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치커우(碛口 : 적구)라는 마을을 품은 황허(黃河)

佳人 2012. 3. 8. 08:00

 

이런 골목길을 걸어가면 옛날이야기가 들릴 것 같습니다.

가던 걸음 잠시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볼까요?

들리시시죠?

이제 佳人과 어느 정도 함께 하셨으면 골목길을 걸으면 담장 너머로 소리가 들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갑자기 골목길로 뛰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헉! 정말 갑자기 아이가 뛰어나옵니다.

골목길에 뛰어나오는 아이는 명나라 때 살던 아이처럼 생각됩니다.

머리가 총명해지라고 머리카락을 앞에만 남기고 잘랐네요.

"얘야! 너 명나라 때 아이지? 그렇지?"

 

 

마을은 황하를 굽어보고 그 황하로 흘러들어 가는 추수하(湫水河)라는 강을 끼고

그 언덕에 대부분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황하가 범람하면 마을도 여러 번 물에 잠기며

기슭으로 자꾸 올라가며 마을을 형성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천천히 걸어가며 집집이 기웃거립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건물은 당포(當鋪)라는 건물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한때 우리가 어떤 물건을 맡기고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전당포를 말합니다.

서민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대신 비싼 이자를 내야 합니다.

지금은 엄청난 광고를 하는 고리대금업이나 사채업과 비슷한 일을 했던 곳입니다.

건물 벽이 무척 높고 그 두께 또한 엄청나게 두껍게 만들었습니다.

 

 

이 동네 남쪽으로 서만촌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 살았던 陳三錫이라는 사람은

청나라 건륭 연간에 이 건물을 지었고 이 당포를 운영하는 곳을 當局이라 이름 지었고

몇 세대에 걸쳐 이곳에서 영업하며 큰돈을 벌었다 합니다.

사합원형태의 집으로 아주 철저한 방범시설을 갖추었다 하네요.

 

만약, 도둑이 담을 넘어 뛰어들어 온다면 사합원을 삥 둘러 처마 앞으로 설치한 선을

건드리게 되고 선으로 연결해 놓은 종이 자동으로 울리고 미리 설치된 가시철망이

아래로 떨어지며 도둑을 체포할 수 있게 일종의 트랩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으로 말하면 센서를 설치해 작동했다느 말이지요.

 

 

대문 안쪽에는 올가미 위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함정 발판이 있어 낮에는 빗장을 걸고

밤에는 빗장을 풀어놓아 만약 도둑이 억지로 문을 비틀어 열고 들어오려고 하면 안으로

들어온 순간 자동으로 발판을 밟게 되며 미끄러져 가시 올가미 안으로 떨어지게 하였다 합니다.

 

이런 장치를 천라지망(天羅地網)이라고 했다 합니다.

위에는 그물이고 아래는 올가미가 있다는 말이겠지요.

대단해요~

예나 지금이나 돈놀이가 제일 이익이 많이 나는 장사인가 봅니다.

항상 돈이 도는 곳이라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했을 겁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상회(商會)라고 하는 건물입니다.

상회라 하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가게를 말하는 게 아니라 상공회의소 같은 단체를 말합니다.

상회는 청나라 말년에 서방 사회주의 사조로 중국의 각 도시나 마을에 설치된 것입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이곳 치커우에도 상회가 생기게 되었으며 하는 일은 정보를 수집하고

내부 문제가 생기면 중재업무도 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활동도 했던 곳입니다.

작은 마을에 이런 시설이 있었다는 말은 황하의 뱃길을 이용해

이곳 치커우에서 뭍으로 많이 올라왔다는 말이죠.

 

 

그러나 자기 이익만을 위한 일만 하지는 않았답니다.

절을 짓고 도로를 보수하고 다리를 짓는 등 사회활동도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은행 업무라 할 수 있는 표국 일을 하며 두 사람의 야간 근무자를 고용하여

순찰과 경비를 서게 했다는군요.

 

지금도 서만촌에는 대부분 진(陳)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 동네는 과거 이곳의 갑부였던 진 씨 가문이 살면서 동네 전체가 진씨네 가문이고

그로 인해 현재 그곳은 진씨대원(陳氏大院)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그래서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옛 상점이나 은행의 효시라는

표국이 이 작은 마을에 있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핑야오를 가보면 많은 표국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핑야오에 가서 표국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아보렵니다.

