 공명은 죽어서도 다시 산 것처럼 중달 앞에

인형으로 나타나는 생 쇼까지 했다잖아요.

지금 Ghost라는 사랑과 영혼 영화 찍는 거예요?

죽어서도 쇼하는 사람 본 적 있어요?

 

 

아 참... 관우도 그랬군요?

오나라에서 죽은 후 목이 조조에게 보내졌고 상자를 열어본 조조는

죽은 관우 머리를 보니 관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큰 소리로

"이 놈~ 내가 너를 그냥 두지 않으리라~?"

이 소리를 듣고 시름 거리며 앓다가 조조도 결국 죽었다 하니

그 동네 사람은 50%가 죽어서도 한 번은 더 사고 치나 봐요. 그쵸? 

 

먼 친척이 한실의 정통을 이어야 하는 게 하늘의 뜻이라면 우리 대한민국은

조선의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무척 많을 텐데 모두가 정통이라고 우기고

나선다면 어찌 교통정리 하렵니까?

그런데 그래도 삼국지는 흥미진진합니다.

이만한 이야기도 세상에 흔하지 않잖아요.

 

 

조조는 유비에게 번성을 빼앗기고 많은 군사까지 잃고 허도로 돌아온 조인에게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습니다.

조조의 좋은 점은 비록 패한 전투지만, 복기한다는 것이지요.

전투에 이기고 지는 일은 병가지상사니까요.

 

여기서 조조는 유비에게 패한 이유가 바로 서서라는 군사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서서에 대한 수소문을 하여 효자로 소문난 그를 그의 어머니를 이용하여 허도로 불러들이죠.

삼국지라는 소설은 이렇게 이기기 위해 남을 속이는 부도덕한 이야기로 이루어졌지요.

 

 

떠나는 서서가 아쉬워 유비는 먼 곳까지 배웅하고 서서는 그런 유비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양양에서 서쪽으로 이십 리 되는 곳에 융중이 있고 

그곳에 복룡이라는 대현인이 산다고 알려줍니다.

"그럼 서서와 복룡을 비교한다면?"하고 묻자

서서는 "저는 그분의 발가락 때만도 못합니다."라고 하네요.

 

유비도 참 이렇게 남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 철없는 사람입니다.

면전에 '너하고 비교해 누가 더 나으냐'하고 물어보면 어쩌란 말입니까?

애들 앞에서 엄마 아빠 중 누가 더 좋으냐고 물어보면 안 되는 일입니다.

 

이래서 어찌 나라를 경영하고 천하를 손에 넣으려 한답니까? 나 원 참 !!!

"복룡이 도대체 누구요?"

"그 사람의 이름은 제갈 량이고 자는 공명입니다."

 

 

허거걱~ 얼마 전 수경 선생에게 들었던 이름이 아닙니까?

그 사람과 봉추 둘 중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다는...

물론 수경 선생의 뻥이 센 편이지만...

그리고 서서는 자기가 있을 때 복룡인가 백룡인가 하는 사람 모셔오지

떠날 때 알려주는 것은 또 무슨 일이랍니까?

자기 자리가 위태로워 숨겼단 말입니까?

 

 

유비는 서서에게 대신 찾아가 복룡을 모셔오라 하지만, 이것은 나쁜 방법이죠.

떠나는 사람에게 대신 모셔오라고 부탁하다니...

그리고 서서의 직업은 헤드헌터가 아니지요.

알려 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염치도 없이 데려오라니...

유비의 이런 행동은 벌써 대접받고 살겠다는 말입니다.

공명은 참된 주군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군을 천하의 명군으로 만들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닌가요?

 

그리고 사람이 필요하면 본인이 직접 허리 숙이는 법을 배워야지요.

언제부터 유비가 이래라 저래라 하며 살았답니까?

이게 바로 세 번이나 초막을 찾아 허리 숙여 초빙한 공명입니다.

공명을 모시며 유비 팔자가 펴기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고초려의 이야기는 내일 더 구경합니다.

유비도 세 번이나 찾아갔는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유비가 가장 잘한 일이 바로 삼고초려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공명을 만나기 전까지 유비는 사실 이리저리 우르르 쫓겨 다니고 쫓아다니는

비 맞은 강아지 같은 신세였습니다.

누구 하나 인정해주는 사람 없고 이력서에 써넣을 경력 하나 변변한 게 없었습니다.

물론, 아우인 관우와 장비가 있었지만, 그것은 그때까지는 골목대장 수준이었잖아요.

유비가 유비답게 대접받는 일은 바로 공명을 만나 군사로 모시고부터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