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장렬 출사표 일편단심

佳人 2013. 4. 16. 08:00

 

오장원 제갈량 묘에 가면 제갈량을 모신 사당 앞에 대련에 적힌 글입니다.

장렬 출사표 일편단심

바로 제갈량의 마음을 적은 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후세 사람이 보았을 때 공명은 이런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불살랐기에 칭송하는 말이 아닐까요?

그리고 제갈량의 조상을 모신 곳이라 촉한주석이라는 글도 보입니다.

촉한의 위패를 모신 곳이라는 말인가요?

 

처음 융중에서 공명은 삼고초려를 하며 집을 찾아온 유비가 현인의 지혜를 달라고 하자

세 번이나 찾아온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형주를 취하고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힘의 균형을 이루어야 나중에 한실 재건의 대업을 이룰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천하 삼분지계를 역설하며 손가락 셋을 펴 보이네요.

저렇게 유비의 눈앞에서 손가락으로 직접 펴 보여야 유비가 이해했나 봅니다.

그런데 유비의 표정을 보니 무슨 말인지 아직 감이 오지 않나 봅니다.

그러니 종친이 다스리는 형주는 왜 차지해야 하고 천하를 왜 셋으로 나누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은 표정이지요.

 

아닌가요?

지금 유비는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혹시 쓰리 고에 흔들고 피박이라고 따따따불의 점수 계산하고 있나요?

공명의 심각한 표정으로 보아 후자가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 공명을 초빙하려면 삼고초려를 세 번 더 하라는 말은 아니겠죠?

유비 표정이 영 아닙니다.

 

유비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무리한 출정으로 오나라 육손에게 화공을 당한 충격으로

백제성으로 간신히 도망 와 탈진해 버리고 이제 천수를 다하는 모습입니다.

관우가 죽고 장비마저 죽어버리자 유비는 분노라는 무기로 출정에 나섰기에

그런 참담한 결과를 얻었지요.

 

촉한은 아들 유선에 맡기고 아들이 띨띨해 불안하면 공명이 직접 나서 달라고 했지만,

공명은 이제 의논할 사람도 없게 되며 천하의 백수가 될 지경입니다.

공명을 만났을 때 유비는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로 두 사람 사이를 표현했다고 했나요?

 

물 없는 고기는 의미가 없잖아요.

왜 그때 공명이 그렇게 말렸는데 X고집 피우며 군사를 몰고 동오로 쳐들어갔는지...

동오는 동맹의 대상이지 정벌의 대상이 아니라고 그리도 말렸는데...

고기가 물을 떠나면 어디로 갈까요?

바로 푸라이팬 위에 날름 올라갑니다.

육손의 화공처럼 말입니다.

 

유비도 띨띨한 아들 때문에 눈도 제대로 감기 어렵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세요.

죽어가는 아비인 유비 곁에 저렇게 처량하게 앉아있는 유비 아들 아두인 유선을 말입니다.

애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제 분초를 다투는데 아빠 황제와 함께 영원히 살겠다고 합니다.

저런 아들에게 나라를 맡긴다는 생각을 하니 유비가 어디 눈이라도 제대로 감을 수 있었겠어요?

 

이제 공명의 길은 하나...

백수를 벗어나는 길 말입니다.

고기 없는 물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선제의 유업인 천하 통일을 위한 북벌만이 공명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공명은 북벌을 결심하게 됩니다.

 

공명은 북벌을 위해 출사표를 유선에 올리고 군사를 이끌고 한중으로 들어온 이후

다시는 유선이 있는 청두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앞에 대치한 적으로부터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일이었겠지만, 얼떨리우스 유선의

모습을 보니 암담하기도 하고 울화통이 치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또한, 많은 군사를 이끌고 나가며 신하들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겠어요.

그 꼴이 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공명은 죽는 그날까지 그 일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기에

속에 든 이야기는 들을 수 없습니다.

역시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신(臣) 량(亮) 아뢰옵니다."로 시작되는 출사표

지금까지 중국에 남아있는 명문장 중의 하나라 합니다.

그것은 제갈량이 유비와 약속한 일을 지키는 마지막 일이며 나라에 대한 충성과 백년대계를

논한 것으로 며칠 밤낮을 승상부의 문을 닫고 고심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간

혼을 심은 숭고한 글일 것입니다.

