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터키여행

폐허뿐인 트로이 유적사이로 걸어봅니다.

佳人 2011. 6. 30. 08:23

 

 

위의 사진에 보이는 트로이 성 밖의 평야는 아마도 당시에는 하얀 백사장이 있는 바닷가였을

것이지만, 지금은 농토가 자리 잡고 그 건너 멀리에 바다가 보입니다.

영화에서 보았듯이 그리스 연합군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트로이를 치기 위해

새까맣게 몰려 들어왔던 곳이 바로 지금 바라보이는 이곳이었을 겁니다.

왜 그리스는 연합군을 조직해 이곳까지 와 1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트로이를 공격했을까요?

신화에 나온 대로 바람 난 마누라 찾기 위해 10년 동안이나 싸웠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황당하고 어이없는 전쟁이 아닙니까?

그게 궁금합니다.

 

오늘은 우선 이 유적을 발굴한 사람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렵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트로이 유적은 돌만 있기에 별로 사진으로

보여 드릴 게 없기 때문입니다.

아시죠?

 

사진처럼 입구에는 돌 말고 항아리 몇 점과 토기 수도관만 보입니다.

트로이의 유물을 처음으로 발굴한 사람은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mann,

1822-1890)이었다는군요.

고고학자라 하기에는 2%가 아니고 98%가 부족한 사람이지요.

사실 그때까지 트로이 전쟁은 이야기책으로만 알려졌고 신화 정도로만 알려져 왔잖아요.

그 내용 또한 헬레네 신이니 헬레레 신이니 하며 신들끼리 전쟁하는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러나 슐리만이라는 사람은 그 이야기가 사실임을 굳게 믿고 유적 발굴에 뛰어든 것입니다.

당시에는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기 딱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볼품없는 유적이지만, 이야기로만 전해 내려왔던 트로이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임이 밝혀졌으니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라는 말이지요.

 

그러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이야기가 신과 결부된 트로이 전쟁을 이야기했지만, 슐리만은

그 이야기를 사실로 믿고 그 유적으로 추정되는 곳을 직접 발굴하면서 신화는

사실적인 역사로 밝혀진 것이지요.

역사도 시간이 지나 오래되면 신화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입니다.

마찬가지로 신화도 추적하면 사실적인 역사였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슐리만은 1.871년 지금 우리가 찾아온 히사를륵을 발굴하면서 퇴적물이 약 15m 두께로

쌓여 있는데, 그 퇴적물이 여러 단계로 쌓인 퇴적층은 각각 서로 다른 시대임을 알게 됩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하나의 지역에 여러 시대의 유적이 층층이 시루떡처럼 자리하고 있는 곳이

바로 트로이아라는 곳입니다.

그러니 이 유적을 한 꺼풀씩 벗겨나가다 보면 시대별로 역사 또한

한 꺼풀씩 벗겨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의 목적은 한 꺼풀씩 계획적으로 벗겨내기 보다 단순 무식하게 파내버렸습니다.

위의 사진 속에는 기원전 3천년 부터 모두 10개의 시대가 차곡차곡 겹쳐있다는 말이네요.

  

이렇게 여러 시대가 한 지역에 아파트처럼 계속 위에 도시를 세운 이유는 지진으로 먼저 도시가

파괴되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새로운 세상의 사람이 그 위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지역이 무척 살기 좋은 지역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시대별로 일곱 개의 퇴적층으로 분류하여 호메로스의 시에 나타난 트로이는

두 번 째 퇴적층일 거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 지역만 이렇게 사람이 모여들며 살게 되었을까요?

바로 위치적인 이점이 뛰어난 곳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은 퇴적이나 지진의 영향으로 바다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당시에는 바로 지중해에서

에게 해를 거쳐 흑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로 트로이아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물자가

풍부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게다가 이 지역은 퇴적물이 쌓이며 무척 비옥한 지역이었을 겁니다.

