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단공원 황궁우
우리 어린 시절에 우리 부모님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 고사를 올릴 때 여러 곳의 신에게 떡을 나누어 주셨지요?
심지어 소풍을 가서도 음식을 먹기 전에도 "고수레~"라고 하며 음식물을 주변에 던졌죠?
물론 지방에 따라 고시레도 되고 고씨네도 되고 했지만, 그 마음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겁니다.
이 의미는 지금 이 근방의 구역 신에게 잠시 봐달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힘도 쓰지 못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자기 동네라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신이 아니겠어요?
유기견도 제 동네에서는 무섭게 짖어대는 게 세상의 이치잖아요?
그러니 먼저 조금이라도 먹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는 의미일 겁니다.
중국도 그렇군요.
황제도 각각의 신들에게 빌며 자기가 군림하는 동안 해피하게 보내게 해달라고 하는 게지요.
진실로 백성을 위해 비는 황제도 있었을 테고 말만 백성을 위하고 사실 자기가 통치하는 동안 풍년이라도 들면
무지렁이 백성들은 배만 부르면 되기에 그리 생각하고 풍년을 기원한 황제도 있었을 겁니다.
사실 당시의 민초는 배부르고 등어리 따뜻하면 부러울 게 없지요.
안 그렇겠어요?
천단이 있는 지역의 모습은 아래 지도에서 보시듯이 티셔츠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위쪽으로 둥글게 만든 이유는 하늘을 의미하며 하늘이 둥글잖아요.
건물을 짓는 모양도 모두 의미를 담아 배치하고 지었습니다.
건물이 들어앉은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회(回) 자처럼 만들었다 합니다.
바깥에 있는 벽을 전성(塼城)이라 하고 안쪽의 벽을 자장(紫牆)이라 부른다네요.
그러니 외곽으로 2중의 담장으로 둘러싸고 북쪽은 둥글고 남쪽은 정방형인 남방북원(南方北圓)으로
중국인의 우주관인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형태입니다.
그러기에 이곳의 배치도 아래는 사각형으로 만들었고 그 이유는 땅은 네모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위쪽인 북쪽을 높게 만들고 아래인 남쪽을 낮게 만든 이유도 하늘은 높고 땅은 낮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이런 생각이 중국뿐이 아니나 세상 모든 사람의 우주관이었잖아요.
갈릴레오가 지구는 둥글다고 했다고 재판까지 받았으니 얼마나 바꾸기 어려운 생각입니까?
옛날은 동서를 막론하고 이런 틀에 얽매인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고, 현재는 너무 격식을 벗어나
방종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나 봅니다.
천단은 역사적인 의미나 목적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건축적인 아름다움이나 그 배치를 보더라도 세계적으로
완벽한 건축물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신비스럽기도 하거니와 위엄마저 느껴지는 완전무결한 제전(祭殿) 임에 틀림없다고 생각됩니다.
그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옮겨가면 황치옹위(皇穹宇 :황궁우)라는 건물이 나타납니다.
이 건물의 중앙 보좌에는 하늘 신이라는 황천상제(皇天上帝)의 위패를 모신 곳이라 하네요.
그 위에는 한자와 만주어로 된 금(金) 자가 쓰여 있습니다.
황제가 이곳에 행차해 제사를 올릴 때 역대 황제의 위패도 태묘에서 외출해 이곳에 옮겨 놓았다 합니다.
이는 황제는 물론 죽은 조상까지 모두 하늘에 경배한다는 의미겠지요
답답하게 태묘에만 지내던 황제 조상이 모처럼 화려한 외출을 하는 곳입니다.
봄에 나오면 봄바람이 싱그러워 좋고, 여름은 신록이 우거져 좋고, 가을은 단풍이 아름다워 좋습니다.
겨울은?
추운데 그냥 태묘 안에 들어앉아 마작이나 즐기죠 뭐~
그러니 죽은 조상도 이렇게 나와서 하늘을 불러 소망을 빈다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죽은 조상이 아니라 누구라도 모두 불어오겠지요.
하늘의 아들인 황제가 유일하게 하늘과 맞먹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마치 청조의 황제가 썼던 모자를 닮은 고깔 형태의 둥근 지붕이 있는 건물이 보입니다.
지붕은 푸른색이고 기둥과 담벼락은 붉은색입니다.
이 건물은 외관과 비교하면 내부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기보다 화려합니다.
천장을 바라보면 정교하고 우아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단체여행을 오면 이런 곳은 사람이 많아 내부는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사람에 휩쓸려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내부를 보려고 몰려 있기에 알맹이는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 보고 천단을 보았다 하지요.
자유여행을 오면 사람에 밀려 천천히 들어가면 어느덧 제일 앞에 설 수 있어
사진도 찍고 천장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내부 천장을 올려다볼까요?
원뿔꼴의 지붕에 한가운데 커다란 금룡 한 마리가 있고 금룡을 중심으로 선명한 색채와 독창적인 문양을 지닌
원형의 무늬 선이 겹겹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이 문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기기묘묘한 천상의 꽃들과 총 360마리의 작은 금룡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금룡은 주천(周天)에서 말하는 360도를 상징하는 의미라 합니다.
어때요?
잘 키운 용 한 마리 열 이무기 부럽지 않지요?
