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구채구, 쑹판

쑹판고성(松潘古城 : 송반고성)

佳人 2013. 9. 6. 08:00

 

 

2012년 11월 17일 여행 30일째

 

구채구는 사계절이 모두 다른 모습이라 합니다.

천의 얼굴을 지닌 그런 곳 말입니다.

그래서 구채구는 어느 계절이 가장 아름다우냐는 질문은 어리석은 질문이라 합니다.

어느 때 가면 좋으냐 묻지 말라 합니다.

그냥 가시고 싶은 때가 있으면 아무 때나 그냥 가시고 즐기시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보시는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우리는 11월에 다녀왔습니다.

충분히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또 다른 계절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예쁘면 한 번만 보면 섭섭하잖아요.

우리도 아는 유행가 노래 중에 미인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보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고 하기에 아름다운 구채구가 보고 싶으시면 바로 떠나세요.

 

 

아일랜드의 유명한 극작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라는 사람이 죽으며 뭐라 했습니까?

자기 무덤의 묘비에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고 썼답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리될 줄 알았쪄!" 라는 말이랍니다.

아무 계절이나 기회만 되면 다녀오세요.

버나드 쇼도 우물쭈물하다가 구채구 구경도 못하고 죽었을 겁니다.

 

 

또 너무 높은 곳이라 고산증의 위험이 없겠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 또한 나이나 건강상태와는 아무 관계 없는 일이라 합니다.

개인차로 느낄 수 있기도 하고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 셋이 동행했는데 남자 둘은 예전부터 고산증을 느껴본 사람이고

울 마눌님은 건강하지는 않지만 전혀 고산증의 증세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佳人은 몇 년 전 샹그릴라에 갔다가 고산증을 느껴 하루 만에

리지앙으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고산증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심한 증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쑹판을 통과할 즈음 약간의 두근거림과 숨찬 느낌이 있어

걱정했지만, 도착한 후 하루를 자고 이튿날 3.100m인 장해에 올랐을 때도 괜찮았지만,

계단을 오를 때와 뛸 때 무척 숨이 차며 힘든 느낌을 받았습니다.

천천히 즐기며 걷는다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구채구 시내는 해발 2.000m 정도로 고산증을 일으키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죠.

보통 고산증은 3.000m를 넘어야 많이 일어나나 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는 빨리 뛰어 다닐 이유도 없습니다.

좀 더 느리게 걸으며 즐겨야지 전투하듯 지나치면 구채구가 얼마나 섭섭해하겠어요.

맑은 공기가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지천인데 왜 빨리 걷습니까?

그저 천천히 걸어 다니며 두리번거리고 심호흡도 깊이 하며 다니면 되지 않겠어요?

 

 

구채구...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독도도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운 섬입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은 꿩 대신 닭이라고 황룡을 갈 수 없어 쑹판 고성(松潘古城)으로 갑니다.

이곳은 원래 계획하지 않은 곳이지만, 꿩의 꿈이 사라졌기에 그 대안으로

구채구로 오며 슬쩍 지나치며 보았던 닮의 꿈도 아닌

그 고성의 모습이 궁금해 들렀다 가렵니다.

 

 

쑹판이 왜 닭이냐고 따지면 아니 아니 아니 되 옵니다.

바로 위에 보이는 손을 든 사내가 佳人에 손짓한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문성공주 서방인 송찬간포가 이렇게 아는 체하는데 외면하면 얼마나 섭섭했겠어요.

문성공주도 佳人의 말이 맞는다고 손뼉을 치네요.

 

이 두 사람은 원래 처음부터 부부가 아니었지 싶습니다.

원래 송찬간포의 아들을 위한 며느리감이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죽은 바람에

그리 됐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누구의 부인이면 어떻습니까?

역사는 죽은 아들은 기록에서 빼고 두 사람만 기억하는걸요.

 

 

어두컴컴한 새벽 7시에 숙소를 나와 터미널로 걸어가는데 구채구는 워낙

깊은 골짜기라 새벽 7시가 우리나라 새벽 4시쯤 되는 듯 사방이 캄캄합니다.

구채구 시내는 T자 모양으로 거리 모습이 아주 단순합니다.

계곡을 따라 일직선상에 도시가 형성되었고 중간에 구채구 경구로 들어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니 좁은 골짜기인 큰길 하나를 따라 도시가 형성되었고 중간쯤

구채구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길옆으로 제법 큰 시내가 있어 물이 늘 콸콸콸 흐릅니다.

숙소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신다면 10원이면 됩니다.

