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야오 고성(平遙 : 평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핑야오 고성(平遙 : 평요).
세상에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된 고성도 흔치 않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제부터 그 속살을 하나씩 마구마구 파헤치며 돌아다녀 보렵니다.
어멈?
벌써 누가 파헤쳐 버려 굴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북문은 문 옆으로 이렇게 암문(暗門)을 만들어 몰래 드나들게 했나 봅니다.
고성을 둘러보는 방법은 걸어서 다니며 보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러나 워낙 넓어 일반 차량은 통행할 수 없게 금지했기에 자전거를 빌려 돌아보던가
마을에서 운행하는 전동 관람차를 타고 돌아보는 방법이 있지만, 우리 부부는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걷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래야 찬찬히 돌아다니고 사진도 찍고 생각하며 다닐 수 있지 않겠어요?
성벽 안으로도 돌아보고, 성벽 밖으로도 돌아봤고, 마을 안으로도 돌아다녔습니다.
숙소에 배낭만 내려놓고 바로 핑야오 고성 구경에 나섭니다.
핑야오 고성은 생각보다 작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저곳 휘이익~ 돌아다니다 보니 대강 감이 옵니다.
보기보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걸어서 돌아봐야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이랑묘(二郞廟)는 도교 성지라 하네요.
이량신 양전을 모신 곳이라 알려졌습니다.
이랑신은 옥황상제의 조카이자 천궁을 지키는 경비대장이기도 하다고 하네요.
서유기라는 소설에서 손오공을 체포하기도 했다지요?
북문에서 들어오다 보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옥황상제도 친인척 관리 잘해야 합니다.
늘 보면 우리 주변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게 친인척이잖아요.
형님, 동생, 아들, 딸... 그리고 마누라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고성 안에 몇 곳을 들어가고 성벽 위를 올라갈 수 있는 통표를 팔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가격이 무려 150원으로 우리 돈으로 거의 30.000원에 육박합니다.
고성 안을 그냥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은 돈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 부부는 과감히 포기합니다.
그냥 눈으로 보고 다니며 즐기렵니다.
세상에는 멋진 곳이 많습니다.
새롭게 만든 곳도 아름답지만, 이곳처럼 오래되어서 아름답다는 묵은 된장 맛이 풍기는 고성도 있습니다.
山西省 太原 인근에 있으며 이름이 핑야오(平遙)라는 곳입니다.
평평할 평(平)에 멀 요(遙)라 함은 바로 이 고성의 위치를 나타낸 말이 아닐까요?
아주 멀리까지 평평하게 된 평야의 한가운데에 성을 만들었다는 말일 겁니다.
맞아요.
오늘 이곳으로 오며 지평선 끝까지 뵈는 게 옥수숫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지형조건이 달라 생소한 모습이었지요.
이렇게 마을 이름을 짓는데도 무슨 철학이 깃들고 주역을 따지며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평평한 평지 위에 멀리서도 잘 보이는 마을이 핑야오 고성입니다.
이 동네에서 산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살았던 사람은 아마도 산이란 개념조차 가늠하지 못했을 겁니다.
위의 건물은 당포(當鋪)라는 건물입니다.
지난번 치커우 여행기를 읽으신 분은 이게 전당포라는 것을 금방 아셨을 겁니다.
값나가는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그런 곳이죠.
그러니 소규모의 은행이라는 말이겠지요.
이 마을이 번창하고 돈이 모였던 곳이라 이런 사채업자가 무척 많은 곳이었을 겁니다.
중국에는 많은 고성이 남아 있지만, 이곳이 가장 규모도 크며 완벽한 형태로 남아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3년 전 윈난성, 따리와 리지앙 고성을 둘러보았습니다.
2년 전에는 구이저우성의 쩐위엔과 후난성의 펑황고성도 구경했습니다.
그 외에도 규모가 제법 크다는 군사 둔보도 몇 곳 다녔습니다.
