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톈탄(天壇 : 천단)으로 갑니다.

佳人 2012. 1. 3. 08:00

노구교를 구경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베이징 남역에 11시경에 도착합니다.

베이징 남역은 며칠 전 톈진에서 베이징으로 올라올 때 내린 곳으로 그때는 지하에서 바로 이동하며

지하철을 탔기에 몰랐지만, 대단히 큰 건물이군요.

우리는 지도를 보고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천단으로 가는 방향을 묻습니다.

버스를 타라고 알려주는군요.

버스 타고 가는 것은 우리도 압니다.

 

그런데 울 마눌님이 또 걸어가자고 합니다.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걸어야겠습니다.

때로는 부부간일지라도 내가 힘이 든다고 상대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천단공원만 보려고 했기에 빨리 간다고 다른 일이 있지도 않았거든요.

 

사실 우리 여행은 주로 걸어 다닙니다.

그게 나중에 돌이켜보면 위치나 방향을 알게 되고 걸어가며 골목길도 살피다 보면 현지인의 삶도 볼 수 있어

무척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몸살이 무척 심합니다.

게다가, 어제 많이 걸었던 문제로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혀 걷기도 힘이 듭니다.

그래도 참을 수 있기에 걷자고 하면 걸어야 합니다.

 

국내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와 몸이 아프다고 하면 아무래도 여행 기분도 상하고 함께 온 마눌님에게

걱정을 줄 수 있어 아무렇지도 아닌 척하며 걷기로 합니다.

부부간에도 때로는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게 큰일이 아니라면 그냥 내색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성벽은 사라지고 성문만 남은 용딩먼(永定門 : 영정문)이 보입니다.

중국 베이징에는 내성과 외성의 문이 모두 16개가 있었다 합니다.

지금은 내성에 있던 9개의 문 중 흔히 전문이라고 하는 정양문과 만리장성 팔달령을 갈 때

버스를 타는 곳에 있는 덕승문 2개만 남았다네요.

 

그러나 외성의 7개의 문 중 유일하게 남은 문이 바로 위의 사진에 보시는 영정문 1개만 남았답니다.

그리고 사라진 문은 모두 이름만 남아 있답니다.

옛날 처음 만들 때는 모두 필요에 의해 만들었지만, 세월의 무게에 힘겨워 모두 헐어버리고

상징적으로만 남은 불쌍한 녀석입니다.

이제부터는 오히려 다시 복원한다고 하지 않을까요?

여행 중 걷다 보면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걸어오는 도중 골목시장도 들러보며 귤과 감을 삽니다.

중국이 우리와 비교해 과일값이 조금은 저렴한 편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중국 여행을 하며 과일을 많이 먹는 편입니다.

과일은 여행자의 긴장한 위장에 도움이 되기에 변비를 막아주는 역할도 하잖아요.

그러나 저 무거운 것은 또 佳人이 맨 배낭에 넣어야 한다는 현실이 오늘은 몸살로 말미암아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또 조금 걷다 보니 땅콩을 파는 노점상이 보입니다.

또 삽니다.

저 땅콩이 얼마나 많았던지 한 달 동안 배낭 안에 넣어두고 다니며 먹었지만,

돌아오는 배 안에서도 다 먹지 못하고 남겼습니다.

 

도중에 벤치에 앉아 양말을 벗어보니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임시로 준비해 간 종이테이프로 여러 겹 부치니 걷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습니다.

울 마눌님이 발을 보더니 아픈 佳人보다 더 아파합니다.

 

우리 부부는 여행 때 꼭 종이테이프를 갖고 다닙니다.

많이 걷게 되면 새끼발가락이 그 옆 발가락 아래로 들어가 자주 물집이 잡히기에 미리 테이프로 붙이고 다닙니다.

중국의 자동차도 이렇게 미리 발이 아플까 봐 비가 내리면 흙이 발에 튀지 말라고 예방하잖아요.

중국사람의 바퀴 사랑은 佳人의 발뒤꿈치 사랑보다 더합니다.

 

결국, 오늘도 여기서만 또 6km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지요.

이미 아침에 노구교를 걸었고 천단 공원도 죄다 걸어가며 봐야 하고 나중에 숙소로 가는 길도 또 걷자고 해

걸었기에 오늘 걸은 거리는 모두 15km는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몸살과 발뒤꿈치 물집으로 말미암아 걷기조차 어려워 중간에 벤치에 앉아 쉬었다 가자고 했습니다.

 

드디어 천단의 남문에 도착했습니다.

천단 남문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34분으로 1시간 35분 정도 걸었습니다.

그러니 베이징 남역에서부터 천단까지 걸은 거리가 6km 정도는 된다는 이야기네요.

입장요금 15원, 몇 군데 원내까지 보는 통표는 35원이고 할인은 70세 이상만 해당한다고 하네요.

이제 안으로 들어갑니다.

남문에서부터 찬찬히 살피며 북문으로 올라가렵니다.

 

고개 삐죽이 내밀어

봄을 알렸습니다.

 

활짝 편 날개로

여름을 식혔습니다.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고

가을을 만끽합니다.

 

하얀 이불을 덮고

이제 깊은 동면에 들어갑니다.

 

세상은 이렇게 또 한해를 지나쳐버리나 봅니다. 

세상은 이렇게 또 한 해를 끝내고 새로운 해를 기다립니다.

베이징에는 자금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네 방향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 있답니다.

 

르탄(日壇 : 일단)은 태양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합니다.

그 뜨거운 태양에 제사를 지냈다 하니 중국인의 생각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네요.

웨탄(月壇 : 월단)은 달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라 합니다.

그저 하늘에 보이는 것은 죄다 제삿밥이라도 얻어먹나 보네요.

 

두 군데만 제사 지내면 섭섭하죠?

그래서 땅에도 제사 떡이라도 얻어먹으라 제사 지냈답니다.

그곳을 디탄(地壇 : 지단)이라고 한다는군요.

 

그리고 오늘 우리 부부가 돌아볼 톈탄(天壇 : 천단)이라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곳이 있습니다.

황제가 제사를 지내던 곳 중 제일 중요시되던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하네요.

위치가 자금성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태양, 서쪽은 달, 북쪽으로는 땅 그리고 남쪽에 하늘을 두고

자금성은 동서남북으로 모두 대단한 호위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에 제를 올리면 해도 달도 모두 원샷으로 끝내는 게 아닌가요?

 

위의 천단의 지도를 자세히 보면 티셔츠처럼 생겼습니다.

위는 둥글고 아래는 네모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우주의 원리라 생각하고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다는 천원지방을 생각에 만든 것일 겁니다. 

 

황제란 이렇게 필요도 없는 일을 만들어 쓸데없는 일에 몰두한 사람이었나 봅니다.

하늘의 아들임을 증명하려고 하늘을 땅에 부르고 해와 달도 불렀습니다.

자신도 정말 쓸데없는 일임을 알았겠지만, 그런 일마저 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기에 일을 만들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당시에는 국가의 주요 행사 중 하나였을 겝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왔으니 하나하나 두리번거리며 시비도 걸어가며 걸어가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람은 늘 자기가 사는 환경이 변화되어 좀 더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사실은 정말 바뀌어야 할 것은 환경이 아니고 바로 나의 생각이고 태도입니다.

바뀌지 않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佳人이기에 늘 불만만 가득한 삶을 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