 

흑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트로이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리스의 도시국가의 배가 흑해로 드나들며

흑해 연안의 비옥한 땅에서 생산된 곡식과 광석을 운반하기 위한 거점도시로

과중한 통행세를 징수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흑해까지 가는 바닷길의 물살이 빨라 옛날의 작은 배로는 항해에 위험했고 안개 끼는 날이

많아 트로이에 정박하여 기다리며 좋은 날을 기약해야 하는데 너무 비싼 정박료를 물리자

화가 나 일으킨 전쟁이 트로이 전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슐리만은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는군요.
목사였던 아버지는 교회 헌금을 유용하여 결국, 쫓겨나는 신세가 되며 학교마저 변변히 다니지

못했다 하고 어려서 게오르그 루드비히 예러스라는 작가가 쓴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라는 책을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받게 되며 그 책에는 트로이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고

슐리만은 그 책을 읽은 후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됩니다.

그 작은 일이 세상의 역사를 증명한 셈입니다.

 

모든 사람은 그 이야기가 신화이고 꾸며낸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슐리만은 그게 사실이라 굳게 믿어버린 게지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알렉산더 대왕도 읽은 고전 중 고전입니다.

기원전 700년경에 쓰인 이야기가 2.700년 동안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읽는

교양서였지만 누구나 고대의 전설을 호메로스가 서사시로 꾸며내며 썼다고 생각했겠지요.

책 내용에 신이 등장하는데 누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어요.

그것을 사실로 믿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맞습니다.

 

슐리만은 혼자 생각에 거짓을 이렇게 생생하게 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는 스스로 자기가 트로이 유적을 발견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고 합니다.

만약 자식 놈이 책을 읽고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모 처지에서 답답할 겁니다.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상상만으로도 믿을 수 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고 난 후 믿을 수 있는 사실이 세상을 살며 몇 가지나 될까요?

 

재미있는 일은 슐리만의 언어 능력이랍니다.

그는 문헌을 공부하려고 무려 17개국의 언어를 공부하였다고 하는데

한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데 겨우 6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어 습득에 관하여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비상한 재주가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그는 그 나름대로 언어를 공부하는 비법이 따로 있었나 봅니다.

 

그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고 다녔는데, 어떤 나라에 도착하든 일기

는 꼭 그 나라 언어로 썼다는군요.
보통 사람이라고 보다 언어에 대하여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러시아에 있을 때 크리미아 전쟁이 터지자 그는 금수품목인 폭약의 원료를 밀수하며 큰돈을 벌게

되었고 형의 부음을 듣고 미국으로도 건너가 광산의 주식에 손을 대고 은행을 사고팔며

드디어 백만장자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러시아에 있을 때 슐리만은 부유한 여자와 결혼을 했지만, 부부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으로 공부한 언어가 그리스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어를 공부하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원전을 읽어 버리면, 더는 참지 못하고

유적 발굴에 뛰어들 것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때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는 말이겠지요.

 

발굴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때까지 마지막 그리스어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원전은

읽지 않고 남겨 두었다고 합니다.

10여 년을 장사해 백만장자가 된 슐리만은 46세에 모든 사업을 정리해서 가진 재산을

모두 현금화한 후 드디어 그리스로 건너와 그리스어를 공부합니다.

물론 그전에 미국에서 전 부인과 이혼을 하게 됩니다.

 

이듬해 그는 그리스에서 구혼 광고를 내고 그 조건이 일리아드를 이해하는 여자로 정했다

하고 그때 일리아드를 통째로 외우는 17살의 소피아라는 그리스 처녀가 나타나

재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47살 때 30년이나 어린 17살의 처녀를 신부로 맞아 한 겁니다.

남들은 흉악무도한 사내라 하지만, 본인은 능력이라 합니다.

 

그리스어도 6주 만에 습득하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3개월간 찬찬히 읽었다고 합니다.
후세 학자들이 이 슐리만의 언어 학습 방법을 연구하는데

지금도 그 비법을 알지 못한다 하네요.

 

슐리만은 지금의 터키 히사를륵이라 불리는 소아시아의 언덕을 트로이 성의 유적이 있는 곳으로

지목하고 1.870년부터 3년간 25만 톤의 흙을 100여 명의 인부를 동원해서 퍼냈습니다.

사실 이 지역은 영국의 고고학자인 프랭크 캘버트가 이미 먼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히사를륵이라는 말은 터키어로 '요새가 있는 언덕'이라는 의미입니다.

 

당시 고고학계의 거장들은 이 사람을 비웃으며 비난했다고 합니다.

가방끈 짧은 놈이 유적지를 무식하게 다 파헤친다고...

사실 단순 무식하게 파헤쳤답니다.

욕이 배 째고 들어옵니까?

