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평요 고성 안에는 멋진 누각도 있습니다.

佳人 2012. 3. 19. 08:00

10월 25 여행 15일째

 

이제 우리 여행도 반이 지나갑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습니까?

그러면 이제 거의 끝나간다는 말이 되는 겁니까?

이때쯤이 되면 왠지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처음 출발 전의 설렘은 사라지고 현실과 마주하며 힘들고 불편한 일이 자꾸 반복됩니다.

우리와 맞지 않는 음식마저도 간혹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일은 바로 몸이 아픈 일입니다.

설령, 힘든 일이 우리 앞을 막아서더라도 그래도 우리 여행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핑야오 고성 안에는 성당도 있습니다.

유교, 불교, 도교만으로도 효험을 보지 못했나요?

좀 더 새롭고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나 봅니다.

이렇게 종교조차 가리지 않고 핑야오 주민은 세상에 좋다고 소문만 나면 모두 받아들이나 봅니다.

 

여기도 구룡벽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용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지 아시겠죠?

너무 흔하면 용도 개 값이 됩니다.

물론 듣는 개가 기분 나쁘겠지만... 

 

이곳의 구룡벽도 바라보니 제법 잘 만들었네요.

그러나 발톱의 숫자는 분수에 맞게 역시 4개만 만들었습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용을 보게 됩니다.

이제 용이 용으로 보이지 않고 유기견으로 보이니 우짜면 좋겠습니까?

이제 하산해도 되겠습니까?

 

지방 관청인 현서(縣署)는 고성 한가운데 있어 찾기가 쉽습니다.

역시 작은 고성이라도 제일 중심에 관청이 있습니다.

아마도 나리가 계셨던 곳이 아니겠어요?

현재 중국은 성, 현, 향으로 규모에 따라 도시를 구분하지만,

과거에는 주, 군, 현으로 나누었다 하니 이곳 핑야오 고성은 제일 작은 마을 단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서는 가로 100m, 세로 200m의 크기로 299칸이 넘는 고성 안에서는 가장 큰 규모라 합니다.

이 시설은 중국에서도 흔치 않게 가장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 하네요.

옛 관청의 규모와 형태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모델하우스인 셈입니다.

이곳도 통표가 있어야 들어갑니다.

 

참 멋진 누각이지요?

현서 앞에는 이런 청우루라는 멋진 누각도 있습니다.

저 위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청승맞게 말입니다.

그러나 비도 친구로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시인이 되지 않겠어요?

정말 비 내리는 날, 저 위에 앉아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며 청승 떨면 시상이 마구마구 떠오르고 폼 날 것도 같습니다.

 

젠장! 이번에는 돌아앉아 바람을 본답니다.

바람을 본다고요?

청우루라고 쓴 현판이 있는 누각의 반대편에는 관풍루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네요.

빗소리를 듣고 바람을 보고 느낀다는 말은 제법 풍류를 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이렇게 핑야오 고성의 관리는 즐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답니까?

밤새 무서리도 그리 내리고요.

그런 즐거움에 빠지지 말고 민초의 눈물부터 닦아주는 연습이나 했으면 좋겠어요.

비를 즐기고 바람마저 느낄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은 바로 신선의 삶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리님들~

연저지인은 하지 못하더라도 제발 부정한 짓은 하지 맙시다.

선거철만 되면 무슨 아름다운 말은 다 늘어놓고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고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다니며

썩은 고기마저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다 걸리면 또 정치 탄압이니 뭐니 하며 육갑 떨지 마시고 말입니다.

그마저 믿어보았던 나리도 주머니 채우는 일에 찬성표를 던지고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그게 무슨 투표였는지 몰랐다고 오리발 내밀지 마시고...

저지른 일에 기억이 없다고 까마귀 고기 자시지 마시고...

나리님들! 봄이 되면 만산에 개나리가 활짝 피지요?

개 나리 말입니다.

 

주종유서(主從有序)라고 지방 관리들의 서열에 따라 건물이 배치되어 있답니다.

정면에 마을 수령이 업무를 보는 大堂이 있고 그 앞으로 서로 마주 보고 서열에 따라 업무시설이 있다네요.

좌무우문(左武右文)으로 왼쪽에 兵, 刑, 工 무관이, 오른쪽에 吏, 戶, 禮 문관들이 일하는 시설을 갖추어 놓았습니다.