어두워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망원경이라도 들고 바라보면 대단한 문양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맛은 느낄 수 있잖아요.
황궁우의 양옆으로는 작은 배전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곳은 각각 일월 성신과
풍운 뇌우 신들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라 합니다.
모시고 싶은 것도 많고 빌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모두가 다 흘러가는 구름이고 바람에 불과한 허망한 것임인 것을...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황궁우 좌우로는 동배전과 서배전이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들어가며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똥배전이 아니고 동배전입니다.
동배전은 황제의 별이라는 북두칠성을 위시해 해신, 수성, 금성, 화성 등 태양계의 별 신을 모신 곳입니다.
중앙 왼쪽에 북두칠성을 모신 위패가 보이시죠?
오른쪽은 木火土金水之神이라고 보이실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북두칠성을 위하는 척하며 따로 위폐까지 만들어 모시지만, 나중에 보시면 七星石이라고
아주 하늘에서 가져다 천단 안에도 모셔두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은 별의별 신을 모두 모신 별난 곳입니다.
하늘의 별도 다 모신 그야말로 쇼 쇼 쇼의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서배전을 살펴볼까요?
서배전은 달신, 비신, 바람신, 천둥신, 구름신, 등 자연현상을 모신 곳입니다.
자연의 단순한 현상도 두려운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알 수 있네요.
좌우지간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신의 조화라 생각하고 모셔왔습니다.
황제는 이렇게 자연현상을 두려워하며 살았지만, 하는 행동은 웃기는 일만 한 황제가 대부분이죠.
중국이라는 나라는 모두 신이 될 수 있는 그런 나라입니다.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마오도 신으로 격상되고 관우도 신이 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인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인도라는 나라는 인구만큼이나 신이 많아 신들도 지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는 곳이라죠?
그런데 요즈음 중국 정부에서 인공강우 실험하고 있는데 이것 잘못하면 큰일 날 일이 아닌가요?
신의 영역에 다가가다 혼나면 어쩌려고요.
이렇게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을 모두 불러 한 곳에 모아놓고 황제란 사람이
쇼를 하는 쇼 쇼 쇼의 현장이 바로 이곳입니다.
황궁우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벽을 훼이인삐(회음벽: 回音壁)이라 합니다.
길이가 193.2m이며 높이가 3.7m 두께가 0.9m 그리고 지름이 61.5m 벽입니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하늘의 위패와는 무관합니다.
슬픈 일이지만, 이제 하늘의 권위는 황제의 권위가 중국 땅에서 사라질 때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은 이곳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회음벽입니다.
글자 그대로 담장 한쪽에 서서 이야기하면 멀리 떨어져 담장 가에 서 있는 사람이
선명하게 말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회음벽을 삥 둘러서서 사람들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고는
멀리 떨어져 있는 동행에 들리냐고 소리 지릅니다.
마치 주술에 걸려 중얼거리 듯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광경은 신비스러운 게 아니고 둥근 벽을 타고 이동하는 소리의 굴절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요?
또 싼인스(삼음석 : 三音石)라는 상석이 황궁우 입구에 있는데 여러 개의 상석 중 북쪽에 있는 상석부터
세 번째 상석까지를 삼음석이라 하는데 그 의미는 바로 天地人 삼재(三才)를 의미한다 합니다.
돌 위에서 손뼉을 치거나 두드리면 첫 번째 돌은 1회 두 번째 돌은 2회
그리고 세 번째 상석은 3회의 반향음이 들려온다고 합니다.
중국은 역시 신비한 현상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이런 현상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닐 겁니다.
처음부터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한 게 아니고 워낙 건물의 모양이 신비한 관계로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이 생겼다 합니다.
자꾸 그러면 남대문 시장 사람 다 불러올 겁니다.
여기서 "골라~ 골라~"를 외치면 어찌 되는지 아세요?
쿵 짝~ 쿵 짝~ 쿵 짜 짝 쿵 짝~~
네 박자 속에~~
이제 밖으로 나갑니다.
회음벽 바깥 서쪽에는 위의 사진처럼 오래된 잣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나뭇가지가 뻗어 나간 모습이 기이하게도 마치 9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합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정말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입니까?
용이 등이 가려워 나무에 기대어 등이라도 긁고 있습니까?
환장하게도 잣나무도 아홉이라는 숫자에 연민의 정을 느끼고 그렇게 자랐나 봅니다.
정말 전설의 고향 중국이라고 해도 너무합니다.
아니라고 타이르면 쟤들 또 비쳐서 대변인 성명이라도 내겠지요?
이름도 쥬롱바이(九龍栢)이라 하고 베이징 시에서 가장 수령이 오래된 잣나무로 요금(瑤琴) 시대에 심어졌다 합니다.
벌써 5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말 전설의 고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둘러본 황궁우입니다.
위의 사진을 참고하시면 혼자 그곳에 가셔도 모두 찾을 수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곳에 오래 머물며 눈으로 보고 해설사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글을 써도 그게 참된 글인지 알 수 없는데
佳人은 잠시 훑어보고 슬쩍 뒤로 귀동냥한 이야기로 이렇게 도배를 하니
이게 어찌 참된 글이 되겠습니까?
여러분이 사실로 믿을까 봐 그게 심히 걱정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