이제 이곳을 돌아보면 고성에 대해 어느 정도 어렴풋이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곳은 1.300년대의 명대에 축성한 고성으로 거의 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보존된 곳이라는군요.
이런 곳을 방문한다는 일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는 일이지 않겠어요?
그런데 사실 이곳보다 더 희한한 모습은 며칠 후 구경했던 장비 꾸바오(張壁古堡 : 장벽고보)라는 곳이었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장소만 돌아보는 게 아니라 시간 여행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성 안에는 옛 건물이 그대로 즐비하게 남아있어 그 골목길을 걷는 자체만으로 무척 설레는 장소입니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며 보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겠어요?
골목길을 슬쩍 들여다보면 마치 옛날 명나라 때 꾸냥이 입을 살그머니 가리고 볼에 홍조를 띠며
웃음 지을지 모릅니다.
흐미~~ 오늘은 꾸냥이 얼굴도 들지 않고 신발 만드느라 정신이 없네요.
미소도 홍조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여행이란 혼자만의 상상으로 다니는 걸요.
대부분 여행자는 타이위안에서 핑야오 고성까지 열차로 오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걸리는 시간이 3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버스로 오면 2시간이 넘게 걸리지 않는다 합니다.
중국이란 나라는 조상들 덕분에 먹고사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이 고성이 아마도 대표적인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곳에 오면 천천히 느릿하게 걸어 다니며 보아야 합니다.
한국인의 특징인 빨리빨리만 하고 지나가면 풍경만 놓치는 게 아니라 풍경 속에 담긴 이야기도 놓치게 됩니다.
여행은 경쟁도 아니고 등수 매기기가 아닙니다.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佳人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이니 우짭니까?
물론, 얼마나 빨리 많이 보았느냐도 아니지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돈을 사용하며 보았느냐는 더욱 아닙니다.
그냥 여유롭게 다니며 기웃거려 본 겁니다.
체력도 약하고 돈도 많지 않기에 그냥 형편에 맞게 다니면 되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우리 세대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가 아닙니까?
5~60년대에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60불도 되지 못했을 때 베트남이나 필리핀은 이미 100불이 넘었잖아요.
우리가 봄만 되면 춘궁기라는 보릿고개가 세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라 알고 자랐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 겨우 목숨만 건지고 폐허 위에서 다시 시작도 했습니다.
그런 세월을 살았기에 뭐든 빨리해야 했고 그게 대한민국 사람의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먹고살 만한 세상이 되었다고 너무 나이 든 사람 구박하지 맙시다.
우리 세대도 고생하며 나라 사랑했거든요.
우리 세대 여러분!
이제는 조금 천천히 살아갑니다.
숨 좀 쉬며 두리번거리며 그렇게 살아갑시다.
지금의 신세대가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또 그 이야기냐고 핀잔만 듣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다시 핑야오 고성을 더 돌아보렵니다.
그런데 왜 관우는 늘 저렇게 폼을 잡는 겁니까?
하늘 향해 삿대질이라도 하는 겁니까?
사진 찍어준다 하니 더럽게 무게만 잡는 것은 아닌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관우는 이곳 핑야오에서는 아주 귀한 대접을 받고 살지요.
지금은 중국 전체가 관우를 재물신으로 모시지만, 사실은 이곳을 중심으로 한 산시성 상인이라는
진상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상은 중국 각지로 다니며 장사로 큰돈을 벌었을 때 그들이 늘 관우를 보디가드로 생각하고
그의 조상을 모시고 함께 했다고 하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관우는 전쟁의 신 정도로 생각했기에 보디가드 정도의 역할을 맡겼나 봅니다.
그러나 다른 지방의 사람이 볼 때 돈 잘 버는 진상이 늘 관우상과 함께하니
진상의 힘은 관우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관우를 재물신으로 여기게 되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본래의 목표에서 벗어난 재물신으로 대접받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