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의 네크로폴리스, 마리니드 무덤(Marinid Tombs)이 있는 언덕
페스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마리니드 무덤(Marinid Tombs)이 있는 언덕에 올라
메디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으로 페스의 구시가지인 메디나의 북쪽에 있는 곳으로
주변으로는 많은 무덤이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이곳 페스에 도읍을 정한 789년부터 건설했다는 성벽의 흔적도 보이고
주변에는 수많은 술탄의 무덤과 그리고 민초들의 무덤이 함께 있는 작은 언덕으로
천삼백여 년의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멋진 장소였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흔적은 당시 술탄의 무덤으로 만들었다는 마리니드 왕조의 잔해입니다.
천하를 호령했던 술탄이었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니 술탄 무덤 앞에 술잔 하나 올리는
사람도 없고 기일이 맞추어 제사상 차리고 절을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월 이기는 장사도 없고 영원한 권한을 지닌 술탄 또한 없습니다.
페스에는 여러 왕조가 들어왔고 또 다른 왕조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했으니
어느 누가 조상이라고 술 한 잔 올리겠습니까?
술탄이 살았을 때는 이곳 페스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옴파로스라고 생각했겠지만,
정말 세월 이기는 술탄은 없나 봅니다.
그러니 메디나 북쪽의 언덕은 죽은 자들의 세상인 네크로폴리스가 맞나 봅니다.
바로 살아있는 사람들이 분주하세 사는 메디나는 아크로폴리스였고요.
이집트 문명도 네크로폴리스는 모두 나일강 서안에 세웠던 것과도 궤를 함께 하나 봅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이웃하고 천 년 이상을 함께하는 곳,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만이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페스가 아니겠어요?
이곳 네크로폴리스에는 술탄과 민초가 함께 잠든 곳입니다.
술탄은 무덤의 평수가 넓고 건물형태로 만들었지만, 민초의 무덤은 비석 하나뿐...
페스의 북망산은 바로 메디나와 가장 가까운 인접한 곳이었습니다.
술탄의 무덤 중 어떤 곳에 남아있는 문양입니다.
대부분 한 줌의 먼지로 변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중이지만, 아라베스크 장식과
아랍어 비문은 모두 스투코 양식으로 남아있기도 한데 아라베스크 장식도 남아있습니다.
아라베스크 장식은 이집트 문명에서 시작해 아라비아나 로마를 통하여 유행하다가
먼 나라인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쳐 당초문양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식이지요.
물론, 중국의 당나라를 거쳐 들어왔기에 당초문이라고 했겠지만요.
마리니드 무덤 또는 메레니드 무덤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이곳은 모로코 페즈의 처음 도읍을 정했던 곳인 알발리 위와 북쪽 언덕에 있는 곳입니다.
전경은 좋지만, 주변에 쓰레기로 덮여있어 그리 유쾌한 장소는 아니지 싶습니다.
지금은 폐허가 된 곳이지만은 그래도 기억해 둘 만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을 찾는 주 이유는 네크로폴리스를 찾는 게 아니라 사실, 페스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겠지요.
전혀 관리되지 못한 듯해 보이는 술탄이었던 왕들의 무덤이 여러 기가 보이는데
이 무덤들은 원래 13~15세기 모로코를 통치했던 마리니드 왕조의 왕실 묘지였다고 합니다.
오늘날 이 무덤들은 이 역사적인 도시를 내려다보는 인기 있는 뷰포인트라고 생각되더라고요.
물론, 지금 잔해나마 남아있는 무덤군은 마리니드 왕조의 왕실 무덤이라고 한다지만,
사실 789년 페스의 첫 왕조였던 이드리스 왕조 이후 패스를 통치했던 여러 왕조의 무덤도
이곳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마도 마리니드 왕조 때 이 언덕에 남아있던 전 왕조의 무덤을 모두 정리하고
자기 왕조 전용으로 리모델링하지 않았을까요?
서산으로 넘어간 태양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술탄만이 아니라 메디나 안에서 사는 어느 누구도 대부분 이곳에 올라와 잠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했다고 모두 이곳 언덕 위에 기어올라 잠들었습니다.
술탄이었든 민초였든 이곳에만 올라오면 모두 같아집니다.
이집트에서는 파라오가 죽으면 다른 왕조의 파라오 무덤을 자기의 무덤으로도 바꿔치기
하기도 했고 신전 기둥이나 벽에도 이전 파라오의 이름을 모두 긁어내버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깊이 새겨두기도 했던 그 흔적도 그대로 있다고 하지요
.
지금 위의 두 장의 사진에서 보듯이 기둥에 새긴 이름의 깊이로 볼 때
다른 글이나 문양보다 더 깊고 크게 만든 것이 그 증거가 아니겠어요?
특히 람세스 2세가 이런 짓을 많이 했다고...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페스를 찾았다면 이 언덕에는 한번 올라볼 만합니다.
그러나 주변에 쓰레기도 보이고...
그런 것만 참을 수 있다면 이곳 또한 좋은 선택이지 싶습니다.
이런 문제는 모로코이기에 모두 용납되는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