 

그런데 그의 야망은 고대 유물을 발견하는 데 있지 않고 개인적으로 그 유물을 취득하는 데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는 학자로서의 발굴이 아니라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여기에 뛰어든 것입니다.

인부를 동원해 건설공사 때 바닥을 파헤치듯 그냥 마구잡이로 파헤침으로 사실 체계적인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고 유적 자체가 훼손되는 결과가 나타났으니까요.

 

그 결과 그곳은 9개 층이나 되는 다른 시대의 유물이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맨 위층은 알렉산더 시대의 도시고 맨 아래 두 층은 석기시대의 유적으로 쉽게 구분이 되었는데

나머지 6개 층 중 어느 것이 트로이 시대인지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부들의 삽 끝을 유심히 살피던 그는 금빛의 빛나는 물체를 발견하고는

작업을 멈추기 위해 거짓으로 인부들에게 오늘은 내 생일이니

그만 일하고 퇴근하라고 합니다.

인부들이야 아침나절만 일하고 하루치 일당을 받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슐리만은 인부를 모두 돌려보낸 후 혼자 남아 아까 보았던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파헤쳤습니다.

이게 뭡니까?

드디어 금맥이 터졌습니다.

두 개의 금관을 비롯한 여러 가지 유물이 쉴 새 없이 나온 겁니다.

쉰여섯 쌍의 귀걸이, 8.750개의 금구슬에 황금 잔까지...

아~ Dreams come true~

그리고 캘버트와 공모해 이 유물을 몰래 그리스로 밀반출해 버린 겁니다.

 

슐리만은 드디어 각종 황금 유물 8.700여 점을 발굴하고 16.000여 개의 금 조각으로 장식된 금관을

발견하고는 이것이야말로 트로이 프리아모스 대왕의 금관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 금관은 나중에 트로이 시대로부터 1.000년 전의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이 귀중한 유물들은 터키에서 몰래 그리스로 그리고 나중에 독일로 밀반출했고 슐리만의 유언대로

베를린 선사 박물관에 기증되었는데, 2차 세계 대전 때 소련이 베를린을 점령하면서

 몽땅 러시아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죽 쒀서 개 줬다는 말은 이때 하는 말인가요?
 

슐리만은 다시 전문 고고학자를 대동하고 2차 발굴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본인이 믿었던 대로 트로이 유적이 나왔는데 무엇을 망설이겠습니까?
드디어 트로이는 6번째 층임을 밝혀냈습니다.
슐리만은 왜 6번째 층을 그냥 지나치고 파헤쳐 내려갔을까요?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여섯 번째 층에는 지진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주춧돌이 상하가 바뀌고 성이 무너져 혼동했었나 봅니다.

 

아마도 초기의 성으로 위의 사진에 보듯이 돌이 아닌 흙으로 쌓은 성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트로이 성은 10년간 그리스 연합군의 공격을 잘 막아 내다 트로이 목마에 탄

그리스 병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지진으로 성이 무너지면서 함락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둔한 군대라도 외부에서 들여온 목마를 조사도 하지 않고 들여왔을까요?

신화에 따르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일 때 많은 설전이 벌어졌다 했습니다.

특히 파리스의 누이였던 카산드라는 목마 안을 조사한 후 성 안으로 들이자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요.

 

슐리만은 3차 발굴 작업을 계획했지만 1.890년 크리스마스 날 나폴리의

한 광장에서 갑자기 쓰러지게 됩니다.

백만장자였지만 항상 허름한 옷만 입고 다니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 시간을 거리의 노숙자 모양으로 추운 거리에 방치되었던 그는 그것으로

그냥 허망하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가 처음 발굴했던 트로이아의 유적에는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들꽃이 피었습니다.

그의 죽음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기인이었던 슐리만은 결국, 죽는 순간에도 기인처럼 죽었습니다.

내일도 트로이를 돌아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돌아다니며 혹시나 그렇게 예쁘다는 헬레네를 만날까...

아프로디테를 만날 수 있을까?

숨어서 우리를 지켜볼 브래드 피트라도 만날까...

두리번거리며 다녔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만나서 뭘 하려고요?

사인이나 한 장 받을까 해서요.

헐~

가이드도 우리를 버리고 그늘 밑에서 둘이서 놀며

우리끼리 돌아보고 오라는 데 만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