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단에 올라봅니다.
세상에는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과 마차를 끄는 사람으로 나뉜다 했습니다.
그러나 황제란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좋은 황금 마차를 타고 다닙니다.
환구단은 그런 사람이 마차를 끄는 사람을 위한다고 하늘을 빙자해 가장 거대한 이벤트를 하는 곳입니다.
그래도 그런 일을 함으로 민초를 생각하는 생각만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 부부도 이곳에 왔습니다.
베이징 남역을 걸어서 출발해 1시간 30분이 넘은 시간인 12시 34분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세상에 태어나 여행 중 가장 잘하는 게 바로 둘이서 걷는 일입니다.
서로 마주 보기도 하고 함께 가는 방향을 보고 걷기도 합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며 처음 찾아간 곳을 구경도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몸이 아프기에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기왕 천단에 들렸는데 하늘에 건강을 빌어야겠어요.
이제 여행의 시작인데 또 아파서 고생하며 다닐 수는 없지 않겠어요?
어디 오늘 천단의 효능, 효과를 믿어볼까요?
아니군요?
이미 청나라가 그 수명을 다하였기에 이곳 천단의 유효기간이 경과하여 페기 처분해야 하나 봅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까도 생각했지만, 아직 걸어갈 수 있는 두 다리가 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가다가 힘이 들면 우두커니 서서 지나가는 사람도 바라보고 거리 구경도 하다가 또 걸었습니다.
골목길도 기웃거리며 사람 사는 것도 물끄러미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며 세상을 두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속에 남겨둡니다.
그러면 여행에서 돌아와도 나중에 그곳을 찾아간 풍경이 그대로 마음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남문으로 들어가 원구단, 황궁우, 기년전 등을 둘러보고 올라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동문으로 나오면 짝퉁시장인 홍교 시장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제부터 앞에서도 바라보고 옆으로 또 뒤로 돌아가서도 살펴보며 북쪽으로 올라가렵니다.
환구단이 남문으로 들어가 제일 처음 만나는 주요 건물인 셈입니다.
환구단의 외곽은 2중의 얕은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는데 이 담의 동서남북 4면에는 한백옥이라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세 개의 문이 한 조로 된 링싱먼(欞星門 :영성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얼핏 보면 화표처럼 보이고 또 폐방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중 담장을 따라 안과 바깥으로 모두 24좌로 이루어진 이 문들은 원반형의 아주 단아한 석판으로 되어 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환구단과 아주 잘 어우러져 운문옥립(雲門玉立)이라 불리고 있답니다.
운판에는 구름 문양이 무척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네요.
옛날부터 제사를 지내는 담장에 세워져 있으며 모습은 패방처럼 생겼습니다.
환구단 서남쪽으로는 높이가 28.8m에 이르는 높은기둥이 서 있습니다.
그네라도 타려고 만들어 놓았나요?
기둥은 모두 3개로 그 기둥의 역할은 불을 밝히는 망등대(望燈臺)라 합니다.
그러니 제천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등에 불을 밝혀 꼭대기로 올려놓았다 합니다.
장예모 감독만 조명을 이용한 쇼를 합니까?
제사가 진행되는 약 12시간 동안 절대 꺼지지 않게 하여 천단 전체를 환하게 비칠 만큼 밝은 빛이었다고 하네요.
두 개는 1914년 위안스카이가 이곳에 제사 지내려 와 잘랐으며 지금은 하나만 남았답니다.
위안스카이라는 친구는 정말 이상한 사내였나 봅니다.
이 친구는 황제를 배반하며 서태후 편에 붙으며 한때 황제를 꿈꾼 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대편에는 판차이루(燔柴爐 : 번시로)라는 화로가 하나 있습니다.
이 화로는 녹색 유리벽돌로 만들어졌는데 제천 대전이 시작되면 이곳에서 소나무와 잣나무 가지 등을 태워
그 연기로 제신(帝神)을 영접했고 제례가 끝나면 그 불에 행사에 사용된 제수용품과 축문 등을 태웠다 합니다.
축문이 타는 동안 황제는 물론 꼼짝하지 않고 곁에 서서 지켜보는 의례를 합니다.
이렇게 지켜보는 행위를 망료(望燎)라고 한답니다.
정말 불장난을 많이 했군요?
이제 앞에 보이는 3단의 단 위로 올라가 보렵니다.
옛날 같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평등한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문표만 끊으면
누구나 올라갈 수 있습니다.
환치우탄(圜丘壇 : 환구단 또는 圓丘壇 : 원구단이라고도 함)은 남쪽의 남천문을 통해 들어가면 바로 보입니다.
3층의 대리석 단 위에 바깥쪽은 사각형 모습이고 안쪽은 원형으로 만들어 담으로 둘러쌓아 놓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환구단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선호텔이 자리하고 원형 일부만 남고 말았지요.
둥글게 만든 것은 하늘이 둥글다는 의미입니다.
3층의 대리석으로 단을 만든 의미는 황제 전용이라는 의미입니다.
1층은 축생계를 의미합니다.
2층은 인간계이며 3층은 천상계라는 말이지요.
