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미엔양(綿陽 : 면양) 가는 길에 이상한 경험.

佳人 2013. 7. 15. 08:00

 

2012년 11월 10일 여행 23일째

 

오늘은 미엔양(綿陽 : 면양)이라는 도시로 갑니다.

위의 사진은 미엔양 부락산에 만든 촉한의 오호상장의 모습입니다.

제일 왼쪽에 황충, 그 다음이 조자룡, 가운데가 관우 그 다음이 털목도리를 한 듯한 장비,

제일 오른쪽이 금마초가 아닌가 합니다.

이 다섯 장수 중 관우만 여기에 와본 적도 없는 장수네요.

 

미엔양은 청두 바로 위에 있는 쓰촨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 하네요.

유비가 익주로 군사를 이끌고 들어올 때 제일 처음 군사를 주둔시키고 유장은 유비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부성의 연회를 베풀어준 곳으로 당시에는 대단히 유명한 곳이라 합니다.

유장은 유비를 종친이라 생각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유비는 종친이라는 생각에

한 가지 더 생각하고 들어왔지요.

 

무슨 생각?

네 바로 천하삼분의 완성 말입니다.

그러니 융중대책에서 공명이 유비에게 일러준 지혜 중 처음은 형주인 징저우를 차지하고

두번째로 이곳 익주를 차지함으로 천하삼분의 화룡점정을 이루는 곳이

바로 여기라 생각했을 겁니다.

 

어제 확인한 버스 시간에 맞추어 8시 첫차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도착했으나 미엔양으로

가는 버스는 이곳이 아니라 랑중 중심 신치처짠이라는 다른 터미널이라고 합니다.

미엔양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네 번만 운행하고 오전에는 8시와 8시 40분밖에는 없어

40분 출발하는 버스를 놓치면 오후나 되어야 버스를 탈 수 있고 그러면 오늘 오후에 미엔양

부락산을 보려던 계획이 틀어지기에 아무리 여유를 가지고 다닌다 해도 이렇게 시간의

노예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아직 참 여행자가 되기는 글렀나 봅니다.

 

 

어제 물어보았을 때는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버스 시간까지 알려주었는데 밤새

중국 랑중에는 무슨 일이 있었더란 말입니까?

이게 아마도 중국어를 하지 못해 벌어진 슬픈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어쩌겠어요.

다시 그 터미널로 가는 버스 번호를 알아내 타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괜찮습니다.

이런 것도 여행의 일부분이니까요.

우리가 하는 실수는 이 글을 읽고 준비하시는 분에게는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마침 버스는 터미널 앞에서 출발하는 미니버스입니다. (2원/1인)

 

 

어제 광위엔에서 랑중으로 올 때 잠시 들렸던 바로 그 터미널이기에 낯설지는 않더군요.

다행히 먼 곳이 아니기에 시간 내에 도착합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첫차는 떠났고 8시 40분 차가 바로 연결되어 얼른 표를 끊고

타려고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으려고 하니 그냥 버스 안으로 배낭을 들고

올라가라 합니다. (67원/1인)

왜?

 

 

배낭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크기 때문에 좁은 버스 안에는 불편한데...

그러나 그 이유를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가 어느 곳에 도착하고 바로 우리가 앉은 자리 아래의 화물칸을

여는데... 소형 트럭이 버스 옆에 서더니 버스 화물칸 문을 열고 뭔가 버스 화물칸으로

사정없이 집어 던지기 시작합니다.

 

 

젠장... 이게 무슨 일입니까?

돼지 대가리가 우리가 앉은 자리 아래에서 막 날아다닙니다.

풀라잉 돼지 대가리~

그러면 우리가 보통 배낭을 싣고 달렸던 버스 화물칸이 저런 돼지 대가리를

운반하던 축산물 운반칸이었습니까?

냉동도 아닌 방금 잡은 돼지 대가리를 운반하는 축산물 운반차량이었단 말입니까?

 

따끈따끈해 김까지 모락모락 납니다.

사진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모습이 보이시죠?

뜨거운 물에 목욕을 했고 면도까지 말끔히 한 돼지네요.

 

혹시 장비와 관련이 있는 포퍼먼스를 하는 것은 아니겠죠?

장비가 원래 백정출신으로 돼지고기를 팔았고 여기 랑중에 있다 죽을 때

수급이 사라졌다고 했으미 그러니 우리같은 여행자를 즐겁게 해주려고

랑중시에서 佳人을 위한 깜짝 이벤트 같은 것 말입니다.

 

 

이렇게 돼지 대가리가 날아가든 장비 머리가 사라지던 우리 부부와 함께한 친구는

차만 타면 이렇게 맛있는 잠에 빠지기에 전혀 알지 못하고 나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겁니다.

"설마? 어떻게 돼지 대가리를 버스 화물칸에 싣고 다닐 수 있어?

그것도 먹는 음식인데~" 라고 말입니다.

어디 친구뿐이겠어요?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두 佳人을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여길 겁니다.

 

오늘 새벽에 얼마나 많은 돼지가 울었을까요?