 

그 글을 쓰며 공명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선주 유비의 꿈을 실현해줄 사람이 이제는 별로 남아있지도 않고 오직 공명만이

그 꿈을 실현해줄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 일겁니다.

심지어 후주인 유선마저 전쟁하지 않고 살면 안 되겠느냐고 하니 말입니다.

 

북벌이란 유비와 촉에 와 나라를 세운 일이며 그 목적은 위를 물리쳐 한 왕실을 다시 세우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촉에 안주하기보다 장안이나 뤄양을 침으로 도읍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바로 출사표를 쓰는 일은 한실을 살려 정통성을 확보하는 과업으로 공명이 부여받은

역사적인 사명을 완수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말일 겁니다.

촉한의 국민교육헌장에도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나 봅니다.

 

그러니 위나라는 악의 축이라는 말로 유비의 한족만이 정통이라는 말이며 이 출사표 또한

지금 남아있는 글은 대부분 남송의 장군인 악비의 글이 제일 유명하다는 것은 당시 한족의 송나라가

북에서 내려온 요와 금나라와의 전쟁에서도 박해받으며 편 가르기 한 대표적인

한족의 용비어천가인지 모르겠네요.

악비는 오랑캐라는 북방민족과의 싸움에 애국심을 북돋우기 위해 공명의 출사표를

아주 적절히 이용했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소설 속에서 시기적으로 남만 정벌을 끝낸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 더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공명이 출사표를 쓰게 되었을 겁니다.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입니다.

소설의 재미를 위해 끼워 넣은 이야기는 마치 무슨 신비스러운 반지의 제왕 내용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으며 작가는 아주 상상력이 풍부해 독자를 미스터리한 곳으로 잠시 구경시켜주기도 했지요.

그리고 남만 정벌은 역사에는 있지도 않은 일이라 하더군요.

 

위는 촉과 비교해 땅은 3배나 되고 인구는 5배가 넘는 대국입니다.

더군다나 위가 차지한 지역은 비옥한 곳으로 점점 강대한 나라로 변모해가기에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북벌은 더 어렵다는 점에서 공명은 무리하지만, 북벌을 계획했나 봅니다.

위나라의 20%도 되지 않은 국력으로 위나라를 친다는 일은 달걀로 바위를 깬다는 일이잖아요.

 

어차피 위나라를 치지 못하면 촉은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공명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고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삽니다.

세상은 여러 명의 영웅을 원하지 않습니다.

내가 용이 되지 못한다면 결국 나는 용표 지렁이나 이무기에 불과하지요.

 

공명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점에서 시도한 전쟁이 아니었을까요?

닥치고 공격 말입니다.

사실 무모한 싸움이지만, 전쟁하는 동안에는 위나라의 땅에서 했으니 적어도 촉은 위의 공격을

받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생각에 시작한 북벌의 고통을 상의하거나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 하나 없이 출전한

공명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이리하여 건흥 5년 이제 봄꽃이 망울을 터뜨리는 3월, 제갈공명은 드디어 30만의 대군을 이끌고

우선 성도의 북서쪽에 있는 장안을 치기 위해 북벌에 나섭니다.

당시 익주의 인구가 100만 정도였다고 하니 30만 대군이라면 엄청난 수의 군사인 셈입니다

군사 많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갈공명이라는 귀신이 군사를 이끌고 전쟁에 나간다고 또한 승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첫 번째 전투가 바로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봉명산이었고 촉군의 선봉은 장판교의 영웅인

조자룡이었다고 합니다.

위군은 한덕과 네 아들로 비록 늙은 나이의 조자룡이지만, 상대가 되지도 않은 셈이지요.

이렇게 두 나라는 선봉대끼리 힘겨루기를 했지만, 상대도 되지 못한 전투였습니다.

 

이후 파죽지세...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고 전투란 이기기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나중에 털고 일어날 때 승부는 알 수 있습니다.

골프도 장갑 벗어봐야 안다고 하더군요.

 

결국, 너무 깊숙이 들어갔다 위기의 순간 관우와 장비 아들들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만 건집니다.

