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진창성이었던 보계시

佳人 2013. 4. 17. 08:00

 

오장원은 무척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곳이었습니다.

사실 오장원은 그리 볼만한 유적은 없습니다.

중국의 여느 사당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오장원을 떠나 옛날 진창성이었던 보계라는 도시로 갑니다.

 

그러나 책으로만 읽었던 공명이 마지막 꿈을 불사르며 죽음을 앞두고 안타까워했을

그런 곳이기에 더 그랬나 봅니다.

중국사람은 삼국지의 인물 중 관우를 제일 좋아할 겁니다.

왜?

제물을 불려주는 재물신이기에...

재물하고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을 재물과 연관 짓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그러나 한국인은 관우보다는 공명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오장원은 볼거리는 별로 없었지만, 佳人에는 무척 느낌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많은 상상을 하고 공명을 생각하며 걸었습니다.

그러나 공명은 이런 佳人의 마음을 알랑가 몰라~

 

제갈량 묘를 나와 그 옆의 제갈전이라는 밭도 구경하고 마을도 돌아봅니다.

그때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았겠지만, 지금은 아주 평화로운 시골 마을입니다.

아주 시골스러운 그런 농촌입니다.

옆에 있는 공명을 모신 사당에 들어가 봅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꺼?

오토바이가 있습니다.

그럼 이 오토바이가 1800년 전 공명이 타고 전쟁을 했던 사륜거와 같이 사용한

그 오토바이입니까?

중국에서 오토바이를 마탁차(摩托车)라고 하던데 그럼 혹시 마대가 탔나요?

사당을 꾸며놓은 것도 만화처럼 만들고 거기에 이렇게 관리하다니...

 

 

이제 우리는 오장원을 떠나 천수로 가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천수로 바로 가는 버스도 없거니와 기차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오늘 바로 가기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선 차이지아포에서 시내 중심인 바오지(寶鷄 : 보계)시로 나가려 합니다.

 

바오지까지는 버스가 수시로 다닙니다.

그곳에 가서 다음 갈 곳을 결정하렵니다.

가다가 못 가면 보계라는 곳에서 자고 가면 되지 않겠어요?

우리 여행이 예약한 것도 아니고 가다가 해 떨어지면 자고 가면 되잖아요. 그쵸?

 

 

아침에 왔던 터미널로 돌아와 다시 바오지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시간이 벌써 오후 2시라 천수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바오지에서 숙박하고

내일 아침 일찍 천수로 올라가야 할 듯합니다.

 

이곳 바오지(寶鷄 : 보계)시는 중국인이 시조로 생각하는 염제의 고향이라는군요.

염제는 신농씨라고 하며 민간에서는 농업, 태양, 의학의 신으로 황제와 더불어

중화의 인문시조로 존경받고 있다 하네요.

이 도시에 염제릉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방문 목적은 염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기에 통과합니다.

염제야 쳐다보지도 않고 통과하는 우리가 무척 섭섭하다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삼국지에서 공명을 슬프게 한 전투 중 한 곳이 우리도 아는 진창성 전투입니다.

진창성은 지금의 보계시입니다.

엉망진창...

정말 그 당시 공명의 상태가 멘붕상태였으니 이곳을 엉망진창이라고 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니 우리는 옛날 공명이 2차 북벌을 계획하고 한중을 떠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석문잔도를 지나 1차 북벌 루트인 기산도의 오른쪽인 포사도(褒斜道, 어느 분은 포야도라고

읽어야 한다는군요.)를 따라 자연 방어망이나 같은 험준한 협곡을 지나 진령산맥을 넘습니다.

 

 

사실, 북벌이라는 것 자체가 실패를 예상하고 떠나는 전쟁이었을 것 같습니다.

당시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많은 병사가 이동하기에 산악지대를 넘어야

갈 수 있는 북벌은 애초에 실패가 필연이었을 겁니다.

전투의 가장 중요한 것은 군수물자와 군량미의 적시보급입니다.

군량미 보급이 어려운 전투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첩첩산중을 지나가야 하는 전투는 장기전이 필연인데 장기전을 위해서는

먹어야 할 게 아닌가요?

아무리 용맹하고 훈련이 잘된 병사라도 하루만 굶기면 오합지졸이 되잖아요.

 

 

1차 북벌은 마속이 말아드시고 이제 다시 전열을 정비해 2차 북벌에 나섰으나

공명은 또 쓴맛을 봅니다.

어디에서?

바로 우리가 지금 가려고 하는 보계시라는 진창성에서 말입니다.

난공불락이라는 말은 여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정말 엉망진창이었던 진창성 전투였죠.

별로 대단한 성도 아니었고 많은 군사가 주둔한 곳도 아닌데

공명은 진창성 공략에 실패하고 말았지요.

 

 

삼국지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으로 캐스팅된 공명이 칭찬한 사람이

바로 위나라 장수인 학소라는 사람입니다.

223년 제갈공명은 다시 북벌을 감행합니다.

이제 우리도 흔히 사용하는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생긴 진창이라는 지명이

등장하고 당시 학소가 지키고 있던 진창성은 학소 휘하에 군사가

겨우 천여 명도 되지 않았다 합니다.

지금도 바오지에는 진창구나 진창대도들 지명과 도로 이름으로

진창이라는 아직 이름이 남아있네요.

 

이즈음 촉의 오호 장군 중 마지막 장수인 조운이 노환으로 병석에 드러눕고 위나라는

이 기회에 촉을 다시 치자 하나 우선 촉이 다시 군사를 몰아 장안을 공격한다면 예전의

길이 아닌 진창이라는 곳으로 들어오리라 생각하고 진창에 성을 쌓고 방비를 든든히 합니다.