돼지가 삶을 마감하며 내지르는 소리를 들어보셨습니까?

그러나 면도하고 죽은 돼지는 소리 지르지 않습니다.

양의 침묵이 아니라 돼지의 침묵...

 

 

이렇게 우리는 죽은 돼지 대가리와 함께 랑중을 떠나 미엔양으로의 여행을 즐깁니다.

장비 머리가 사라진 랑중이었는데 그 머리를 애통해하듯

오늘 돼지 대가리가 우리와 함께 달립니다.

돼지 대가리 때문에 이제 장비 머리가 없어진 랑중을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돼지 대가리는 수십 개도 넘습니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돼지는 행복한 꿈을 꾸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삶과 죽음은 정말 순간적인가 봅니다.

살아있는 돼지는 그게 삶인지 꿈인지 알지 못할 겁니다.

장자가 꾸었다는 나비의 꿈도 그게 나비가 장자로 잠시 살며 꾼 꿈인지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다는데 하물며 돼지가 구분하겠어요?

 

돼지의 삶도 열린 문틈 사이로 다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후딱 지나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는 그런 짧은 순간인가 봅니다.

아닌가요?

다섯 마리의 말이 끄는 꿈이 아니라 돼지가 끄는 마차가 지나가는 꿈인지 모르겠습니다.

 

달리는 내내 우리 의자 아래의 화물칸에는 버스가 좌우로 회전할 때마다 돼지 대가리가

좌로 굴러, 우로 굴러 하며 심하게 유격훈련을 하며 요동치고 있을 것입니다.

너무 심한 요동 때문에 돼지가 멀미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죽은 돼지는 절대로 멀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그 삶을 마감한 돼지의 명복을 빌며 돼지의 침묵 속에 함께 미엔양으로 갑니다.

 

 

랑중에서 미엔양으로 오는 도중 도로는 산도 별로 없고 아주 평탄한 길이었습니다.

그러니 청두에서 중원으로 향할 때 예전에 산이 없는 평탄한 이 길을 통해 랑중으로

지났을 것이며 미엔양을 가면 유비가 천하 삼분을 구체화한 부락산을 올라보려 합니다.

그 다음 방통이 유비의 말을 빌려타고 익주로 향하다 죽었다는 낙봉파와

그 유명한 백마관도 들릴 생각입니다.

우선 우리가 왔던 길과 갈 방향부터 살펴보렵니다.

 

 

우선 광위엔에서 검문관, 소화고성 그리고 명월협을 구경한 후

랑중이라는 고성마을로 왔습니다.

어제는 랑중 고성으로 구경하며 장비의 마지막 가는 길을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오늘은 미엔양으로 가 부락산을 구경하고 미엔양 아래에 있는 백마관을 들러

구경하고 청두로 들어가려 합니다.

백마관은 바로 방통이 유비의 적로마를 빌려 타고 익주로 들어가다

매복한 유장의 군사가 쏜 화살을 맞고 죽은 곳입니다.

이제 랑중은 기차가 직선화되며 청두에서 광위엔으로 바로 올라가기에

교통의 중심지가 더는 아닙니다.

 

 

백마관은 바로 방통이 죽은 낙봉파라는 언덕이 있는 곳이지요.

방통은 주군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일부러 버리면서까지 유장의 서천공격의 명분을

만들어 준 사내였다지요?

만약 이 말이 후세 사람이 꾸며낸 말이라면, 천하 기재라고 한 방통은 아주 어리석은

사람으로 매복이 예상되는 곳으로 유비의 말을 타고 간다는 일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니까요.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죽은 방통에게 그 사연을 들어보렵니다.

그리고 바로 청두로 내려가 며칠 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주변과 구채구도 구경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도 없이 동가숙 서가식 하며 유기견처럼 살다 두 호랑이가 싸우는

틈 사이에 고기 한 점 덥석 물 듯 징저우를 물고 줄행랑치듯 도망갔다고 조조가 유비의

그 행동을 보고받고 유비를 개에 빗대어 "멍멍" 짖었다지요?

유비는 이렇게 조조의 조롱 속에서도 징저우(荊州 : 형주)를 슬쩍 차지하고 꿋꿋이

개처럼 열심히 살았습니다.

뭐 욕이 배 째고 들어오겠어요?

 

적벽대전에서 동오의 젊은 피를 바탕으로 조조를 물리치자 유비는 비겁하지만, 이렇게

형주에 들어가 모르쇠로 일관하며 관우가 죽을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갔지요.

결국, 관우의 죽음은 이렇게 형주라는 곳에 대한 집착이 불러들인 결과라 봐야 하겠네요.

서천을 취하면 형주는 동오로 돌려준다고까지 하며 신의를 지키지 않은 나쁜 사람들...

 

 

이는 공명이 유비를 처음 융중에서 만나 건네준 한실 재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일이었고

오늘 우리가 가는 미엔양은 두 번째 프로젝트인 서천을 삼켜 프랜차이즈로 삼아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균형과 견제를 하며 시간을 보아가며 마지막으로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약속의 땅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이런 계획에 따라 군사를 이끌고 이곳으로 들어온 유비는 또 겉으로 성인군자인 척

어찌 종친의 땅을 차지할 수 있느냐는 생쇼를 하며 표리부동한 행동을 한

가식적인 사람이 아닌가요?

