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妲己) 이야기 1 - 달기의 등장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귀에 익은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한 나라 때 사마천이 쓴 사기라는 책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도 이런 글을 쓰며 작가의 생각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표현했을 겁니다.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의 역사 이전의 이야기부터 약 2천 년간의 일을 기록한 것이라고
하니 사마천은 구전으로 내려왔던 이야기에 자신만의 생각으로 포장하여 써 내려갔기에
어느 부분에서는 사실과 부합되겠지만, 이 또한사마천만의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도
들어있다고 봐야 하지 싶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이야기는 사실확인이 어렵기에 그냥 재미로 읽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은나라의 멸망은 주나라로 새롭게 이어지며 제후국이었던 주나라가 군주국을 공격한
하극상이기에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 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은나라(또는 상나라)의 주왕(紂王)이 연못을 파 그곳에 술로 채우고 정원의 숲에
고기를 걸어놓고 여인들과 주색에 빠져 잔치를 즐겼다는 말에서 유래한 이야기지요.
제일 먼저 주지육림이라는 말은 하나라 걸왕이 말희라는 여인에 빠져 했던 일이라고 하지요.
세월이 흘러 다음 왕조인 은나라에서도 마지막 주왕에 의해 똑같이 자행되었던 일이랍니다.
한마디로 호사스러운 잔치를 벌였다는 말로 인간이면 해서는 안 되는 그런 행동입니다.
사실 연못을 파고 술을 부었다고 그 술이 연못에 그대로 고여있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국인 특유의 부풀리기와 과장법이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됩니다만, 당시의 중국은 이미
첨단의 방수시설을 했을 수도 있기에 佳人의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바랍니다.
은나라는 지금 중국 안양의 은허라는 곳에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며 그때까지 전설 속의
나라로만 알려졌다가 은허 지역에서 당시의 유물이 대규모로 발견됨으로 제대로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나라로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공인된 나라입니다.
헉!!! 도끼부인인가요?
도끼 부인은 은허에 갔을 때 찍은 사진으로 부호라는 이름의 여인의 무덤이 발견된 곳에
만든 조형물로 당시에는 권력의 상징으로 도끼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은나라 이전에는 하 나라라고 있었다지만, 아직은 흔적조차 없기에 공인되지는
못한 나라라고 합니다만, 최근 린펀시(临汾市) 남쪽에 타오시 유지(陶寺遗址)가 발견되며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이곳이 하나라의 도읍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요.
중국이 자꾸 우기다 보면 나중에 이곳이 정통으로 하 나라의 도읍이 되지 싶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은 거의 없기에 그것이 하나라의 유적인지조차
확인되고 공인받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결국, 하나라는 신화와 현실 사이에 있어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공인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지 싶은데 흔히 하, 은, 주로 이어지는 중국 역사상의 군주국을
정통으로 중국에서는 보고 있는 듯합니다.
역대 왕의 잘못을 신하가 간할 때 들먹이는 레퍼토리가 바로 주지육림 이야기의 주인공
말희나 달기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주왕의 신하는 달기를 보고 누구를 예로 들며 타일렀을까요?
타이르긴요?
죽으려면 무슨 소리를 못하겠어요.
타이르다가 죽거나 옥고를 치른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달기 이전에 군주의 눈을 어지럽힌 여자가 또 있었나요?
하나라 걸왕의 안전을 어지럽힌 말희라는 여인이 있기는 했네요.
물론, 그 말희라는 여인도 이야기로만 전해오는 전설의 여인이기는 합니다.
오늘부터는 달기의 이야기를 곁눈길로 알아볼까 합니다.
원래 주지육림의 유래는 은나라 전 왕조인 하(夏) 나라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하 나라는 중국이 생각하는 중국의 첫 나라로 생각하고 있는 나라지요.
그러나 유적도 없을 뿐 아니라 위치조차도 모르기에 아직까지는 신화 속의 나라입니다.
당시는 아무래도 왕권은 하늘에서 내린 절대적인 힘이라는 생각이 컸을 테니까요.
하나라 마지막 왕인 걸(桀) 왕은 제후국이었던 유 나라를 치고 말희(妹喜)라는
미녀를 진상받게 되었다네요.
말희는 무척 예쁘기도 했지만, 타고난 요색(妖色)의 재능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 미모와 재주와 능력이 없었다면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지는 못했겠지요?
말희의 요색(妖色)에 빠진 걸 왕은 백성에게 엄청난 세금을 거두어 그 돈으로
주지육림을 만들었고, 주색을 탐닉하는 일에 빠져 백성을 힘들게 했다고 하지요.
보다 못한 신하들은 하나라 개국 신하의 후손인 탕과 연합하여 걸 왕을 치고 곡부에
상나라를 세우게 되는데 그곳이 공자의 고향인 지금의 곡부라고 하는데
후에 은허지역으로 수도를 이전함으로 지금은 은나라라고 부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재미있는 일은 은나라는 걸 왕의 잔혹하고 부패한 정치를 척결하고
탕 왕이 세운 왕조인데 은의 마지막 왕인 주 왕이 탕 왕의 건국이념을 잊고 걸 왕의
전래를 그대로 답습하다 이번에는 주의 무 왕에게 멸망하게 되었다 하지요.
