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아라 태너리는 천 년 이상의 역사가 숨쉬는 작업장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페스의 태너리는 아무렇게나 만든 커다란 구덩이들이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마치 물감통처럼 보이기도 하고 팔레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저 통 안에는 가죽을 착색시키기 위한 천연식물과 약품이 담긴 곳이지요.
엄청나게 열악하고 고약한 냄새로 코를 쥐게 하는 장소지만, 골목길에 장식한
그림으로만 보면 위의 그림처럼 마치 아름다운 세상을 보는 듯합니다.
다양한 색깔로 알록달록 그려진 모습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지요.
완성된 가죽제품은 용도에 따라 보기에는 다양한 모양과 색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하는 장소랍니다.
그렇기에 가장 힘들고 가장 고통스러운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바로 이 작업장에서는 고약한 냄새로 보는 사람 모두 힘든 시간이지만.
작업자는 이곳에 근무하는 한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야 하겠지요.
이들은 숙명처럼 대를 이어 천 년 이상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냄새의 원인은 바로 가죽을 부드럽게 하고 원하는 색으로 염색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비둘기나 소의 배설물 등을 이용해서 작업하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가죽의 색을 내기 위한 작업은 식물을 이용하기에 거의 냄새가 없다고 하지요.
그런 이유로 이곳에 가이드를 따라오거나 골목길에서 만난 안내인을 따라오면
그들은 우리 같은 사람에게 식물인 민트를 준답니다.
민트를 코에 대고 있으면 민트의 강한 냄새가 이곳의 역한 냄새를 어느 정도
중화시키거나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워낙 구경거리가 많지 않은 페스이기에 다시 찾았을 때 우리는 민트도 없었고
다른 아무 조치도 없이 찾았지만, 거의 역겹다는 냄새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귀신도 무서워한다는 나이가 되니 냄새조차도 우리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나 냄새가 심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작업을 막 시작하는 이른 시간에 들렀고
또 오늘의 날씨나 바람의 방향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시차관계로 한국인은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기에 특히 할 일도 없고...
물론 모피라는 제품은 가죽의 외피에 있는 털도 함께 사용해야 하기에
이곳의 작업과는 별도로 해야 하겠지요.
이곳은 거의 모든 작업이 모피가 아닌 순수한 가죽만을 처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작업 과정을 보면 이곳으로 먼저 가죽의 생피를 태너리까지 운반해 와야 하는데
메디나 안으로는 차량이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 안에 있기에 위의 사진처럼
메디나에서는 오직 당나귀나 노새의 힘을 빌려 등에 실려 들어오게 됩니다.
사실 마라케시의 메디나와 비슷한 환경이지만, 마라케시는 오토바이도 다니고 자전거도
다니기에 우리처럼 걸어서 다니는 사람에게는 불안한데 이곳 페스는 노새나
당나귀 외에는 모두 걸어서 이동해야 하기에 오히려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네요.
따라서 페스 메디나를 걷다 보면 수시로 마주치는 것이 바로 당나귀나 노새의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페스의 중심지 메디나를 오가는 당나귀이기에 배설물에 신경을 써야 하기에
위의 사진에 보듯이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실려오는 동물은 주로 낙타, 소, 양이나 염소의 가죽이라고 합니다.
이제 실려온 가죽의 생피를 먼저 물을 채운 수조에 담가 오물을 깨끗이 씻고 가죽 외피에 붙은
털을 제거한 후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석회, 소금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둘기 배설물과 소의 오줌 등이 담긴 수조에 넣어 4~5일 정도 담가두면 가죽이
부드러워진다는데 이때 가죽을 매일 여러 차례 뒤집기를 반복해야 효과가 높아진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고 하네요.
보기에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천 년 이상을 이곳에서 열악한 환경 아래
묵묵히 힘든 일을 하며 대를 이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이들의 노고는...
바로 이들의 노고로 페스가 모로코의 도읍지로 오랜 세월 동안 존재했지 싶습니다.
가죽을 염색하는 과정에 색깔에 따라 모두 다름 염료를 사용하는데
녹색은 민트, 갈색은 삼나무껍질, 붉은색은 개양귀비, 파란색은 인디고,
검은색은 안티몬, 주황색은 헤나, 노란색은 샤프란을 사용하다고 하네요.
따라서 모로코 여행을 하다 보면 시장마다 염료를 파는 가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두 염료로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자연환경이 썩 좋은 곳이 아닌 나라는
그들이 사는 생활터전인 집이나 주변을 무척 화려하게 장식하려는 경향이 있지요.
이때 색을 내는 천연염료를 구덩이 속에 풀어 넣은 후 가죽에 염료가 골고루 베이도록
발로 꼭꼭 밟아가며 일종의 마사지를 하게 된다네요.
어쩌면 단순한 작업의 반복이지만, 가장 노동력이 요구되는 일이잖아요.
여기서 노란색을 내는 염료인 샤프란은 가격이 워낙 비싸기에 다른 물감과는 달리
작업자가 직접 손으로 일일이 가죽에 직접 물감작업을 한다네요.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말입니다.
샤프란은 샤프란 꽃잎에서 채취하는 암술만을 말려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황금보다 비싸다는 트러플, 캐비어와 더불어 세계 3대 향신료로 취급되지요
용도는 염색뿐이 아니라 주로 음식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식물입니다.
샤프란은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건조를 하며 아주 다양한 등급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식용이 아니라 염색만을 위한 것이라 당연히
최고등급의 샤프란은 사용되지는 않지 싶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기계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순전히 사람의 손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1파운드의 샤프란을 얻기 위해서 5만 송이의 꽃을 채집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쉽게 환산하면 1g의 샤프란은 암술 400~500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비싸지겠지요.
여기서는 그 비싼 샤프란을 음식물이 아닌 가죽 염색용도로 사용하다니...
이런 힘든 과정을 지나면 그런 후 햇볕에 가죽을 펴서 쬐어가며 말린다고 하네요.
이런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가죽공예장인들에게 팔려간다고 하지요.
이런 원피를 가공한 가죽이 장인의 손에서 재단되어 용도에 맞게 마름질되어
우리가 사용하는 멋지고 질긴 가죽제품으로 탄생하겠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페스의 태너리에서 이루어지는 이 모든 과정이 몇 주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사람의 수작업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데 이런 방법은 천 년 전
처음 무두질을 시작한 이래 계속 변함없이 이어져온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