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터키여행

지중해의 휴양도시인 안탈리아

佳人 2011. 6. 7. 00:12

 

쪽빛 바다...

하얀 손수건 한 장 던져보고 싶습니다.

지중해의 바닷물은 금방 하얀 손수건을 쪽빛으로 물들일 것 같습니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꼭꼭 간직하려고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당신...

우리도 살며 가끔은 이런 풍광에 취해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사람들은 말을 하지요.

나이 든 사람은 무슨 재미로 살아가느냐고요.

그러나 아직 이런 곳에 오면 환갑이 넘었어도 저녁노을도,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도 예전처럼 모두 보이는걸요.

우리가 황혼이라면, 황혼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되잖아요. 

 

그러니 당신...

오늘 모두 가득 채우지 말고 언제나 한 귀퉁이는 비워놓으세요.

여보! 우리가 살며 욕심냈던 일을 여기다 가만히 내려놓고 갑시다.

다음에 당신을 위해 또 하나의 이름다운 풍경을 준비해 놓을게요.

여행은 채움만 아니라 비움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또 다른 것으로 채우며 살아가잖아요.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오늘 그 중 하나를 경험한 느낌입니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체험하고 싶은 게 없어지는 건 아니지요.

 

바다에 손을 담그면 손마저도 파랗게 물들일 것 같습니다.

지중해는 넉넉한 가슴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그런 바다를 우리는 가슴으로 안아주고요.

 

안탈리아는 지중해의 안탈리아 만에 있는 항구도시이며 유명한 휴양도시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복잡하지도 않고 무척 조용한 도시입니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유럽의 많은 사람이 휴양을 위해 모여들겠지요.

 

우리의 호텔은 바로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이 있는 바닷가 호텔입니다.

테라스에서 바라다보는 지중해는 정말 예쁘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석 달 열흘이라도 머무르고 싶은 곳입니다.

 

호텔의 외관은 그런대로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워낙 오래된 호텔이라 내부 시설은 좋지 않습니다.

 

TV는 14인치에 브라운관... 그래도 칼러 TV입니다. 제 노트북이 10인치입니다.

방에서 테라스로 나가는 유리문은 잘 열리지도 않고...

누가 이런 곳에서 TV를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유리문이 잘 안 열려도 테라스에 다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객실에 올라와 테라스로 나가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왼쪽을 바라봐도 와우~

오른쪽을 바라봐도 엄마야~

 

테라스로 나가보니 우리 일행 모두가 테라스에 나와 혼미한 상태로 바다를 바라봅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장장 수백 km를 10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몸을 비비 꼬며 뒤틀며 왔는데요.

모두 인증 샷을 남기기에 그만 佳人도 또...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곳입니다.

 

잠시 쉬다가 저녁을 호텔에서 먹습니다.

터키 여행 중에는 아침은 물론 저녁 식사까지 호텔에서 먹는 일이 많네요.

식사를 마치고 함께 여행 온 일행이 컵라면을 드시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 우리 방으로 초대합니다.

방에서 지중해 바다를 바라봅니다.

 

모두 네 가족이 우리 방에 모여 가져온 전열기로 물을 끓여 컵라면도 먹고 커피까지 한 잔씩 마십니다.

지난번 중국 여행에서 샀던 돼지 꼬리 전열기가 이럴 땐 무척 쓸모가 있습니다.

佳人은 여행 내내 저녁에 우아하게(?) 호텔방에서 물을 끓여 셀프로 커피를 마셨습니다.

컵라면 하나 분의 물은 30초 정도면 끓어버립니다.

 

커피를 마시고 네 가족이 야경을 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거리로 나섭니다.

도시는 대체로 어둡다는 느낌입니다.

거리는 네온 불로 아름답게 치장을 했습니다.

 

이슬비가 부슬거리며 내립니다.

아마도 우리 일행을 안탈리아에 더 있으라고 오는 비인가 봅니다.

 

시내를 걷던 중 마치 우리의 맷돌과 같은 모습을 한 조형물이 있어 사진에 담아 봅니다.

사람은 달라도, 거리도 많이 떨어졌지만, 사람이 생활했던 지혜는 같았나 봅니다.

아닌가요?

우리가 그저께 지나 온 소금 호수에 빠뜨린 소금 나오는 맷돌인가요?

