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 2010. 5. 19. 09:06

 

오늘 여행에 참여한 한국인은 모두 8명입니다.

그중 두 팀 4명은 젊은 사람이고 그리고 우리 부부와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부부입니다.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우리 부부와는 더 친밀하게 가까이할 수 있는 처지입니다

처음으로 짧게 자유여행을 온 부부라고 하며 결과적으로 다음 날 시내 구경도

함께하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콰이강의 다리에 왔습니다.

영화 속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나 사실과 들어맞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그 상상을 하며 철교를 건너봅니다.

아울러 오늘은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지요.

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불어 보았을 휘파람을 불면서 말입니다.

 

 

아래 열차는 관광객을 위한 임시 오픈 열차로 그냥 관광객을 태우고 다리만

건너갔다가 오는 것이라고 하고, 우리는 100밧/1인을 내고 실제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이곳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뗏목 타기와 코끼리 타기를 하고

폭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합니다.

  

 

콰이강의 다리는 이곳이지만 "콰이강의 다리"라는 미국 영화는

사실 이곳에서 촬영한 게 아니랍니다.

태국도 버마(미얀마)도 아닌 엉뚱한 나라인 스리랑카에서 세트를

직접 만들며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원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스리랑카의 촬영장은 아는 사람이 없고 엉뚱한 이곳이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재주는 스리랑카가 부리고 돈은 태국에서 벌고 있습니다.

원래 세상 일이란 꼭 제대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죠?

 

스리랑카에서 촬영할 때 500여 명의 일꾼과 수십 마리의 코끼리를 동원해

8개월간 다리 공사를 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다리는 영화촬영을 위하여 아래 사진처럼 폭파당했지요.

 

이 영화는 실제로 이 지역 포로수용소에서 수용되어 8개월간 교량 건설에 동원된

필립 투시 대령의 이야기를 피에르 블레라는 프랑스 작가가 정리하여 쓴 소설을

미국에서 판권을 사서 영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주 내용은 2차 대전 중 일본군이 갑이고 주로 영국 군인 포로가 을로

설정된 공사판 이야기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는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아는 불평등한 관계지요.

 

콰이강의 다리에 설정된 갑과 을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사판의 갑과 을이 아닌

그야말로 이런 완전한 갑과 을의 관계는 없지만 모든 일이

다 갑의 "생각대로 하면 되고"는 아닙니다.

 

 

일본군 포로수용소 소장인 사이토 대령, 그리고 영국 공병대 출신 포로인

니컬슨 대령과 미군 포로인 쉐어즈 중령, 그리고 이름을 알 필요도 없고

알아도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 많은 사람이 포로와 일본군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바로 이곳 콰이강에 다리를 건설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 다리 위에 서서 쭉 지켜보겠습니다.

옴마나... 제 모습이 마치 사이토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갑의 대표는 사이토고 을의 대표는 니컬슨인 셈입니다.

다리 건너에는 그때를 추모해 폭파장치가 있었던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한다는

관세음보살상이 있습니다.

  

 

그럼 영화로의 여행을 시작해 봅시다.

 

2차 대전 막바지에 이 다리가 있는 인근의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영국의 공병대가

포로로 붙잡혀 수용되며 일본군 소장은 바로 태국과 버마를 잇는 다리 공사에

이들을 얼씨구나 좋다라며 투입합니다.

인건비가 전혀들지 않는 공사는 모든 사업자의 꿈입니다.

공사판에서 노임도 없이 사람을 쓰는 일... 정말 갑의 입장에서는

미치도록 행복하고 좋은 일입니다.

 

두 달 만에 공사를 마쳐야 하는 소장은 급한 나머지 장교를 포함한 모든 포로를

공사에 투입할 것을 지시하고 영국군 공병대 대령은 제네바 협정을 내세우며

장교는 노역에 투입 할 수 없음을 내세우며 버팁니다.

당연한 갑의 지시에 세상물정 모르는 원칙주의자인 답답한 을의 버티깁니다.

물론 당연한 제네바 협정이지만....

 

 

여기서 갑과 을의 첫 번째 갈등.

힘을 내세우는 갑이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답답하기 짝이 없는 원리원칙주의자인

을을 꺾을 수 없다는 점. 결국, 독방에 가두고 난리를 치지만 대령의 버티기와

나머지 영국군 포로의 조직적인 사보타주는 일본군 소장을 곤경에 빠뜨리고

니컬슨 없이는 다리 공사가 물 건너 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이토는 속으로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며 다시 영국군 대령인 니컬슨을

협상자리에 끌어들이고 결국, 그의 말대로 장교는 노역에 열외를 힙의합니다.

