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의 사공자 1-맹상군 열전
제나라의 맹상군, 위나라의 신릉군, 초나라의 춘신군, 조나라의 평원군을
전국시대 후기의 사공자라 한다는군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왕족으로 돈이라면 남부럽지 않았고 권력도 짱짱했고 많은 빈객을
거느리고 제왕에 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는 점입니다.
오늘부터 사공자라고 소문이 자자한 사람을 어깨너머로 슬쩍 바라보렵니다.
1 맹상군 열전.
맹상군은 제나라 위왕의 막내아들인 정곽군 전영의 아들로 이름은 전문이라고 합니다.
제나라의 재상을 지낸 전영에게는 아들만 무려 40여 명이나 되었답니다.
이게 아들 공장도 아니고 뭐하자는 말입니까?
전영이라는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난 역사적 사명은 아들 생산이었나 봅니다.
중국이 인구 대국인 이유가 벌써 옛날부터 생산능력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자식이 저렇게 많으면 자기 자식들 이름이나 제대로 다 외우고 살았을까요?
물론 정부인에게만 태어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매일 "오~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하며 살았겠지만,
지겨운 밤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 중 천한 첩에게서 낳은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문이라고 바로 훗날 맹상군입니다.
그가 태어난 날이 우리에게도 유명한 어린이날인 5월 5일입니다.
전영은 전문의 생모에게 말합니다.
"5월에 태어난 아이는 키워서는 안 되오."
당시 중국에는 5월에 태어난 아이는 키가 문에 닿을 정도가 되면 부모를 헤친다는 말도 되지 않는
속설이 있었답니다.
그러면 아비는 아이가 태어날 산달을 예측하고 거사를 치러야지 지금 와서 무슨 소립니까?
그때는 그냥 하룻밤 풋사랑이었고 산책하다 지나치며 인사하는 정도였습니까?
그러니 5월에는 생일 케이크가 전혀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생모는 문을 버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 낳은 아기인데 버립니까?
그래서 생모는 몰래 키우게 되었고 장성한 후에 다른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를 뵈러 갑니다.
전영이 전문을 보자 다짜고짜로 생모를 질책하며 묻고 따집니다.
"내가 아이를 버리라고 했지? 나하고 한번 해 보자는 게야 뭬야? 그래 그 이유나 들어보자."
이때 전문이 나섭니다.
우리나라의 홍길동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해 마음이 아팠지요?
요즈음 올림픽에서 우리 땅도 우리 땅이라 하지 못하는 개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면 런던은 영국 땅이라고 해도 정치적인 발언입니까?
종교적인 행위도 금한다는 데 성호를 긋는 행위나 히잡을 쓰고 출전하는 일은 왜 금하지 않습니까?
올림픽이 정치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더 정치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나요?
"아버님께서 5월에 태어난 아이는 키우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어멈! 전문이 많이 컸다는 이야깁니다.
아버지가 먼저 물어보았는데 이 녀석이 싸가지 없게 차고 들어와 곤란한 질문을 대신합니다.
그리고 한 방 멋지게 날립니다.
"그럼 저는 아버지의 하룻밤 풋사랑의 생산품입니까?"
아비는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개똥철학으로 답을 줍니다.
"5월에 태어난 아이는 키가 문에 닿을 정도가 되면 부모를 헤친단다. 됐냐?"
한다는 말이 그저 예전부터 전해오는 이런 말로...
너무 촌스러운 답이지요?
새파랗게 젊은 아들이 바로 말대꾸 들어갑니다.
"인명은 하늘에서 받은 겁니까? 문에서 받은 겁니까? 그럼 제가 하룻밤 사랑의 씨앗이라면
역으로 계산하여 9개월 전에는 아버님께서 사랑놀이를 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오잉? 전영이 아들놈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네? 할 말이 없습니다.
묻고 따지면 보험회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픕니다. 아비는 매우 아파요.
정곡을 찌르고 들어오면 아무리 재상을 지낸 아비라도 할 말이 없지요.
미리 이런 대화가 오고 간다는 예상 아래 훈련이라도 받은 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몰아붙입니다.
이때 전문이 바로 치고 들어갑니다.
아비가 그로기 상태가 될 때 결정타를 날리면 됩니다.
"인명이 하늘에 있는 거라면 아버님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으시고 인명이 문짝에서 받은 거라면
문을 높게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꺄악~
이 녀석 말 한번 잘하지 않습니까?
문짝 고치기는 쉬워도 이런 대화에서 문짝 철학을 내놓기는 어렵지요.
전영에게 이제 무슨 더 할 말이 남았겠습니까?
이럴 때 하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됐네! 이놈아~ 그만 해라 잉~"입니다.
바로 완전히 끝냅니다.
"아들의 아들을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손자라고 하지"
"손자의 손자는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현손이라고 하지"
"현손의 손자는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모르겠다 이놈아~"
아주 징그러운 놈입니다.
늘 이렇게 질문을 해대면 아무리 현자라도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이렇게 궁지에 몰아 놓고 전문이 이제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아버님께서 제나라 재상으로 있으면서 오늘까지 세 분의 왕을 모셨으나 제나라 땅은 더는
넓어지지 않았고, 아버님 자신은 천만금의 재물을 쌓았으나 문하에
한 사람의 현인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프다.... 아무리 아버지라고 끗발로 누르려고 해도 이렇게 묻고 따지고 들어오는 찰거머리 같은
자식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듣는 수밖에는요.
갑자기 버리려 했던 자식이 귀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또 뭡니까?
이어갑니다.
" 장군의 가문에는 반드시 장군이 나오고, 재상의 가문에서는 재상이 나온다고 합니다.
지금 아버님의 첩들은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나풀대며 치맛자락을 끌고 다니고 있지만,
이 나라의 선비들은 조잡한 베옷조차 제대로 입지 못합니다.
또한, 첩실들은 하얀 쌀밥에 고깃국도 싫증을 내지만 선비들은 겨조차도 배불리 먹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아버님은 나라의 형편은 날로 어려워지는데 아버님 재물은 날로 늘어만 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재물을 모아서 아버님께서 호칭도 알지 못하는
현손의 손자에게 물려주려고하십니다.
소자는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말꼬리 잡고 끝말 이어가듯 했단 말입니까?
이렇게 되면 아무리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재상이라도 자식에게 무릎을 꿇습니다.
잘난 놈...
역시 내가 낳은 아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를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이때가 되면 아비는 자식에게 졌다는 생각보다 자기를 뛰어넘어 더 큰 인물이 된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 감동합니다.
청출어람...
전영은 전문에게 "오늘부터 너 집에 들어와! 그리고 집안일을 맡고 빈객들을 책임져!"라고 합니다.
이제부터 전영의 팔자는 확 핍니다.
빈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이런 소문은 인터넷에도 올라오지 않았는데 잘도 알고 찾아옵니다.
물론 명성 또한 자자해서 제후들이 사람을 보내 전문을 후계자로 삼겠다고 난리법석을 칩니다.
전영은 흐뭇한 마음으로 "오 케이~"를 외칩니다.
이리하여 전문은 어린이날 태어나 문을 높이지도 않고 살아남아
설 땅이라는 곳에 영주가 되니 그가 바로 맹상군입니다.
다음에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