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기 위해 배낭을 꾸리며
우리나라 사람에게 여가생활 중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느 여론조사 기관에서 서울 시민에게 물어보니 가장 많은 60%의 사람이 여행을 선택했다 합니다.
그러나 실제 무엇을 하며 여가를 즐겼느냐고 물어보니 대답은 안타깝게도 60%가 넘는 사람이
집에서 누워 TV를 보았다 합니다.
우와~ 그럼 우리의 이상은 여행이고 현실은 TV 시청이란 말입니까?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사실 같을 수 없습니다.
떠난다는 일 자체가 많은 사람이 원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 일은 쉬운 일만 아니지요.
우리를 배낭을 꾸려 훌쩍 떠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은 무척 많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비용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그 나라 말을 몰라서...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서...
누구와 함께 떠나야 할지 몰라서...
잠자리는?
음식은 또 입맛에 맞을까?
등등...
이렇게 하나씩 이유를 따지는 순간 나는 절대로 자유여행 따위는 떠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중입니다.
위에 열거한 이유를 가만히 하나씩 보시면 떠나지 않고 집안에 있을 때는
자연히 해결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죠.
생각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근심은 많아지고 이유도 많아지고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지요.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를 붙잡아두는 일이 자꾸 생깁니다.
주변의 어느 분은 심지어 기르는 강아지 때문에도 쉽게 여행길에 오를 수 없다고 합니다.
강아지 밥은 누가 주고?
소는 누가 키우느냐고 하잖아요.
맞습니다.
여행을 떠나려 하면 많은 일이 우리 발목을 잡습니다.
여행은 그냥 훌쩍 떠나야 한다 합니다.
생각하면 걸리는 게 워낙 많아서 절대로 쉽게 떠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매년 10월 중순이면 그냥 떠납니다.
그냥 떠날 뿐 아니라 무조건 여행 기간도 한 달간 여행합니다.
왜?
佳人은 기르는 개도 없고 소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비는 장비우육이라는 소고기가 있었군요.
이렇게 수년간 같은 시기에 여행을 떠나다 보니 주변 친척이나 친구 모두는
매년 10월은 우리 부부는 여행 중인 사람으로 인정하더군요.
그러니 가을만 되면 투명인간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다고 가루상처럼 "사람이 아니무니다."가 아니고 사람입니다.
여행을 시작하려고 배낭을 꾸리며 오늘 혼자 궁시렁거렸습니다.
이번 여행도 배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인천에서 친황다오로 들어가 기차나 버스를 타고 베이징, 시안, 청두로 들어갔습니다.
시안에서 청두 사이에 무수한 지명이 삼국지라는 소설에 나오더군요.
특히 공명이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는 북벌을 실행에 옮기며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제갈량이 유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비의 아들인 햇병아리 황제인
어리삐리우스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북벌을 위해 벌렸던 많은 싸움터.
피비린내 나는 지역 모두는 돌아볼 수 없었지만, 그 중 몇 곳은 들려보았습니다.
오늘 佳人도 처음 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낭을 꾸리며 출사표 한 장 던지듯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사표는 여러 번 써보았지만, 출사표는 처음입니다.
佳人이 너무 웃긴다고요?
그래요.
살아가며 출사표 한 장 던지고 멋지게 여행길에 오르는 일도 좋지 않겠어요?
죄송합니다.
출사표가 아니고 佳人에는 줄사표로 바로 잡습니다.
佳人이 쓰는 것은 한 달 이상 집을 떠나 연락 두절이 된 아이들에게는 부모로서의 사표,
친구들에게는 만날 수 없기에 사표,
카페나 블로그에 오시는 분에게도 답글도 못하니 사표...
그러니 줄사표가 맞네요.
今當遠離,臨表涕零,不知所言.
위의 사진에 보시듯이 전출사표에 나오는 마지막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글자는 岳飛로군요.
"이제 멀리 원정길에 떠남에 표를 올리니 눈물이 앞을 가려 아뢰올 말씀을 다하지
못하옵나이다."라는 말이라 합니다.
佳人도 이제 이야기 속으로의 먼 길을 떠나기에 글을 남깁니다.
괜찮겠지유?
왜?
이번 여행길에는 공명이 출사표를 올리고 떠났던 북벌 코스를 구경하며 다녀왔으니까요.
이번 여행은 조금 특별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삼국지에 나왔던 지명을 찾아다녔지만, 제대로 된 삼국지 기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풍경이 좋은 곳만 찾아다닌 것도 아니고...
