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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의 도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佳人 2011. 6. 13. 08:09

 

목화의 성이라는 파묵칼레의 하얀 언덕 바로 뒤에는 고대도시인

히에라폴리스(Hierapolis)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허물어져 폐허로 남아 지난 영화를 잠시 유추해 볼 수 있지만...

그래도 그 규모를 둘러보면 무척 융성했던 도시로 보이네요.

 

 

히에라폴리스는 처음 기원전 190년 페르가몬 왕조의 유메네스 2세에 의해

안탈리아와 같이 건설된 도시로 로마시대로 접어들며 번창하게 되었다 합니다.

 

 

로마 사람은 이 도시를 '성스러운 도시'니 '신전의 도시'라는 의미로 히에라폴리스라

불렀고 신전 또는 성소라는 의미의 그리스 어인 히에라(Hiera)와 도시라는 의미인

폴리스(Polis)의 합성어입니다.

그러나 히에라는 페르가몬 왕조의 시조인 텔레포스의 부인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이 성스러운 자리가 맞습니다.

땅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고 증기가 솟구치는 데 누가 성스럽지 않다고 우기겠습니까?

그 물이 흘러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많은 사람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모여드는데..

지금이야 과학적인 잣대로 가름하지만, 옛날에는 신의 조화가 아니겠습니까?

 

 

이 도시가 더 융성했던 이유가 바로 목화의 성이라는 파묵칼레가 있었고

파묵칼레가 더 알려지게 된 이유는 바로 히에라폴리스라는 도시가 있었으니

이게 윈윈 전략이 아니겠습니까?

파묵칼레가 아래에서 보면 높은 언덕을 하얗게 만들어 마치 구름처럼 보이고 그 위에

히에라폴리스가 있었으니 마치 구름 위에 있는 하늘의 도시처럼 보였을 것 같습니다.

 

 

이름을 따와 짓던 자연의 모습을 보고 짓던 좌우지간 지금 알려진 이름은

히에라폴리스지 뭐 다른 이름이 있겠습니까?

텔레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변강쇠인 헤라클레스와 테게아의 왕

알레우스의 딸인 아우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는군요.

신의 아들이라...

 

 

가만히 바라보면 마치 하늘의 도시나 공중 도시로 불러도 좋은 듯합니다.

로마시대의 1만 5천 명 정도를 수용하는 원형극장도 있고 아폴로 신전이나

죽은 자의 도시라는 네크로폴리스라는 공동묘지도 있습니다.

네크로 폴리스라는 묘지에는 1.500기가 넘는 무덤이 있습니다.

그런 것으로 미루어 이곳에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무척 많은 사람이 휴양차

모여들었고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휴양 도중 사망했다는 가설도 성립되겠네요.

佳人의 이야기는 아니면 말고 입니다.

 

 

물론 이 도시의 최고의 시설은 온천장이었을 겁니다.

휴식도 하며 병도 치료했을 그런 곳이지 않았을까요?

이 도시는 매우 반듯하게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모습으로 수리시설에

무척 많은 신경을 쓴 듯합니다.

남아 있는 유적 사이로 수로의 형태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도 지진의 피해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터키는 아프리카 판과 아라비아 판이 북쪽으로 밀어붙이며 유라시아 판과

충돌하기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입니다.

가장 최근인 1999년 8월에 이스탄불에서 가까운 이즈미트라는 곳에서 7.6의

강진이 일어나 1만 7천 명이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도 복구지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히에라폴리스 또한 아주 불안정한 단층대 위에 자리하고 있어 도시는 여러 번의 지진으로

점차 폐허로 변했기에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모든 걸 다 갖출 수는 없나 보네요.

AD 60년 로마의 네로 황제가 집권하고 있는 시기에 또 큰 지진이 왔으며 부서진 도시를

네로황제가 후원하여 보수하게 함으로 지금의 유적은 대부분 이때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그리스 문화가 들어오며 이 지역의 신들도 세대교체에 들어갑니다.

이곳 프리지어(Phrygia) 사람들이 믿었던 태양의 신 라이느베루스(Lairbenus)는

그리스에서 건너온 태양의 신 아폴론과 임무교대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이곳의 신전을 지키는 신이 아폴로 신입니다.

 

사실 이름만 다르지 민족마다 신은 그 역할이 대동소이합니다.

우리가 아폴로 신을 거시기 신이라고 부르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원래 신이란 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까?

인간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얼마나 극적인 이야기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신의 위치도 정해지지 싶습니다.