아마도 이곳 안탈리아에도 우리의 맷돌 전설이 남아 있어 저런 조형물을 만들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크지는 않은 도시라 잠시 시내 쪽으로 걷다가 다시 들어옵니다.

안탈리아도 시내에 전차가 다니는군요.

 

밤에 자다가 창문을 통하여 비치는 보름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사실은 시차 때문에 잠을 자기가 어렵습니다.

일어나 테라스로 나가봅니다.

아! 아름다운 밤이에요.

 

보름달은 지중해를 비추고 나그네는 은빛 물결 때문에 더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잠을 이룰 수 없는 이유는 시차만이 아닙니다.

달빛마저도 나그네를 뒤척이게 하고 있습니다.

왜 한밤중에도 이렇게 아름답습니까?

 

이러면 내일 또 벌건 토끼 눈을 하고 돌아다녀야 합니다.

어디 佳人만 그런가요?

함께 여행 온 모두가 그런 걸요.

난데없는 저 보름달은 왜 또 환장하게 만든답니까?

 

안탈리아의 바다에 여명이 밝아옵니다.

젠장 또 날밤을 새웠습니다.

佳人은 多情도 병인가 하여 날밤만 깠습니다.

 

모닝콜을 6시에 한다고 했지만, 佳人은 밤새워 뒤척이다 미리 샤워하고 모닝콜이 울리자마자 아침 산책을 나갑니다.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보며 물을 끓여 테라스에 서서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새벽에 지중해의 여명을 바라보며 커피 마셔 봤수?

佳人 마셔 봤수~

 

아침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지 않습니까?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 아침 이른 시각에 아름다운 도시에서

다른 사람보다 일찍 아침을 열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이 아닐까요?

 

앞에 바라보이는 토로스 산맥의 정상 부근이 구름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아침 햇살을 받아 밝게 빛이 납니다.

그곳 정상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하얀 모자를 쓴 듯합니다.

 

공원을 걸어봅니다.

아침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눈에 보이는군요?

 

우리 부부는 눈이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아침인사를 건넵니다.

"귀나이든~ 안녕하세요~" 

내 마음이 즐거우면 남도 모두 즐거운지 압니다.

그러나 터키 사람은 우리 인사에 모두 반갑게 답을 합니다.

무척 정이 많은 민족인가 봅니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어보기도 하네요.

 

저기 건너편에 우리가 묵었던 호텔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일 큰 건물입니다.

이곳은 토러스 산맥에서 해안선으로 달리다가 바다로 예고도 없이 절벽을 만들며 떨어져 버립니다.

모래사장이 없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풍광은 뛰어나지 않나요?

 

그러다 보니 해안은 절벽뿐입니다.

모래사장이라도 있다면, 걸어볼 텐데...

 

절벽 위에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살아온 울 마눌님에게 선물하렵니다.

 

제가 오늘 아주 큰 선물을 했습니다.

이른 아침 아무도 보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을 마눌님에게 통째로 선물했으니까요.

알고 보면 저도 아주 통 큰 사람입니다.

 

저기 앞에 보이는 산맥을 오늘 오후에 또 넘어갈 겁니다.

그 산이 바다를 흠모해 달리다가 여기에 절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자 "친?"하고 물어봅니다.

아마도 중국인이냐는 말일 겁니다.

"꼬레"라고 답을 하자 반갑게 악수를 청합니다.

월드컵을 통해 꼬레를 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형제의 나라라고 사진 한 장 찍자고 합니다.

새벽에 산책하다 말고 사진도 찍습니다.

 

이른 아침의 도시 풍경은 운동하는 사람과 청소차가 여나 봅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침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젠장 환장하게 아름답습니다.

오늘이 며칠인지 알 필요도 없습니다.

시골에 소여물을 제때 주는지 알 필요도 없습니다.

아들이 밥을 제때 먹는지 걱정할 겨를도 없습니다.

 

이런 곳에 오면 佳人도 그림 한 장 남기고 싶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부끄럽지만, 또 얼굴 내밀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는 세상과 단절하고 그냥 아름다운 이곳을 눈으로 즐기고

귀로는 마음이 가라앉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담기만 하면 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바다는 하늘을 닮고 싶었나 보다.

하늘이 파란색이면 바다도 파란색이었고

하늘이 황금색이면 바다도 황금색이다.

바다는 샘이 무척 많은가 보다.

그리고 바다는 따라쟁이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