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달기(妲己) 이야기 2 - 달기, 드디어 첫 발을 떼다.

佳人 2012. 9. 18. 08:00

 

사기에도 주왕이 달기를 가장 아꼈고 달기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다 했답니다.

그만큼 달기는 주왕을 사로잡았고 주왕은 달기를 위해 그녀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됩니다.

 

미색으로 남자를 홀리는 이런 일은 타고나야 합니다.

시킨다고 되는 일이 절대로 아니지요.

그래서 달기는 중국 역사에 오래도록 회자되는 대단한 여인인가 봅니다.

그래서 주왕은 늘 이런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다 합니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처음 주왕인 제신이 유소씨를 정복하고 그곳에서 상납받은 달기를 보는 순간

마치 선녀와의 달콤한 입맞춤을 한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충격에 빠졌다네요.

이렇게 인연이란 약속하지 않아도 우연하게 찾아오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인생이나 나라의 국운마저 바꿀 수 있는 인연이라 하늘이 정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귀하게 만난 인연을 소홀히 대할수는 없지요

점차 나랏일을 팽개치고 달기를 비롯한 미희들과의 주색잡기에 빠져 음란한 곡을

연주하게 하고 세월을 보내다 보니 점차 주변의 제후국이 힘을 기르게 되고 이제는

군주국인 상나라를 넘보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원래 공부 잘했던 범생이 녀석이 공부를 게을리하고 주색잡기에나 빠지면 1등의 자리는

당연히 와신상담하며 열공했던 다른 녀석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겠어요?

춘추전국시대에도 원래 제일 센 놈이 군주국이 되고 그 주변의 나라는 제후국이라고 해

어느 정도 권력을 주어 일종의 지방자치제 방식으로 운영했다 합니다.

 

 

그러나 주왕 제신의 엽기행위는 점점 도를 더해 "은하수에 닿을 듯 높은 집에

구름 위까지 솟은 나무들을 심고, 길게 이어진 난간을 옥으로 꾸미고 황금으로 아로새긴

녹대를 만들어 그 위에서 온종일 달기와 마음껏 즐기고 마셨다."라고 기록했다고 합니다만

역시 중국이라 강아지 옆차기 같은 과장이 많이 되었네요.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더 잘 먹는다고 원래 노는 일도 놀아 본 놈이 더 잘 논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과연 사람이 온종일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을까요?

매일 놀다 보면 지칠 듯한데요.

중국의 이야기라 어느 정도 뻥을 고려하고 읽어야 하지만, 도를 지나치는 뻥은

빠떼루를 주고 가렵니다.

사마천도 중국인이기에 과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우리가 중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주 보는 기룡문작(夔龍紋爵)이라는 술잔이네요.

삼국지에도 소설속에서 조조가 화웅의 목을 베러 나가는 관우에게 내린 술잔도

이런 술잔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식기도 전에 화옹의 목을 들고 들어와 마셨다지요?

청동으로 만든 잔에다 담은 술은 금방 식지 않았을 것 같네요.

그런데 사용하는데 불편하지 않았을까요?

 

주왕은 또 전국 각지에서 온갖 진귀한 새와 짐승들을 구해 바치게 했고 그것들을

관상용으로 동산에 놓아길렀다고 합니다.

이런 전통으로 중국사람은 지금도 새를 많이 키우고 아침마다 공원에 새장을 들고 나와

서로 감상하는 전통이 있지요.

그러니 전통이라는 것은 그들의 내면에 흐르는 피를 타고

수 천년이 지나도 계속 이어지나 봅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주왕을 만족하게 할 수 없었고 달기의 요구에 따라 커다란 연못을 만들고

그 안에 향과 맛이 좋은 술을 가득 채우게 하고 연못 주위의 나무에는 고기를 주렁주렁 매달아

벌거벗은 남녀를 불러다 서로 희롱하며 놀게 하고 녹대에 앉아 그 희한한 모습을 구경하는

사이코틱한 재미를 즐겼다 합니다.

그러니 중국 최고의 변태 남녀가 노는 방법을 우리는 지금 곁눈질하며 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일은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 희한한 모습을 구경하며 좋다고 즐긴 그 사람이 희한한 사람이 아닌가요?

그 모습은 바로 변태의 모습이고 사이코 패스적인 기질이 아닌가요?

 

그래도 그들이 즐겼다는 모습을 한 번 정도는 구경하고 싶기는 합니다.

佳人의 깊은 내면에도 사이코 패스의 기질이 숨어있나 봅니다.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라는데 이렇게 佳人이 숨겼던 속내를 들켜버렸습니다.

 

 

후세 사람이 주지육림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지금은 바로 타락한 향락의 대명사로 이야기할 때 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말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강성한 나라라도 지도자의 모습이 이렇다면 이제 그 나라의 운을 다하는 게지요.

 

달기는 주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지만, 자신의 지위가 후의 지위밖에 되지 않은 것에 늘

불만이기에 그래서 일을 꾸미기로 합니다.

사건이 생기지 않으면 사건을 만들면 됩니다.

진정한 용자는 눈이 녹기를 기다리기 보다 눈을 치우며 전진해야 합니다.

노예 중 하나를 매수하여 자객으로 만들어 주왕을 습격하게 한 후 정실부인인

강후가 보냈다고 자백하게 합니다.

 

주왕은 몹시 격분하여 그 자리에서 자객을 참살하고 부인 강후는 물어보지도 않고

궁궐 구석방 냉궁에 가두어 버립니다.

참살당한 자객은 또 무슨 개 같은 경웁니까?

 

 

그러나 달기는 온전하게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주왕을 부추겨 강후를 죽이게 합니다.

그렇지요.

가두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국경일 맞이해 사면 복권이라도 하면

복수한다고 덤빌 게 아니겠어요?

이로써 달기는 드디어 바라고 원했던 국모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이런 모사는 권력을 위한 일에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에 불과합니다.

어디 강후만 제거한다고 그 자리가 온전히 지켜지겠습니까?

강후가 낳은 은홍과 은교 형제는 어쩌고요?

 

그래서 그냥 불쌍하다고 내버려두면 피는 또 다른 피를 부르기에 우선 왕실에서

축출함으로 화근을 제거해버립니다.

뿌리까지 캐내어 제거해야만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지요.

이제 달기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첫걸음을 내디딘 겁니다.

비록 달기의 걸음은 작은 보폭이지만, 인류 역사에는 거대한 보폭이 되는 겁니다.

 

다음 걸음은 내일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