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스의 거리를 걸어봅니다.
이제 셀수스 도서관을 나와 피온의 언덕에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는 야외극장이란 반원형 극장으로 갑니다.
크레테스 길에서 내려오다 보면 셀수스 도서관이 앞에 보이고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거의 직각에 가깝게 꺾이는 길입니다.
에페소스에서는 거리가 모두 네 개가 있습니다.
남문을 들어오면 위의 사진처럼 처음 만나는 길이 바실리카라는 거리입니다.
그곳에서 아래로 내려오다 보면 헤라클레스 문을 지나게 됩니다.
그 문을 지나 셀수스 도서관까지 위의 사진처럼 내리막길을 만나게 되는 데 이 길을 크레테스라는 거리입니다.
아마도 제일 화려했던 곳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다음이 지금 걷고 있는 대리석의 거리입니다.
이 거리를 대리석의 거리라는 마블 스트리트라고 하더군요.
도로 바닥을 대리석으로 포장했기 때문이지요.
지금에도 이런 도로를 만든다면 에산낭비니 뭐니 할 텐데...
사진에 보이 듯 가운데 배수로도 보입니다.
하수도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춘 고대 도시인 에페소스의 거리입니다.
정말 이 도시가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도시란 말입니까?
정말 호화롭습니다.
거리를 대리석을 깔다니...
이 정도라면 얼마나 에페소스라는 도시가 번창했고 호화스러웠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마블의 거리를 조금 걸어가다 보면 길가의 왼쪽에 쇠 봉으로 가로막은 곳이 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입니다.
대리석 바닥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길 중간에 사람의 발 모양, 여자 얼굴, 구멍 하나, 딸기 모양이나 혹은 하트 모양의 그림이
새겨진 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은 로마시대 유곽을 알리던 광고판이라 합니다.
말하자면 세계 최초의 옥외 그림 광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을 오는 대부분의 가이드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모든 관광 안내서에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그림이 정말 유곽을 의미하는지 그때로 돌아가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여자의 상반신, 그 아래 네모, 왼편에 발 그림 그리고 그 위에 하트라고도 하고 딸기라고도 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이 이 지방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곳이었고 외부로부터 많은 사람이 배를 이용하여 드나들었기에
그런 추정이 가능하겠습니다.
심지어는 그 발이 가리키는 방향이 이 여자가 사는 유곽이라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림에 새긴 발보다 작으면 안 된다느니...
그 의미는 미성년자는 출입금지라느니...
셀수스 도서관에서 비밀 지하통로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느니...
꿈보다 해몽이 더 좋습니다.
대체로 종합하면 왕비만큼 예쁜 여자와 사랑을 나누시려면 돈을 가지고 발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발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려오시면 정성을 다해 심장이 요동치도록 진정성을 가지고 모시겠습니다.
이 발보다 작은 애들은 가라~
왜 그런 생각으로만 해석합니까?
당시에 글이 없었습니까?
무슨 접선 암호입니까?
아이들의 장난으로 만든 낙서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발마사지 광고면 우짤낀데요?
그곳에서 그 발이 가리킨다고 한 곳이 brothel이라고 잘못 알려졌으며 개인 주거단지라고 팻말로 붙여 놓았습니다.
그럼 이것은 뭐라고 해석하시렵니까?
바로 부근에 있는 돌을 찍은 사진입니다.
비록, 약간 훼손되어 글이 몇 자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글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이 돌에는 아주 확실하게 하트를 그렸고 사랑의 싹도 틔우고 있는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유적 가까이 비행장이 있어 가끔 경비행기가 날아다닙니다.
인류 최초의 옥외광고라는 허황한 이야기를 하는 곳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왼쪽으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보입니다.
그 문으로 올라가면 아고라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네로의 홀이라 부르는 테라스가 있습니다.
그 옛날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하는 아고라가 있습니다.
노예까지 거래했다고 하니...
서민의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 아니겠습니까?
왼쪽으로 멀리 셀수스 도서관이 보입니다.
시장이며 일이 있을 때 모든 시민이 모여 토론도 하고 때로는 시청에 집단 민원도 제기하고...
이곳의 끝에는 옛날 항구였다 하네요.
그러니 더더구나 많은 사람이 붐비지 않았겠습니까?
에페소스 시민만 아니라 항구를 통해 드나드는 외국인도 많았을 겁니다.
그 뒤로 항구의 욕장이라는 목욕탕 터가 보입니다.
벌써 세 번째 만나는 대중목욕탕 시설입니다.
