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리아누스 문도 아름답군요?
비는 계속 내립니다.
오는 비는 오라지요 뭘...
오다가 지치면 그치지 않겠어요?
오래된 마을 골목을 누비고 다니다 보니 비가 오는 것도 색다른 느낌입니다.
골목길을 들여다보니 굴뚝이 보입니다.
구시가지에 웬 굴뚝입니까?
굴뚝이 아니고 케식(Kesik) 미나렛이라는군요.
끝이 잘려나갔다고 영어로 부러진 첨탑(Broken Minaret)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왜 첨탑을 방치해 놓았을까요?
이곳은 처음 로마시대에 국교로 기독교가 선포되고 비잔틴 제국 시절에 성모 마리아를 기념하는 성당을 지었으나
이슬람의 영토가 되며 파괴되었다가 1207년 자미로 다시 지어진 곳입니다.
그 후 1361년 십자군 전쟁 당시 다시 성당으로 그 후 또 자미로
이 자미도 결국 1946년 화재로 말미암아 부서지며 지금은 폐허처럼 남아 있습니다.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케식 자미입니다.
신을 위한 성전에 신이 외면해버렸나요?
너무 고달픈 삶이 느껴집니다.
이럴 때는 신에 대한 회의감도 살짝 듭니다.
구시가지 입구에 아름다운 문이 있다고 하여 찾아갑니다.
그 문 이름이 하드리아누스의 문이라 하네요.
하드리아누스라면 로마시대에 제법 이름깨나 알린 황제가 아닌가요?
비가 내리니 구시가지의 모습이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미 성벽은 그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예전에는 도시를 지키는 울타리였지만, 지금은 가정집 울타리 역할도 못하는군요.
세상의 어떤 것도 시간이 지나면 제구실을 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이제 나이가 드니 佳人 또한 아비로, 그리고 지아비로 제대로 살아가나 되돌아봅니다.
거리를 걷다가 가게에 동네 사람이 모여 환담을 하기에 하드리아누스의 문을 물어보니...
가게에 앉아 있던 사람이 친절하게 몇 번이나 길을 알려 줍니다.
그러더니 일어나 우리에게 큰길까지 따라 나와 알려주고 한참을 서서 제대로 가나 바라봅니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면서 말입니다.
터키인의 친절은 때로는 부담을 느낄 정도입니다.
아까 항구로 내려갈 때 지났던 시게탑 방향으로 나와 큰길을 따라 반대편으로 걸어갑니다.
그림에 보이는 시게탑을 보니 맞습니다.
멀리 보이는 이블리 첨탑 또한 같은 모양입니다.
이것은 홍합이 아닙니까?
그러면 터키 사람도 홍합을 먹는다는 말인데...
바닷가라 해산물이 많이 나는가 보네요.
노란 색깔의 빈 택시가 손님을 기다립니다.
아직 관광철이 아니라 도시는 한가하고 조용합니다.
이리로 곧장 가기만 하면 하드리아누스의 문이 나온다 합니다.
터키에서 어느 도시나 제일 번화한 거리는 대부분 아타튀르크라는 거리인가 봅니다.
길을 따라 두리번거리며 걸어갑니다.
또 개입니다.
개는 비가 내려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귀를 보면 인식표가 붙어 있습니다.
비록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개지만...
죄송합니다. 절이야 이슬람 국가에서 당연히 없겠지요?
예방주사라든가 하는 것은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가 있으면 그곳에는 구경할 곳이 있다는 말이 됩니다.
워낙 영악해서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있으면 먹을 게 더 많이 생긴다는 의미일 겁니다.
드디어 옛 성곽이 보입니다.
아마도 이곳이 우리가 찾아온 하드리아누스 문인 듯합니다.
방금 개가 있었으니 맞을 겁니다.
드디어 문짝이 보입니다.
안탈리아라는 도시를 만든 페르가몬 왕국의 마지막 왕인 아탈루스 3세가 이 도시를 로마에 넘겨주라는 유언에 따라
로마는 그냥 인계인수 서류에 도장도 찍지 않고 안탈리아라는 도시의 주인이 되었다네요.
서양인 단체 여행객은 가이드의 인솔로 자세히도 설명하며 다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네 마음대로 하세요."가 되어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비를 맞으며 스스로 찾아다닙니다.
그런데 가이드가 없으니 이렇게 좋습니다.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어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고 지나치고 싶은 곳에서는 힐끗 쳐다보고 지나갑니다.
그 문은 아름다운 조각이 새겨져 있으며 3개의 출입문이 있다 하여 '위츠 카프라르(3개의 문)'로 불리기도 합니다.
130년 로마의 황제인 하드리아누스가 이곳을 방문했기에 그 기념으로 만든 문이라고 하네요.
황제란 왔다 가기만 하면 뭔가 남기는가 보네요.
