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 2010. 5. 10. 08:08

다시 자리를 옮겨 세 번째 방문처입니다.

부처님! 열반이 무엇이 오니까?

저 위에 있는 개가 바로 니르바나라는 열반의 경지에 빠져들어 세상의 번뇌와 고통에서 초월하여

아주 편안한 상태로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유적은 무척 동물 친화적입니다.

이웃나라인 캄보디아의 개는 무척 유식하여 영어와 라면 부스러기 같은 글자인 캄보디아어를 유적 입구에

붙여놓으면 개가 그것을 읽고 유적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유의 나라인 태국의 개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500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인걸은 간데없고 누렁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어즈버... 태평 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와견(臥犬)에게 묻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요.

열반에 들었답니다.

세상 삼라만상의 번뇌를 모두 해탈하고 열반에 들었답니다.

Lokayasutha 사원입니다. 

 

여기도 거대한 와불이 있습니다.

아까 본 와불은 깜도 되지 않습니다.

아~~ 우리의 부처님! 왜 누워 계십니까?

佳人아~~ 너는 그게 왜 궁금한데?

부처님의 모습에 눈물이 납니다.

발바닥과 얼굴이 검은 이유는 버마군이 침공해서 불을 지른 이유 때문입니까?

 

관리가 시원치 못해 부처의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연꽃을 베개 삼아 누워계신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마치 울고 계신 듯합니다.

원상태로 보존하여 관리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소풍 온 유치원생이 합창을 합니다. 

"부처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부처님의 발톱입니다. 

역시 거대한 발톱입니다.

우리는 마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국에 온 듯 착각에 빠집니다.

 

커다란 서양의 어른보다도 부처님의 발이 훨씬 큽니다.

아니 발가락이 더 큽니다.

인간은 부처의 발가락 정도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불심에 기대어 사원을 만들고 공양을 했지만 버마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입니다.

 

부처님이 신통력이 아유타야에서는 전혀 도움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버마도 불교의 나라였기 때문일까요?

불교의 나라끼리 싸우면 부처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요?

우리도 몽골의 침략에 맞서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불심에 나라를 구하고자 했지요. 

 

이제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

우리가 앉은자리에는  중국인 신혼부부가 자리를 잡고 함께 먹습니다.

서양인과 함께 하는 식사자리라면 우리 한국인의 신통방통한 젓가락 솜씨에 서양인은 넋을 빼앗기는 순간

맛난 음식은 모두 먼저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중국인 신부의 표정이 영 좋지 않습니다.

과도한 노출에 버스 안의 에어컨 때문에 감기가 걸렸답니다.

특히 신혼여행 중에는 건강에 유의해야 합니다.

약도 없다고 합니다.

영어도 거의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와 간단한 중국어로 의사소통만 하고 일행에게 이야기하니 스페인에서 왔다는 젊은이가 파라세타몰

과립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급한 대로 얻어서 먹였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잠시 함께 푸리 토킹 하는 시간입니다.

佳人은 꼭 이런 시간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일행에서 멀리 떨어집니다.

정말 괴롭습니다.

영어 울렁증이 아니라 사진을 책임지는 진사의 길은 고난의 길이고 힘든 여정입니다.

정말입니다.

 

태국의 가이드는 태국 여자의 좋은 신랑 후보 1위가 경찰관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태국 경찰의 부패한 모습이 잘 알려져 있지요?

경찰관만 잡으면 여자가 봉 잡았다는 말이랍니다.

평생 돈에서 자유롭답니다.

경찰이 되는 길은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는데 우리와 함께 한 가이드는 체격이 왜소해 군 미필로

그 잘난 태국 경찰관이 되지 못했다고 웃으며 하소연합니다.

아... 그 자그마한 태국 사내에게도 웃음 뒤에 언 듯 비치는 그런 가슴이 저미는 아픔이 있었군요. 

 

이제 다시 자리를 옮겨 유적군이 떼거리로 몰려 있는 Mahathat 사원이라는 곳으로 왔습니다.

여기는 보이는 게 유적이고 발에 밟히는 게 유적 덩어리입니다.

그러니 유적 사이로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가야 합니다.

 

이곳은 지금 현재의 짜끄리 왕조의 바로 직전의 왕조인 아유타야 왕조의 왕궁과 부속 신전인 셈입니다.

아유타야 왕조는 1.350년부터 1.768년까지 417년간 유지된 왕조라고 하는군요.

이 정도면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신라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지만 일어났다 사라진 중국의 수많은 나라에

비하면 대단히 오랜 시간입니다. 

  

태국은 예전부터 타이족만이 살던 나라가 아니라는군요.

