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여행기 2024

우중충한 페스에서 만난 보석같은 곳.

佳人 2024. 11. 1. 03:00

 

789년 처음 페스를 왕도로 삼은 아랍인 자이드 시아파의 이드리스 왕조에 의해 모로코

내에서 첫 국가를 선포한 후 약 100여 년간 존속함으로 처음으로 역사에 등장한 도시죠

그 후 많은 왕조가 페스를 중심으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합니다.

 

 

페스를 일컬어 미로의 도시니 수많은 골목길로 이루어진 도시라고 하지요.

메디나와 태너리 등 오랜 역사와 문화가 예전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기에

유네스코에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지 싶습니다. 

 

 

우중충한 페스의 9천 개가 넘는 바람길인 먼지 뽀얗게 낀 골목길 어드메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어두컴컴한 입구로 들어서면

여러분은 모로코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보물 하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행 중 이런 곳을 만난다는 것은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보석 하나를 건지는 기분이 들지요.

그래서 우리는 배낭을 꾸려 여행길에 나서는 것이 아니겠어요?

메디나 안에 있는 글라우이 궁전이라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곳을 구경했던 이야기입니다.

 

 

이 컴컴한 입구로 들어선다는 말은 바로 천일야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곳으로 아울러 모로코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격변의 시기인 중세의 황혼시대로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곳이지만, 예전의 모습은 위의 그림처럼 화려했을 듯합니다.

 

 

궁전 안으로 들어서면 어두컴컴한 입구와는 달리 파티오로 보이는 대단히 넓은

안뜰로 들어서는데 안뜰 주변의 건물은 대단히 가지런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설명도 안내인도 없는 방문자만의 생각으로 돌아보는 곳입니다.

 

 

어쩌면 페스의 비밀스러운 곳으로 퇴색한 곳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모로코

심장부에 녹아있던 비밀스러운 장소로 먼지 소복이 쌓인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먼지만 훅~ 하고 불어내면 마치 보물을 만나는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이 집의 관리인이며 상속자이며 파샤의 후손이며 주인인 압두(Abdou)는

베르베르인의 전통 옷인 푸른색 젤라바를 입고 초점을 잃은 눈으로 우리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사합원처럼 생각되는 안뜰 위로 열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심한 구름을 답을 하지 않은 채 그리 흘러가나 봅니다.

압두는 이렇게 이곳에 오랫동안 살아왔을 것이고...

우리가 압두를 기억하는 한 그는 이곳에 영원히 살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압두는 화려했고 한 세상을 질풍노도처럼 살았던 조상을 그리며

그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려는 듯한 모습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분명,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고 하는 듯 말입니다.

 

 

이곳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질 듯한 곳이며 그런 상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주어 많은 사람이 알도록 해줄 것이고 이곳은 페스라는 고대도시이며

중세 아랍의 가장 위대한 도시이며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언제 마지막으로 불을 지폈는지 알지 못하는 아궁이가 보이고 먼지 뽀얗게 내린 부뚜막과

그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타진이라는 모로코 전통의 요리기구가

보이고 그리고 앞으로 전혀 사용할 것 같지도 않은 주방기구들입니다.

 

 

전깃불을 밝히면 졸린 듯 껌뻑거릴 것 같은 작은 전구가 달리 주방입니다.

시렁 같은 다락시설에는 언제 누가 올렸는지 또 무슨 용도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질그릇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앞으로 전혀 사용할 뜻도 없고 사용하기도 쉽지 않고

나중에 박물관에나 기증해야 할 요리기구들로 보이고 부엌바닥이나 벽에는

아줄레주라는 양식의 타일로 아름답게 장식한 것으로 보아 예사롭지는 않지요?

 

이제 예전에는 권력을 지닌 파샤가 앗타이라는 민트차를 즐겼을 다기가 분명한데...

사용한 지 오래되어 녹이 슬어 한 군데 모아두고 이 궁전을 찾는 여행자에게

눈요기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에서 보았던 것은 역사와 무슬림 양식의 전통 건축물과 삶이었습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흘러간 영화도 함께 느꼈습니다.

세월은 이렇게 권력도 경제권도 모두 바람이며 구름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페스를 방문한 많은 여행자가 있었겠지만, 이곳 글라우이 궁전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어

오늘부터 글라우이 궁전에서 보았던 것을 위주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올릴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