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천수에서 보계를 거쳐 한중으로 갑니다.

佳人 2013. 5. 6. 08:00

 

2012년 11월 4일 여행 17일째

 

중원과 서쪽 변방을 갈라주는 친링(秦岭 : 진령)산맥...

진령산맥은 그 험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합니다.

뭘로 증명하려고 佳人이 험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큰소리를 칠까요?

 

중국의 詩仙이라는 이백이 佳人을 보증서겠다고 합니다.

월로?

이백이 촉도난이라는 시로써...

이백은 촉도난이라는 시로 서촉의 쓰촨 지역을 넘어가는 길이 험하고 어렵다 했다지요.

 

 

얼마나 어렵다고 했느냐 하면 촉으로 가는 길은 푸른 하늘로 오르기보다 더 어렵다고 했답니다.

이백도 중국인의 피를 타고났다고 중국인의 전형적인 뻥은 이백도 비껴가지 못하나 봅니다.

이백이 언제 하늘나라에 오른 적이 있어요?

없잖아요. 그쵸?

그러면서 하늘로 오르기보다 더 어렵다고 거짓말을 할까요?

 

오늘 佳人이 이 진령산맥을 가로질러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험준한 산악지역을 넘어 한중 땅으로 갑니다.

한중이라는 지역은 중국사람에게는 무척 중요한 땅이지요.

지금 중국의 정신으로 추앙하는 漢이라는 단어의 시작이 한중에서 시작했다고 하니...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곳이 바로 한중입니다.

 

 

오늘은 오랜 시간 이동만 해야 합니다.

천수에서 일단 보계로 내려와 차를 갈아타고 다시 진령산맥을 넘어 한중까지 가야 하니까요.

지도를 통해 잠시 오늘의 이동상황을 보고 가겠습니다.

 

왼쪽 위를 보시면 천수가 보입니다.

그곳에서 오른쪽 바오지로 기차를 타고 이동해 버스로 갈아타고 위성지도에서 보시듯

촉도난에서도 이야기 한 하늘길을 따라 남으로 내려오면

바로 조조가 계륵이라고 한 한중 땅입니다.

오죽 험한 곳이었으면 조조도 계륵이라고 했을까요?

 

 

항우가 유방의 힘을 꺾기 위해 보낸 곳이 바로 한중입니다.

그만큼 그곳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일을 꾸미지 않았을까요?

버스를 타고 산을 넘어오는 도중 창밖은 이렇게 얼어있었어요.

얼마나 높은 산인지 아시겠지요?

 

그러나 이곳은 약속의 땅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유방은 믿었고 오히려 남의 눈에 띄지 않았기에

군사를 키우고 힘을 길러 천하를 향해 포효했던 곳이었으니까요.

 

 

물론 공명도 이곳에서 군사를 키워 북벌을 감행한 베이스캠프였고 유비도

유방을 따라 한중왕에 올라 따라쟁이가 되었던 곳입니다.

누가 왕으로 임명했을까요?

헌제가요?

 

아닙니다.

셀프 왕이 되었지요.

자기 혼자 왕에 오르고 헌제에는 뻔뻔스럽게 통보만 했답니다.

이러니 유비는 성인군자처럼 행동하며 속으로 호박씨 깐다고 비아냥을 들었다네요.

 

 

한중 그 아래로는 다시 높은 산이 가로막혀 왼쪽에 보이는 면현이라는 곳으로 가면

정군산이 있고 근처에 유명한 양평관이 있어 무척 많은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지요.

이곳으로 청두에서 오르내렸던 잔도가 수없이 펼쳐진 길이랍니다.

 

한중은 이런 깊은 산맥 속에 있는 분지입니다.

그러니 이런 험한 산을 넘어 많은 군사를 이끌고 전쟁을 한다는 일은 전쟁보다 더 격렬한

이동을 해야 하기에 산을 넘은 병사는 먼저 지쳐버려 전투할 의욕도 없을 겁니다.

 

새벽 5시 44분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기에 샛별을 보며 숙소를 나서 바로 길 건너에 있는

기차역으로 가 그저께 우리가 왔던 삼국지에는 진창성이었던 바지오로 갑니다.

그 이유는 한중으로 가려면 이 방법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루트라 합니다.

 

 

기차는 연착해 6시가 넘어서야 역으로 들어오네요.

이번 여행에는 우리보다 늦은 시간의 표를 산 다음 열차가 먼저 들어오는

불상사가 자주 생깁니다.

기차는 험한 산길을 달려 날이 밝아지기 시작한 8시 33분에 바오지에 도착합니다.

 

 

천수는 복희의 고향이라고 하더니만, 여기 바오지는 염제의 고향이라 하네요.

중국의 조상은 대부분 이 지방 출신인가 봅니다.

그러니 중원에서 볼 때 모두 변두리 출신이라는 말이 아닌가요?

치수의 제왕이라는 우왕의 고향은 청두에서 구채구 가다 보면 보이는 산골 마을이더군요.

 

 

며칠 전 오장원에서 바오지로 오며 차창 사이로 보였던 산 위에 만든 조형물이

바로 염제묘라도 되나 봅니다.

무척 궁금했는데...

혹시 이거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세요.

그냥 산꼭대기에 저런 조형물을 만드는 짓은 염제를 모시는 일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짓이라 믿습니다.

 

 

며칠 전 오장원에서 올 때 내렸던 그 버스 터미널로 갑니다.

그곳에서 한중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으니까요.

기차역에서 그리 먼 길이 아니기에 그냥 걸어서 갑니다.