 

 

대부분 무너져 버렸고 그래도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는 게

AD 2세기경 지어진 반원형 극장입니다.

반원형 극장은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기원전 2세기경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사진에 나타난 고대 문자는 체육관이 있었던 자리로 보입니다.

체육관을 그리스어에서 김나지온(Gymnasion)이라 하고

영어로는 Gymnasium이라고 했나요?

원래 체육관에서 열심히 운동하면 머리에 김 나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글자인 GY가 깨져버렸지만, 여기가 체육관 터였음을 알 수 있네요.

 

 

어디 가까이 불러보죠.

왼쪽의 GY가 떨어져 나가고 MNASION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佳人의 이야기는 '아니면 말고'입니다. 아시죠?

옛날에 이 문 앞에 "헬스 3개월에 1개월 무료"라는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고객을 끌어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폐허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

바로 양귀비꽃입니다.

아~ 양귀비

클레오파트라가 이곳에 신혼여행을 왔다고 하니 중국의 양귀비가?

양귀비도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佳人은 왜 이리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양귀비가 온천인 화청궁에서 살다시피 한 이유는 액취증 때문이었다는데

그러면 클레오파트라도?

 

 

히에라폴리스에는 도미티아누스 황제를 기리기 위해 로마의 개선문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무너져 폐허로만 남아 있기에 파묵칼레의 환상적인 모습과 대조를 이루지만,

이 또한 서로가 보완하는 풍경을 보여 줍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하나인 라오디게아 교회가 있었던

장소인 흔적이 기둥과 잔해만 남았습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그 당시 애바브로와 빌립이 복음을 전하는 말이 들릴지도

모르겠고 예수님 열두 제자 중 한 분인 빌립은 믿음과 인간적인 생각 사이에

갈등을 많이 했던가 봅니다.

 

 

요한복음 14장 8-9절에 빌립이 예수님께 하나님을 보여달라고 하자 예수님께서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하고 대답했다 합니다.

빌립이야 매사를 확실히 하고 지나가기를 바랐겠지만,

자꾸 묻고 따지면 짜증이 나기도 하지요.

 

 

사도 빌립은 후에 성령에 힘입어 예수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일을 하다가 이곳

히에라폴리스(성경에는 히에라불리)에서 AD 80년 십자가에 못 박히고

돌팔매를 당하고 순교하였다 합니다.

그 후 5세기경 그가 죽은 자리에 순교 교회를 세웠다 하네요.

 

 

히에라폴리스의 폐허를 다니다 보면 수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물의 중요성을 알고 공들여 관리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 물은 농사를 짓는 데 사용되었으며, 식수로도 관리되었을 겁니다.

 

 

이곳에는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반원형 야외극장이 있습니다.

수용인원이 15.000명 정도라 하니 그 규모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도시의 인구가 8만여 명이었다고 하니..

2단으로 된 객석은 각각 22개의 좌석으로 되었습니다.

로마시대의 야외극장은 대부분 각 단은 22개의 좌석으로 만들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 지역이 중요한 것은 물을 이용한 병의 치료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온천물은 병에 어느 정도 효험이 있잖아요.

우리나라 세종대왕도 안질환으로 고생하다 온천에 요양하며

나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 도시는 아픈 사람이 많이 찾아왔을 겁니다.

물론 일반인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유력자분께서도

병이 나면 찾아오게 되잖아요.

그만큼 많은 병약자가 찾아오면 다른 곳보다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터키에 남아 있는 큰 공동묘지 유적 중 하나가 바로 이곳 히에라폴리스에 있답니다.

무척 많은 석관이 도굴되고 지진으로 말미암아 무너진 체로 뒹굴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1.500기가 넘는 무덤이 있답니다.

이렇게 무덤이 많은 이유는 이곳이 로마시대에 유명한 휴양지이기 때문에 몸이 아픈

사람이 많이 모이게 되고 그중에 많은 사람이 요양 중에 이곳에서 생을 마쳤기에

무덤이 많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히에라폴리스라는 도시는 폐허로 남아있고 죽은 자로 가득한

영혼의 도시 네크로폴리스인 셈입니다.

 

지금은 자는 듯 누워있지만, 한 때는 세상을 호령했습니다.

미워도 하며 사랑도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살며 느꼈던 희로애락을 모두 겪으며 살았을 겁니다.

비록 어제는 우리처럼  생각하고 행동했겠지만, 

다음은 우리 또한 영원히 그들과 함께 쉬겠지요?

