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전군동(轉軍洞)에서 희한한 짓을 한 조조.

佳人 2013. 1. 16. 08:00

 

금봉대(金鳳臺)를 오르내리는 계단 왼쪽에 정체불명의 수상한 동굴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전군동(轉軍洞)이라는 토굴이네요.

전군동(轉軍洞)이란 글자 그대로 조조가 군사를 이동시키기 위해 특별히 만든

토굴이라는 말인데 조조는 음흉한 성격이 맞나 봅니다.

 

이번 여행에서 토굴 몇 곳을 보았는데 모두 조조가 판 토굴로 위급할 때

사용하려 했던 모양인데 음흉하기보다는 오히려 장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봐야 하겠네요.

조조는 아주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했던 모양입니다.

 

 

적의 공격이 시작되면 성밖에 주둔하고 있던 군사가 몰래 성 안으로 들어오고

또 밤에 야간 기습을 위해 성 밖으로 몰래 군사를 내보내는 역할도 했을 겁니다. 

어디 군사만 이동시키기 위한 것일까요?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군수물자도 이 비밀 통로를 통하여 이동시키려고

만들었을 것이며 최후의 수단으로 성이 함락될 것에 대비해 밖으로

도망가기 위한 통로로 사용하려 했을 겁니다.

정말 조조는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삼대를 만들었습니다.

군사전략가로도 그 시대에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조조가 고안한 비밀통로로 역시 조조다운 발상이 아니겠어요?

이 비밀 통로는 과거 처음 만들었을 때는 전체길이가 6km의 길이었다고 하며,

이 동굴은 우리가 버스를 타고 출발한 읍내인 츠시엔(자현 : 磁縣)까지 이어졌지만, 

지금은 다 허물어지고 겨우 83m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곳은 명나라 때 큰 홍수가 일어나 삼대가 있던 터도 여기 금봉대의 일부만

남기고 모두 쓸어버렸습니다. 

이 지역은 워낙 황사 때문에 흙이 오랜 세월 쌓여 단단하게 굳어있기에

토굴 파는 일은 그리 어렵지는 않아 숟가락으로도 쉽게 팔 수 있는 곳이거든요.

 

 

토굴의 이름이 전군동(轉軍洞)이라고 했네요.

넓이는 겨우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습니다.

지금은 이 토굴처럼 생긴 터널로 들어가면 바로 금봉대 뒤편으로 나가게 됩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니 마을마다 전란에 대비에 높은 성벽을 쌓았고 그 안에는

전쟁을 대비해 버틸 수 있는 비상물자를 비축해 놓은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또 그 누각마저 함락당할 때를 대비해 마을 밖으로 도망할 수 있는

암도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그러나 여기는 조조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호화로운 누각이 아니겠어요?

이런 곳에도 이렇게 암도를 몰래 만들어 놓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으로 보이네요.

 

 

여기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네요.

전군동(轉軍洞)이라는 글자는 군사를 돌리는 동굴이라는 말이 아닙니까?

조조가 관우를 데리고 붙잡고 있을 당시, 이 부근에서 관도대전이 있었지요.

조조는 관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군사력의 강대함을 과시하고 싶어 일부러

성대한 열병식을 여기에서 거행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조조가 관우를 정말 데리고 있었느냐고 사실 여부를 물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왜?

중국에서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이니까요.

 

 

하비에서 관우는 조조의 꾐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조조는 관우를 자기 휘하에

두고 싶어 장료를  관우에 보내 항복을 권하자 서로 세 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위의 사진에 보듯이 협상에 들어가지요.

장료가 관우에게 가 조조에게 항복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 속에서 관우의 자존심을 살려주려는 작가의 생쇼라는 것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존심 강하고 오만한 관우가 항복의 명분을 세워달라는 말입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장료가 조르고 관우가 고민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지가 항복하지 않으면 우짤 긴데? 

