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고객님.. 그리고 호구님... 그 씁쓸한 여운

佳人 2012. 6. 24. 08:00

 

며칠 전 매월 날아오는 카드 사용 명세서를 받았습니다.

평소에 명세서는 전체 사용금액 정도만 훑어보고 그냥 보관하였으나 우연히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회비라고 하는 게 눈에 띄어 자세히 보니 30.000원이 빠져나간다는 겁니다.

큰돈이 아니라 하겠지만, 백수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적은 돈은 분명 아닙니다.

 

처음 BC 카드를 발급받아 오랫동안 사용하였다가 아마도 7년 전쯤 자동차를 새로 살 때 유리하다고 선전하는

H 카드로 바꾸었습니다.

그때도 하도 쫓아다니며 조르는 바람에 20년이나 사용한 카드를 폐기하고

새로운 회사의 카드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렇게 사용하던 중, 

그때까지 사용하던 카드보다 업그레이드된 카드인 플래티넘 카드로 변경하라는

H 카드사의 집요한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카드 연회비가 5천 원에서 인상되어 올라가지만, 특별히 우수고객에게는 그냥 예전 연회비인 5천 원으로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카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지요.

연회비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러라고 하며 지금까지 그냥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백수의 통장에서 카드 연회비로 3만 원씩이나 몰래 빼 가다니!

지금에 와서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언제 그들이 말하는 사랑하는 고객님과 상의 한 마디 하고 빼 가는 겁니까?

사실은 사랑하는 고객님이라 부르지만, 속으로는 사랑하는 호구님이겠지요.

 

그래서 카드 회사로 전화를 했지요.

그런데 그놈의 고객 전화라는 게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자기들 편한 대로 주민등록증까지 입력하라고 하고...

또 번호를 누루라 하면 다 들어보고 눌러야 하고...

쓸데없는 광고 멘트까지 들어야 하고..

나이가 드니 그것마저 쉽지 않아 끙끙거리며 겨우 통화했습니다.

 

그래서 호구 고객인 佳人이 당당하게 따졌습니다.

왜 3만 원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을 몰래 빼 가느냐고요.

그랬더니 카드가 새로 갱신되며 환장하게도 처음에 약속했던 5천 원의 연회비 조건은 자동 소멸하였답니다.

누구 마음대로?

물론 지들 마음대로...

 

언제 그런 통보를 했으며 처음 약속할 때 그런 이야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느냐고 하며

처음 권유할 당시의 통화내역을 녹음했을 것이니 그걸 확인하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상담원은 당시의 녹취록을 찾아봐야 한다며 당장 답변은 어렵고 찾아보고

다음날 통화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다음날 그쪽에서 호구 고객님이라는 佳人에 전화가 왔습니다.

찾아보았더니 5년 사용 후 카드가 갱신될 때 연회비가 올라간다는 통보를 했다는 겁니다.

佳人은 전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녹취록을 들려달라고 했습니다.

회사 규정상 들려줄 수 없답니다.

아니? 이런 된장!

이게 무슨 소립니까?

규정상 들려줄 수 없다니..

그러면 내가 한 이야기도 들을 수 없는 녹음은 왜 하죠?

그러면서 이런 일은 회사의 윗선에 허락을 받아야 하기에 다시 보고 후에 전화하겠다 합니다.

 

또 하루가 지나고 회사의 사랑하는 고객님인 佳人에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결론은 작년에 이미 빼 간 3만 원과 이번 달 빼 갈 3만 원을 5천 원씩 제하고 2만 5천 원씩인 2년 간 받았던

5만 원을 일주일 안으로 매월 빼가는 호구님의 통장으로 입금처리하겠다고 합니다.

 

녹취록은 들려주지 않고 佳人의 의견에 그대로 따르겠답니다.

이게 고객을 생각하는 회사가 하는 방침인가요?

말하지 않고 따지지 않으면 그런 약속했다고 하면서 구렁이 담 넘어 가 듯 그냥 넘어가는 겁니까?

끝내 녹취록은 확인해주지 않고...

돈은 다음 주에 돌려받겠지만 왠지 씁쓸합니다.

마치 불쌍한 풀뿌리 민초가 대기업에 앵벌이 당한 느낌이네요.

 

카드가 업그레이드되면 佳人의 삶도 업그레이드됩니까?

백수가 되니 카드 사용도 예전에 비해 형편없이 줄어들어 겨우 흉내만 내고 있는데...

카드사는 많은 고객의 카드를 업그레이드하여 더 많은 돈을 벌어 카드와 회사도 업그레이드되었나 모르겠지만,

회사가 사랑하는 호구 고객님인 佳人의 삶은 백수가 된 후 다운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참 씁쓸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