황제란 天子라고 혹세무민 했으니 3층은 황제 전용으로 하늘과 맞먹는다는 오만방자한 생각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태화전처럼 황제가 많이 이용하는 건물은 모두 3단으로 만든 기단 위에 건물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자금성에서도 황제가 주로 이용했던 건물은 모두 3층의 기단 위에 건물을 지었던 것을 이미 우리는 보았네요.
이러한 사상은 힌두교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생각이지요.
캄보디아 씨엠립에 있는 위대한 건축물인 앙코르 와트의 기본 구조가 3층의 구조로 바로 위로부터
천상계, 인간계, 지옥계를 의미하지요.
그러니 황제란 天子이기에 천상계에서 논다고 하네요.
그래도 민초는 두 번째에서 놀아도 좋다고 합니다.
제일 아래는 미물인 짐승들이나 노는 곳이라네요.
이곳에 사용된 돌은 눈이 부실만큼 희고 아름답습니다.
제단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또 9개로 만들었습니다.
상천 구중(上天九重)의 의미겠지요.
9라는 숫자는 중국인에게는 최고를 의미하는 숫자이기에 이곳은 하늘과 하늘의 아들인 황제가 만나는 곳이기에..
혹시 여기서 황제가 못생긴 E.T라도 몰래 만난 것은 아니겠죠?
각 단에는 난간이 있는데 난간의 숫자가 1단부터 각각 108, 72, 36개로 모두 9의 배수로 만들었습니다.
정말 숫자에 고집을 부리는 중국인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는 이렇게 인간이 틀을 만들고 그 인간이 또 그 틀을 고집하며 자신을 스스로를 옭아매고 살았나 봅니다.
매년 동짓날 황제는 수신 재계하고 이곳에 행차해 하늘을 향해 제를 올립니다.
물론 가뭄이 심하면 기우제도 이곳에 와 올렸다 하네요.
제를 올린 후 위의 사진에 보이는 용의 입에서 물이 콸콸 나올 정도로 비가 내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황제라면 하늘이 감복할 텐데...
원구의 제일 위의 안쪽에 보면 위의 사진처럼 둥근돌이 보입니다.
이 돌을 천심석(天心石 또는 太極石이라고도 함)이라고 하는데 바로 황제가 그 위에서
하늘을 향해 제를 올린 장소랍니다.
정말 쓸데없는 일에 순서를 만들고 폼 잡는 일만 하고 지냈습니다.
지금은 개나 소나 신발 신고 올라 기념사진 찍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천심석 위에서 소리를 내거나 손뼉을 치면 그 소리가 공명현상을 일으켜 크게 돌아온다고 합니다.
황제가 이곳에서 하늘을 향해 기원할 때 더 폼 나라고 만든 모양입니다.
확성기가 없던 시절이라 과학적인 방법이네요.
이런 것을 신비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합니까?
그래서 이곳에 온 사람 모두는 이 자리에서 한바탕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고 갑니다.
웃기는 짓이지요.
이런 것은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바로 손뼉을 치며 "골라골라~"
어디 손뼉만 칩니까?
남대문 시장에서는 발까지 박자를 맞추어 구르잖아요.
우리의 소리는 아주 리드미컬하고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기라도 하지만, 여기는 소음입니다.
황제는 이곳 제단 북쪽에 서서 남쪽을 향해 황천 상제(皇天上帝)의 제문을 읽고 그 자리에서 바로 불태워버리는데
재가 하늘로 올라가면 하늘이 황제의 기도를 받아 드린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 상서로운 징조로 여겼다 합니다.
그런데 종이를 태우면 재는 모두 하늘로 올라가지 않나요?
뻔한 일을 해석은 멋지게 하네요.
천심석을 중심으로 그 바깥으로는 9개의 석판을 깔고 그 바깥으로 한 줄씩 늘어날 때마다
9개씩 석판이 늘어납니다.
그 이유는 9라는 숫자는 양수의 제일 위에 있는 수이고 황제를 의미한다고 우리는 이미 알아버렸습니다.
이곳은 사진 찍으려는 사람이 길게 줄을 서기에 그냥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저곳에 올라가 저런 자세로 사진을 꼭 찍어야 하나요?
중국 정부에서 일부러 황제만이 꿇어앉았던 자리를 민초가 밟게 했나요?
이 또한 보호해야 할 중요한 문화재가 아닙니까?
이 의미는 원구단에 올라 하늘과 교통 하며 제를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한 사람인
황제 외에는 없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변해 강아지 끌고 잠옷 바람으로 이곳을 찾아온 동네 아저씨도
이곳에 올라 꽥꽥 소리 지르고 합니다.
오늘 돌아본 환구단입니다.
아래서 위로 올라가며 살펴보았네요.
구복대라는 곳은 제를 올리기 전 황제가 옷을 정갈하게 갈아입는 곳이랍니다.
오른쪽으로는 제를 올릴 때 살아있는 동물을 잡던 곳과 음식 장만을 위한 곳도 보이네요.
그래도 산 사람을 죽여 인신공양을 하지 않아 다행이지요?
그런 일은 공명이 만두로 대신하는 방법을 만들었기에 사라진 지 오래된 일이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행복한 사람이란 특별한 환경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그런 평범한 사람입니다.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은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행복한 느낌을 알지 못하는 佳人이기에 늘 힘들게 살아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