이제 세상은 시니어는 모두 가버렸고 그 주니어가 아비의 유지를 받들어 전투에 나섭니다. 

오호 대장군 중 마지막으로 남은 조자룡도 함께 전쟁터를 누빈 장수의 2세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게 되며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요. 언제 적의 조자룡입니까?

 

바로 이런 중요한 전투가 시작된 곳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둘러볼 이 부근이 아닐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기린아라는 강유의 고향도 이 부근인 기성(冀城)이었고 처음에는 공명과

적으로 만났지만, 결국, 공명의 후계자로 삼국지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웅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봉명산이 소리 내 운 것은 바로 봉황인 강유를 얻기 위함이었었나 봅니다.

군사 천 명보다는 장수 하나요, 장수 천 명보다는 봉황 같은 책사 한 명이 더 낮습니다.

사실, 책사 천 명보다 후세에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글쟁이 한 사람이 더 낮지요.

왜?

마음대로 그릴 수 있으니까!

 

북벌 중 크고 작은 전투가 이어지고 전투는 이기고 지기도 했지만,

점차 전세는 신출귀몰한 공명의 편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북벌이 실패한 원인은 사마중달의 재등장도 아니고 재능이 뛰어나 어린 시절부터

공명이 눈여겨보았다는 마속이 공명의 지시를 어기고 이 부근인 가정이라는 곳에서 진을 칠 때

길목을 막지 않고 산 중턱에 진을 침으로 위나라 군사에 길을 열어준 것도 아니라 사실입니다.

냉정하게 따진다면, 공명 자신에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창과 칼이 부딪히고 화살이 울음소리를 내며 말과 사람이 지르는 소리는 계곡을 메우고

그들이 흘린 피는 강을 이루어 사흘 동안이나 골짜기를 흘렀습니다.

정말이냐고요?

여기에 서서 생각하면 다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뻥이라는 사실을...

수많은 군사가 죽으며 흘린 피가 내를 이룬 붉은 강 위를 창칼이 둥둥 떠다녔고 산과 계곡은

신음 소리에 소름을 돋았다 합니다.

문제는 이런 전투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게 아니라 수년간 걸쳐 계속되었다는 겁니다.

 

공명이 한중을 거쳐 바로 자오곡이라는 협곡을 지나 장안으로 군사를 몰았다면 위나라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결과론적으로 속전속결로 공명이 유비와 약속한 것을 이루었을지 모릅니다.

세상의 천기를 읽는다는 공명도 이렇게 그곳 지리를 잘 알지 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돌아가며

힘만 쓰게 된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알고도 그리했을지 모르겠네요.

왜?

뒤가 열린 상태에서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 협공을 받게 되면 그야말로 끝장나니까요.

 

조조도 계륵이라고 했던 한중에서 사실 천하를 얻을 길이 있었지만, 공명 또한 제대로

몰랐기에 남의 다리만 긁다가 군사만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잃어버림으로 천하 통일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나 봅니다.

자오곡...

당시는 무척 험한 길로 많은 군사가 군수품을 싣고 통과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겁니다.

그 길은 적은 군사의 매복만으로 얼마든지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그런 험한 길이었기에 공명은 제외했을 겁니다.

 

결국, 1차 북벌에서 마속이 가정을 잃음으로 더는 공명도 전투를 지탱하기 어려워

퇴각을 결정합니다.

마속의 오만함이 빚은 크나큰 아픔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연히 똑똑한 마속 한 사람만 읍참마속이라는 말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목을 친 셈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속을 용서하고 더 큰 공을 세워 나라에 보답하라고 하면 안 되었을까요?

 

그러면 미리 마속이 못 미더워 왕평이라는 부장을 딸려 보낼 일이라면 더 대비를 해야 하고

마속은 보내지 말았어야 하지 장수를 잘못 보내 작전을 그르친 사람은 공명이잖아요.

차라리 여러 사람이 추천한 위연을 보냈더라면 1차 북벌에서

바로 장안성을 함락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마속의 목을 치며 흘린 눈물은 무엇이고 승상 직을 물러난다고 모두 죄가 사하여집니까?