아니꼽고 더러워도 어쩝니까? 갑의 처참한 패배지요.

 

 

아무리 강한 갑도 상황에 따라 을을 이기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답답한 벽창호 같은 영국군 대령은 아주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 것에 올인합니다.

바로 튼튼한 다리 건설은 대령의 영혼이고 공병대의 명예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국제적 정세나 자신이 조국에 어떤 해악을 끼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로

오직 공사판에 잔뼈가 긁은 벽창호는 무조건 튼튼한 다리 건설만이 인생의 목표이지요.

좋게 표현하면 장인정신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꼴통입니다. 

 

 

평화 시에는 튼튼한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전시에 적국이 사용할 다리는.....

이 다리는 일본군에게 유리하게 이끌 무기가 되는 다리가 아니겠습니까?

보살님~ 佳人의 말에 동의하십니까?

 

 

여기서 니컬슨 대령의 행동을 정신 나간 일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미군 포로인 쉐어즈 중령....

영국인과는 매우 다른 꾀병을 핑계로 일도 하지 않는 뺀질이 기질이 있는

현실주의자로 여기서 영국인과 미국인의 다른 성격을 살짝 볼 수 있지요.

 

결국, 쉐어즈 중령은 수용소를 탈출하고 이곳에 다리 건설 사실이 연합군에 알려지며

영국군은 이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특공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합니다.

영국군 포로가 건설하는 다리를 영국군 특공대가 투입되어

폭파한다는 기묘한 왜곡이 일어납니다.

 

 

결국, 마지막 장면은 군수품을 가득 실은 일본 기차가 바로 우리가 걷고 있는 콰이강에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게 되고 마침 수위가 낮아지며 이 다리를 폭파하기 위한

폭약이 장치된 폭파용 케이블을 발견하고 다리를 지키려는 니컬슨 대령의

이해하기 어려운 마지막 승부가 벌어지며 니컬슨 대령은 오히려 총탄을 맞고 폭파장치 

스위치에 난해한 얼굴 표정연기를 하면서 쓰러지며 뿌린 자가 씨를 거둔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다리에 불에 그을었던 자국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혹시? 

 

 

영화답게 극적으로 기차가 통과하는 시간과 절묘하게 맞추어 폭파됩니다.

정말 감독의 지시와 짜인 각본에 움직일 듯 정확한 시간에 말입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이지만 옛날 이 영화를 볼 때 이 장면에서

관객은 모두 일어나 손뼉을 쳤습니다.

마치 내가 직접 폭파 스위치를 눌러 일본군에게 복수하듯이... 

 

 

이제 다리를 다 건너았습니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영화 한 편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다리 건너편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초소가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일본군이 다리를 지키기 위해 초소를 만들고 지켰을 곳이지요.

 

 

초소 안에는 누가 있을까요?

앗! 낯익은 사내가 초소 안에 있군요.

일본군은 아니지만 한국인이 초소를? 네 바로 못난이..... 접니다.

아까 처음에 등장인물을 소개할 때 제가 지켜보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제 다시 다리를 건너 돌아갑니다.

 

 

만약 "콰이강의 다리"라는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이곳에 올 이유도 없고

이곳을 알 수도 없었을 겁니다.

이곳은 그냥 방콕에서 양곤으로 가는 기찻길 중 태국 칸차나부리의 조그만 시골이었겠지요.

 

 

다리를 건너오며 아까 보았던 전쟁박물관입니다.

그 아래는 수상 식당이 있고 이 다리 아래로는 관광객을 싣고

콰이강을 모터보트가 부지런히 오르내립니다.

 

 

많은 관광객이 늘 다리 위에서 북적이고 열차도 가끔 다니는 곳이라

중간에는 대피장소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아래로는 콰이강의 물이 넘실거리며 오늘도 흘러갑니다.

이곳을 오늘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꼬리를 물고 들어 옵니다.

 

먹고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남의 아픔과 슬픔으로 먹고사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망루를 세운 곳에서는 촬영이 한창입니다.

아마도 축제라도 열리는 모양입니다.

 

 

이제 우리 일행은 기차를 타기 위해 콰이강 역으로 갑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같은 다리라도 평화 시에 건설하는 다리는 튼튼해야 합니다.

원리주의자에게는 명예가 갈린 일이지요.

그러나 전시에 적군에게 이롭게 할 목적의 다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