뭐 이런 것은 보지 않아도 기본에 속하는 것이라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佳人을 너무 무시하지 마세요.

 

이곳의 관아도 궁궐의 기본인 전조후침(前朝後寢)의 원칙에 따라 건물을 배치했답니다.

제가 누굽니까?

세상의 중심이고 교과서라는 자금성을 구경하고 온 佳人이 아니겠어요?

그곳에서 공부하고 나오니 이런 곳은 그리 어려운 곳이 아니지요.

그래서 그냥 대문만 흘낏 바라보고 통과합니다.

세상의 근본과 진리가 모두가 佳人 손바닥 안에 있네요.

 

공식적으로 나랏일을 하는 곳은 앞쪽에 있고 개인적이 시설이나 잠을 자는 관사는 뒤편에 배치했을 겁니다.

현아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선 양쪽에 보이는 것이 세금 징수업무를 관장했던 부역방(賦役房)이 있답니다.

사또의 성격에 따라 합리적으로 징수할 것인가 가렴주구 할 것인가....

부채도사에게 물어볼까요?

 

민초에게는 너무 힘든 곳이지만, 나라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곳으로 원성이 되는 곳입니다.

그곳을 지나면 또 다른 문이 있답니다.

의문(儀門)을 들어서면 대당과 육부방이 있답니다.

여기가 관아의 핵심업무를 처리하는 곳이겠지요.

의의 사진에 보이는 것은 예전에 돌로 포장된 도로인데 마차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의문은 순수한 공식행사용 대문으로 평소에는 늘 닫혀있고 신임 사또의 부임이나 공식행사 때만 열었다 하네요.

지금은 관광객만 드나드는 문이지만...

대당은 자금성의 태화전의 역할을 했을 겁니다.

대당 옆쪽으로는 독포청(督捕廳)이 있는데, 죄지은 자를 벌하던 곳일 겁니다.

 

옛날에는 사형 방법에는 돌로 쳐 죽이고, 몽둥이로 때려죽이고 손가락 굵기의 못을 박고, 주요 부분을 도려내고,

사지를 잡아당겨 능지처참하고, 칼로 목을 치고, 좁은 나무 우리 속에 넣어 움직이지 못하고 서서히 죽이는 등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가에 대해 연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죽은 시신을 다시 참하는 부관참시도 했다지요?

포청천은 황제가 내린 어찰삼도라는 작두로...

그냥 싹뚝~

무식하고 고통을 주는 가장 악랄한 방법이 모두 동원되었지요.

중국에서 이 모든 형벌의 시작은 달기였나요?

 

문 안을 슬그머니 들여다보니 친민당(親民堂)이랍니다.

우~ 해해해~

웃기고 자빠진 건 아니겠죠?

정말 민초를 위한 연저지인의 마음으로 보살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형벌이 과연 정의사회를 위함인가 아니면 권력의 힘을 과시하여 절대복종하게 함인가요?

그러나 골목에 크고 작은 일을 함부로 보면 안 되죠?

달기와 사랑놀이에 빠져 주지육림이라는 말을 만든 달기가 고안한 형벌인 포락형도 라이벌인가요?

이런 형벌을 가하는 형구는 그 고통을 알지 못하겠지만,

그 형구를 이용해 벌을 주는 관리는 고통스럽지 않았을까요?

만약 고통을 받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형을 집행했던 관리는 달기와 같은 동급이었을 겁니다.

 

달기가 피할 수 없어 즐긴 여자가 아니고 즐기기 위해 늘 새로운 형벌을 개발한 여자였다지요?

아름다운 문명국인 중국인에게는 이런 잔인한 피가 옛날부터 흐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달기에 물어보면 나라 잃은 서러움에 벌린 광기의 굿판이었다고 할까요?

결국, 달기는 그녀의 뜻대로 성공한 여자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적국으로 끌려가 그런 일을 하며 민심이 돌아서게 하고 마지막으로 그 나라를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운명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사람 스스로 운명을 무겁게 짊어지기도 하고 가볍게 걷어차기도 합니다.

운명이 무거운 게 아니고 사람이 약해 운명에 눌려 지낼 뿐입니다.

내가 약한 만큼 운명은 강해지고 내가 강한 만큼 운명은 약해집니다.

선택은 바로 나 자신이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