지금 위의 사진처럼 마속의 목을 치라 명령하고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이 아니라

도포로 닦으며 흘리는 눈물은 악어의 눈물입니까?

 

그 일로 촉은 승상이라는 직을 없애고 삼군을 총괄하는 우장군을 만들어 주었으니

조삼 모사한 셈이 아닌가요? 

"눈 감고 아웅." 하듯 말입니다.

 

천하의 공명도 이렇게 세상을 편하게 살았네요.

목이 달아나 진중에 높이 걸렸던 마속만 불쌍하지...

"마속! 너 임마~ 너만 똥 된겨~"

그래도 후세 사람이 읍참마속이라는 말을 유행시켜 이야기 속에 남았으니 덜 섭섭할까요?

 

가장 아까운 대목은 사마의 중달과 위연을 한 번에 보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하늘은 공명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호로곡...

호로곡 협곡 안에 몰아넣고 마대에 화공으로 공격하라 했고 작전은 기막히게 들어맞았지만,

마침 그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바람에 그 작전은 물거품이 되고 만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따지는 위연을 달래기 위해 마대를 왜 마대자루에 묶어 곤장으로 다스립니까?

만약, 이 작전이 비만 오지 않았다면 위나라의 중심이 무너지는 일이기에

파죽지세로 장안으로 내달렸을 겁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신나게 도망가는 사마중달은 도망 중에 아들에게 묻습니다.

"아들아! 지금 아비 목이 붙어있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와중에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센스쟁이 중달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위의 그림을 찍은 사진을 우두커니 들여다보면 그런 이야기가 들립니다.

얼마나 열심히 도망갔으면 말머리보다 사마의 머리가 더 앞으로 나간 듯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은 佳人 생각은 佳人의 생각이 아니고 출사표를 쓴 공명 생각입니다. 

아래는 제갈량이 썼다는 명문장이라는 출사표를 한번 보고 가렵니다.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出師表 - 諸葛亮

출사표 - 제갈량

先帝創業未半, 而中道崩 , 今天下三分, 益州罷弊 ,
선제창업미반, 이중도붕조, 금천하삼분, 익주파폐,

선제(유비)께서 왕업을 시작하신 지 아직 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는데 중도에서 돌아가시고,

이제 천하가 셋으로 나뉘었는데 익주가 오랜 싸움으로 지쳐 있으니,

此誠危急存亡之秋也. 然侍衛之臣, 不懈於內, 忠志之士, 忘身於外者,
차성위급존망지추야. 연시위지신, 불해어내, 충지지사, 망신어외자,

이는 진실로 위급하여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때입니다.

그러나 모시고 지키는 신하들이 (궁중) 안에서 게으르지 않고 충성스러운 뜻이 있는 무사들이

밖에서 자기 몸을 잊고서 애쓰는 것은,

蓋追先帝之殊遇, 欲報之於陛下也. 誠宜開張聖聽, 以光先帝遺德,
개추선제지수우, 욕보지어폐하야. 성의개장성청, 이광선제유덕,

대개 선제의 특별히 두터웠던 대우를 추모하여 이를 폐하에게 갚고자 함입니다.

진실로 마땅히 성스러운 폐하의 귀를 열고 펴시어, 그것으로써 선제가 남긴 덕을 빛나게 하여

恢弘志士之氣, 不宜妄自菲薄, 引喩失義, 以塞忠諫之路也.
회홍지사지기, 불의망자비박, 인유실의, 이색충간지로야.

뜻있는 선비의 의기를 넓고 크게 해야 하고, 망령되이 스스로 덕이 없다고 여겨 비유를 끌어대 의를 잃어,

그것으로써 충간의 길을 막아서는 안됩니다.

宮中府中, 俱爲一體, 陟罰臧否, 不宜異同. 若有作奸犯科及爲忠善者,
궁중부중, 구위일체, 척벌장부, 불의이동. 약유작간범과급위충선자,

궁중과 승상부가 모두 일체이니 선과 악을 척벌함을 달리해서는 안될 것이요,

만일 간사한 짓을 하여 죄과를 범하는 자 및 성실하고 선량한 일을 한 자가 있으면

宜付有司, 論其刑賞, 以昭陛下平明之理, 不宜偏私, 使內外異法也.
의부유사, 논기형상, 이소폐하평명지리, 불의편사, 사내외이법야.