공명이 선택할 루트를 사마 중달도 읽고 있었으니 어찌 승리할 수 있겠어요.

내 패를 상대에 다 읽히고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천하의 공명일지라도...

 

 

공명이 진격하기 전에 오나라의 주방이 거짓 귀순의사를 밝히자 위나라는 그의 말을

듣고 오나라로 군사를 움직였지만, 그러나 위나라는 결국, 커다란 상처만 남기고

패퇴하게 되는데 오나라는 이로써 촉과의 약속도 지키고 수많은 군수품도

전리품으로 얻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지요.

 

이제 위도 어느 정도 상처를 입었으니 촉이 진격할 여유가 생긴 겁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나요?

오호 대장군 중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남아 전투에 앞장섰던 조운 자룡이 노환으로

숨을 거두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조조군 100만 명을 뚫고 아두를 말에 태우고

홀로 사지를 뚫으며 나왔던 일화는 누구나 거짓말이라 할 정도의 무공이지요.

 

 

어디 슬퍼만 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아직 다 하지 못한 일이 남았는걸요.

이제 공명은 시즌 2를 준비합니다.

이를 사람들은 후 출사표라고 하던가요?

 

한 세상에 태양이 둘일 수 없듯이 위와 촉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상대를 거꾸러뜨리지 못하면 스스로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촉이 위를 치는 데는 어떤 이유도 의견도 있을 수 없다는 말일 겁니다.

선제인 유비의 유언이고 한실의 재건이기에 지금 오와의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상태에

공격을 하는 게 기회인 듯합니다. 

 

그래요.

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공명 나이 마흔여덟의 어느 몹시도 추운 날 그날 따라 눈이 제법 내렸습니다.

공명은 그동안 훈련한 30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사마 중달이 예언한 대로 진창성을

향하여 출진하고 진창성에 도착한 공명은 사마의가 미리 진창성을 견고하게 증축한

모습을 보고 중달의 준비에 깜짝 놀랍니다.

아니? 세상에 위나라에도 인물이 있었더란 말입니까?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전술를 아주 잘 아는 그런 사이였습니다.

 

 

수만 명의 군사로 천여 명도 되지 않는 진창성 공격에 위나라 학소는

적의 대규모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합니다.

절대로 밖으로 군사를 이끌고 나가지 말고 수성만 하라는 명을 받았기에

문을 꼭 닫아 둔 채 말입니다.

공명이 개발한 새로운 무기로도 함락할 수 없습니다.

공명은 학소에 항복을 권유하지요.

항복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 때 우리는 환장한다는 말을 쓰기도 하지요.

이때 공명이 적이지만 학소를 향해 한마디 하게 됩니다.

"정말 잘났어~ 학소가 지키는 성은 난공불락이로다!"

네 그랬습니다.

지금의 보계는 그때의 진창성입니다.

난공불Rock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락그룹 이름이 아니었나 봅니다.

 

 

드디어 진창성 공략이 시작되나 아주 튼튼한 요새로 만들었기에 날짜만 가고

공명은 진창성 하나 때문에 모든 북벌계획이 엉망진창이 됩니다.

성벽 아래는 내린 눈이 녹아 엉망진창이 되어 병사들이 걷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때 강유가 하나의 제안을 합니다.

이(離)랍니다.

 

그러니 진장성은 공략하기 쉽지 않으니 일부 군사를 남겨 봉쇄만 하고 

나머지 본대는 우회하여 진격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때로는 어느 매듭이 풀리지 않을 때 거기에만 연연하지 말고

그것에서 벗어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내버려 두고 돌아간다는 일이 무척 찝찝한 일이기는 합니다.

 

이로써 공명은 진창성에서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우습게 되었습니다.

2차 북벌계획은 학소라는 장수가 겨우 천여 명의 병사로 지킨 진창성에

가로막혀 공명은 2차 북벌 계획을 또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공명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결국, 공명의 북벌계획은 한왕실을 다시 일으키기 위함이 아니라 촉의 생존이

목표였던 것이고 공명이 전투에 나서며 올렸다는 전출사표와는 달리

후출사표에서는 북벌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然不伐賊 王業亦亡 (연불벌적 왕업역망)"

"그러나 적을 토벌하지 않으면 왕업이 역시 망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나서지 않으면 그냥 앉아 죽는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굶어 죽으나 얼어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라 생각하면 고양이를 향해 달려드는

쥐라도 되고 싶을 겁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말이 맞나 봅니다.

이미 많이 약해진 공명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렇게 2차 북벌도 수포로 돌아갑니다.

바로 여기 진창성이었던 보계를 점령하지 못하고요.

 

 

그러나 佳人은 당당하게 진창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시외버스를 타고요.

 

터미널에 내려 천수에서 다음 이동할 한중으로 가는 차편을 확인하니 바오지에서

한중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 다니네요.

그런데 그 거리가 250km 나 되며 아주 험준한 진령산맥을 넘어가야 하며

시간도 6시간이 걸린다 합니다.

공명이 5차에 걸쳐 넘나들며 피똥 싸며 다녔던 산이라 얼마나 험하겠어요.

 

차이지아포에서 2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바오지 시에 4시에 도착하니

1시간 40분이나 걸렸습니다.

오늘 목표한 천수까지는 가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그래서 여기 진창이었던 바오지에서 하루를 자고 내일 일찍 출발하렵니다.

여행이라는 게 처음 가는 길이기에 이렇게 가다가 해가 저물면 자고 가면 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만일, 사람이 살아가며 목숨을 걸만한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삶을 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공명은 평생을 별러 북벌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일의 도모는 사람이 하지만, 그 결과는 하늘의 뜻입니다.

성공과 실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목숨을 걸만한 일을 했다는 게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