세 개의 문 중 가운데 문은 바닥을 유리로 덮어 놓았고 지금 이곳으로만 다니게 합니다.
유리 속을 들여다보면 길게 두 줄로 파여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운데 문은 마차가 통과했던 문입니다.
중국의 진시황이 중원을 통일하며 잘한 일 중의 하나가 마차 바퀴의 폭을 정하여 통일한 일이라고 했다지요?
그래서 중국에서도 그 시대 마차가 다녔던 직도(直道)라는 길의 바퀴 자국이 일정하게 파인 곳이 아직 남아 있고.
이곳에도 일정한 자국이 남아 있다는 것은 마차 바퀴의 폭이 같았기에 이렇게 돌로 만든 길에
바퀴 자국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요?
걸어 다니는 사람은 양쪽의 문으로 통과했다고 합니다.
오늘 佳人이 다녀갔는데 어디다 기념문을 만들까요?
하드리아누스는 로마의 5 현제 중 한 명이지요?
佳人은 현제가 아니라 백수라 안 된다고 하네요.
하드리아누스 문은 신도시와 구도시를 가르는 곳에 있습니다.
이 문이 옛날에는 항구를 통하여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도시로 들고 나는 중요한 문이 되었을 겁니다.
문의 오른쪽에 있는 탑으로 올라갈 수 있어 구시가지의 전경을 볼 수 있다네요.
세 개의 아치형 문에는 네 개의 흰색 대리석 기둥이 받치고 있으며 아치형 문 옆으로
아직 성벽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성벽 앞으로 지금 큰길이 있는데 아타튀르크 도로이며 지금의 신도시와 구도시를 나누는 지역입니다.
하드리아누스 문의 천장입니다.
우리나라 떡살 무늬도 저렇게 생기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우리는 먹거리에도 예술을 입힌 아름다운 민족입니다.
어디에 있던 돌입니까?
단단한 돌을 마치 조각칼로 판 듯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니 그냥 돌이 되고 맙니다.
이제 하드리아누스 문을 떠나 뱃놀이 떠난 가이드 마중을 갑니다.
거꾸로 되었군요?
어쩌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마네킹을 보고 어떤 곳이라 느꼈습니까?
누구나 알 수 있는 업소의 선전이 아니겠습니까?
설마 깡통을 들었다고 동냥한다는 생각을 하시지는 않으셨죠?
600년이나 되었답니다.
하맘은 터키식 목욕탕이라 하네요.
우리 조선 시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00년 전에 개업한 목욕탕입니다.
조선의 건국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이곳은 남녀혼탕인 모양입니다.
남녀 혼탕이라고 하여 벗고 들어가는 게 아니고 사진처럼 타월을 두르고 들어가 가운데 뜨거운 곳에 몸을 지지고
오일 마사지에 때도 밀고 그런다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터키탕이 잘못 알려져 이상한 곳이지만, 제대로 된 터키탕은 아주 순박한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터키탕이 증기탕이 되었다는 슬픈 과거가 있습니다.
구시가지를 걷다 보니 대문 위에 비닐봉지에 빵을 넣어 걸어놓았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아무나 가져가 먹으라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이 집 주인장은 오늘도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선업을 쌓으셨습니다.
알라와의 거리가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 듯할 겁니다.
참 아름다운 빵입니다.
다시 골목길로 걸어 항구로 갑니다.
사실 항구로 내려가 가이드와 일행을 만나봐야 다시 이 길을 걸어 올라올 게 뻔하지만...
항구에 도착했지만, 비는 더 많이 내립니다.
정박 중인 배 앞 부두에 작은 천막이 있어 잠시 비를 피하고 서 있으니
배 안에 있던 선장이 우리 일행에게 배에 타고 기다리라고 하네요.
그러나 일행 중 어떤 사람은 우리에게 타지 말라고 합니다.
만약 배를 태우고 먼바다로 나가 멍텅구리 배에 태워 새우나 잡으라 하면....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선장이었습니다.
우리가 배에 들어가지 않고 작은 천막 아래에서 비를 피하자 배 안에 있던 의자를 들고 나와
앉아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사내를 멍텅구리 배에 팔아넘기는 나쁜 인신매매범으로 오해했습니다.
지중해에는 새우가 잡히지 않아 멍텅구리 배가 없나 봅니다.
터키 사람은 가끔 우리 처지에서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친절을 보입니다.
우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는 가이드를 기다리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한없이 기다립니다.
세상에 우리가 가이드를 잘 놀고 오라고 배웅하고 또 마중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런데 말이에요~
그 두 사람의 가이드 때문에 가 아니고 덕분에...
우리들끼리 아주 예쁜 마을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더 즐거웠다는 사실은 비밀입니다.
정말 즐거웠거든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생각
안탈리아....
여기는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전혀 아름답지 못했지만,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