조조는 이렇게 인재라고 생각하면 적이라도 가리지 않고 쓰려고 한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조조는 실제로 여기 업성에 20만 명의 군사밖에 없었지만, 이 비밀통로로

병사들을 계속 이동시키며 100만 대군인 척 가장해 관우로 하여금 일부러

병사 수가 몇 명인지 세어 보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이니까 그것도 20만인지 2천 명인지 사실 모르는 일입니다.

원소와 여기서 한판 크게 싸울 때 원소의 군사가 10만이었고 조조는 원소보다 적은

1만의 군사로 관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했으니까요.

중국의 소설에 나오는 군사 숫자는 사실 영을 하나 빼고 보셔야 할 겁니다.

 

 

관우는 나중에 엉아인 유비에게 돌아갈 날을 그리며 혹시 조조의 일급 군사정보라도

알아가면 후일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병사 수를 세어봤다네요.

세어 보라고 한 조조도 웃기는 사람이지만, 세어 보란다고 일일이 세어 본

관우도 참 싱거운 사람입니다.

하나, 둘, 셋, 넷, 하며 세어....

아니군요.

이, 얼, 산, 쓰하며 세었을 겁니다.

관우는 한국말을 몰랐을 테니까요.

관우가 세다 보니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게 백만돌이 푸쉬업하는 숫자 세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관우는 세도 세도 계속 밀려드는 군사를 보며 뭔가 좀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리긴 했으나.....

군사가 많아 도저히 육안으로는 몇 명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똥개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지만 조조에게 호락호락 당할 관우가 아니었지요.

뛰는 놈 위에는 늘 나는 놈이 있는 법.

관우는 조조가 잠시 쉬~ 한다고 자리를 비운 사이 허리춤에 지닌 칼로

지나가는 말의 꼬리 끝에 달린 털을 잘랐습니다.

장난기도 발동했고 짜증도 나서가 아닐까요?

 

그러고 나서 가만히 살펴보니 군마의 열병 도중에 자신이 꼬리털을 자른 말이

또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까?

관우는 조조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속으로 픽~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네요.

관우만 쓴웃음 지었겠어요?

지금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픽하고 웃으셨죠?

佳人을 비웃는 소리...

 

 

위의 사진은 금봉대 터 뒤로 나오는 전군동의 출구입니다.

조조가 잔머리 굴리다가 관우에 딱 걸린 셈이지요.

조조는 늘 이렇게 남을 속이는 일을 즐겼나 봅니다.

조조의 입에서 나오는 것 중 숨소리 외에는 진실한 게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佳人은 그 숨소리마저 어떤 때는 정말일까 생각하게 합니다.


어쨌든 이 대목에서 우리는 조조의 뛰어난 지략에 놀라고,

또한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 관우의 통찰력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네요.

물론, 작가의 멋진 소설이겠지만요.

 

 

그러나 이게 사실과는 너무 먼 이야기로 이런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의

잔머리에 우리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토굴 하나에도 조조와 관우를 연관지어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나 모르겠어요.

그래서 중국 여행은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회전문처럼 계속 나갔다 바로 돌아서서 들어오게 했다는 게지요. 

쳇바퀴에 다람쥐 한 마리 넣어두고 돌게 하면 100만 마리의 다람쥐가 되는 방법인가 봅니다.

전군동을 돌던 군사가 돌아버리겠어요.

같은 일만 반복해 하다 보면 정말 돌아버리니까요.

 

 

여행을 하다 보니 조조의 이런 싱거운 잔머리에 빙그레 미소 짓기도 합니다.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인 삼국지에서도 이렇게 조조의 싱거운 잔머리도 알게 됩니다.

오늘은 백만돌이 조조군 때문에 하루가 즐거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 때문에 여행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조조!

오늘 자네가 佳人을 웃겼네~

아니...

이런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내 후세사람에게 정말인 양 알려주는

이야기꾼 설서인이 우리를 웃겼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조조가 후세사람에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일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나 전투에서는 이런 속임수가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발휘하지요.

전쟁은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지기보다 비열한 방법으로 이겨야 하는 게임이잖아요.

내가 살기 위해서는 적을 죽여야 하니까요.

만약 정직하게 싸우다 전쟁에서 패한다면 나라와 민족이 말살되고 남은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살게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