미얀마인인 몬족과 북으로부터 내려온 중국계와 타이족, 그리고 크메르 족이 모여 살던 땅이라고 합니다.

중국에도 타이족이 소수민족으로 모여 살고 베트남에도 마이쩌우라는 마을이 타이족 마을입니다.

타이라는 말은 자유를 의미하고 방콕은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의 탑은 주로 돌로 만든 석탑입니다.

다보탑, 석가탑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이 아담하고 예쁜 돌로 만든 탑입니다.

일본은 주로 나무로 만든 목탑이고 중국은 벽돌을 쌓아 만든 전탑의 형식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탑만 아니라 모든 건축물이 모두 벽돌을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반이 단단하지 못해 가라앉는 중이라 모든 유적이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이 탑은 크메르 양식이군요.

 

바닥이 물러 지반 침하마저 일어나 탑의 대부분은 기울고 유적은 보수조차 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조상이 이렇게 자리를 고약한 곳에 터를 잡으면 후손들이 고생합니다.

이탈리아에 있다는 피사의 사탑이나 중국 쑤저우에 있는 호구탑이 모두 부실공사에 연약한 지반 위에

세워진 탑이라 기울었지요?

 

가끔 이렇게 부실 공사나 지반에 대한 검토 없이 세워진 건축물이 오히려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난해한

일이 생기기는 하지만 이곳은 모든 건물이 자빠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기묘한 일이 생깁니다.

바로 아래 사진처럼 나무뿌리 사이로 세상 구경하자는 얼굴 형상이 있습니다.

이렇기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모두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곳은 왕궁사원이나 왕궁터가 있는 곳이 아니고 외진 모퉁이에 있어 만약 이 얼굴 모습이 없다면

누구도 이곳을 거들떠보거나 찾지 않을 외진 곳에 있지만 이 얼굴 모습의 돌 하나로 아유타야에 오는

모든 관광객이 들리는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1.767년 버마가 아유타야 왕국을 침공하자 왕은 왕궁을 버리고 도망을 가고 맙니다.

어디로 도망을 가서 얼마나 꼭꼭 숨었는지 제가 갔던 2009년 11월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왕도 버린 나라....

누가 지켜주겠습니까?

 

이곳에 있던 수많은 부처상도 침략군에 의해 하루아침에 난도질을 당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루아침에 부셨는지 며칠간 야간이나 오후에 부셨는지 저는 확실히 모릅니다. 좌우지간 부셨답니다.

 

그때 머리가 잘려나간 부처상의 얼굴이 땅바닥에 뒹굴다가 자라는 나무에 의해 이렇게 신기하게도

새 생명을 얻어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판도라 행성에서 눈을 통하여 세상을 보 듯 I see you라고 합니다.

부처의 얼굴에 가까이 한 발자국 더 다가갑니다.

 

"내가 아유타야를 사랑한 만큼 아유타야가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이 소리가 들리세요? 그냥 바라만 보시지 말고 가까이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가면 들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 아프십니까? 많이 아프십니까? 바라보는 우리도 많이 아픕니다.

부처님! 부처님을 그렇게 받들어 모시던 왕도 나 몰라라하고 도망을 갔답니다. 믿지 마세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몽상인가요?"

 

여기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짝퉁 부처도 나오지만, 쉬바의 아들인 가네샤는 또 왜 얼굴을 내밉니까?

부처야 이웃나라인 버마의 침공에 목이 날아갔지만 가네샤는 아비인 쉬바가 오랜만에 집에 들어와

장성한 아들인 가네샤가 부인 파르바티와 한방에 있다가 아들을 외간 남자로 오해하고 불륜이라고 생각해

목을 잘라버렸지요.

 

젠장... 어머니와 한방에 있다가 목이 한 방에 날아가버렸습니다.

아니? 왜 힌두교 최고의 신이라는 쉬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런 경솔한 짓을 했을까요?

네... 바로 그 불같은 성질 때문이겠지요. 신도 제 마누라 바람피우는 꼴을 못 본답니다.

아들이 장성할 때까지 어디로 싸다니고 바람피우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성인이 된 자식을

몰라보고 마누라의 애인이라고 오해를 하고 그만.... 

너무나 인간다운 질투의 화신 쉬바 신입니다.

 

쉬바 신이시여~ 우리나라의 처용 좀 본받으시라.

처용은 밤 드리 술 마시고 노니다가 부인이 잠든 안방에 슬그머니 드러사 자리보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술 김에 가라리를 세어 보았다우....

쉬바 신도 약주를 하셔서 아시겠지만 술에 만취하여 숫자를 헤아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라리가 넷이라고 술 김에도 헤롱 거리며 하나 둘 하며 세어보기까지 했고 둘흔 내해 엇고 둘은 뉘 해언고

하며 내 것이 아니라고 확신을 하고 얼마나 놀랐겠수?

