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문성공주 5 -모든 강물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건만...

佳人 2012. 9. 5. 08:00

문성공주는 토번으로 시집가며 책만 준비한 게 아니랍니다. 

토번의 기후에 적합하게 추위와 가뭄에 강한 순무씨를 준비하고 그 외 많은 곡물 종자를 준비합니다.

토번 사람이 사는 방법을 물어보고 집을 짓는 방법과 사람도 수소문합니다.

누에를 쳐 비단 짜는 사람도 준비합니다.

어멈? 벌써 의식주 준비가 모두 되었습니다.

 

이런 것만 준비한다면 어디 문성공주라 할 수 있겠어요?

이런 기술을 가르치고 직접 시법도 보일 장인도 뽑아야 하지요.

이랬기에 지금까지 토번 사람이 문성공주, 문성공주 하는 겝니다.

이만한 신붓감 흔치 않습니다.

송찬간포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것만 준비한다면 문성공주라 할 수 없지요.

그래요.

마음의 양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배부른 돼지가 되면 안 된다는 말이지요.

차라리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문학에 관한 많은 책과 신앙심을 심기 위한 불경, 의학서적, 유교경전, 장인들의 기술서 등

다방면의 지식을 전할 수 있는 많은 서적을 챙깁니다.

그리고 석가모니 불상을 챙겼습니다.

 

그러니 문성공주는 그냥 여자가 시집간다는 생각으로 토번으로 떠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중원의 풍부한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까지 접목하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마도 그녀가 떠날 때 그 모습을 보았더라면 당태종이 깜딱 놀랐을 거에요.

장안성 황궁의 기둥뿌리가 빠지는지 알고요.

 

드디어 떠나는 날 당태종은 자신의 동생뻘인 이도종을 파견해 공주가 가는 중간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미리 앞서 가며 숙소를 지어 대비하게 하였고 안전을 위해 많은 군사를 끌고 가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641년 대규모로 구성된 호위대가 문성공주를 보호하며 토번으로 머나먼 길을 나섭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천천히 이동하였기에 고도 적응도 쉽게 되었을 겁니다.

요즈음 칭짱 열차를 타고 가면 숨을 쉬기 어려워 쓰러지는 사람이 무척 많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길을 나서다 보니 이미 추운 겨울이라...

그 이유는 토번으로 가는 길은 그 당시 몇 개의 강을 건너야 했고 겨울철이라야 강이 얼어

쉽게 건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겨울이었기에 강이 얼어 돌아가지 않고 쉽게 건널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모든 사람이 추운 겨울에는 방안에 앉아 따뜻한 차나 술을 홀짝이며 화로를 끼고 살아가지만,

문성공주는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길을 갑니다.

그때의 모습을 문성공주는 이렇게 노래했다 합니다.

"모든 강물은 동으로 흘러가지만, 왜 나는 반대로 강물을 거슬러 서쪽으로 가야 하는가?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바아알길~"

그래요 나그네 설움이 아니겠어요?

사실, 철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지만, 이런 매서운 겨울은 겪어보지도 못했고

또 아무리 추워도 실내에 난방을 하고 살았기에 문성공주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나 봅니다.

 

당시에 전하는 중국스러운 말에 의하면 공주가 이 시를 짓자 흐르던 강물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서쪽으로 흘렀다 하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어요?

물론 믿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환장하게도 물줄기가 반대로 흐르는 강이 있어 도류하(倒流河)라는 이름의 강이 있답니다.

정말 못살겠다~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