 

 

이 무덤은 글래디에이터 무덤이 아닌가 생각한답니다.

왼쪽에는 승자에게 하사하는 기름 항아리를 의미하는 병이 새겨져 있고 가운데는 창,

그리고 오른쪽에는 방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때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겠지만, 세월은 그런 사람도 티끌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세상은 피었던 꽃이 시들고 나면 그 메마른 땅에 다시 새로운 꽃을 피우겠지요.

 

 

이 도시에서는 물을 무척 귀하게 여겼나 봅니다.

곳곳에 아직도 이렇게 수로로 연결하여 놓은 모습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아마도 고대 도시는 깨끗한 물이 자연적으로 흐를 수 있어야 도시로서 기능하는

1순위가 아닌가 생각되며 나중에 에페소스라는 고대도시를 갔을 때도 보았지만,

 물에 대한 관리는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한 듯합니다.  

 

 

들꽃과 양귀비...

그리고 허물어진 유적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참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머문 시간은 총 한 시간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하고 칼레이치 항구 골목길을 산책하고 4시간을

넘게 차를 타고 이곳에 이동해 겨우 1시간의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데니즐리라는 시내로 나와 쇼핑 때문에 가게에 들립니다.

쇼핑 시간은 아마도 한 시간 이상이 되지 싶습니다.

 

 

올 때부터 차 안에서 목화의 성이라는 파묵칼레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그 목화가 그 목화와 다를진대...

단체여행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쇼핑이라는 것도 그 또한 구경이라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 됩니다.

 

 

그런데 쇼핑센터 안에 있는 동안 비가 엄청 쏟아집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추어 비가 오는 내내 쇼핑센터 안에만 있었으니...

 

 

조금 전까지 파묵칼레에 머무는 동안 하늘은 맑아 햇볕이 따가울 정도였는데...

오늘 일정이 모두 끝났기에 여유롭게 한 시간 하고도 30분을 더 머물렀습니다.

비를 맞지 않게 많은 시간을 쇼핑센터 안에 머물게 배려하니

얼마나 귀신같은 가이드입니까?

 

 

히에라폴리스는 더 좋은 유적지가 있는 에페소스로 가기 때문에 들리지도 않고

바라만 보고 나온다고 하며 그나마 시간을 쪼개어 잠시 혼자 그 히에라폴리스

근처를 다니며 사진을 몇 장 찍었기에 여기에 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도 철딱서니 없는 서양 관광객이 유적 위에 올라가 있네요.

뭐라고 하니 슬그머니 내려옵니다.(위와 아래 사진)

놀이터에서나 하는 짓을 왜 유적에서 합니까?

 

 

7시에 파묵칼레 아래를 돌아 더 들어가니 온천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의 한 곳인 GRAND MARDEN이라는 호텔에 숙소를 정합니다.

여행 중 처음으로 단체로 포터를 이용해 짐을 방으로 옮기며

1달러의 팁을 주었습니다.

터키에서는 가방을 대부분 손수 들어 방으로 옮겼습니다.

호텔은 2층으로 무척 넓고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미리 이곳에는 온천수영장이 있다고 공지를 하며 수영복을 지참하라고 했던

곳으로 일부는 따로 밖에 나가 양 갈비를 먹는다고 하고 남은 사람은

호텔 식당에 남아 그냥 저녁을 먹습니다.

맛난 양 갈비 먹는다고 가이드 두 명은 또 함께 밖으로 나갑니다.

관광 오신 손님보다 더 적극적이고 즐겁게 즐기는 명랑 쾌활한 두 사람의

가이드였는데 가이드가 두 명이면 투어 하는 사람이 두 패로 나뉠 때

각각을 책임져야 하는데 기본조차...

 

 

숙소가 가까이 있었다면 파묵칼레에 와 더 즐기고 싶은 곳입니다.

파묵칼레만 아니라 푸른 초원 위에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유적 사이로 걸으며

음악도 듣고 글도 쓰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시간이 9시인데 수영장은 10시 까지라 합니다.

쇼핑센터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나요?

밥 먹고 바로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으니 수영복은 무용지물입니다.

이른 아침이요?

우리가 출발할 때까지 문도 열지 않았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생각

죽은 자의 묘비 중 이런 글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나 어제 당신과 같았으나 내일은 당신이 나와 같으리라"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기분이 썩 좋은 말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말입니다.

세상은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같아집니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서로 나누고 사랑하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