정말 애매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삼국지 기행 정도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가 올해가 한중수교 20주년이라 합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 한국과 중국의 매개체 역할을 한 놀이는 한나라와 초나라의
싸움인 장기판이고 이야기는 바로 삼국지라는 소설이 아니겠어요?
공명은 심외무도(心外無刀)라고 마음 외에는 무기가 없다고 했지만, 佳人도 그렇습니다.
마음 외에는 가진 게 없거든요.
우리 부부도 저렴하게 배를 타고 들어가 주로 장거리 이동은 시외버스나 기차 타고
이동했고 시내에서의 이동은 철저하게 시내버스나 아직 쓸만한 튼튼한 두 다리로만
걸어 다니며 구경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삼국지에 나오는 지명을 돌아다니며 모두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시골이라 일반 교통편을 이용하여 접근하기가 쉬운 곳이 아직도 별로 없고 힘들더군요.
그래서 건너뛰고 빠뜨리고...
그러면서 가끔 그 현장 속으로 찾아가 우두커니 서서 두리번거리며
그 당시로 돌아가 생각해보았습니다.
佳人이 학우선을 손에 들었다면, 이번 여행을 위한 멋진 출사표가 술술 나왔을 텐데...
손에는 출항 티켓 한 장 들고 글을 쓰다 보니 부끄러운 여행기가 될 듯합니다.
청두를 구경하고 다시 황허가 흐르는 방향인 동쪽으로 오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연운항에서 평택으로 돌아오는 배를 탔습니다.
이제 42일간의 이야기를 컴퓨터 앞에 앉아 그동안 보았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 드리고 생각했던
것은 메모로 남겨 재미없는 이야기지만, 중국의 모습과 함께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위의 사진은 공명이 북벌을 결정하고 유선에 신 佳人이 아니고 신 량(臣 亮)으로
시작하는 출사표를 쓰는 모습입니다.
역시 학우선을 손에 들고 글을 쓰니 명문장이 나오나 봅니다.
어때요?
공명의 자세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나요?
佳人도 저 학우선만 빼앗아 들었다면 멋진 여행기가 될 텐데....
佳人의 솜씨도 없는 글이지만, 함께하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그동안 중국을 기웃거리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초보자의 눈으로 그대로 옮겨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한가지 당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로 쓰는 이야기에 가끔 들어오셔서 심각하게
글을 남기시는 분이 간혹 계십니다.
이 여행기는 전문가의 처지에서 쓰는 것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학술적인 연구를 하며
쓰는 게 아니라 여행을 즐기는 평범한 보통사람이 다니면서 보았던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고 그때의 생각을 메모해 두었다가 돌아와 쓰는
개인적인 생각의 순수한 아마추어 여행 이야기입니다.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틀린 내용도 많고 맞춤법도 틀리고
용어도 부정확하고 장난스러운 표현도 많습니다.
심각한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만약, 그런 분이 계시면 시커먼스의 원조라는 장비를 부를 겁니다.
장비 쟤 화나면 무섭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위의 사진처럼 둥근 창을 통해 내다본 사람은 둥근 모습을...
네모 난 창을 통해 바라본 사람은 네모난 모습을...
佳人은 佳人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구경다녔습니다.
나와 다른 모습을 보았다고 내가 본 모습으로 바꾸라고 하시면 정말 아니되옵니다.
이번 여행은 예전 젊은 시절 읽었던 개인적인 삼국지연의와 현장에서 보고
생각나는 대로 쓴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사실과 허구 그리고 개인적인 억측 사이에 오락가락하는 여행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옳고 그름보다는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기에 佳人의 개인적인 생각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봐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번 여행을 위해 명동으로 나가 처음으로 사설환전소를 이용해 환전했습니다.
중국 돈은 사실 위폐가 가끔 발견된다고 하네요.
여행을 다니다 보면 중국인들은 돈을 주고받을 때 모두 불빛에 비춰보잖아요.
지금까지는 미덥지 않아 은행만 이용해 환전하였지만, 은행은 아무리 단골이라도 80% 이상
할인은 해주지 않더군요.
사설환전소에서 환전하니 기준환율에서 1원 정도 더 받고 환전할 수 있었습니다.
위폐감별기도 있어 직접 확인도 가능하고요.
만 위안 환전에 우리 돈 몇만 원이나 싸게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같은 배낭여행자에게는 2-3일 정도의 숙박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것도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