그래서 이 마을을 일컬어 "부두는 작지만, 영향은 지대하다."라고 했다는군요. 

 

 

이제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인 헤이롱먀오(黑龍廟 : 흑룡묘)라는 곳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이 건물은 남향이며 오른쪽인 서쪽으로 흐르는 황하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아주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네요.

지금으로 말하면 전망이 뛰어난 분위기 좋은 카페나 있음 직한 곳입니다.

흑룡묘는 흑룡을 모신 곳이라 합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황하를 다스리는 게 흑룡이라 생각하고 그리한다 하네요.

 

 

출입문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건물 아래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신궁보계(神宮寶界)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범 털만 드나들고 우리 같은 개털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인가요?

 

 

문 앞 양쪽으로 사자 두 마리가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모른척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부 모습을 모두 올리기 귀찮은데 그냥 한 장의 사진으로 쑥 들어갑니다.

입구가 경사로로 되어 있어 자동으로 우러러보게 만들었네요.

 

 

이제 안으로 들어와 뒤를 돌아봅니다.

바로 중악루(中樂樓)라고 하는 누각이 있습니다.   

아무런 음향시설이나 소리 확대 시설을 쓰지 않아도 이 무대의 소리는

자연스럽게 십 리 밖까지 울려 퍼진다고 합니다.

이게 환장하게 합니다.

오~ 하늘이시여~

지금 제가 십 리 밖에서도 들린다고 썼습니까?

 

정말 십 리 밖에서도 들릴까요?

오늘 풍악을 울리라 할까요?

십 리 밖에서 들리지 않으면 모두 황하에 밀어 넣어버리렵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이 먼 시골에도 있습니다.

 

 

중악루를 조금 더 확대해 보겠습니다.

어룡출청(魚龍出聽)이랍니다.

佳人이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고기나 용도 나와 이곳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는데

10리 밖에서 들린다는 것은 의심하지도 말아야겠어요.

 

 

그 위에는 양쪽으로 고루와 종루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가운데 서서 고루를 바라보면 바로 고루 너머로 황하가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이 무대에 서면 저 멀리 황하가 발아래 보여 전망대로도 좋습니다.

정말 풍경 하나는 기막히게 좋습니다.

역시 중국의 운무는 이곳에서도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앞으로 더 누각 끝까지 다가가 보겠습니다.

가파른 언덕 위에 서니 전망이 좋다는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佳人이 직접 올라 전망을 확인했으니까요.

물론, 여러분도 佳人과 함께 사진을 통하여 전망 좋은 누각을 보고 계십니다.

누워서 모니터를 통하여 보셔도 좋습니다.

누워 보신다고 빠떼루를 주지는 않겠어요.

이곳에 서시면 중국인에게는 어머니의 강이라는 황하를 발아래 두고 즐길 수 있습니다.

무료로 말입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종루를 보시겠어요?

사실 중국의 종은 볼품없습니다.

소리도 영철 두드리는 소리로 우리의 전통 종보다 훨씬 못하고요.

그러나 종루 너머로는 황하의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추수하라는 강입니다.

어때요?

이곳은 카페 자리로는 무척 좋은 곳이지요?

갑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습니다.

 

 

이 동네는 많은 토굴집이 있습니다.

그 토굴집의 특징이 들어가는 출입문이 아치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토굴도 아닌 집도 이렇게 아치형으로 만든 겁니까?

함께 살다 보니 자연히 배우게 되나 봅니다.

 

 

와호산에 위치한 흑룡묘(黑龍廟)는 뒤에 산을 업고 물가의 절벽 위에 웅장하게 솟아

있고 산문과 정전(正殿), 낙루(樂樓)로 구성된 흑룡묘에서 특히 신비한 것이

오늘날의 극장 격인 낙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치커우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볼 게 있는 마을입니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져 쉽게 오기는 먼 곳입니다.

그래도 신통방통하게 이 마을은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와호산 기슭에 자리한 치커우 마을은 넉넉한 품으로 황허를 품었고 억겁의 세월 동안

중국사람이 어머니 강이라 부르는 강이 흐르는 모습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황허...

그렇게 예전에 흘렀듯이 오늘도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 황허를 우리 부부는 손을 잡고 마음으로 품고 말없이 바라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는 세상 어디나 갈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인터넷 때문에 더욱 많은 정보를 얻어 세상 구석구석을 모니터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이란 내가 그 자리에 서서 느껴 보아야 참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