식겁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우~

밤새도록 먹을 술이 한꺼번에 다 깨지 않았겠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리는 충격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리 둘을 용서를 하고 사나이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방문을 박차고 나와 마당 한가운데서 셔블 밝은 달만 쳐다보고 눈물지으며 본디 내해다 마라 난

아사 날 엇디하릿고 하며 노래를 불렀다우.

 

이야기가 길어지니 쉬바와 파르바티의 첫 만남 장면을 보고 갑시다.

쉬바와 파르바티가 만나게 된 것은 바로 운명의 장난이 아니고 우연을  가장한 파르바티가 사랑의 신 까마를

매수하여 쉬바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았답니다.

 

쉬바 신도 생각해 보슈~

당시의 처용이 얼마나 놀랐을까?

부인이 주무시는 다리가 네 개라면 원래 부인의 다리가 네 개인데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는 이야기고

아니면 쉬바가 가네샤를 오해한 바로 그 바르바티의 불륜의 현장 목격 사건이 아니겠수?

신들의 세상에서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뱀의 정령이 있다는 말도 들었고 그 동네 신들도 손과 머리는 무쟈게

많이 있다고 들었소마는 다리가 네 개라는 말은 佳人도 금시초문이라우?

밤새 먹었던 술이 확 깰 일이 아니겠소?  

 

왜 처용이 용서를 하였겠수?

본디 내 것이지만 본인이 단디 하지 않아 빼앗겼다고.....

그건 부인의 잘못 보다 자신의 잘못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우~

술 취한 사람이 넷 까지 센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또 한 번만 세어 보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요?

처용이 얼마나 술에 취했으면 대리운전까지 불러서 집에 왔겠수? 

 

소갈머리 하고는.....

그래서 어찌 쉬바 당신이 최고의 신이라고 인간들에게 모셔 달라고 하겠수?

쉬바의 행동은 술 취한 처용의 먼발치에도 못 미친 다우.

쉬바 신이시여~ 맨날 링가만 뽑는다고 애들처럼 길거리서 뽑기만 하지 말고....

오늘부터 처용가를 완벽히 외우고 그 깊은 뜻 까지 모두 습득하도록 하면 어떻겠수?

다음에 이곳에 오면 꼭 시험 볼끼요~~

 

그리고는 자신의 잘못을 금방 알아챈 쉬바가 마당에 얼쩡거리는 코끼리 머리를 잘라 얼른 아들에게 붙여

살리는 바람에 아들 가네샤는 영원히 코끼리 머리로 살아가는 정말 불쌍한 쉬바의 자식 놈입니다.  

그럼 젠장 마당에 얼쩡거리던 코끼리는 어찌 되었을까요?

희생양이 아니고 희생 코끼리입니다. 에이~ 더러운 세상....

좌우지간 쉬바의 아들인 가네샤도 목이 떨어졌으니 이곳에 뒹굴던 부처의 얼굴과 비슷한 처지라 여기서

기념품으로 만들어 파는 모양입니다.

 

에고~ 에고~~ 그렇다고 버마의 침공에 피해를 당한 아유타야가 불쌍한 피해자만은 아니죠.

아유타야가 한참 힘자랑할 때 이웃인 크메르족의 나라인 앙코르제국을 침략하여 똑같이 그곳의 유적과

신전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신인 드바라팔라스상의 목을 모두 자르고 깊이 파낸 벽감을 이용하여

만든  아름다운 부처상을 모두 긁어내 듯 없애버렸잖아요.

결국 친구의 나라 앙코르는 그 여파로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지구 상에서 사라졌지요.

 

만행이 어디 그것뿐입니까?

그리고 크메르의 정기를 끊는다고 유적의 입구를 지키는 섹시한 궁둥이를 자랑하는 사자상의 머리의

얼굴만을 모두 긁어내 버리고 꼬리를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지요.

그래서 씨엠립에 있는 유적의 사자는 대부분 얼굴도 없고 꽁지 빠진 사자만 있습니다.

 

역사란 그래서 뿌린 대로 거두고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겁니다.

세상의 역사는 전쟁과 종교의 기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봐도 사자상의 궁둥이는 섹시하고 예쁩니다.

그리고 돌사자의 꼬리는 결단코 꼬리곰탕의 재료가 될 수 없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남자는 마음으로 늙어가고 여자는 얼굴로 늙어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든 몸이든 늙어갈지라도 변함없이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사랑이란 두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잘린 부처의 얼굴도 사랑의 마음으로 다시 세상을 보고 있잖아요.