마땅히 담당자에게 넘겨서 그 형벌과 상을 논하여 그것으로써 폐하의 공정하고 밝은 다스림을 밝혀야 할 것이요,

사사로움에 치우쳐 내외 (궁중과 승상부)로 하여금 법을 달리 해서는 안됩니다.

侍中侍郞, 郭攸之.費褘.董允等, 此皆良實, 志慮忠純, 是以先帝簡拔,
시중시랑, 곽유지.비위.동윤등, 차개량실, 지려충순, 시이선제간발,

시중과 시랑인 곽유지· 비위·동윤 등은 모두가 선량하고 진실하여 뜻과 사려가 참되고 순수합니다.

그러므로 선제께서 뽑으시어

以遺陛下. 愚以爲宮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然後施行,
이유폐하. 우이위궁중지사, 사무대소, 실이자지, 연후시행,

그것으로써 폐하께 남기셨으니 제가 생각건대 궁중의 일은 일에 크고 작음 없이 모두 이들에게 물은 연후에 시행하시면

必能裨補闕漏, 有所廣益. 將軍向寵, 性行淑均, 曉暢軍事, 試用於昔日,
필능비보궐루, 유소광익. 장군향총, 성행숙균, 효창군사, 시용어석일,

반드시 부족하거나 빠진 것을 도와주고 보충하여 널리 이익이 되는 바가 있을 것이요,

장군 상총은 성품과 행위가 선량하고 치우치지 않으며 군대의 일에 밝아 두루 아는지라 예전에 시험 삼아 써 봄에

先帝稱之曰..[能]. 是以衆議擧寵爲督. 愚以爲, 營中之事, 事無大小,
선제칭지왈..[능]. 시이중의거총위독. 우이위, 영중지사, 사무대소,

선제께서 그를 칭찬하여 '유능하다'라고 하셨으니 그러므로 여러 사람이 의논하여 총을 천거하여 지휘관으로 삼았으니

제가 생각건대 군영 중의 일은 일의 크고 작음 없이

悉以咨之, 必能使行陣和睦, 優劣得所也. 親賢臣遠小人,
실이자지, 필능사행진화목, 우열득소야. 친현신원소인,

모두 그에게 물으면 반드시 각 부대들로 하여금 화목할 수 있게 되어

우수한 자와 졸렬한 자가 각각 마땅한 자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어진 신하를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함은

此先漢所以興隆也, 親小人遠賢臣, 此後漢所以傾頹也. 先帝在時,
차선한소이흥륭야, 친소인원현신, 차후한소이경퇴야. 선제재시,

이것이 선한이 흥하고 융성한 까닭이요,

소인을 친근히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함은 이것이 후한이 기울어지고 쇠한 까닭입니다.

선제께서 계실 때에

每與臣論此事, 未嘗不嘆息痛恨於桓靈也. 侍中尙書.長史.參軍,
매여신론차사, 미상불탄식통한어환영야. 시중,상서.장사.참군,

매번 저와 함께 이일을 의논하며 일찍이 후한의 환제와 영제의 일을 탄식하고

몹시 원통하게 생각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시중, 상서, 장사, 참군,

此悉貞亮死節之臣也. 陛下親之信之, 則漢室之隆, 可計日而待也.
차실정양사절지신야. 폐하친지신지, 칙한실지륭, 가계일이대야.

이들은 모두 곧고 어질며 죽음으로 절개를 지킬 신하들이오니,

원컨대 폐하께서는 이들을 가까이하시고 이들을 믿어 주시면

곧 촉한의 황실이 훌륭하다는 것을 날을 세며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臣本布衣, 躬耕南陽, 苟全性命於難世, 不求聞達於諸侯,
신본포의, 궁경남양, 구전성명어난세, 불구문달어제후,

신이 본디 미천한 백성으로 남양에서 몸소 밭 갈며 구차히 어지러운 세상에서 생명을 보존하고

제후에게 알려져서 출세할 것을 구하지 않았더니,

先帝不以臣卑鄙, 猥自枉屈, 三顧臣於草廬之中, 諮臣以當世之事.
선제불이신비비, 외자왕굴, 삼고신어초려지중, 자신이당세지사.

