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터키여행

안탈리아 구시가지 골목길을 걷습니다.

佳人 2011. 6. 9. 00:07

 

터키 여행의 즐거움은 어디를 가나 유적이 발에 차인다는 점입니다.

골목길에서도 불쑥 만나고, 모퉁이를 돌아가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나렛이라는 첨탑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즐거운 것은 격의 없이 미소를 띠며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으로 튀르키에는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맞이합니다.  

 

 

칼레이치 항구에 비가 내립니다.

예쁜 옛 마을에도 비가 내립니다.

비 내리는 골목길마저도 미소 띤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내 마음이 즐거우면 내리는 비마저도 즐겁습니다.

 

 

우리끼리 다니지만, 비는 우리를 외면하지 않고 반겨줍니다.

이번 여행 내내 맑은 날만 있어 즐거운 여행길이었는 데 처음 비를 맞이합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즐겨보렵니다.

아마도 내리는 비는 예쁜 옛 마을의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나 봅니다.

 

 

지중해의 휴양도시라는 안탈리아....

그중에서도 이 도시가 있게 만든 핵심 요소가 바로 이 작은 항구입니다.

항구라기보다는 작은 포구입니다.

위의 사진과 아래 그림과 비교하면 화가가 이쯤에서 그렸을 것을 생각됩니다.

 

 

지금은 주로 관광객을 태우고 안탈리아 해변을 1시간 남짓 돌아보는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한국 단체여행객은 안탈리아에만 오면 거의 대부분 이곳에 와 배를 탈 겁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오면 5달러 정도면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아까 내려온 반대편 방파제에서 마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그곳으로 올라갑니다.

노란색의 택시..

비가 내리니 노란색이 골목길을 더 밝고 강렬하게 만드는군요.

터키에서는 TAKSI라고 쓰는군요.

 

 

이제 골목 안을 기웃거리며 천천히 올라갑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유로운 기분으로 산책합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짜인 일정에 따라 움직이다 처음으로 자유롭게 골목길을

걸어보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미가 있나요?

손발을 정갈히 씻으라는 곳인가 봅니다.

지금은 형태만 남았군요.

  

 

그 위로 올라오니 전망이 더 좋습니다.

날씨만 개었더라면 풍광이 더 아름다웠을 텐데...

안탈리아는 이렇게 토로스 산맥에서 바로 지중해로 떨어지는 절벽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천혜의 요새이기에 오래전부터 이곳에 큰 도시가 만들어져 사람이 모여 살았고

지금 방금 지나온 칼레이치 항구만 바닷가로 길이 만들어져 오르내릴 수 있기에

이 항구가 유일한 통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고급 아파트로 보이는 절벽 아래 뭔가 보입니다.

 

 

궁금하면 가까이 불러봐야 합니다.

저게 뭡니까?

태풍에 침몰한 배가 아닙니까?

아닌가요?

행위예술작품인가요?

왜 저렇게 그냥 두었을까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려고 그랬나 봅니다.

 

 

안탈리아는 터키 남서부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입니다.

바로 아래 보이는 작은 모래사장이 이곳에 유일한 해수욕장이 되고

입장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군요.

그러니 유료 해수욕장인 셈인가요?

 

휴양도시로 알려졌지만, 사실 부근에 고대 유적 또한 무척 많은 곳입니다.

BC 150년경 페르가몬 왕국의 아탈로스 2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찾아

도시를 세우라 함에 지중해 연안에 있는 지금의 안탈리아를 찾아 도시를 세웠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처음에는 아탈리아라고 불렀다고 하니 그러니 자신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지으라 했으니 보통 평범한 곳은 안 된다는 말이겠지요.

 

 

산과 바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에 지중해성 온화한 기후까지...

이 모든 게 어우러진 곳이기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곳일 겁니다.

원래 이름을 걸면 더 믿음이 가잖아요.

BC 133년 아탈루스 3세가 자신의 사후에 이 도시를 로마에 넘겨주라 유언하여

로마의 영토가 되었다는데 로마는 손도 대지 않고...

이 작은 포구가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입니다.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들면서 2세기경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에 의해 제국의

중심 도시 중 하나로 번영을 누리게 되었고 그 후  비잔틴 제국에서는 국방의

중요한 도시였으며, 셀주크 튀르크 족의 지배하에 들면서 안탈리아라고 부르게 됩니다.