조조도 손권도 알면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혼자 손바닥으로 햇볕을 가리며

아니라 우기는 유비는 정말 가증스러운 사내가 아닌가요?

이곳으로 군사를 이끌고 출발할 때 조조도 손권도 유비의 시커먼 속셈을 이미 알고

도둑놈이라고 욕을 해댔잖아요.

 

 

형주를 돌려달라고 난리법석한 오나라 손권의 요청을 신뢰와 의리라는 게 헌짚신

짝보다못하다고 짚신장사를 하며 몸소 철저하게 터득한 유비는 별의별 핑계를 대며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버티다 이제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홈그라운드를 만들 수 있는 그곳...

 

그동안의 수모를 모두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바로 꿈의 구장이 서천이 아니겠어요?

바로 서천으로 들어가 천하 삼분의 꿈을 다진 첫걸음을 걷게 된 곳이

바로 오늘 우리가 갈 부락산이었을 겁니다.

우리도 그 부락산에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버스가 도착할 즈음 터미널이 아니고 그냥 길옆에 잠시 세우네요.

그러더니만 또 이번에 우리 옆에 봉고차 한 대가 정차합니다.

이번에는 또 돼지 대가리가 버스에서 역순으로 밖으로 날아갑니다.

이렇게 돼지 대가리는 먼 길을 여행한 후 시간이동을 마치고 공간이동을 시작합니다.

 

 

잠시 삼국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그만 내가 앉은 좌석 밑의 돼지 대가리를 잊었습니다.

오늘 저 돼지는 트럭을 타고 랑중을 떠나는 우리 버스에 옮겨타고 3시간을 달려 먼 곳인

이곳 미엔양까지 달려와 이번에는 또 봉고 버스로 옮겨탑니다.

 

 

이렇게 우리는 돼지 대가리와 함께 먼 여행을 했습니다.

돼지 대가리를 통해 인간의 삶도 생각해 보고 삶과 죽음의 순간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돼지를 통하여 인간의 존재가치도 느껴보았습니다.

깨달음이란 오랜 기간 깊은 산속에 들어가 인고의 생활을 하며 수양하면서만 얻는 게

아니라, 이렇게 순간적으로 날아가는 돼지 대가리를 통하여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돼지 대가리가 날아가는 이런 경험 해 보셨수?

우리 부부는 이런 아름다운 경험도 해 봤수.... 

중국을 여행하다 보니 별 경험을 다 하고 다닙니다.

돼지 대가리여~ 꿈을 향해 하늘로 날으렴~

미엔양 가는 길은 멘붕 되는 날인가 보니다.

 

 

버스는 정확히 3시간이 걸린 11시 4분에 면양 푸뤄 치처짠에 도착합니다.

이제 방을 얻고 내일 백마관에 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얼른 부락산에 다녀오렵니다.

숙소는 다행히 터미널 가까운 곳에 아주 깨끗한 방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터미널이 바로 보이는 곳입니다.

니이 든 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어찌나 정갈하게 쓸고 닦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닥에 머리카락 한 올도 손으로 직접 줍고 다닙니다.

 

 

주인집에 내일 갈 뤄지앙을 기차를 타고 가려고 물어봅니다.

바로 터미널 앞에서 3로 버스를 타라고 합니다.

백마관을 가려면 만저 뤄지앙으로 가야 하는데 그곳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미엔양 기차역까지 40분 정도 걸린다네요.

우리는 벡마관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해 우선 뤄지앙이라는 곳으로 기차로

 먼저 가 그곳에서 백마관으로 갈 생각입니다.

 

우리 여행은 중국어를 하지 못하기에 이렇게 필담으로 주고받습니다.

기차표를 살 때도 메모지에 적어 넣어주고 좌석이 없으면 입석이라도 달라고...

중국 배낭여행이 그나마 쉬운 게 이렇게라도 의사교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사람은 식사도 집안에서 하지 않고 밖에서 먹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우리가 만약 밥그릇을 들고 길거리에서 먹는다면 쉽게 용납되는 일이 아닐 겁니다.

특히 중국의 시골에 가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대부분 밥을 골목 길에

들고 나와 먹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밥 먹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어야 하나요?

그것도 화장실 앞에 앉아서...

분명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이런 것을 알고 이해하는 게 여행이 아닐까요?

 

이제 내일 이동할 방법도 알았고 숙소도 구했으니 숙제는 모두 끝냈고

부락산으로 갈 일만 남았네요.

내일은 부락산으로 간 이야기를 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 여행을 하다 보니 가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웃하고 있는 가까운 나라지만, 풍습이나 사는 방식이 다르기에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우리와 방식이 다를 뿐 원리는 같은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 다른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바로 여행이 아닐까요?

이제부터는 이런 이상한 것도 즐기며 다니렵니다.

오늘은 돼지와의 동행...

그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여행이란 우리와는 다른 풍경을 보며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함께 동행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