선제께선 신을 비천하다 여기지 않으시고 외람되게도 스스로 몸을 낮추시어

세 번이나 신을 초옥 안으로 찾으시어 신에게 당세의 일을 물으시니

由是感激, 許先帝以驅馳. 後値傾覆, 受任於敗軍之際, 奉命於危難之間,
유시감격, 허선제이구치. 후치경복, 수임어패군지제, 봉명어위난지간,

이로 말미암아 감격하여 마침내 선제께 힘써 일할 것을 허락하였더니

그 뒤에 국운이 기울어짐을 만나 패군의 때에 임무를 받고 명령을 위급한 때에 받은 것이

爾來二十有一年矣. 先帝知臣勤愼. 故臨崩, 寄臣以大事也. 受命以來,
이래이십유일년의. 선제지신근신. 고임붕, 기신이대사야. 수명이래,

그 이래로 21년이 됩니다.

선제께서는 신이 삼가고 조심함을 아시는지라 그러므로 돌아가심에 임하여

신에게 큰일을 맡기셨으니 명령을 받은 이래로

夙夜憂慮, 恐付託不效, 以傷先帝之明. 故五月渡瀘, 深入不毛.
숙야우려, 공부탁불효, 이상선제지명. 고오월도로, 심입불모.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근심하고 탄식하며 부탁하신 일에 효과가 없어서

그것으로써 선제의 밝으심을 해칠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오월에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에 깊이 들어갔더니 ,

今南方已定, 兵甲已足, 當奬率三軍, 北定中原, 庶竭駑鈍, 攘除姦凶,
금남방이정, 병갑이족, 당장솔삼군, 북정중원, 서갈노둔, 양제간흉,

지금은 남쪽이 이미 평정이 되고 무기와 갑옷이 풍족하니 마땅히 삼군을 권려 하여 거느리고

북으로 중원을 평정하고 노둔한 힘이나마 다하여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쳐 없애고

以復興漢室, 還于舊都, 此臣所以報先帝, 而忠陛下之職分也.
이부흥한실, 환우구도, 차신소이보선제, 이충폐하지직분야.

다시 한의 황실을 일으켜 옛 도읍지로 돌아가는 것이 이것이 신이 선제께 보답하는 방법이요

폐하에 충성하는 직분인 것이요

至於斟酌損益, 進盡忠言, 則攸之.褘.允之任也. 願陛下,
지어짐작손익, 진진충언, 칙유지.위.윤지임야. 원폐하,

손해와 이익을 짐작하고 나아가 충성스러운 말을 다하는 것은

곽유지, 비위, 동윤의 임무이니 원컨대 폐하께서는

託臣以討賊興復之效, 不效則治臣之罪, 以告先帝之靈.
탁신이토적흥복지효, 불효칙치신지죄, 이고선제지령.

신에게 도적을 토벌하고 (한실을) 부흥시키는데 실효를 거둘 일을 맡기시어 효과가 없으면

곧 신의 죄를 다스리어 그렇게 함으로써 선제의 영전 앞에 고하시고

若無興德之言則責攸之.褘.允等之咎, 以彰其慢. 陛下亦宜自謀,
약무흥덕지언칙책유지.위.윤등지구, 이창기만. 폐하역의자모,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의 허물을 꾸짖어 그것으로써 그 태만을 밝히십시오.

폐하께서도 또한 마땅히 스스로 꾀하시어

以諮諏善道, 察納雅言, 深追先帝遺詔. 臣不勝受恩感激, 今當遠離, 臨表涕泣, 不知所云.
이자추선도, 찰납아언, 심추선제유조. 신불승수은감격, 금당원리, 임표체읍, 부지소운.

좋은 방도를 자문하시고, 좋은 말을 살펴 받아들여 선제의 남기신 말을 깊이 따르소서.

신이 은혜받은 감격을 이기지 못하는지라,

지금 멀리 떠나게 됨에 표에 임하여 눈물이 나서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 글을 옮기는 佳人도 공명의 마음이 안쓰러워 눈물이 앞을 가리어 더는 이어가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