외부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곳에는 어김없이 목욕탕 시설이 있습니다.
좌우지간 목욕문화가 발달한 로마는 목욕으로 말미암아 망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극장에서 내려다보면 바다를 향해 곧장 뻗은 길이 보입니다.
지금은 지붕은 사라지고 원기둥형 기둥만 남은 길입니다.
이 길을 걸어 끝까지 걸어가면 옛날에는 항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토사가 밀려와 쌓이면서 항구는 더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합니다.
항구가 사라지면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에게 해 최대의 상업도시로 번성을 누렸던 에페소스도
종말을 고하게 되었겠지요.
대리석의 거리에서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인 거리가 에페소스의 네 번째 거리인 아카디안 거리입니다.
그러니 대극장에서 앞쪽으로 항구까지의 거리입니다.
헬레니즘 시대에 처음 만들었으며, 아케디우스 황제(AD 395-408) 시대에 복구되어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습니다.
250미터의 길이로 유적지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찼던 것으로 전해지며 그리스나 페니키아의 상인들로
북적거렸던 이곳은 값비싼 물건을 파는 상점들과 회랑들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상가를 뜻하는 아케이드란 말이 바로 이곳의 아카디안 거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에페소스의 대극장은 아직도 복원 중에 있습니다.
대극장의 내부 모습은 다음 편에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대극장에서 앞으로 곧장 뻗은 길이 항구로 통하는 길이었기에 무척 번화했던 길이라 여겨집니다.
이 길은 헬레니즘 시대에 처음 만들어졌고 이 도로가 바로 이곳 에페소스를 살찌게 한 길입니다.
아케디우스 황제 시절 대대적이 보수가 있었고 250m 정도의 길이였다고 하니
바닷물이 바로 유적지 앞까지 들어왔다는 말이겠네요.
이 길가에는 값비싼 물건을 파는 상점과 화랑이 즐비하였기에 요즈음 아케이드라는 말이 바로 이 거리 이름인
아카디안에서 나왔다 하니 제법 유명한 곳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동서양을 오가는 무역이 번성했고 모든 물자가 이곳을 통하여 이루어졌기에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벌었을 겁니다.
지금은 도로의 구실을 하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들꽃이 핀 꽃길입니다.
바로 꽃길 저편이 예전의 항구였을 겁니다.
에페소스를 먹여 살린 항구 말입니다.
이곳에 서서 옛사람들이 오고 갔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덜수가 등짐을 잔뜩 지고 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모습이 훤하게 보입니다.
대도시에 와 출세를 꿈꾸던 사람,
돈을 벌기 위해 장사하러 온 사람,
이 도시에 관광 온 사람...
수많은 사람이 오랜 세월 걸었을 길입니다.
모든 사람이 꿈을 안고 지나다녔을 아름다운 거리입니다.
어디에서 나온 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돌도 제자리를 찾을 때 아름답고 역사가 살아 있는 유적이 되지만, 이렇게 뒹굴고 있으면 그냥 맨 돌입니다.
그래서 내용을 모르고 이곳에 오면 佳人처럼 이렇게 많은 돌만 바라보다 가게 되나 보네요.
이정표라는 마일스톤입니다.
이곳에는 마일스톤만 모아놓았습니다.
마일스톤은 지역마다 모양과 재질이 다릅니다.
언제나 그곳에서 생산되는 돌로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도로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도시 간 거리표 시일 겁니다.
에페소스 박물관에 보관된 이정표 중에 기원전 3세기의 마일스톤의 단위는 '스타디아'라는 단위로
지금의 185m 정도라 합니다.
로마시대에 최초로 제정된 것은 공화정 시대로 단위는 '밀리파슘'이라 했으며 보통 천 발자국 정도의 거리라 하네요.
로마시대에는 이정표에 거리만 기록한 게 아니고 도로를 건설하거나 보수한 황제의 이름도 기록하기도 했고
글씨가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붉은색으로 칠하기도 했다는군요.
아부란 그때도 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는 지방관리들이 충성심을 표시하기 위해 도로 건설이나 보수를 하지 않아도 이름을 새기고
방문이라도 하면 그곳까지 영접하거나 환송했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는 마일스톤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면 먼저 만든 이정표를 거꾸로 뒤집어서
사용하기도 하였다 하니...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생각
가는 길에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었던 이정표..
우리 인생에도 이런 마일스톤이 있어 길을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오래 살아야 인생의 마일스톤을 읽을 수 있겠습니까?
바람만이 답을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