9시에 터미널에 도착했고 한중행 버스는 9시 30분에 출발한다 합니다.

앞으로 몇 시간이나 더 가야 할지 몰라 울 마눌님 손에 든 가방에는

빵과 과일 등 먹거리를 사서 넣었습니다.

 

우리를 태운 작은 버스는 험한 산을 헉헉거리며 오릅니다.

아까 보계는 그런대로 따뜻했지만, 산으로 올라오니 눈이 내렸고 얼음이 얼었습니다.

버스 창문은 바깥이 춥다는 듯 김이 서려 잘 보이지 않네요.

 

 

한참을 잘 달리던 버스가 깊은 산중에서 그만 정체현상이 일어나며 멈추어 버리네요.

원래 중국에서 이런 시간은 소피 보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여자는?

모릅니다.

이럴 때는 늘 배낭에 넣어서 다니는 우산이 아주 요긴할 때가 있지요.

 

도대체 차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우두커니 있기도 뭐해 앞으로 걸어가 왜 차가 가지 않는지 살펴봅니다.

역시 사고였습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경험을 무척 자주 합니다.

대체로 중국의 트럭은 피곤한가 봅니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눈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보세요?

완전히 옆으로 드러누워 중동 축구선수처럼 취침 모드에 들어갔지요?

 

 

가끔 길바닥에 드러누운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래요.

힘들면 쉬어가야 합니다.

무리한 운전은 사고의 원인입니다.

 

 

기사가 쉬지 않으면 이렇게 자동차가 길바닥에 드러누워 쉬어가자 합니다.

안전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다행히 렉커차가 달려와 누운 트럭을 깨워 똑바로 세웁니다.

 

 

역시 차나 사람이나 제대로 서야 제구실을 하지요.

누운 놈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특히 사내들 말입니다.

이렇게 여기서만 한 시간도 더 넘게 서서 쉬었다 갑니다.

 

이 차는 아마도 좁은 길에서 서로 비켜가려고 하다가 옆의 도랑으로 빠진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중국의 국도는 이렇게 험하고 좁은 길이 많기에 중국의 시외버스는

대형보다는 중소형 버스가 많이 운행되나 봅니다.

 

 

이제 우리를 태운 버스는 또 산길을 오르내리며 힘들게 달립니다.

이렇게 진령산맥은 험한 곳입니다.

그러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이곳에도 가을의 중심으로 성큼 들어서 있습니다.

여기저기 단풍 든 모습은 여행하는 사람을 즐겁게 하네요.

 

 

한참 달리다 보니 돌에 글자를 새긴 이정표가 보입니다.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습니다.

아! 佳人의 이 순간적인 재치... 어쩌면 좋겠습니까?

 

여러분은 위의 사진에 새긴 글이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정면이 아니라서 글자 읽기가 조금 어려우시죠?

포사고잔도(褒斜古棧道)라고 새긴 이정표입니다.

바로 우리가 버스를 타고 달리는 이 길이 공명이 북벌을 위해 오르내렸던

바로 그 길인 포사도라는 길이었습니다.

 

 

또 달리는 차에서 내다보니 문이 보이고 그곳에는 석문잔도라고 쓴 현판이 보입니다.

석문잔도는 공명의 북벌만이 아니라 유방에게도 아주 중요한 잔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중원과 쓰촨의 소통은 바로 이 잔도를 통해 이루어졌을 겁니다.

 

사람, 문명... 어디 그뿐이겠어요?

바로 전쟁과 침략을 위한 도로이기도 했지요.

유방이 항우에 밀려 이곳으로 오며 혹시 항우가 군사를 보낼까 두려워

불을 질렀던 잔도가 바로 석문잔도라지요?

여기 석문잔도에는 무척 많은 이야기가 있어 나중에 따로 사진과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이렇게 사고로 지체한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과속을 하며 달려 오후 3시가 넘어

한중에 도착하는데 바로 조조가 계륵이라고 한 곳이 한중이라죠?

그러니 우리는 닭갈비라는 도시에 도착한 겁니다.

한중 사람들은 닭갈비를 즐길까요?

 

새벽 5시부터 서둘러 천수에서 한중까지 10시간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숙소는 터미널 부근으로 정합니다.

여기서 다음 일정 진행이 유리하기 때문이죠.

 

 

시간이 오래 걸려 피곤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해가 지려면 조금 시간이 남았기에

그냥 숙소에 머물 수 없죠.

그래서 한중 시내에 있다는 고한대라는 박물관을 보려고 합니다.

내일은 우선 위연이 죽은 장소라는 고호두교라는 곳부터 먼저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한중은 천혜의 요새와 같습니다.

북쪽으로는 진령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넘기조차 쉬운 곳이 아닙니다.

남쪽으로는 파산이 자리하고 있는 해발 5-600m의 구릉지대입니다.

이백이 촉도난(蜀道難)이라는 글에서 무척 과장한 곳이 이 지역입니다.

 

옴마야~ 아슬아슬하게 높구나~ (噫吁戲 危乎高哉)

촉으로 가는 길은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렵구나~ (蜀道之難難於上靑天)

삼 형제별 우물별 지나치듯 쳐다보며 숨 몰아쉬고 (捫參歷井仰脅息)

손으로 가슴을 문지르며 앉아 장탄식하네 (以手撫膺坐長歎)

후략...

 

칫!!! 이백도 한 가닥하는 사람인가 봐요.

중국인인지라 엄살이 대단한 사람인가 봅니다.

좌우지간 이백도 식겁했다는 곳이 바로 이 동네인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