역사란 이렇게 욕하면서 배우고 답습함으로 반복하나 봅니다.
은의 주 왕은 달기(妲己)라는 요부에 빠져 국사와 민심은 멀리하고 매일 쾌락에 빠져
살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원래 아둔한 군왕에게는 하나가 가까워지면 다른 것은 멀어지기 마련이지요.
군왕에게는 3대 엔터테인먼트가 있는데 사냥, 여자 그리고 술인데
이게 가까워지면 태평세월은 멀어집니다.
군왕에게 이 세 가지가 모두 가까우면 민심은 점점 더 멀어지게 마련이잖아요.
주 왕은 자신이 가진 절대적인 권력을 이용하여 백성에게 가혹한 세금을 내게 하고
축적된 부를 오로지 달기를 기쁘게 하는 것에 사용했다고 하네요.
봉신연의에 보면 "주왕은 달기의 말에 따랐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합니다.
그러니 달기의 의견이 바로 주왕의 명령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积糟为邱,流酒为池,悬肉为林,使人裸形相逐其闲" "술지게미를 쌓아 언덕을 만들고
술이 흘러 못을 이루도록 하였으며, 고기를 매달아 숲이 되게 하였다. 벌거벗은 남녀들에게
연못을 둘러싸게 하여 서로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하게 하며 그것을 보고 즐겼다"
이런 미친 놀이는 120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는데 후세 사람들은 이것을
장야지음(长夜之饮)이라 불렀다고 하지요.
정말 미친 짓이 맞나 봅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미친짓이지만 군왕에게는 정말 짜릿하고
즐겁고 흥분되는 놀이였겠네요.
이런 짓은 맨 정신에는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매일 하면 지겹지도 않았을까요?
피곤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을 텐데...
그러나 아둔한 군주에게는 이런 일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지 싶습니다.
기원전 16세기..
말은 이렇게 간단하게 기원전 16세기인 BC1600년 경이라 하지만,
정말 오래 전의 이야기입니다.
탕은 하 왕조를 멸하고 은 왕조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은나라를 상나라라고도 하며 우리가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이라 부르는 어원이
바로 상나라 사람에서 나온 말이라 합니다.
세월이 흘러 기원전 11세기에 접어들며 상나라는 제신이 즉위하게 됩니다.
제신이 바로 주왕이라고 부르는 오늘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자입니다.
4~500년간 좋은 세월 보내고 이제 주왕의 시대에 들어오며 상나라도 그 운을 다하나 봅니다.
주왕은 성격이 보통사람과 달랐던 모양입니다.
권력에 도취해 이상한 짓을 자주 한 모양입니다.
개와 말처럼 울부짖으며 밤마다 악기를 연주하며 종묘사직은 관심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미희를 징발하여 그녀들에 파묻혀 지내게 됩니다.
요즈음 말하는 소시오패스일까요?
이때 그런 여자 중의 하나가 바로 이야기의 여 주인공인 달기라는 여인입니다.
그러니 달기도 이번 드라마에 캐스팅된 여주인공인 셈이네요.
사실 정확한 자료는 없는 이야기로 후대의 사학자에 의해 구전으로 내려온
이야기를 사마천이 자신이 생각하고 편리한 대로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자기만의 색깔로
은본기(殷本紀)에 적었을 겁니다.
중국에서는 정사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입장으로 보면 야사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조선왕조실록처럼 여러 사람의 전문적인 사관에 의해 기록된 정통 역사서가 아니기고
혼자 골방에 들어박혀 써내려갔기 때문이지요.
중국에서는 오래 된 이야기라 정사로 본다고 합니다.
달기는 제신이 상나라의 위성국인 유소씨(有蘇氏)를 정벌하고 유소씨에서 제신에게
상납한 여자였고 이런 이유로 그녀는 조국을 침공한 상나라를 망하게 했으니
오히려 원수를 갚은 여인으로 미화되기도 하지요.
역사란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악녀나 요부에서 조국의 원수를 갚은
구국의 여인이 될 수도 있겠네요.
사실, 어느 말이 맞는 말인지 사마천도 모르고 혼자 소설 쓰듯 썼을 테니
읽는 사람도 마음대로 읽고 해석하면 됩니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에 옳고 그름을 밝히기 위해 얼굴을 붉히는 일도 당연히 없어야 합니다.
누구나 자기 입맛에 맛게 읽고 해석하면 되는 일입니다.
만약 후자의 이야기처럼 달기는 자기가 태어난 나라 유소씨의 원수를 갚기 위한
행동이었다면, 달기는 말입니다.
잔다르크나 유관순처럼 구국의 횃불을 높이 든 위대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한 발자국만 물러서 냉정하게 다른 생각을 해본다면 우리는 신기한
반대의 결론에 빠질 수 있습니다.
물론, 말희(妹喜)도 달기와 같은 등급으로 격상하여 위대한 위인으로 공경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는 않지요.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기에 패자의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 진리입니다.
오직 그들은 이런 여인을 경국지색이라고 하며 나라를 말아먹은 여인으로만 이야기합니다.
이제 오늘부터 주지육림의 원조인 달기에 대한 천천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음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