 

우리는 천천히 걸어 터미널로 갑니다.

30분 정도 걸리네요.

버스는 정확히 7시 30분에 출발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버스 안이 무척 춥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친구는 역시나 변치 않는 자세로 잠에 빠집니다.

추위가 그 맛 난 잠을 빼앗을 수 없잖아요.

좌우지간 엉덩이의 10%만 걸칠 수 있는 곳이라면 딱 저 자세로 잠에 빠집니다.

 

 

그제 우리와 함께 청두에서 구채구로 온 네덜란드 젊은이들이

이번에도 또 같이 이동합니다.

그 녀석들은 키가 무척 크기에 어제 구채구로 들어갈 문표를 살 때도

금방 알아보았지요.

쑹판에는 왜 가느냐고 물었더니 우리처럼 황룡을 가려다 갈 수 없어

쑹판으로 가 말 트레킹을 하려고 한다는군요.

그러니 그 말 트레킹의 자세가 바로 싸이의 말춤 자세가 아니겠어요?

 

 

그러고 보니 쑹판이라는 곳이 말 트레킹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9시 30분에 황룡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천주사를 통과합니다.

그리고 15분 후 쑹판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구채구로부터 2시간 15분 걸려 이곳 쑹판에 도착했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그 네덜란드 친구들은 유스 호스텔로 간다고 떠납니다.

젊음이 부럽습니다.

유스 호스텔이라는 청년 여사는 바로 버스 터미널에서 시내 방면으로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두 군데나 있습니다.

 

 

우리는 우선 터미널에서 내일 청두로 갈 버스 시각을 확인합니다.

6시와 6시 30분, 그리고 7시로 하루 세 번 출발하길래 7시 버스로 예매해 둡니다.

청두까지는 335km로 124원/1인입니다.

내일 이동할 표를 구했으니 이제 숙소만 구하면 숙제를 끝낼 수 있네요.

여기서 도강언까지도 바로 가는 차편이 있네요.

유비가 서촉을 홀랑 집어 삼키는 모의를 했던 부락산이 있는 면양은 있기는 하지만,

계절에 따라 다니는 모양이구요.

 

그런데 여기는 삐끼도 없네요.

이것 반칙 아닙니까?

유스호스텔의 도미토리는 사실 저렴하지도 않고 모르는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하기에 불편합니다.

물론, 우리가 상대편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고요.

자는 시각과 일어나는 시각이 서로 다르기에 서로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터미널 바로 앞에 보이는 빈관으로 들어가 방을 잡기로 합니다.

깨끗한 표준 방이 100원이라기에 2층의 방을 두 개에 100원으로 하기로 하고

바로 결정했는데 이른 아침이라 우리가 갑이고 숙소가 을이니까 가능한 가격이지 싶습니다.

아래층에 들어가 외국인 주숙 등기를 합니다.

이것도 이제 우리가 써서 줄 수 있습니다.

 

 

쑹판의 11월 중순은 아침이 무척 춥습니다.

따뜻한 난로가에 앉아 잠시 언 몸을 녹입니다.

위의 스테인리스 판이 무척 따뜻합니다.

주인집이 아침 식사를 하길래 우리도 중국 라면으로 뜨거운 물을 얻어

주인집과 함께 라면으로 아침을 먹습니다.

 

이 난로는 티베탄의 중요한 겨울나기 도구라 합니다.

이 난로를 중심으로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식당이 되고 식사를 조리하는 부엌이 되며

가족 모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거실이며 이웃사람이 찾아오면

사랑방이 되는 곳이라 합니다.

오늘은 외국인인 우리와 함께 아침식사를 합니다.

 

 

티베트의 거친 들판만 쏘다니느라 거칠어진 피부의 여인보다는 꿈에도 그렸던

뽀얀 속살의 문성공주를 품에 안았으니 송찬간포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그러나 이제 내일 청두로 갈 버스표를 예매했고 밤에 몸을 눕힐 숙소도 정했고

게다가 따끈한 라면으로 아침까지 해결했으니 오늘 아침은 佳人도 문성공주를

품에 안은 송찬간포가 부럽지 않습니다.

자 이제부터 어슬렁거리며 쑹판 고성을 쥐 잡듯이 돌아다니며 구경만 하면 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월의 나이를 슬퍼 마라.

진정 슬퍼해야 할 것은

마음의 나이가 드는 것이다.

(밀레)

배낭여행이 젊은이들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도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배낭여행 떠나기가 두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중입니다.

내가 다짐하는 한 영원히 떠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