 

 

1차 세계 대전 후 오스만 제국의 몰락과 함께 연합군 중 이탈리아에 의해

1919년 잠시 점령당했으나 무스타파 케말에 의하여 1921년 독립되면서

터키의 지방 도시로 지금에 이릅니다.

 

 

안탈리아는 일찍이 기독교가 전해진 곳으로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는군요.

사도행전 14장 24절- 26절에는 사도 바올과 바나바가 이곳에서 안디옥으로 가는

배를 탔다는 기록이 나온다는군요.

'비시디아를 지나서 밤필리아로 가서 베르게에서 말씀을 전한 다음

아딸리아(안탈리아)로 내려갔다.

거기서 배를 타고 안티오키아로 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힘입어

전도하는 일을 위임받았는데 그들은 이제 그 일을 완수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분명히 이곳 칼레이치 항구에서 배를 타고 안티오크로 갔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 항구로 들어왔으며 이 항구에서 배를 타고 떠났답니다.

지금 우리가 걷는 골목길을 지났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바라본 모습을 그대로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기독교인이 이곳을 온다면 많은 생각에 잠기겠습니다.

사도 바울이 누굽니까?

그 사람의 발자취가 바로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 佳人도 슬쩍 발자취를 남겨봅니다.

 

 

구시가지의 집들을 보면 1층보다 2층을 밖으로 내어지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법들이 많았습니다.

창문의 숫자나 크기로 세금을 매긴 나라도 있었고...

혹시 이 지방은 1층 면적으로 세금을 매기기라도 했을까요?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걷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佳人도 이런 이상한 상상을 하고 삽니다.

왜 그러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디 비 오는 날만 그런가요?

늘 그런 엉뚱한 상상만 하고 살아가는걸요.

 

 

아름다운 곳에서 맞이하는 비는 더욱 아름답게 느끼라는 의미인가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오는 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가 나중에 안탈리아를 떠올릴 때면 언제나 비 내리는 모습만 상상하게 되잖아요.

이제 우리끼리 자유롭게 구시가지 골목길을 돌아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서 좋습니다.

산책길에 만난 들꽃도 기다렸던 비이기에 그래서 더 좋습니다.

바람 불어 흔들렸던 꽃이기에 바람 또한 좋습니다.

지금 느낄 수 있기에 더 좋습니다.

이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라고 생각하면 더 좋습니다.

 

 

비가 내리는 이런 날은 비가 되고 싶습니다.

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비가 되고 싶습니다.

들꽃과 마른풀에 생명을 주는 비가 되고 싶습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그런 삶이고 싶습니다.

 

아주 오래된 도시에 내리는 비는 아주 오래전에도 내렸을 것 같습니다.

마른 성벽을 촉촉이 적셔주고 고성에도 내립니다.

그 옛날 비를 맞으며 佳人과 같은 생각을 하며 걸었던 사람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카페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열어 보이고 싶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마을을 특별히 비가 오는 날 걸어보라고 오늘 비가 내립니다.

성벽 사이로 파고 들어가 가게를 만들었습니다.

워낙 유적이 흔해서 그랬을까요?

 

 

이슬람이 포교할 때 한 손에 코란, 또 다른 손에 칼을 들었다고 했나요?

이 이야기가 어린 시절 책에도 실린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십자군의 이슬람 원정 때 토마스 아퀴나스가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지만,

어느 종교가 칼을 들고 신앙을 강요를 하겠습니까?

만약 그래서 그 종교를 믿는다고 참다운 종교인이 되겠습니까?

 

좋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佳人은 한 손에 우산, 또 다른 손에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똑딱이 카메라가 아닌 DSLR 카메라는 한 손으로 들고 찍으며

다닌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러분은 아실 겁니다.

창문에 매단 화분에 꽃이 비에 젖어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니 날씨마저 춥습니다.

 

 

예쁜 우편함입니다.

이곳에는 예쁜 소식만 전해질 겁니다.

 

 

노란 택시도 예쁘고 담쟁이넝쿨도 아름답습니다.

내 마음이 편안하면 이렇게 세상이 전부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잎사귀는 더 푸르르고 더 많은 꽃이 피어날 텐데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을 살며 근심, 걱정 잊고 사는 방법 중 한 가지가 여행을 하는 일입니다.

오늘이 며칠인지 알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세상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